소설방/강안여자

54. 킹카 (1)

오늘의 쉼터 2014. 7. 30. 11:29

54. 킹카 (1)

 

 

 

윤수정이 여자 둘을 데리고 왔을 때는 그로부터 30분쯤 지난 후였다.

"합석하세요."

대뜸 말한 윤수정이 한쪽 눈을 감았다 뜨고 나서 두 여자를 소개했다.

"이쪽은 잘나가는 디자이너 미스 정, 이쪽은 모델 미스 서."

그러더니 두 여자를 자리에 앉히고 나서 정색하고 말했다.

"강사장님 소개는 제가 이미 했으니까 바로 본론에 들어가셔도 돼요."

윤수정이 몸을 돌리자 강한이 앞에 앉은 두 여자를 번갈아 보았다.

둘 다 미인이다.

하긴 아폴로 회원치고 미인 아닌 여자는 없다.

강한의 시선을 받은 왼쪽 여자가 먼저 입을 열었다.

모델이라는 여자였다.

"두 분이 불편하면 말하세요. 언제든지 비켜드릴 테니깐."

여자가 똑바로 시선을 준 채 말을 이었다.

"우리는 같이 해도 괜찮다고 이미 합의했거든요."

"뭘요?"

들고 있던 술잔을 내려놓은 강한이 눈을 치켜떴다.

"지금 1대2 관계를 말한 겁니까?"

"그래요."

선뜻 대답한 여자가 여전히 정색한 얼굴로 물었다.

"왜요? 자신 없어요?"

"갑자기 웬…."

중얼거리듯 말하자 이번에는 디자이너라는 여자가 피식 웃었다.

"여기 오는 이유가 다 그거 아녜요?"

"그런가?"

쓴웃음을 지은 강한이 다시 둘을 번갈아 보았다.

 디자이너 미스 정은 갸름한 얼굴형에 파마한 긴 머리가 어깨에 닿았다.

섬세한 용모였고 웃음 띤 얼굴에 호감이 느껴졌다.

모델이라는 미스 서는 큰 키에 숏컷한 머리, 마른 체격이었지만 선이 굵은 미인이었다.

미스 정은 여성적이고 미스 서는 남성적이다.

강한이 입을 열었다.

"두 분이 잘 어울리시는데 그래."

"그렇죠?"

미스 서가 금방 말을 받았다. 눈을 똑바로 뜬 미스 서가 또박또박 말했다.

"둘 사이가 레즈비언 같죠?"

미스 서는 자기 말에 자기가 대답했다.

"맞아요, 한때는."

"한때는?"

강한이 되묻자 둘이 거의 동시에 머리를 끄덕였다.

대답은 미스 서가 했다.

"그래요 석 달쯤 그렇게 지내다가 싱거워서 끝냈어요.

그리고는 다시 친구로 지내고 있죠."

"그래서 1대2를 제안하셨구만."

"부담이 없거든요. 더 자극도 되고."

"자주 그러시나?"

"지금까지 딱 한 번."

여전히 대답은 미스 서가 했다.

손가락 하나를 세워 보인 미스 서가 처음으로 빙긋 웃었다.

매혹적인 웃음이었다.

가지런한 이가 드러나면서 눈이 초승달처럼 가늘어졌다.

미스 서가 말을 이었다.

"하지만 실패했죠."

"뭐가요?"

"그게요."

다시 정색한 미스 서가 강한을 똑바로 보았다.

"막상 우리 둘이 벗고 다가가니까 그 킹카가 얼어버렸어요.

둘이 갖은 방법을 다 써 보았지만 그 망할 넘은 깨어나지 않았다니깐요."

"흐음."

쓴웃음을 지은 강한이 둘을 번갈아 보았다.

"어떤 방법을 썼는지 말해 줄래요?"

"뭐,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고. 나중에는…."

미스 서가 길게 한숨을 뱉었다.

"우리 둘이 그거 하는 시늉까지 해봤지만 그놈은 일어나지 않았죠."

"병신."

"반응이 와요?"

불쑥 물은 미스 서가 손을 뻗어 강한의 사타구니를 더듬더니 눈을 동그랗게 떴다.

"어머, 진짜 킹카다."

그러자 미스 정이 피식 웃었다.

 

 

강한은 미스 서가 심벌을 만지도록 내버려 두었다.

이곳 아폴로에 회원으로 가입한 이유는 한몫 뜯어낼 대상을 물색하기 위해서였다.

아폴로의 회원은 한국에서 가장 잘 나간다는 남녀라고 봐도 무방하다.

누가 연회비를 수천만원씩이나 내고 회원으로 가입하겠는가?

회원은 철저히 비밀리에 모집했고, 매니저들은 빈틈없이 뚜쟁이 역할을 했다.

회원들끼리는 즐기는 것이다.

강한이 알기로는 여자 회원들의 가입비는 남자에 비해 적었다.

지금 강한의 그것을 쓰다듬고 있는 미스 서나 눈을 반짝이는 미스 정은 아마 '장식용'이라

회비가 면제됐을지도 모른다.

"어때요? 같이 갈래요?"

손을 놓지 않은 채 미스 서가 물었다.

바 안의 흐린 조명을 받아 두 눈이 번들거리고 있었다.

"우리 둘이 같이요."

미스 서가 확인하듯 말하더니 미스 정에게로 머리를 돌렸다.

"굉장해."

눈을 둥그렇게 뜨고 놀랍다는 표정을 지어보이자 미스 정이 침을 삼켰다.

"이봐, 미스 정에게도 좀 기회를 줘."

강한이 말하자 미스 서가 깔깔 웃었다.

거침없는 웃음소리였다.

"일루와."

손을 뗀 미스 서가 미스 정을 불렀다.

"가깝게 와, 가시내야, 앙큼 떨지말고."

그러더니 강한에게 소근대듯 말했다.

"저게 저래도 얼마나 밝히는지 알아? 디게 좋아한다구."

"너, 정말."

눈을 크게 떠보인 미스 정이 다가 앉더니 손을 뻗었다.

조심스럽게 뻗어오는 손을 덥썩 쥔 강한이 끌어당기자

미스 정이 놀라 입을 딱 벌렸다.

강한이 미스 정의 손을 올려놓고는 눌렀다.

"어때?"

강한이 묻자 미스 정이 다시 침을 삼키더니 머리만 끄덕였다.

"너희 둘 다 데려가고 싶어."

미스 정의 손을 누른 채 강한이 말했다.

"하지만 지금은 안돼."

정색한 강한이 말하자 둘은 똑같이 눈을 크게 떴다.

"왜?"

미스 서가 물었고 미스 정은 손을 뗐다.

강한은 다시 술잔을 들었다.

"오늘 밤에 약속이 있어."

"여기서?"

"아니, 밖에서."

한번에 술을 삼킨 강한이 두 여자를 번갈아 보았다.

"어쨌든 너희들 만나서 반갑다."

그리고는 강한이 지갑에서 100만원권 수표를 꺼내 두 여자 앞에 놓았다.

"만난 기념으로 주는 거야, 용돈으로 써."

"어."

먼저 수표를 집어든 미스 서가 눈을 둥그렇게 떴다.

"이거 100만원 아냐?"

그러더니 미스 서가 활짝 웃었다.

"자기 진짜 멋쟁이다."

"다음에 만났을 때 모른 척하면 안돼."

"여기 내 명함."

하면서 미스서가 가방을 열고 명함을 꺼내 강한의 저고리 가슴 주머니에 넣어 주었다.

그리고는 미스 정에게 손을 내밀었다.

"네 명함."

그러자 미스 정도 가방에서 명함을 꺼내더니 강한에게 내밀었다.

"전화하세요."

미스 정이 똑바로 강한을 보면서 말했다.

"언제라도 좋아요."

"어머."

놀란 듯 눈과 입을 딱 벌렸던 미스 서가 다시 깔깔 웃었다.

"얘가 별일이네, 정경민."

미스 정의 이름이 정경민인 모양이었다.

강한이 미스 정의 명함을 받아 가슴 주머니에 넣고나서 머리를 끄덕였다.

"오늘밤 늦게 전화할지도 몰라."

그말은 들은 미스 서가 한쪽 눈을 감았다가 떴다.

"둘 중 하나만 불러도 상관없어."

 

 

둘이 제자리로 돌아간지 10분쯤 지났을 때 윤수정이 다가와 옆에 섰다.

"시작이 아주 좋은데요?"

윤수정이 웃음 띤 얼굴로 말했다.

"쟤들, 특히 서연지는 여자 회원들의 리더격이죠.

서연지가 강사장님한테 홀딱 반한 것 같더라구요."

상반신을 기울인 윤수정한테서 강한 향수 냄새가 풍겼다.

"서연지가 퍼뜨린 소문이 이틀이면 여자 회원들한테 좍 퍼질 것이고

사장님 만나게 해달라는 주문이 쏟아질 겁니다."

"그래?"

강한이 다시 지갑에서 100만원 수표를 꺼내 윤수정의 제복 포켓에 찔러 넣었다.

"주문만 폭주하면 뭘 해? 선별해서 잘 보내줘야지."

"감사합니다."

먼저 인사부터 하고 난 윤수정이 정색했다.

"어떤 파트너를 원하세요?

쟤들 그냥 보내신 것 보니까 대충 짐작은 갑니다만."

"돈 많은 여자."

"많아요."

금방 대답한 윤수정의 목소리가 은근해졌다.

"작업 내용만 언질을 주시면 적극적으로 도와 드릴 수도 있는데."

"10퍼센트를 내지."

"그건 자신 있으시죠?"

하면서 윤수정의 시선이 강한의 다리 사이에 일초쯤 머물다가 올라갔다.

강한이 정색한 채 머리를 끄덕였다.

"자신 있어."

"용모, 나이 불문으로?"

"그것만 많다면."

"그건 넘쳐요. 하지만…."

"짜단 말이지?"

"지금까지 셋이 붙었다가 몸만 버리고 채였어요."

"내가 그 병신들 복수를 해줘야겠군."

"오늘 불러 드릴까요?"

"여기선 곤란하잖아?"

그러자 윤수정이 피식 웃었다.

"당연하죠. 쟤들이 그걸 알면 또 당장 소문을 퍼뜨릴 테니까."

"먼저 정보를 줘."

"그러죠."

윤수정이 옆자리에 앉더니 강한의 빈 잔에 위스키를 채웠다.

"재벌 2세의 와이프인데 본가 쪽도 재벌 가문이죠.

현재는 남편하고 별거 중인데 이유는 남편이 딴살림을 차렸기 때문이라네요.

와이프도 맞불을 놓는 상황이죠."

"잘 돌아간다."

"밑천은 딸리지만 미국 유학까지 다녀와서 똑똑하고 당당해요.

돈이 넘치도록 있는데도 그 흔한 쌍꺼풀 수술도 안하고 버티거든요."

"그걸 밝힌다구?"

"차인 놈한테 들었어요. 하룻밤에 네 번을 요구하더라네요."

"벼엉신, 그것도 못한 모양이군."

"여자가 리드한대요."

"정말 못돼먹었구만."

"나이는 서른넷, 한창 때죠."

"얼마나 있어?"

그러자 눈을 가늘게 뜨고 잠시 뜸을 들였던 윤수정이 말했다.

"겪은 남자들한테 들었는데 500억에서 700억 정도, 본인 입으로 그렇게 말했다네요."

"재벌가 며느리에다 상속녀 몫이 겨우 그 정도야? 그쯤은 나도 있어."

"더 있을지도 몰라요. 일광그룹이 본가니까요."

강한의 표정이 굳어졌다.

일광그룹은 20대 기업에 속하는 재벌그룹이다.

윤수정의 말이 이어졌다.

"한중그룹의 차남 한기철의 와이프죠."

눈을 크게 뜬 강한이 천천히 머리를 끄덕였다.

한중그룹은 매출액 기준으로 재계 15위의 대기업이다.

"좋아, 오늘밤."

강한이 손목시계를 내려다보는 시늉을 하자

윤수정이 자리에서 일어서며 말했다.

"10% 잊지 마세요."

"손발 맞추는 거나 잊지 마."

그러자 윤수정이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그건 내 전공이니까 염려 마시고."

 

 

킹덤 호텔 최상층의 바는 외국인 손님 서너명이 한 테이블을 차지하고 있을 뿐 한산했다.

창가 자리에 앉아 한강 건너편 강남의 야경을 내려다보던 강한은 인기척을 느끼고는

머리를 들었다. 테이블 앞에 여자가 서 있었다.

1m65 정도의 신장, 적당한 체격, 그리고 보통 수준의 용모를 지닌 여자였다.

시선이 마주쳤지만 여자는 정색한 표정인 채 눈 한번 깜박이지 않았다.

강한이 시선을 받은 채 일어서며 물었다.

"문지윤씨죠?"

"네, 그쪽은 강한씨?"

여전히 표정없는 얼굴로 말한 여자가 앞에 앉았다.

"술 드릴까요?"

술병을 쥔 강한이 묻자 문지윤은 머리만 끄덕였다.

앞에 놓인 술을 채운 강한이 물었다.

"여기 키 받아 놓았습니다. 괜찮죠?"

문지윤은 대답하지 않았고 강한이 말을 이었다.

"1702호실인데, 내가 먼저 가 있지요."

그리고는 강한이 쓴웃음을 지어보였다.

"제가 좀 이런 분위기는 어색해서."

"나에 대해서 들으셨죠?"

불쑥 문지윤이 물었으므로 강한은 천천히 머리를 끄덕였다.

"예, 돈 많은 이혼녀로 가끔 파트너를 찾으신다고."

돈 많은 이혼녀는 문지윤이 윤수정한테 말해준 자신의 프로필이다.

파트너를 찾는다는 말은 강한이 지어냈다.

그러자 문지윤의 얼굴에 희미한 웃음기가 떠올랐다.

"그건 내가 지어낸 겁니다."

강한이 웃지도 않고 말했을 때 문지윤은 술잔을 쥐더니 한번에 술을 삼켰다.

"맞아요, 아폴로에 나가는 이유는 그것 뿐이죠."

"마찬가지죠."

"거긴 나보다 더 나은 상대를 만날 수 있었을텐데."

다시 정색한 문지윤이 강한을 똑바로 보았다.

"쭉쭉빵빵한 애들이 많지 않아요? 얼굴도 칼로 잘 다듬어졌고."

"그런 애들은 솔직히 많죠."

강한이 문지윤의 시선을 받았다.

"난 그런 애들한테 솔직히 질렸다고 할까요?"

"그럴 리가…."

"믿거나 말거나."

쓴웃음을 지은 강한이 지그시 문지윤을 보았다.

"지윤씨는 나하고 즐기면 되는 거 아닙니까? 날 돈주고 사는 것도 아니고."

"하긴."

"나도 돈은 좀 있어요. 내가 몸파는 놈은 아니라는 말입니다."

그리고는 강한이 이를 드러내고 웃었다.

"나름대로 지윤씨는 섹시해요. 그리고…."

강한이 문지윤을 향해 상반신을 기울이고는 낮게 말했다.

"알아요? 벗고 엉키고나면 몸매나 얼굴 따위는 아무 것도 아니죠.

전혀 상관없단 말입니다."

"……."

"오직 뜨거운 열기, 깊은 촉감, 신경세포의 자극, 그리고 신음과 거친 숨소리 뿐이죠."

"……."

"그래요, 지윤씨 말대로 얼굴에 아무리 칼질을 해봐야 그땐 아무 소용이 없죠,

오직 원초적인 몸뚱아리만이 존재한단 말입니다."

"말되네."

혼잣소리처럼 말했던 문지윤이 마침내 피식 웃었다.

"전문가 같네요."

"좋아하니까요."

그리고는 강한이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문지윤의 옆으로 다가가 바짝 붙어 앉았다.

"자, 이리와봐요."

문지윤의 손을 바지 위로 끌어당기며 강한이 웃었다.

"나갑시다."

 

 

1702호실은 응접실까지 구비된 스위트룸이었다.

방안으로 들어선 문지윤이 먼저 커튼을 걷고 베란다쪽 유리문까지 열어 젖혀 환기를 시켰다.

찬바람이 휘몰려 들어왔다.

가슴이 서늘해지면서 정신이 났다.

"얼마 드릴까?"

몸을 돌린 문지윤이 똑바로 강한을 향하고 서서 물었다.

불빛을 정면으로 받은 두 눈이 반짝였고, 시선은 곧장 강한의 눈에 부딪쳤다.

강한의 꾹 다문 입을 보더니 문지윤이 이를 드러내며 소리없이 웃었다.

"한 장?"

문지윤이 손가락 하나를 세워 보였다.

그래도 강한의 입이 열리지 않자 문지윤의 손가락이 두 개 펴졌다.

"두 장?"

그 때 강한이 저고리를 벗어 소파 위에 던졌다.

"몸을 파는 놈이 아니라고 말했잖아."

강한이 눈을 가늘게 뜨고 문지윤을 쏘아보았다.

"내가 돈 많은 여자 소개시켜 달라고 한 건 사실이야.

그리고 거기에서 10프로를 윤수정이한테 주기로 했고."

바지를 벗어던진 강한이 셔츠 단추를 풀었다.

"윤수정이가 당신 이야기를 좀 해줬어. 하룻밤에 네 번 요구했다는 말까지 다."

윤수정은 문지윤한테 이쪽 이야기를 다 해줬을 것이다.

고객의 등급을 매긴다면 문지윤은 단골이며 특급이다.

그러나 10%를 받게 된다는 이야기를 해주었을 리는 없다.

그때 셔츠를 벗어던진 강한이 팬티 차림이 되어서 문지윤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돈 안받을게."

그리고는 강한이 팬티를 벗어던졌다.

그러자 문지윤의 시선이 아래쪽으로 내려가더니 홀린 듯이 움직이지 않았다.

"그냥 즐기자구."

그대로 선 채 강한이 말했다.

"그러니까 돈 자랑 하지마, 내놓을 게 그것 뿐인 것 같아서 불쌍하게 보이니까."

그리고는 강한이 몸을 돌렸으므로 문지윤의 표정을 보지 못했다.

욕실로 들어선 강한이 샤워기 아래에서 물줄기를 맞고 있을 때 문이 열리더니

문지윤이 머리만 안으로 들여놓았다.

"나 갈게."

문지윤이 말하자 강한이 얼굴을 펴고 웃었다.

"알았어, 잘 가."

그리고는 몸을 돌려 버렸으므로 강한은 문지윤의 반응을 보지 못했다.

인간은 언제나 생각을 한다.

특히 강한은 지금까지 긴박한 환경속에서 살아온 때문인지 계획없이 행동해본 적이 드물다.

샤워를 하면서 강한은 뚜쟁이 윤수정을 시켜 서연지를 이곳으로 부르기로 마음먹었다.

비싼 방값을 주고 투숙한 호텔에서 혼자 잘 수는 없는 노릇이다.

문지윤은 의심과 경계심으로 단단하게 무장돼 있어서 시작이 힘든 여자였다.

어떤 이야기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문지윤이 손가락 하나 또는 둘을 폈을 때 그냥 받아들인다면 섹스는 가능했다.

물론 돈을 준 문지윤의 리드를 받아야 할 것이다.

윤수정이 말해준 어떤 병신처럼 네 번 해달라면 시키는대로 엎드려야 한다.

샤워를 마친 강한이 벌거벗은 채 욕실을 나왔을 때 눈을 크게 떴다.

소파에 문지윤이 앉아있었기 때문이다.

선반에서 위스키를 꺼내 언더락스로 마시고 있던 문지윤이 머리를 돌려 강한을 보았다.

"다시 생각해보니까 내가 괜한 심술을 부리는 것 같아서."

여전히 정색한 채 문지윤이 말했다.

술기운 때문인지 문지윤의 눈밑이 붉었다.

"또 내가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는 것 같기도 하고."

그러자 강한이 알몸을 가리지도 않고 문지윤의 앞에 앉았다.

"야, 벗고 나를 즐겁게 해봐."

버티고 앉은 강한이 눈을 치켜뜨고 말했다.

"내가 한 장 줄게."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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