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강안여자

55. 킹카 (2)

오늘의 쉼터 2014. 7. 30. 11:31

55. 킹카 (2)

 

 

문지윤은 서툴렀다.

그러나 그와 반비례해서 무섭게 흥분하고 있었다.

동작이 거칠고 서툰데다 부끄럼을 타기까지 해서 강한에게는 오히려 고통이었다.

리듬이 자주 끊겼기 때문에 쾌감을 느낄 겨를이 없는 것이다.

이윽고 강한이 팔을 뻗쳐 문지윤의 어깨를 잡아 일으켜 세웠다.

그리고는 익숙하고 정확한 손놀림으로 옷을 벗겼다.

한 꺼풀씩 벗겨진 옷이 바닥으로 떨어졌고 곧 문지윤도 알몸이 되어서 강한 앞에 섰다.

"아이, 불 꺼."

그때야 정신난 듯 손바닥으로 각각 가슴과 아래쪽을 가린 문지윤이 몸을 웅크리며 말했다.

그러나 앞에 선 강한이 문지윤의 두 팔을 잡아 벌렸다.

문지윤의 알몸을 보려는 의도였다.

"아이, 참."

했지만 문지윤은 두 팔을 늘어뜨린 채 3초쯤 그대로 서 있었다.

문지윤의 알몸은 살이 찐 편이었다.

풍만하다는 표현이 어울릴 것이다.

힘차게 부풀어오른 가슴은 탄력이 느껴졌으며

조금 볼록한 아랫배에서 더 강한 성적 감동이 일어났다.

건강한 육체였다.

강한이 손을 뻗쳐 문지윤의 허리를 감싸 안았다.

탄력 있는 허릿살이 손에 잡혔다.

미끈하고 얍삽한 느낌과는 다르다.

두툼하면서도 강한 힘이 느껴졌다.

"나, 살쪘지?"

눈 주위가 붉게 달아오른 문지윤이 강한을 보았다.

둘은 마주보고 서 있었다.

강한은 눈을 가늘게 뜨면서 웃었다.

이제 계획했던 분위기가 된 것이다.

주도권을 쥐었으니 이쪽에서 리드하면 된다.

"아냐. 섹시한 몸매야."

"거짓말."

"내가 왜 거짓말을 해? 난 마른 몸매는 안 맞아."

정색한 강한이 문지윤의 허리를 당겨 안았다.

그러자 하반신이 닿았고 문지윤의 눈빛이 몽롱해졌다.

"어서, 못 참겠어."

강한의 목을 두 팔로 감아 안은 문지윤이 뜨거운 숨결을 뱉으며 말했다.

이제는 하반신을 밀착시켜서 자꾸 비벼대고 있다.

그러나 강한은 머리를 숙여 선 채로 문지윤의 이마에 입술을 붙였다.

문지윤이 눈을 감더니 반쯤 벌린 입술을 내밀었다.

키스를 기다리는 것이다.

강한의 입술이 부딪쳤을 때 문지윤의 혀가 금방 빠져나왔다.

둘은 부둥켜안은 채 한동안 뜨겁고 깊은 키스를 했다.

"어서."

다시 입술을 뗀 문지윤이 허덕이며 말했을 때는 참기 힘들 정도가 되어 있었다.

강한의 팔을 끈 문지윤이 먼저 침대로 앞장을 섰다.

방의 불은 환했지만 신경쓰지 않았다.

침대에 오른 문지윤이 몸을 던지듯이 누웠으므로 온몸이 출렁이며 흔들렸다.

문지윤이 두 팔을 벌려 강한을 받아들인다는 시늉을 하면서 말했다.

"자기야, 어서. 그냥 해."

그러나 강한은 문지윤의 말대로 해주지 않았다.

강한의 애무는 계속되었다.

목에서 가슴으로, 젖꼭지를 애무하던 강한의 입술이 아랫배로 내려갔다.

문지윤의 뜨거운 탄성이 방안을 메우고 있었다.

온몸을 강한의 리드에 맡긴 채 신음하는 문지윤은 악기였다.

능숙한 조율사의 손에 잡힌 악기는 천상의 음을 토해낸다.

문지윤의 온몸은 감동에 젖어 있었다.

명장의 손길을 느끼는 것이다.

강한은 끈질기게 기다렸고 마침내 악기는 천상으로 떠올랐다.

그 순간 문지윤은 흐느껴 울었다.

지금까지 이런 쾌감, 이런 감동을 느껴본 적이 없다.

하반신에 박힌 강한의 머리통을 감싸 안고 울던 문지윤은 여운까지 즐기고 나서야 깨달았다.

강한의 애무 만으로 절정에 올라버린 것이다.

그때 강한이 몸을 세우더니 문지윤의 몸 위에 올랐다.

그러자 다시 감동한 문지윤이 말없이 강한의 목을 두 팔로 감아 안았다.

 

 

다음날 아침 눈을 뜬 문지윤은 창가의 의자에 앉아있는 강한을 보았다.

탁자에 부착된 전자시계가 오전 8시 35분에서 깜박이고 있었다.

"어머, 벌써."

놀란 문지윤이 몸을 일으켰다가 알몸인 것을 깨닫고는 순식간에 얼굴이 붉어졌다.

시트로 몸을 감싼 문지윤이 욕실로 다가가면서 말했다.

"깨우지 저 혼자만 일어나서."

강한은 쓴웃음을 지었을 뿐 대답하지 않았다.

어젯밤에는 새벽 3시반이 되어서야 잠이 들었다.

문지윤은 녹초가 됐지만 만족했다는 것을 느낄 수가 있었다.

문지윤이 욕실에서 나왔을 때 강한은 저고리까지 입고 서 있었다.

"나 먼저 갈게."

강한이 차분한 시선으로 문지윤을 바라보며 말했다.

"어젯밤 좋았어, 진심이야."

"잠깐만."

당황한 문지윤이 눈을 치켜떴다.

"잠깐만 기다려."

"왜?"

"아, 글쎄."

"나한테 차비주려고?"

그러더니 강한이 지갑을 꺼내 100만원권 수표 두 장을 꺼내 탁자 위에 놓았다.

"내가 줄게. 이거 이백이야."

놀란 문지윤이 눈만 크게 떴을 때 강한은 쓴웃음을 짓고 나서 말했다.

"이런 경험 처음이겠지, 받아."

"왜 그러는거야?"

갈라진 목소리로 문지윤이 물었을 때 강한이 발을 떼며 말했다.

"돈 많은 여자는 좀 고급 같은 느낌이 들었거든.

 내가 돈을 주는 여자보다 말이야. 호기심도 일어났고."

문의 손잡이를 쥔 강한이 머리만 돌려 문지윤을 보았다.

"물론 돈 많은 여자 만나면 돈 받을 생각이었지. 거기에서 수수료도 떼어 주고 말이야."

숨도 죽인 듯 문지윤은 움직이지 않았고 강한은 말을 이었다.

"하지만 그건 적성에 맞지 않아서 그만 두기로 했어. 그럼 잘 지내."

문을 열고 밖으로 나온 강한은 길게 숨을 뱉었다.

가슴속의 진심을 그대로 다 이야기하지는 않았다.

돈 많은 여자를 만나 제비처럼 돈을 울궈낼 작정은 아니었다.

그보다 더 무지막지한 방법으로 엄청난 금액을 떼어갈 생각이었던 것이다.

그것이 납치건 강도건 방법에는 상관이 없다.

다만 인명을 다치게는 하지 않는 것 뿐이다.

그러나 막상 손가락을 하나씩 펴대는 문지윤을 본 순간에 만정이 떨어졌다.

몸을 미끼로 끌어들인 작전도 치사하고 부끄러워졌다.

한마디로 적성에 맞지않는 작전이었다.

그러나 강한이 집에 돌아와 천상태와 점심을 먹고 났을 때 휴대폰이 울렸다.

처음 보는 발신자 번호였지만 강한은 그것이 문지윤의 전화라는 직감이 들었다.

"아까 먼저 보내고 나 참 심란했어."

낮고 부드러우면서 정중한 느낌까지 드는 문지윤의 목소리가 울렸다.

"내가 실례한 것 같아서 말이야. 기분 나빴다면 용서해줘."

"이거 왜 이래?"

마침내 강한이 간지럼을 참지 못한 것처럼 몸을 비틀며 말했다.

"갑자기 왜 이렇게 점잖아진 거야?"

"아냐, 내 잘못이야."

"어젯밤 잘 하기만 하더라."

"아냐, 농담하지마."

"농담 아냐. 어젯밤 너무 좋았어."

다시 몸을 비틀면서 강한이 앞에서 어물거리는 천상태를 향해 웃었다.

이것도 예상하고 있었던 것이다.

빠르긴 했지만 미끼는 저쪽에서 물었다.

그것도 확실히. 그때 문지윤이 말했다.

목소리는 여전히 차분했다.

"돈 가져가, 응? 내가 밥 살게."

"돈은 무슨 돈."

했다가 강한이 정색했다.

 

"다음에, 내가 요즘은 바빠."

 

바쁜 일은 하나도 없다.

장미가 결혼하는 바람에 사업은 개점휴업 상태이다.

 

 

 

 

"오히려 돈을 줬다면서요?"

 

앞자리에 앉은 윤수정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묻더니 곧 피식 웃었다.

"미끼겠지. 그렇죠?"

"당연하게 그렇게 생각하겠지."

정색한 강한이 머리를 끄덕이고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로이드호텔의 스카이라운지에는 손님이 외국인 팀 두 테이블뿐이었다.

오후 3시여서 어중간한 시간이기도 했지만

이곳의 커피 한잔 값은 시내 커피숍의 세 배가 넘는다.

교통이 편리한 곳도 아니어서 라운지의 손님은 적은 편이었다.

"여기가 낮에 만나기 좋은 곳이죠."

강한의 모습을 본 윤수정이 웃음 띤 얼굴로 말했다.

"물론 지갑이 두둑한 사람한테요."

"그런 것 같군."

머리를 든 강한이 윤수정을 똑바로 보았다.

밤에, 그것도 어둑한 분위기에서만 보아온 윤수정이어서

낮에 본 지금 모습은 다른 사람 같았다.

조금 전에도 입구로 들어서는 윤수정을 처음에는 알아보지 못했다.

클럽에서는 긴 머리였는데 지금은 숏컷을 한데다 진 재킷에 바지를 입었고

더러운 운동화를 신었다.

귀여운 고등학교 남학생 같았다.

"문지윤씨, 화끈 달았어요."

강한의 시선을 받은 윤수정이 웃음 띤 얼굴로 말했다.

볼 한쪽만 보조개가 깊게 파였고 덧니가 드러났다.

그러고보니 얼굴에 화장기도 없다.

윤수정이 말을 이었다.

"저한테 그러더군요.

돈을 오히려 준 것도 작전 같긴 하지만 감동받았다구요.

그래서 전화했더니 바쁘다고 하셨다면서요?"

"그래, 지금 이렇게 바쁘잖아."

턱으로 윤수정을 가리킨 강한이 말을 이었다.

"내가 윤수정씨한테 10프로 주기로 했다는 말도 했어."

"잘 하셨어요. 다 짐작하고 있을 텐데요. 뭐, 놀라지도 않았을 걸요?"

"그러더군."

"그런데."

눈을 가늘게 뜨고 초점을 모으는 시늉을 한 윤수정이 강한을 보았다.

"우리, 지금 문지윤씨 작전회의를 하고 있는 건가요?

그것 때문에 저 부르신 거 맞아요?"

"아냐."

윤수정의 시선을 받은 강한이 주머니에서 봉투 하나를 꺼내 내밀었다.

"이걸 주려고, 받아."

"뭔데요?"

"계약금."

봉투를 받은 윤수정이 그 자리에서 안에 든 수표를 꺼내 보고는 눈을 크게 뜨고 강한을 보았다.

"3000만원."

3000만원짜리 수표였던 것이다.

놀란 듯 침을 삼킨 윤수정이 강한을 쏘아보았다.

"이건 무슨 명목이죠? 아직 문지윤씨 작업은 끝나지도 않았잖아요?"

"그건 없던 걸로 해."

"네?"

눈이 동그래진 윤수정을 향해 강한이 쓴웃음을 지어보였다.

"작전중지야. 이젠 안 만나."

"아니, 그럼."

"돈만 날렸냐구?"

"그것도 그렇지만."

"감동 먹인 것으로 끝내자구.

 서로 속셈 계산이 분주해서 그 여자 만나면 뇌가 꽉 찬 느낌이 들어.

물론 그 여자도 그렇겠지만. 그러다가 뇌가 먼저 터질 거야."

"푸웃!"

하면서 웃음을 터뜨린 윤수정이 손바닥으로 입술을 덮었다가 떼더니 금방 정색했다.

"그럼 돈만 버렸네, 200만원."

"자, 그건 잊자고. 대신 다른 작전을 만들어 줬으면 해. 그래서 부른 거야."

그러자 윤수정이 수표를 봉투에 넣더니 단정하게 접었다.

그리고는 재킷 가슴주머니 단추를 풀고 넣고나서 다시 잠갔다.

정성스런 동작이어서 강한은 입을 열지 못했다.

그때 머리를 든 윤수정이 강한을 보았다.

정색한 표정이었다.

"그 이야기. 우리, 방에 들어가서 해요. 제가 방 잡아올테니 여기서 기다리세요."

 

 

 

라운지 바로 아래층의 방에서는 한강과 강남의 거리가 내려다 보였다.

아직 햇살이 환한 오후의 강북강변도로와 올림픽도로에는 차들이 가득 차 있었다.

낮의 도시는 우중충했고 하늘도 매연에 찌들어 흐렸다.

"뭐 하세요?"

뒤에서 부르는 소리에 강한은 몸을 돌렸다.

욕실 가운 차림의 윤수정이 웃음 띤 얼굴로 서 있었다.

짧은 머리가 물에 젖어서 더 소년처럼 보였다.

다가온 윤수정한테서 상큼한 비누 냄새가 풍겨왔다.

이제 같이 창밖을 향하고 나란히 선 윤수정이 말을 이었다.

"보통 이런 때 여자가 씻고 올 동안 남자는 벗고 기다리는 거 아녜요?"

"뭐가 바쁘다고."

앞을 향한 채 강한이 말하자 윤수정이 키득 웃었다.

"역시 킹카야. 문지윤씨 뿐만 아니라 서연지하고 정경민이도 자기한테 홀딱 빠졌어."

"자기?"

정색한 강한이 머리를 돌려 윤수정을 보았다.

"게임도 치르기 전에 자기라고 할래?"

"꼭 게임 치러야 하나?"

윤수정이 팔을 뻗어 강한의 허리를 감아 안았다.

"난 그냥 스폰서 할게. 가끔 생각나면 불러줘."

"새로 시작할 작전이나 말해 봐."

"어떤 스타일로 할거야?"

"키워줄만한 애."

"응?"

정색한 윤수정이 강한을 보았다.

"키워서 뭘 하려고?"

"사냥."  

"으음."

윤수정이 눈을 가늘게 뜨고 강한을 보았다.

그러더니 다른 손을 뻗어 강한의 혁대를 풀었다.

"자기 정체가 뭐야?"

강한은 벤처기업 소유주로 아폴로에 등록했다.

바지가 흘러 떨어졌을 때 솟아오른 팬티를 보더니 윤수정이 숨을 들이켰다.

"내 정체?"

강한이 되물었지만 윤수정은 듣지 못한 듯 팬티만 끌어내렸다.

"너무 좋아."

헛소리처럼 중얼거린 윤수정이 강한의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강한이 윤수정의 머리칼을 두 손으로 쥐었지만 짧아서 잘 잡히지가 않았다.

"지금 생각이 났어."

갑자기 머리를 든 윤수정이 강한을 올려다 보면서 말했다.

조금 전 강한의 정체를 물은데 대한 대답은 구태여 들으려고 하지 않았다.

윤수정 또한 프로다.

"자기가 키워줄 애 말이야."

그러더니 상기된 얼굴로 몸을 일으켰다.

"자기야, 침대로 가자."

머리를 끄덕인 강한이 침대로 다가가면서 남은 옷을 벗어 던졌다.

윤수정도 가운을 벗으면서 침대에 올랐는데 알몸이다.

가운 밑에 아무 것도 걸치지 않은 것이다.

침대에 누운 윤수정의 몸을 내려다보던 강한의 얼굴에 웃음이 떠올랐다.

윤수정은 마른 몸매였다.

가슴도 작은 편이어서 눕자 그 부분은 평평해졌다.

아랫배는 홀쭉 들어갔고 허벅지 안쪽이 패인 것처럼 앙상했다.

그러나 종아리는 건강한 사슴처럼 탄력이 느껴졌고 피부는 윤기가 흘렀다.

"너무 말랐지?"

강한의 시선을 따르면서 보던 윤수정이 물었다.

정색한 표정이었고 눈동자는 흔들리지 않았다.

"섹시한데."

강한이 말하자 윤수정의 얼굴에 다시 웃음이 떠올랐다.

"나 잘 못해. 그러니까 자기 맘대로 해."

"무슨 말이야?"

"그냥 참지말고 해도 돼. 난 빨리 올라가는 스타일이니까."

그러면서 오라는 듯 두 팔을 벌려 보였다.

 

 

예상했던 대로 윤수정은 서툰 티가 역력했다.

익숙지 않을 뿐 아니라 몸까지 굳어 있어서 강한은 애를 먹었다.

그러나 차츰 시간이 흐르자 몸이 풀리면서 강한의 리드에 맞추기 시작했다.

만일 윤수정의 말만 믿고 서둘렀다면 강한은 나름대로 만족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윤수정은 전혀 뜨거워지지 않은 채 끝났을 것이 분명했다.

시작하기 전까지는 윤수정이 분위기를 이끈 터라 대부분의 남자는 눈치를 채지 못할 것이다.

윤수정이 절정에 오르고 나서 온몸을 늘어뜨렸을 때 강한이 입을 열었다.

아직도 강한은 윤수정의 몸 위에 엎드린 채였다.

"남한테 주려고만 하던 버릇이 배인 거야.

그래서 본인은 만족을 느낄 여유가 없었던 거지."

강한이 윤수정의 귀에 입술을 붙이고는 낮게 말했다.

간지러운 듯 목을 움츠렸던 윤수정이 팔을 들어 강한의 목을 감아 안았다.

"내가 오늘 처음 절정의 느낌을 받았다면 자기 믿지 않겠지?"

"믿어줄게."

"처음이야. 이런 느낌."

그러더니 하반신을 비틀어 강한의 몸을 느끼고는 신음을 뱉었다.

"너무 좋았어."

서로 알몸이 밀착되어 있어서 피부가 끈적거렸지만 오히려 그것이 윤활유처럼

기분 좋게 미끈거렸다.

이윽고 윤수정이 길게 숨을 뱉었으므로 강한은 몸을 굴려 옆으로 엎드렸다.

"고마워."

불쑥 윤수정이 말하더니 강한의 시선을 받고는 소리없이 웃었다.

방안의 불을 환하게 켜놓아서 윤수정의 두 눈이 반짝였다.

윤수정이 말을 이었다.

"내 몸을 열어주려고 끈질기게 노력해준 거 말이야."

"고진감래."

한 글자씩 발음한 강한도 얼굴을 펴고 웃었다.

"고생 끝에 낙이 온다는 말이지, 고생 끝의 낙은 더 크다는 의미도 되고."

"후후후."

짧게 소리내어 웃은 윤수정이 손을 뻗어 강한의 머리칼을 만졌다.

"가끔 나 안아줄 거지?"

"네가 원하면 언제든지."

"무리하지 말고, 한 달에 한 번도 좋아."

"나도 좋았어, 이제 말하지만."

"정말이야?"

"그래, 네 느낌은 최상이었어."

"이제 그만."

손바닥으로 강한의 입을 덮은 윤수정이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 애 말이야."

강한은 천장만 보았고 윤수정이 말이 이어졌다.

"대학 다니다 중퇴했는데 지금 우리 가게에서 피아노를 쳐"

"……."

"오후 3시에서 7시까지 낮시간에만 나와 일하니까 꾼들 눈에는 띄지 않았지.

만일 띄었다면 바로 요절이 났을 테니까 말야."

"……."

"스물셋, 날씬하고 잘 빠졌어. 나처럼 마르지도 않고 몸매가 멋져."

"너도 괜찮아."

"내 말이나 들어."

강한의 말을 자른 윤수정이 천장을 향해 또박또박 말했다.

"얼마 전에 나한테 돈 많은 남자 하나 소개해 달라는 거야.

그래서 내가 놀라 물었지. 갑자기 왜 그러냐고?

걔가 우리 가게에 피아노 치러 나온 지는 석 달쯤 되었는데

내가 홀딱 반해서 밤에 알바로 뛸 생각이 없느냐고 첨 만나던 날부터 물었거든.

근데 펄쩍 뛰더라고, 얼굴이 하얘져서. 그럼 피아노도 안 치겠다는 걸 내가 겨우 말렸거든."

"……."

"근데 갑자기 소개해 달라는 거야. 그러니까 걔를 만나봐."

"……."

"물건이야. 그늘이 낀 얼굴을 보면 남자들은 뿅 가게 돼 있어.

우리 웨이터 자식들이 걜 얼마나 좋아하는지 알아?"

윤수정의 얼굴에 쓴웃음이 떠올랐다.

 

 

<계속>

 

 

 

'소설방 > 강안여자' 카테고리의 다른 글

57. 킹카 (4)  (0) 2014.07.30
56. 킹카 (3)  (0) 2014.07.30
54. 킹카 (1)  (0) 2014.07.30
53. 생존자 (5)  (0) 2014.07.30
52. 생존자 (4)  (0) 2014.07.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