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 18장 꿈꾸는 세상 [8]
(383) 18장 꿈꾸는 세상 <15>
“중국에서 ‘동성’이 왜 인정을 받는 줄 압니까?”
TV에 출연한 중국 산둥성의 성장 우더린이 열띤 목소리로 말하자 밑에 자막이 떴다.
우더린은 지금 한중교역 22주년을 기념한 KBC의 ‘한중수교’ 특집에서 인터뷰를 하는 중이다.
우더린이 말을 이었다.
“그것은 각 지방의 동성이 그 지방 고유의 사업장으로 정착했기 때문입니다.
동성은 그 지방 주민의 소득을 높여줄 뿐만 아니라 교육, 문화, 체육 발전에 아낌없는 투자를 합니다.
그래서 주민들은 ‘동성’이 내 회사, 내 고장의 기업인 것처럼 느끼고 자부심을 갖게 되는 것입니다.”
미리 원고를 외우고 왔겠지만 유창한 언변이다.
그것을 저녁시간대의 한국인 시청자가 다 보고 있다.
“우리는 ‘동성’이 한국인 회사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중국인 회사, 또는 중·한 합자회사라고 믿고 있으며 실제로도 그렇습니다.”
서동수의 인터뷰 이후로 동성의 주가가 폭등한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한국은 물론 중국의 동성 관련 주식이 폭등해서 서동수의 재산 총액이
두 배로 늘어났다는 소문이 났다.
우더린이 똑바로 한국 시청자를 보았다.
우더린은 산둥성 성장이며 중국 정부의 지방장관이다.
그가 다시 말했다.
“나는 ‘동성’이 산둥성에서 시작하여 전 중국으로 확산된 것처럼
북한에서도 성공하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결국은 산둥성에서 시작되었다는 자화자찬이 들어갔지만 이런 선전은
그야말로 백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대박이다.
또 한 번 KBC 영웅캠프 팀이 대박을 친 것이다.
리모컨을 들어 TV 화면을 끈 서동수가 앞에 앉은 왕창궈 사장에게 말했다.
“그럼 출발하시지요.”
예, 회장님.”
자리에서 일어선 왕창궈가 인사를 하더니 몸을 돌렸다.
왕창궈는 신의주특구개발 사업단을 이끌고 출발하려는 것이다.
신의주특구를 맡기 전에 현황 파악을 해야만 한다.
왕창궈가 방을 나갔을 때 유병선이 입을 열었다.
유병선은 오늘 오후에 중국으로 날아왔다.
“회장님, 지방선거가 5개월 남았습니다.”
서동수의 시선을 받은 유병선이 말을 이었다.
“어떤 분이 저에게 조언을 했습니다.
이번 지방선거 전에 회장님께서 창당을 하고 후보를 내신다면 거의 전승하실 것이라고 합니다.”
“…….”
“그럼 2년 후의 총선도 완승할 것이고 3년 후의 대선에서도 승리하실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건 마치.”
서동수가 소파에 등을 붙이면서 웃었다.
“손에 좋은 패를 잔뜩 쥐고 고스톱을 친다는 말처럼 들리는군.”
입을 열었던 유병선이 다시 다물었고 서동수의 말이 이어졌다.
“한국의 대통령이 거저먹는 자리인가? 그렇게 쉽게 대통령이 되다니?”
“회장님, 그것은.”
“대통령은 정치인이 해야 돼.”
서동수가 불쑥 말하자 놀란 유병선은 숨을 들이켰다.
지금까지 서동수는 정치인을 부패하고 무능하며 사욕이나 채우는 부류로
치부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유병선의 시선을 받은 서동수가 쓴웃음을 지었다.
“정치는 사람을 다루는 거야. 난 기업가로는 맞을지 모르지만 정치인은 힘들어.”
서동수가 이제는 입맛을 다셨다.
“내 전처도 내가 직접 처리 못하는 것 좀 봐.”
(384) 18장 꿈꾸는 세상 <16>
“서 회장님을 위해서 내가 숙고한 것입니다.
오늘 저녁 7시에 임페리얼 호텔 라운지입니다.”
수화기에서 울리는 리정산의 목소리는 정중했고 간곡한 느낌까지 들었다.
다시 리정산의 말이 이어졌다.
“솔직히 말씀드리지요.
이것은 서 회장님한테 절호의 기회가 될 것이오.
나뿐만 아니라 내 주위에서도 아주 호의적이란 말입니다. 그럼.”
전화가 끊겼으므로 어깨를 늘어뜨린 서동수가 전화기를 내려놓았다.
그렇다면 리정산이 숙고한 것이 아니었다.
여럿이 함께 숙고해서 주선했다는 말이다.
벽시계가 오전 11시 반을 가리키고 있다.
이윽고 서동수가 인터폰의 벨을 눌렀다.
“예. 회장님.”
임청의 맑은 목소리가 울리자 서동수의 심장박동이 빨라졌다.
임청을 보고, 목소리를 들으면 희망이 솟는 것 같다.
그것은 민혜영도 마찬가지다.
“유 실장을 들어오라고 해.”
유병선이 당분간 중국 본사에서 근무하고 있는 것이다.
곧 방으로 들어선 유병선이 서동수의 눈짓을 받고 앞쪽에 앉았다.
그때 서동수가 메모지를 유병선에게 내밀었다.
“이 사람 조사해봐.”
메모지를 받은 유병선이 적혀진 이름을 보았다.
장치다. 리정산이 말해준 이름인 것이다.
머리를 든 유병선에게 서동수가 쓴웃음을 짓고 말했다.
“리정산 서기가 오늘 저녁 7시에 만나보라고 한 여자야.
베이징대 영문과 교수라니 인터넷에도 떠 있겠지.”
“리정산 서기가 말씀입니까?”
메모지와 서동수의 얼굴을 번갈아 보는 유병선은 긴장하고 있다.
“그럼 이분은….”
“내 결혼 상대로 소개시켜 주는 거야.”
“…….”
“가문이 좋다는군. 학벌, 미모도. 37살에 이혼 경력이 있다는 말도 해주었어. 아이는 없고.”
“…….”
“중국 고위층에서도 적극 추천한다는 거야. 이른바 정략적이지.”
“알겠습니다.”
커다랗게 머리를 끄덕인 유병선의 얼굴이 밝아져 있다.
“좋은 현상입니다. 회장님.”
“그렇게 생각하나?”
“항상 한두 계단 앞질러서 기회가 놓여지는 느낌이 듭니다. 회장님.”
“놓여진다고 했어?”
“그렇습니다.”
유병선의 얼굴에 웃음이 떠올랐다.
“물론 그렇게 놓여질 기틀을 잡으신 것은 회장님이십니다.”
“아부하지 마.”
유병선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제가 알아보고 오겠습니다.”
서둘러 방을 나가는 유병선의 뒷모습에서 시선을 뗀 서동수가 길게 숨을 뱉었다.
그렇다. 유병선의 표현대로 이것이 기회가 될 것이다.
가문이 좋은 중국 여자와의 결혼으로 중국인 인정을 받으면 활동 범위는 더 넓어질 것이고
기반 또한 굳어진다.
한국은 물론 북한에서의 사업도 더 안전해질 것이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 모른다.
유병선이 들어서는 바람에 서동수는 생각에서 깨어났다.
“쉽게 찾아낼 수 있었습니다.”
애써 흥분을 감춘 유병선이 서동수를 보았다. 눈동자가 반짝였다.
“장치 씨는 부친이 전 산시성 서기였던 장윈창이었고 조부는 부총리였던 장산이었습니다.
두 분 다 사망했지만 대단한 가문이죠.”
그래서 고위층들이 추천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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