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 대작전 (2)
"끙."
하면서 김명준이 몸서리를 쳤을 때 장미는 눈을 떴다.
열둘이다.
열둘까지 세었으니 6초.
"아이고."
엎어진 채 김명준이 심장이 터질 것처럼 가쁜 숨을 뱉었다.
6초를 뛰고 이 지랄인 것이다.
"미, 미안하다."
그때서야 제 정신이 든 김명준이 일그러진 얼굴로 말했다.
"네?"
장미가 눈을 크게 뜨고 물었다.
이런 때의 대처 방법도 미리 준비해 놓았다.
괜찮아요,
어쩌구 한다면 완전 프로페셔널로 취급받는다.
짜증을 내도 마찬가지.
숫처녀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어야 어울린다.
아프기만 하고, 더구나 내 샘은 소시지를 끊어 먹을 정도의 구조가 아닌가?
김명준은 넣고나서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했다.
오히려 장미가 완력기로 조이듯이 서너번 조이니까 끙, 해버렸다.
"아파요."
하고 장미가 몸을 비트는 시늉을 했으므로 김명준은 이때다 하는 표정으로 떨어졌다.
그러나 아직도 숨이 가쁘다.
"너, 너, 정말이구나."
엎드린 김명준이 헐떡이며 말했다.
"그, 손이 빠지지 않는다는 거 말야."
"여자는 다 그런 거 아닌가요?"
정색한 장미가 김명준을 보았다.
"그 포르노 테이프에서는 여자가 손을 가볍게 움직이던데. 난, 그게."
"네가 아주 좋은 거야."
그렇게 말한 김명준이 길게 숨을 뱉었다.
"난 그대로 좋았지만 너한테 미안한데."
"뭐가요?"
"나만 좋아서 말야."
"저도 좋았어요."
장미가 상기된 얼굴로 김명준을 보았다.
"사장님이 들어오실 때요."
"그래?"
"여자 쾌감이 그런가 보죠?"
"음? 음."
장미는 시트로 하체를 가리면서 힐끗 벽시계를 보았다.
오후 5시반이 되어가고 있었다.
김희선은 이미 계약금 5000만원을 받았고 잔금 5000만원은 모레 오전에
이곳을 나가면서 받게 된다.
그러나 장미는 오늘 저녁에 일을 끝내기로 마음 먹었다.
"나, 먼저 씻고 올 테니까."
엎드린 채 호흡을 가누던 김명준이 상반신을 일으키면서 말했다.
장미를 내려다보는 시선이 따뜻했다.
"우리 좀 쉬고나서 다시 한번 하자, 응?"
"좋으세요?"
불쑥 장미가 묻자 침대에서 일어선 김명준이 눈을 둥그렇게 떴다.
무슨 말을 그렇게 심하게 하느냐는 표정이다.
"그럼 좋구말구. 난 너 같은 여자는 첨이다."
"뭐가요? 저보다 예쁜 여자도 많이 만나셨을 것 같은데."
뻔히 알면서도 그렇게 묻자 김명준이 정색하고 말했다.
"네 몸이 그래. 네 그곳이."
김명준의 두 눈이 다시 번들거렸다.
"난 행운아다."
김명준이 욕실로 들어갔을 때 장미는 침대에서 상반신을 일으켰다.
그리고는 시트로 몸을 감싸안고 베란다 쪽으로 다가갔다가 주춤 걸음을 멈췄다.
베란다 밖에 강한이 서 있었던 것이다.
시선이 마주치자 옆쪽 벽에 기대 서 있던 강한이 머리를 끄덕여 보였는데 표정은 차분했다.
눈을 치켜뜬 장미가 다가가 베란다 유리문의 고리를 벗겼다.
그리고는 입술만 움직여 '개새끼' 라고 말해 주었다.
그러자 강한이 그 표정 그대로 다시 머리만 끄덕였다.
알아 들었다는 표시 같았으므로 장미는 쓴웃음을 지었다.
강한은 베란다 밖에서 다 보았을 것이었다.
아마 사진도 찍었을 것이다.
이제 문고리를 풀었으니 두번째 작업 때는 방 안으로 처들어 온다.
그러나 평균 6초대 작업이니 타이밍이 중요하다.
다시 침대에 앉은 장미는 길게 숨을 뱉었다.
그리고는 문득 강한이 인간 같지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김명준이 자세를 갖추고 들어온 순간이었다.
"커억."
김명준은 칼을 맞은 것 같은 신음 소리를 냈다.
장미가 꽉 잡은 것이다.
"아이구."
다시 김명준이 외마디 비명을 지른 순간 장미는 옆으로 스쳐 지나는 그림자를 보았다.
강한이다.
그순간 장미의 입에서 저절로 탄성이 터졌다.
"아아, 좋아."
이건 강한 들으라고 일부러 지른 소리였다.
그때 눈을 부릅뜨고 있던 김명준이 바로 정면에 나타난 강한을 보았다.
"어어어."
김명준의 놀란 외침소리. 누운 채로 장미는 김명준의 크게 치켜뜬 눈과 쩍 벌린 입을 보았다.
입가에서 갑자기 침이 주르르 흘러 젖가슴 위로 떨어졌다.
차다. 두어 방울이었지만 느낌이 끈적해 장미는 이맛살을 찌푸렸다.
"아이구."
김명준이 몸을 빼려고 엉덩이를 들었다가 내지른 비명이다.
장미가 잡고 있어서 빠지지가 않는 것이다.
"아이구."
두번째 비명. 장미는 일부러 그러고 있다.
강한에 대한 반발심 때문이었지만 그 원인이 무엇인지는 본인도 모른다.
강한은 지금 캠코더로 이 장면을 찍고 있는 중이었는데 숨소리도 내지 않았다.
소리없이 장미의 머리 왼쪽에 서서 작업 중이다.
"아아아. 이거."
놀란 김명준이 안간힘을 쓰면서 다시 엉덩이를 든 순간 빠졌다.
그리고는 몸을 옆으로 굴리더니 소리쳤다.
"너, 너, 누구야?"
장미는 시트를 머리 끝까지 뒤집어 썼다.
그리고는 시트 안에서 길게 숨을 뱉었다.
지금부터의 진행은 강한의 몫이었다.
그로부터 두 시간 후에 강한과 장미는 백용철이 운전하는 차의 뒷좌석에 타고 별장을 떠났다.
장미는 다시 새침한 표정이 되었고 강한도 반대쪽 창밖만 보았는데
이런 분위기에 익숙해진 백용철은 백미러도 보지 않았다.
차가 국도로 들어섰을 때 장미가 불쑥 말했다.
"뚜쟁이한테는 본래 계약대로 1000만원만 줘."
"당연하지."
강한이 백용철의 뒤통수를 바라보며 말했다.
강한은 김명준에게 5억5000만원을 뜯어낸 것이다.
김희선이 계약금 5000만원을 받았으니 딱 6억이다.
그때 장미가 다시 입을 열었다.
"저기, 누구라고 했지? 미국인."
"피터슨."
금방 대답한 강한의 시선이 처음으로 장미에게 옮겨졌다.
"왜? 마음이 바뀌었어?"
"10억이라고 했지?"
"거기에다 알파까지 있다던데."
"그 뚜쟁이한테 계약하겠다고 전해."
"그러지."
머리를 끄덕인 강한이 눈을 가늘게 뜨고 장미를 보았다.
앞쪽에서 다 들은 백용철도 차를 조심조심 몰았다.
긴장하고 있는 것이다.
"마음이 변한 이유는 뭐야?"
강한이 묻자 장미는 풀석 웃었다.
"아까 시간 계산 해봤어?"
"글쎄, 찍느라고 바빠서."
"이번에는 6초도 안걸렸을 걸? 기록을 또 갱신한 거야."
"……."
"그 피터슨인가 모터슨인가 그놈한테는 기록을 더 단축시켜 보려고."
"……."
"5초대에 10억이면 그것도 세계 신기록감 아니겠어?
1초에 2억. 나보다 더 많이 버는 사람 있으면 나와보라고 해."
그때 힐끗 시선을 주었던 강한도 장미의 두 눈이 번들거리는 것을 보았다.
그래서 유심히 보려고 눈을 치켜 떴을 때 장미는 머리를 돌려버렸다.
차 안에는 한동안 정적이 흘렀다.
이번에는 이 정적이 어색했는지 백용철이 헛기침을 하고는 백미러를 보았다.
"저기, 저녁 식사를 하고 들어가실까요?"
"애들 때문에 어쩔 수 없었어."
머리를 저은 황은숙이 길게 숨을 뱉었다.
영등포 시장 뒷골목의 조그만 커피숍 안이다.
황택수는 계단 아래의 출입구가 정면으로 내려다 보이는 자리에 앉아 있었는데
잔뜩 찌푸린 얼굴이었다.
"몇 달 동안은 내 친구 주소로 애들을 전입시켜 학교 다니게 해놓았지만
내 친구도 부산으로 이사를 하게 된 거야. 그래서 어쩌니?"
"그래서 누나 주민등록을 아예 영등포로 옮겨놔 버린 거야?"
황택수가 힐난하듯 묻자 황은숙도 눈썹을 치켜 세웠다.
"너, 죄를 짓지 않았다면서?
그리고 4억이나 들여서 편의점 차렸는데
요즘 세상에 그걸 누구 명의로 하란 말이냐?
남의 명의로 했다가 떼이면 법도 어쩔수 없다는 거 몰라?"
"그거야."
입맛을 다신 황택수가 외면했다.
황택수는 바로 어제 누나 황은숙이 말소시킨 주민등록을 영등포에다 복원시켰다는 걸 안 것이다. 놀란 황택수는 황은숙을 불러냈는데 오늘도 여러 번 장소를 바꿨다.
황은숙이 미행당하고 있을까봐 경계한 것이다.
주위를 둘러본 황택수가 입을 열었다.
"누나, 내가 누나한테 준 돈이 법에 걸리지는 않지만 나를 시기하는 놈들이 있어.
그래서 그런다니까."
"도대체 그놈들이 누군데?"
황은숙이 황택수를 노려보았다.
"네가 우리 식구 주민등록을 말소시키고 집을 옮기라고 할 때 내가 확실하게 했어야 했어.
너, 나한테 준 돈은 무슨 돈이야? 바른대로 말해."
"글쎄, 경매나온 물건을 팔아서 한몫 잡았다니까.
그런데 만일 내가 죄를 지었다면 경찰이 가만 있겠어?
당장 누나한테 갔겠지.
경매 일 때문에 나하고 원수진 놈들이 혹시나 누나를 해꼬지 할까봐 그런 거야."
열심히 말한 황택수가 손등으로 이마의 땀을 닦았다.
황택수에겐 어머니같은 누나였다.
벌써 몇 번째 같은 말을 되풀이했지만 누나는 믿음이 가지 않는 눈치였다.
이윽고 황은숙이 길게 숨을 뱉었다.
"어쩔 수 없어. 이미 신고를 했겠다. 편의점을 다른 사람 명의로는 절대로 할 수가 없어.
그게 우리 식구 밥줄이다."
"장사는 잘 된다면서?"
입맛을 다신 황택수가 묻자 황은숙의 표정이 밝아졌다.
"응, 목이 좋아. 잘 하면 한 달에 600만원은 벌어.
나하고 네 매형이 번갈아서 일하고 알바는 한 명만 쓸거야."
"잘 됐네."
"다 네 덕분이다."
그러다가 황은숙이 다시 긴 숨을 뱉었으므로 황택수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이제 엎질러진 물이다. 다시 담을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럼 내가 다시 연락할게."
주위를 둘러본 황택수가 따라 일어서려는 황은숙의 어깨를 손으로 눌렀다.
"누나는 잠깐 기다렸다가 나와."
"아니, 왜?"
"그냥."
쓴웃음을 지어보인 황택수가 발을 떼며 말했다.
"누나, 다시 연락할게."
"하루에 한번은 연락해라."
울상이 된 황은숙이 목 메인 목소리로 말했다.
"끼니 거르지 말고, 응?"
"매형하고 애들한테 안부 전하고."
"네 매형이 널 보고 싶다고 따라 나온다는거 말렸어."
황은숙의 말을 등 뒤에서 들으며 황택수는 계단을 내려왔다.
커피숍 밖으로 나온 황택수가 다시 주위를 둘러보았다.
사방을 살피는 버릇이 되어 있는 것이다.
밤 9시가 넘은 시간이었지만 영등포 시장 뒷거리는 인파로 가득 차 있었다.
이곳은 이 시간대가 가장 활기차고 혼잡한 것이다.
황택수가 발을 뗀 순간이었다.
갑자기 좌우에서 사내가 덮치더니 양쪽 팔을 끼었다.
그리고 뒤쪽에서도 하나가 목덜미를 잡았다.
강한이 저택을 떠났을 때는 밤 12시반이 되어갈 무렵이었다.
물론 뒷자리에 장미가 외면한 채 앉았지만 입은 열지 않았다.
차는 차량이 뜸해진 밤거리를 속력을 내서 달려갔다.
강한이 운전하는 차 뒤로 백용철과 천상태가 운전하는 두 대의 차가 따르고 있다.
이윽고 차가 고속도로 진입로에 들어섰을 때 강한이 입을 열었다.
장미는 아직도 영문을 모르고 있는 것이다.
강한이 거처가 탄로 났을지도 모른다고만 말했기 때문에
귀중품과 옷가지만 트렁크에 쑤셔넣고 차에 탄 것이다.
"황택수가 두 시간째 연락이 없어."
장미는 듣기만 했고 강한이 말을 이었다.
"나도 마찬가지이지만 팀원은 외출시에 한 시간마다 연락을 하기로 되어 있어.
어떤 일이 있더라도 말야. 그런데 황택수는 10시부터 연락을 안해."
"……."
"전화를 해도 받지 않아. 그건 무슨 의미겠어?"
"……."
"사고가 난 거야. 병원에 있다고 해도 누군가가 받겠지. 하지만 이 경우는."
강한과 장미의 시선이 백미러에서 마주쳤다.
"잡혔다고 봐야겠지. 핸드폰이 놈들 수중에 있는 거야."
"……."
"황택수는 누나 만나러 나갔어.
그런데 몸을 숨겼던 누나가 편의점을 차리려고 말소시킨 주민등록을 영등포에다
다시 복원시킨 거야."
"……."
"누나 위치가 드러난 거지.
그걸 안 황택수가 놀라서 오늘 누나를 만나러 간 거야.
가기 전에 다행히 백용철한테 이야기를 해 놓았어."
그리고는 강한이 길게 숨을 뱉었다.
"황택수가 우리 숙소를 부는 건 시간 문제야.
우리들의 연락처, 안가까지 다 드러난다고 봐야돼."
"도대체."
장미가 외면한 채 강한의 말을 잘랐다.
"언제까지 이렇게 쫓겨 다녀야 돼?
난 경찰에 쫓기는 것만 해도 지겹단 말야.
그런데 폭력 조직한테도 같이 쫓겨야 되느냐구?"
이번에는 강한이 입을 다물었고 장미의 말이 이어졌다.
"빨리 처리해. 내 앞에서 징징 짜지 말구."
"뭐?"
눈을 치켜뜬 강한이 백미러를 보았지만 장미는 외면한 채 시선을 받지 않았다.
"이게 뭐야? 한밤중에 가운 차림으로 야반 도주를 하는 신세가 말야.
넌 부끄럽지도 않아?"
창밖을 향한 채 장미가 쏘아 붙였고 차안에는 한동안 정적이 덮였다.
차 세 대는 고속도로를 맹렬한 속도로 달려가는 중이다.
"하나만 물어볼게."
하고 다시 장미가 입을 열었을 때는 그로부터 5분쯤이나 지난 후였다.
여전히 어두운 창밖으로 시선을 준 채 장미가 물었다.
"너, 날 경멸하지?"
그러자 강한이 앞쪽을 응시한 채 금방 대답했다.
"아마 너하고 비슷한 감정일 거야."
"왜 그렇게 생각하는데?"
"느낌이야. 감각이지."
그러자 장미가 코웃음을 쳤다.
"내 그런 꼴들을 본 느낌이 어때?"
"황홀하지. 예술이야."
"닥쳐."
쓴웃음을 지은 장미가 덧붙였다.
"위선자."
"네 꼴이 어때서? 난 볼수록 점점 더 매혹되고 있거든?"
"야, 소름 돋는다."
진저리를 치는 시늉을 한 장미가 백미러를 보았지만 강한은 시선을 들지 않았다.
그대 강한이 말을 이었다.
"언젠가 기회 있을 때 내가 지금 추진하고 있는 계획을 말해주지.
장애물들이 다 사라졌을 때 말야."
강한의 말이 열기를 띄었다.
"형이 처리해 주세요."
강한이 탁자 위에 가방을 올려놓고 말했다.
강남경찰서 안의 휴게실에는 박용수와 강한 둘뿐이다.
"안가 8개에 대한 전세 계약서입니다.
기간이 거의 끝난 곳도 있으니까 계약금도 받아주시고 나머지는 부동산에 연락해서 전세금 좀…."
"야, 내가 부동산 업자냐?"
버럭 화를 냈던 박용수가 곧 혀를 찼다.
"황택수가 언제 실종됐다구?"
"어젯밤 10시부터 연락이 안됩니다."
"최광규가 분명해?"
"그 놈 밖에 없습니다."
그러자 심호흡을 하고 난 박용수가 주머니에서 수첩을 꺼내더니 전화번호를 찾았다.
그리고는 휴대폰을 켜고 버튼을 눌렀다.
긴장한 강한은 박용수를 주시하고만 있다.
강남경찰서 강력반 형사 박용수는 강한에게 선배이자 형같은 존재였다.
이윽고 연결이 됐는지 박용수가 입을 열었다.
"나, 강남경찰서 강력반 박용수요."
그러더니 또박또박 말했다.
"최광규 사장한테 전해요.
어젯밤 10시에 황택수라는 사람이 실종됐는데 최광규 사장이 연루되었다고 하는군요.
신고자는 강한이라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수사를 해야겠는데…."
잠깐 말을 멈춘 박용수가 강한을 향해 쓴웃음을 지어 보였다.
"요즘 대상이 정해지면 아무리 은폐를 해도 흔적이 남는다는 걸 충고해 드린다고 전해 주십시오. 자, 그럼."
휴대폰의 덮개를 닫은 박용수가 말했다.
"최광규 비서한테 전했으니까 곧 전해질 거다.
하지만 범인들도 만만치 않아.
최광규가 황택수를 잡았다면 죽이지는 못하겠지만 산 송장으로 만들어 내보낼 거다."
"제 팀원인 천상태라는 놈도 한번 잡혔다가 지금도 후유증이 남아 있습니다."
"그런데 도대체."
탁자 위에 놓인 가방을 눈으로 가리키며 박용수가 정색했다.
"안가가 8곳이나 있었어? 내가 얻어준 곳을 제외하고 말이지?"
"어쩔 수 없습니다. 형님."
"너, 요즘 뭘 하고 지내는 거냐?"
"보시다시피 최광규하고 전쟁 중이지요."
"내 말은 뭘로 먹고 사느냐는 거야."
"최광규가 제 밥줄입니다."
"농담하지 마. 인마."
박용수가 눈을 부릅뜨더니 손바닥으로 가방을 두드렸다.
"안가 8곳을 전세로 빌려 놓았다면 그 돈만 해도 수억이 될텐데 말이야."
"15억쯤 됩니다."
"그 돈은 다 어디서 난거야?"
"최광규한테서 뜯어낸 겁니다."
"뭐야?"
놀란 박용수가 눈을 크게 떴다가 주위를 둘러 보았다.
그리고는 잇사이로 말했다.
"이 자식이 지금 큰일 내고 있구만."
"최광규는 제 동생 한이를 죽였지요. 저한테 빚이 많습니다."
"너, 위법 사실이 있다면 내 손으로 널 잡을거다."
"그럴 겁니다. 그땐 제가 형님 손에 잡히도록 하죠."
자리에서 일어선 강한이 박용수에게 머리를 숙였다.
"형님, 황택수 잘 부탁합니다."
"내가 오후에 최광규를 찾아가 볼 테니까…."
박용수가 정색하고 말했다.
"너도 일 크게 벌이지 마라."
"고맙습니다. 형님."
박용수와 헤어진 강한이 주차장으로 돌아왔을 때 차에서 기다리고 있던 천상태가 물었다.
"잘 됐습니까?"
"부탁은 했지만."
차에 오른 강한이 길게 숨을 뱉었다.
"황택수가 온전하게 나올 가능성은 희박한 것 같다."
천상태는 잠자코 차를 몰고 경찰서를 빠져 나왔다. 강한이 창밖으로 시선을 준 채 말을 이었다.
"이번에는 우리가 꼬리를 잡혔어. 한번 잡히면 그놈이나 우리나 각각 치명상을 입는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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