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강안여자

39. 대작전 (1)

오늘의 쉼터 2014. 7. 29. 10:15

39. 대작전 (1)

 

 

 

 

 

"김명준, 36세, 한동재단 이사장의 장남, 한동대학 경제학부 교수,

미국 LA소재 그랜드패시픽 대학 경제학 박사, 일리노이왓튼 대학 석사,

택사스 더반대 졸업, 뉴욕 IPC 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인터넷의 한동대학 게시판에 떠있는 김명준의 약력이었다.

모니터 화면에서 시선을 뗀 강한에게 천상태가 말했다.

천상태는 김명준의 뒷조사를 해왔다.

대성금융에서 강한의 팀원으로 활동했을 때 천상태는 추적 전문이었다.

"3년 전에 오영그룹의 둘째딸인 박지나하고 결혼했지만 1년 전부터 별거 중입니다.

성격차이라고 알려졌지만 실제로는 김명준의 여자관계 때문이더군요."

머리만 끄덕인 강한에게 천상태가 말을 이었다.

"김명준은 여자관계가 아주 복잡합니다."

쓴웃음을 지은 천상태가 말을 이었다.

"살림 차려준 여자가 하나,

현재 관계를 맺고있는 여자가 4일동안 파악된 것만 해도 4명입니다.

합이 다섯이죠."

"그 새끼, 물개 거시기를 먹었나?"

"차는 두 대. 학교 갈 때는 국산차를 타고 학교만 벗어나면 벤츠를 몹니다."

"재산 상태를 말해봐."

"한동전자, 한동유통, 한동상사 지분을 모두 합하면 2천억 가깝게 됩니다."

"상속세는 다 냈어?"

"그런 문제는 없는 것 같던데요."

"근데 2박3일에 1억이라니, 더 받아야겠다."

"당근이죠."

강한의 시선이 힐끗 천장을 스치고 지나갔다.

2층에는 장미가 있는 것이다.

그때 다시 천상태가 말을 이었다.

"김명준은 장미를 의정부 외곽에 있는 별장으로 데려갈 겁니다.

그곳이 그놈의 섹스 파티장이거든요."

"당연히 별장으로 데려가겠지."

"지난번처럼 미리 장치를 해놓을까요?"

그러자 강한이 천천히 머리를 저었다.

"아니, 이번에는 그럴 필요없어"

"그럼 어떻게?"

그러자 강한이 옆에 놓인 인터폰을 들었다.

"누구야?"

수화구에서 울리는 목소리가 앞쪽에 앉은 천상태에게도 들렸다.

2층의 장미였다. 입맛을 다신 강한이 말했다.

"상의할 일이 있는데 올라가도 되겠지?"

"꼭 얼굴 보고 말해야 돼?"

"그게 무슨 말이야?"

강한의 시선을 받은 천상태가 외면했다.

그때 장미의 목소리가 울렸다.

"나, 지금 벗고 있단 말야."

"……."

"물론 네가 내 벗은 몸에 흥분하지 않는다는 거 알아."

"……."

"그렇다고 벗은 채 널 오라고 하기도 그렇잖아. 옷입기 귀찮아서 그래."

"좋아. 여기서 말하지."

눈을 치켜뜬 강한이 앞쪽을 보았지만 천상태는 외면한채 서류를 정리하는 척 했다.

강한이 말을 이었다.

"김 박사하고 스케줄 잡아야겠다. 이번 토요일 어때? 토, 일요일 2박으로."

"그 자식, 진짜 박사야?"

"그건 나중에 알아볼 테니까."

"좋아. 가격은 그냥 1억으로?"

"그래, 하지만."

"옳지."

하면서 장미의 말에 웃음기가 띄워졌다.

"플러스 알파가 있구나. 그지?"

"현장에서 덮칠 거야."

"아하, 현장에서."

장미가 짧게 웃었다.

"결정적인 순간에 말이지?"

"그래."

"너희들은 아주 황홀한 장면을 보게 되겠군 그래."

"그러니까 너하고 긴밀한 연락이 필요해."

"어떤 포즈가 좋을까? 물론 사진을 찍을테니까 그놈이 뒤에서? 아니면 위에서?"

"그건 아무거나 좋아, 넣고만 있으면."

"넣고만 있으면."

혼잣소리처럼 따라 말했던 장미가 와락 소리쳤다.

"야, 이 시바야. 몇 초면 끝날건데 언제까지 넣어두란 말야!"

 

 

 

"찾았습니다."

소파 앞으로 다가선 조철이 최광규를 보았다.

두 눈이 번들거렸고 온몸이 금방이라도 튕겨 나갈 것 같은 생기를 띠고 있다.

최광규의 시선을 받은 조철이 말을 이었다.

"황택수는 부모를 일찍 잃고 누나가 키웠습니다.

열두살 손위 누나가 그놈의 유일한 가족입니다."

"찾아냈군."

최광규의 얼굴에 웃음기가 번졌다.

강한은 말할 것도 없고 팀원인 천상태와 황택수, 백용철에다

이번에 배신을 한 조재일과 유기호를 찾으려고 모든 정보망을 동원했던 최광규였다.

그런데 이제 황택수의 유일한 가족인 누나를 찾아낸 것이다.

그때 조철이 말했다.

"기다리면 황택수를 잡을 수 있습니다. 회장님."

"놓치지 마라."

정색한 최광규가 조철을 보았다.

"그년 집 감시도 철저히 하고 있지?"

"예, 하지만."

"지금도 경찰이 붙어있어?"

"예, 2교대로 따라 다닙니다."

"끈질기군."

최광규가 입맛을 다셨다.

그 년이란 장미를 말하는 것이다.

장미가 강한과 팀이 되어 있다는 것은 진즉 파악되었다.

그러나 장미는 경찰이 잡으려고 눈에 불을 켜고있는 상황이다.

살인 강도 혐의에다 수십번의 절도, 인터넷 사기범인 장미를 잡는다면 일계급 특진은 분명했다.

그래서 경찰이 2교대로 장미의 집을 감시하고 있는 터라 섣불리 행동할 수가 없다.

경찰이 보호막을 쳐놓은 상황인 것이다.

그때 조철이 말을 이었다.

"반년 전만 해도 황택수 누나는 아침에 우유 배달을 했고 매형되는 놈은 세차장에서 일했는데

지금은 영등포 당산동에 4억짜리 편의점을 차렸습니다."

"그게 다 내돈이야."

쓴웃음을 지은 최광규가 조철을 보았다.

"그놈을 잡으면 다 토해놓아야 될 거다."

"예, 회장님."

"기다리면 오겠지."

눈을 치켜뜬 최광규가 잇사이로 말했다.

"어느 정도 기다렸다가 안 오면 그 가족을 몽땅 인질로 잡는거야. 애들은 몇이냐?"

"예, 초등학교 4학년, 1학년, 둘입니다."

"그것들까지 다 잡는다."

"예, 회장님."

"이제 강한이 이놈 잡을 날도 멀지 않았다."

최광규가 번들거리는 눈으로 조철을 보았다.

"내가 껍질을 벗길 거다. 내 손으로 말야.

살아 있다는 것이 너무 끔찍해서 제발 죽여달라고 애원을 하게 될 거다."

강한에 대한 최광규의 원한을 알고 있었으므로 조철은 잠자코 들었다.

황택수 가족도 재빠르게 숨기는 했다.

처음에는 다른 가족처럼 주민등록을 말소시켜 종적을 찾지 못하게 했지만

보름 전에 영등포에서 주민등록 재신고를 한 것이다.

편의점을 차리려면 어쩔 수가 없었을 것이다.

조철이 방을 나갔을 때 최광규가 핸드폰을 들었다.

버튼을 누르자 곧 연결이 되었다.

"내가 8시쯤 들어간다."

최광규가 대뜸 말하자 수화구에서 나긋나긋한 여자 목소리가 울렸다.

"네, 저녁 준비해 놓을게요."

"오늘은 간호사복을 입고 있어."

눈을 가늘게 뜬 최광규가 앞쪽을 바라보며 말했다.

"실감나게 입으란 말야."

"네, 회장님."

"오늘은 날 의사 선생님으로 부르도록."

"네, 선생님."

"그리고."

입안에 고인 침을 삼킨 최광규가 말을 이었다.

"간호사복 밑에는 아무것도 입지마."

"예, 선생님."

"침대를 병실 침대처럼 만들어."

"예, 선생님"

통화를 끝낸 최광규의 두 눈이 번들거렸다.

이번에 데려온 장세희는 선수였다.

특히 연기를 잘해서 실감이 났다.

 

 

 

 

 

 

오늘은 강한이 운전하는 차 뒷좌석에 김희선과 장미가 앉았다.

셋은 지금 김명준의 의정부 별장으로 가는 중이다.

"의정부 시내에서 택시를 타고 오라는 거야. 그 작자는 제 별장을 노출시키고 싶지 않나봐."

김희선이 웃음띤 얼굴로 말했다.

"제가 모시러 와도 될 텐데 얼굴 팔릴까봐 그것도 못하는 모양이지?"

장미는 창밖을 내다본 채 대꾸하지 않았으므로 김희선이 이번에는 강한에게 말했다.

"강 사장, 김 박사는 2박3일로 끝나면 되는 거고 그,

피터슨이 다음 주말쯤 한국에 올텐데 어떻게…."

"지금 누구한테 말하는 거야?"

하고 장미가 날카롭게 말을 잘랐다.

눈을 치켜뜬 장미가 옆에 앉은 김희선을 노려보았다.

"아줌마, 사람 옆에 앉혀놓고 지금 무슨 짓을 하는 거야?"

"네가 자꾸 고집을 부리니까 그렇지."

눈웃음을 친 김희선이 혀를 찼다.

"겨우 연결시켜 놓았는데 네가 복을 차는 것 같아서 그런다."

"아무튼 그건 나한테 물어봐야 되는 거야.

쟤는 내 매니저라기보다 보디가드 역할에 가깝단 말야."

"아유, 그래. 잘났다."

이맛살을 찌푸린 김희선이 힐끗 백미러를 보고 말했다.

"그나저나 강 사장은 참 대범해. 얘 성깔을 그냥 견디고 살다니."

"그저 흘려 들으면 됩니다."

강한이 말을 받았을 때 장미가 김희선에게 몸을 돌렸다.

"아줌마, 그놈한테는 내가 어떤 년이라고 소개했어?"

"응?"

눈을 크게 뜬 김희선이 당황한듯 2초쯤 망설였다.

그때 장미가 쓴웃음을 지었다.

"김 박사인지 그놈한테는 내가 대학 갓 졸업한 처녀라고 했다면서?

그럼 그놈한테는 뭐라고 했느냔 말야?"

"한국의 톱 모델."

불쑥 김희선이 말했으므로 장미는 눈만 크게 떴고 강한까지 백미러로 뒤를 보았다.

차는 의정부 시내로 진입하는 중이었다.

장미의 시선을 받은 김희선이 쓴웃음을 지었다.

"내 일이 쉬운줄 아니?

상대방 남자의 기호부터 파악해 놓은 후에 거기에 맞는 여자를 피알 하는 거다.

남자들의 기호는 다양해. 특히 돈 있고 많이 놀아본 놈일 수록 주문이 까다롭지."

길게 숨을 뱉은 김희선이 말을 이었다.

"김 박사 이놈은 주로 평범한 여자를 좋아한다.

얼굴이나 몸매가 평범한 게 아니라 모델이나 배우,

하다못해 잘 나간다고 소문이 난 여자는 무조건 이거야."

손가락으로 X표를 그려보인 김희선이 쓴웃음을 지었다.

"그놈은 그런 여자에 질린 거야. 그래서 아직 물들지 않은 여자를 고르는 거다."

"그러다가 된통 물리는 거지."

웃지도 않고 말한 김희선이 정색하고 김희선을 보았다.

"본론으로 들어가서. 그 피터슨이라는 놈한테 날 모델이라고 한 이유는 뭐야?"

"그놈은 배우보다 모델을 좋아해."

김희선도 정색하고 장미를 보았다.

"네 사진을 몇 장 확대해서 가져갔고 인쇄소에 부탁해서 잡지 표지를 다시 만들어 붙였어.

네 사진이 표지를 장식한 잡지를 만든거지."

이번에는 김희선도 놀란듯 크게 뜬 눈만 깜박였다.

김희선이 말을 이었다.

"멋있게 만들었어. 어떤 년보다도 더 이뻤다.

반하지 않는 놈이 비정상이지.

피터슨 보좌관한테 들었는데 네 사진을 보더니 일정을 당겨 한국에 온다는 거다."

"……."

"물론 보좌관 그놈한테도 좀 주기로 했어. 내 몫에서 말야."

"……."

"내 경비가 그냥 혼자만 먹는 것이 아니라니까. 인연만 있다고 되는 일도 아냐."

그때 약속장소인 의정부 시청이 보였다. 여기서 택시로 갈아타야 하는 것이다.

 

 

 

 

 

 

김명준은 헌칠한 키의 미남이었다.

미남의 기준은 천차만별이었지만 까다로운 장미가 봐도 상위권에 들만 했다.

첫째로 돈 잘 쓰는 건달한테 흔히 보이는 천박함이 보이지 않았다.

미국에서 박사까지 받은 수준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바탕이 준수했다.

귀공자 풍이었지만 약하고 가늘지 않았다.

눈동자가 자주 굴러가지 않았으며 목소리가 듣기 좋았다.

별장 응접실로 안내되어 오면서 장미는 빠르게 뛰는 심장 고동을 들었다.

정말 오랜만에 감동을 받은 것이다.

그러자 문득 의정부시청 앞까지 운전해 온 강한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놈은 상놈이다.

구별하기 쉽게 양반 상놈을 옛날에 잘 만들어 놓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명준이 양반의 전형이라면 강한은 상놈 대표쯤 될 것이다.

거칠게 굵은 용모, 상놈 말씨, 머릿속에 들은건 김명준의 백분의 일이나 될까?

"학교 올해 졸업했다구?"

소파에 앉은 김명준이 물었으므로 장미는 생각에서 깨어났다.

"네."

"취직은 안했고?"

"못했어요."

시선을 내린 장미가 대답하자 김명준의 얼굴에 웃음기가 떠올랐다.

만족한 웃음이다.

김명준은 장미를 본 순간부터 긴장한듯 몸을 굳히고 있었는데 장미는 눈치채고 있었다.

놀란 것이다.

남자들의 그런 표정을 많이 겪어본 터라 장미는 여유있게 연극을 했다.

"이런 제의가 들어왔을 때 어땠어?"

김명준이 다시 물었다.

이야기로 어색한 분위기를 부드럽게 하려는 목적도 있겠지만

이곳에 오게된 이유를 듣고 싶은 것이다.

다 그렇겠지만 특히 김명준같은 분류는 자만심이 강하다.

장미가 머리를 들고 김명준을 보았다.

잘 생겼다.

장미의 심장이 다시 두근거렸다.

"유혹은 대학 다닐 때도 많았죠.

목욕탕에서 만난 아줌마가 선금 1억을 줄 테니까 가게에서 일하자고 했을 때부터요."

긴장한 김명준이 똑바로 장미를 본다.

이런 표정을 보면 장미는 자신만만해 졌고 실제로 사기는 다 성공했다.

KTX에서 강한도 이런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는 약이 든 드링크를 처먹고 수금한 돈을 털렸다.

"하지만 거절했고 지금까지 한번도 유혹에 넘어간 적이 없죠."

그런데, 하는 표정으로 김명준이 보고 있었으므로 장미는 속으로 '병신' 했다.

"지금까지 입사시험을 12번 보았어요.

그중 4번은 합격했는데 모두 제 용모에 점수를 주었기 때문이더군요.

비서실로 발령나고, 쇼룸 모델로 배치되거나 홍보실 광고요원으로 뽑혔으니까요."

다 거짓말이다.

그러나 김명준은 이미 빨려 들었다.

장미가 말을 이었다.

"다 그만두었을때 이번 제의가 왔어요.

2박3일에 1억 주겠다구요.

전 1억이든 10억이든 문제가 아니었어요.

좋아. 그럼 내 용모, 내 몸으로 때우겠다.

이게 차라리 더 정직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아요."

"좋아."

장미의 말이 끝나자마자 김명준이 말했다.

얼굴에 환한 웃음이 떠올라 있다.

"아주 솔직하고 분명한 표현이야. 말해줘서 고마워."

"사장님같은 분을 만나서 전 기뻐요."

장미가 손바닥을 볼에 붙이며 말했다.

김희선은 김명준을 회사 사장 취급을 해주라고 했다.

김명준이 그렇게 위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 나도 기쁘다. 널 만나게 되어서."

그러더니 김명준이 눈을 가늘게 뜨고 물었다.

"그런데 너, 섹스 경험은 있겠지?"

"있어야 해요?"

정색한 장미가 물었으므로 김명준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지워졌다.

"아니, 왜?"

"믿기지 않으시겠지만."

그리고는 한 호흡 쉬고나서 장미가 똑바로 김명준을 보았다.

"전 그 경험이 한번도 없거든요?"

장미는 김명준의 반응이 무척 궁금했다.

 

 

 

 

 

 

지금까지 장미는 숫처녀 싫다고 한 남자 못보았다.

저 자신 뿐만 아니라 주변을 다 뒤져도 그렇다.

오죽 숫처녀가 그리웠으면 머나먼 동남아까지 원정을 가서 돈주고 숫처녀를 샀다가

붙잡혀 감옥에 가겠는가?

가만 생각하면 우습기도 했지만 사회 풍속인 걸 어찌하란 말인가?

언젠가 숫처녀한테 돈을 받고 섹스를 하는 시대가 올지도 모른다.

그때 장미의 시선을 받은 김명준이 어깨를 치켜 올렸다가 내리면서 길게 숨을 뱉었다.

그리고는 말했다.

"아니. 뭐, 괜찮아."

그때 장미는 김명준의 콧구멍이 벌름거리는 것을 놓치지 않고 보았다.

사람 표정을 유심히 관찰하면 제가 아무리 시치미를 뚝 떼고 있어도 심정이 드러난다.

어느 한쪽이든 표시가 나타나는 것이다.

바로 콧구멍이 그중 하나이다.

아무리 도통한 인간이라도 제 콧구멍까지 조종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래서 흥분을 하거나 웃음을 참는 인간들을 보면 콧구멍이 벌름거린다.

지금 김명준은 기뻐서 웃음이 나오려는 것을 참고 있는 것이다.

여전히 장미가 시선을 주고 있었으므로 김명준이 말했다.

"조금 놀랍기는 하군. 지금까지 섹스를 한번도 안했다니."

"남자 친구는 두 명 있었지만 제가 컨트롤 했으니까요."

"섹스 혐오증은 아니겠지?"

김명준이 다시 밝은 표정으로 물었다.

이런 대화를 싫어하는 남자는 없다.

장미는 김명준의 두 눈이 번들거리는 것을 보았다.

이놈은 이제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10분 안에 옷을 벗으라고 할 것이다.

내기를 해도 좋다.

장미가 대답을 기다리는 김명준을 향해 피식 웃어 보였다.

"아뇨, 저도 가끔 자위를 하는데요. 뭘."

"으음. 자위를."

김명준이 신음소리를 냈다.

이제는 두 눈 밑까지 상기되었다.

"자위는 어떤 식으로 하는데?"

그렇게 물었던 김명준이 스스로도 어색한 듯 풀석 웃었다.

"그냥 궁금해서 그래. 말하기 싫으면 관두고."

"손으로 했어요."

"으음. 손으로."

"그런데."

"그런데 뭐?"

"좀 이상해요."

"뭐가?"

애가 탄 김명준이 입에 고인 침을 삼켰다.

그리고는 상체까지 앞으로 기울였다.

"뭐가 이상해?"

"제가 포르노도 몇 개 보았거든요?"

"그, 그래서?"

"거기서 여자가 자위하는 장면을 보았는데."

"음."

다시 침을 삼킨 김명준이 눈으로 재촉했다.

장미가 말을 이었다.

"거기서는 여자가 손으로 비벼대던데 전 안되더라구요."

"으음?"

"왜 그런지 모르겠어요."

"그, 그게, 왜?"

"손으로 하면 잘 빠지지가 않거든요?"

"으음?"

이복만이 평균 7초3을 기록했지만 김명준은 그 이하로 만들 작정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미리 예고를 한 셈이었는데 숫처녀라고 했으니

그게 이상하다고 말해줘야 앞뒤가 맞는다.

미사리의 선생님한테서 피나는 연습을 했다고 말해주면

김명준은 심장마비로 죽을지도 모른다.

"그러면."

하고 김명준이 일어섰는데 바지 지퍼 부분이 솟아올라 있었다.

그래서 장미는 무의식중에 팔목시계를 보려다가 말았다.

아까 10분안이라고 했는데 5분도 안걸렸을 것이었다.

"저기, 침대로 갈까?"

입에 고인 침을 삼킨 김명준이 갈라진 목소리로 말했다.

"부끄러워 할 것 없어. 그리고 무서워 하지도 마. 내가 아주 조심스럽게…."

하다가 김명준이 재채기를 했다.

침이 숨구멍으로 넘어간 것 같았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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