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9> 18장 꿈꾸는 세상 [3]
(373) 18장 꿈꾸는 세상 <5>
칭다오행 비행기는 ‘한국항공’을 탔다. 자가용 동성1호를 이용하지 않은 것이다.
그래서 비즈니스석에는 서동수와 비서실의 민혜영이 나란히 앉았고
뒤쪽에 경호원 겸 수행비서 최성갑이 탔다.
비행기가 서해상에서 순항고도에 들어섰을 때 서동수는 민혜영에게 물었다.
“미스 민은 어떤 정치인을 좋아하나?”
“없습니다.”
대답이 바로 돌아왔으므로 서동수가 쓴웃음을 지었다.
민혜영은 이제 중국 본사의 비서 임청과 함께 서동수의 최측근 비서가 되어있다.
인사기록에 의하면 화명여대 영문과 졸업, 학원 강사로 근무하다가 동성에 입사한 지 2년 차,
부모가 고교 교사인 교육자 집안의 장녀다.
26세, 168센티, 50킬로, 빼어난 미모에 8등신 체격이다.
물론 그래서 비서실장 유병선이 측근 비서로 발령을 냈다.
이것이 회장의 월권이며 특혜라고 대드는 인간이 있다면 명왕성에서 왔다고 봐도 될 것이다.
서동수가 다시 물었다.
“그렇다면 좋아하는 정치인이 없는 이유를 말해주겠나?”
“정치인이 입법기관이라지만 특전이 너무 많습니다.
그러니 권세를 부리고 군림하는 인간들이 되더군요. 그래서 싫습니다.”
다시 민혜영이 거침없이 말했으므로 서동수가 정색했다.
“그렇지 않은 정치인도 있을 텐데.”
“있겠지요.”
민혜영이 맑고 또렷한 눈으로 서동수를 보았다.
“하지만 그들이 대세를 뒤집기에는 역부족인 것 같습니다.”
서동수가 시선을 돌리고는 의자에 등을 붙였다.
민혜영도 서동수가 정치권의 유혹을 받고 있다는 것은 눈치채고 있을 것이었다.
그것은 회장님이 나선다고 해도 어려울 것이라는 말처럼 들렸다.
네 꿈은 뭐야?”
다시 불쑥 서동수가 물었더니 민혜영의 얼굴에 웃음기가 떠올랐다.
“작은 기업이라도 경영하는 CEO가 되고 싶어요.”
민혜영의 눈동자가 반짝였고 볼이 조금 상기되었다.
그 순간 가슴이 막힌 느낌이 든 서동수가 숨을 들이켜고 나서 다시 묻는다.
“꿈을 위해 노력하고 있나?”
“배우고 있습니다.”
“어떻게?”
“회장님을 모시면서요.”
“나한테서?”
“네.”
“배운 점이 있으면 듣자.”
그랬더니 어깨를 부풀렸다가 내린 민혜영이 똑바로 서동수를 보았다.
“용기가 있으셨어요.”
“만용일 수도 있지.”
“미련없이 나서시는 것에 감동받았습니다.
이만큼 이루시고도 그렇게 나서는 사람은 드물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치고, 또 있어?”
“정직함이요.”
서동수의 시선을 받은 민혜영이 얼굴을 붉히며 웃었다.
“회장님은 정직하시다고 회사 내에서도 소문이 났습니다. 저는 그런 회장님을 존경합니다.”
“음, 그만하면 됐다.”
“진심으로 말씀드린 것입니다.”
“애인은 있니?”
“있었지만 작년에 헤어졌습니다.”
이번에도 거침없이 대답한 민혜영의 얼굴이 다시 상기되었다.
그러나 시선을 떼지 않는다.
그 순간 서동수는 레이의 모습을 떠올렸다. 민혜영이 레이가 되어있는 것이다.
서동수가 얼굴을 펴고 웃었다.
“그래 너도 정직한 성품인 것 같다.”
(374) 18장 꿈꾸는 세상 <6>
산둥성 당서기 리정산은 52세로 세련된 차림에 말쑥한 용모였다.
나이보다 대여섯 살 젊게 보였는데 서동수의 중국어를 듣더니 환하게 웃었다.
“중국어 잘하신다고 들었는데 과연 그렇군요. 제 보좌역보다 낫습니다.”
오전 11시, 리정산이 수행원들을 이끌고 칭다오의 동성 본사를 방문한 것이다.
예전에는 당서기가 기업체를 방문하는 경우는 아주 드물었다.
그런데 근래에 들어서 경제에 이득이 된다면 격식이나 체면도 벗어던지는 것이다.
회장실에는 서동수와 왕창궈 사장, 리정산과 보좌역까지 넷이 둘러앉았다.
리정산이 녹차 잔을 들면서 서동수를 향해 지그시 웃었다.
“회장님, 내가 한국 TV 보는 재미를 붙였습니다.”
서동수가 말없이 웃기만 했다. 예상했던 것이다.
리정산도 영웅캠프를 보았다. 다시 리정산이 말을 이었다.
“회장님의 인기가 하늘로 치솟고 있다는 뉴스도 들었습니다. 축하합니다.”
“과찬이십니다.”
이제는 정색한 서동수가 앉은 채로 허리를 굽혔다.
“그저 한때의 분위기지요, 그리고 많이 편집이 되었습니다.”
“천만에요, 그대로 나간 것도 제가 압니다. 그래서 더 인기가 높아졌다는 것도 말입니다.”
리정산의 두 눈이 안경알 안에서 반짝였다.
서동수도 리정산에 대해서는 안다.
당 서열 20위권이며 떠오르는 별 중의 하나이다.
국가주석의 신임을 받고 있는 측근이라는 것이다.
그때 리정산이 서동수를 보았다.
어느덧 얼굴의 웃음기가 지워져 있다.
“회장님, 정치를 하시지요.”
서동수와 시선이 마주치자 리정산이 한마디씩 차분하게 말을 이었다.
“저희들이 적극 지원하겠습니다.”
“지원이라니요?”
“회장님만 한 적임자가 없습니다.”
다시 서동수가 입을 다물었고 리정산은 심호흡부터 했다.
“이곳 사업도 저희들이 지원해드릴 것입니다.”
리정산의 시선이 왕창궈를 스치고 지나갔다.
서동수는 왕창궈의 표정에 변화가 없는 것을 보았다.
리정산의 말을 예상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런 말씀을 하시리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는데요.”
어깨를 늘어뜨린 서동수가 웃음 띤 얼굴로 말했더니 리정산도 쓴웃음을 지었다.
“때를 놓치시면 안 됩니다. 회장님.”
“생각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서기님.”
“회장님은 북한에도 필요하신 분입니다.”
서동수는 숨을 들이켰다. 예상은 했다. 리정산이 말을 이었다.
“중국에 기반을 두신 채로 북한으로도 사업을 확장하시는 것입니다.
그와 동시에 남한에서 정치적 입지를 굳히게 되지 않겠습니까?”
“…….”
“북한에 뿌리를 굳히는데 ‘동성’만큼 조건이 좋은 기업이 없습니다.
‘중국 동성’은 아예 북한 내부에 진출하는 것이지요.
북한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것입니다.
다시 리정산의 얼굴에 쓴웃음이 번져졌다.
“그렇게 된다면 회장님은 남북한 양국에서 지지를 받는 유일한 인물이 되지 않겠습니까?”
리정산의 시선을 받은 서동수가 천천히 머리를 끄덕였다.
정치를 하라고 권할 때부터 감을 잡았다.
서동수는 어깨를 부풀리며 숨을 들이켰다.
과연 그런 세상이 올 것인가?
그때의 한반도는 어떤 모양이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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