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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8> 18장 꿈꾸는 세상 [2]

오늘의 쉼터 2014. 7. 28. 00:38

<188> 18장 꿈꾸는 세상 [2]

 

 

(371) 18장 꿈꾸는 세상 <3>

 

 

 

 

 

 

민족당 백기현 의원실에서 전화가 왔는데요.”

다음 날 오전 서울 본사로 출근한 서동수에게 비서실장 유병선이 보고했다.

“백 의원이 꼭 통화를 하고 싶답니다.”

유병선의 눈빛이 강한 것을 보면 거부감이 일어난 것 같다.

 

백기현은 야당인 민족당 원내총무로 4선 의원이다.

 

이 정도면 둔갑만 못할 뿐이지 반절은 귀신이 되었다고 봐도 될 것이다.

 

그 반귀반인(半鬼半人)이 찾는 것은 분명히 곡절이 있다.

 

그리고 좋지 않은 사연이다.

 

이렇게 유병선의 얼굴에 적혀 있다.

 

오전 9시 반이다.

 

머리를 끄덕인 서동수가 말했다.

“전화 연결해.”

시선을 든 유병선이 잠자코 핸드폰을 꺼내더니

 

버튼을 눌렀고 보좌관을 통해 서동수와 백기현이 연결된 것은 10초도 걸리지 않았다.

“어이구, 서 회장님.”

서동수가 인사를 했을 때 백기현이 수십년지기처럼 반갑게 맞았다.

“이거, 전화로 실례가 많습니다. 회장님.”

“아닙니다. 찾으셨다고 해서요.”

“서울에 계신 줄로 아는데 한번 뵈었으면 하는데요. 꼭 좀 부탁합니다.”

“어이구, 제가 막 중국으로 떠나려는 참이어서요. 이거 어떻게 하지요?”

“이런, 약속이 있으시군요.”

“예. 그쪽 정부 인사들이어서요.”

“그럼 공항에서 뵐까요? 제가 공항으로 가도 되겠습니까?”

“아니, 그렇게까지.”

힐끗 옆쪽에 서 있는 유병선에게 시선을 주었던 서동수가 말을 이었다.

“무슨 일이십니까? 대충 윤곽부터 알고 의원님을 뵙고 싶은데요.”

“아아, 그래 주시겠습니까?”

백기현의 목소리가 밝아졌다.

“제가 영웅캠프를 감명깊게 보고 나서 꼭 뵙고 싶었지요.

 

한국당은 대통령부터 서 회장께 관심을 갖고 계시는 줄 알지만 우리 민족당도 마찬가지올시다.

 

30분만 이야기하면 됩니다.”

“좋습니다. 그럼 공항 가는 길에 제가 여의도 근처로 가지요.”

“예. 제가 기다리겠습니다.”

이렇게 해서 서동수는 백기현과 11시에 만나기로 약속을 했다.

 

그러고는 서동수가 핸드폰을 들고 직접 버튼을 누른다.

 

이제 회장실에는 서동수 혼자뿐이다.

 

신호음이 세 번 울렸을 때 곧 응답소리가 울렸다.

 

어젯밤 전화번호를 받은 국정수석 장경수다.

“예, 회장님.”

장경수의 목소리는 밝다.

 

55세이며 재선 의 원, 행안부 장관, 대학교수를 거친 대통령의 측근.

 

이제야 알았지만 인맥이 넓고 사교성이 많은 인물이다.

 

서동수가 백기현과 만나기로 했다는 사실을 전해 주었더니 장경수가 웃음 띤 목소리로 말했다.

“곧 접촉해 오리라고 예상했습니다.

 

만나기로 약속하셨다니 할 수 없군요.

 

하지만 말씀드릴 것이 있습니다.”

서동수가 핸드폰을 고쳐 쥐었고 장경수의 말이 귀를 울렸다.

“오늘 만나면 별 이야기가 없을 겁니다.

 

하지만 곧 회장님을 만났다고 언론에 발표할 겁니다.

 

이른바 김빼기 작업이지요.”

“무슨 김 말씀입니까?”

“민족당이 무슨 큰 제의를 한 것처럼 터뜨려

 

한국당 내의 서 회장님 지지 세력을 흔들어 놓는 것이지요.

 

회장님이 부정하셔도 이미 만난 것으로 김이 빠진 겁니다.”

이제는 쓴웃음만 짓는 서동수에게 장경수가 말을 이었다.

“그것을 역이용하는 방법이 있지요.

 

제가 바로 손을 쓸 테니까 회장님은 모른 척하고 만나시지요.”

이것이 정치란 말인가? 군사작전보다 더하다.

 

 

 

 

 

 

 

(372) 18장 꿈꾸는 세상 <4>

 

 

 

 

 

여의도의 한강호텔 라운지에서는 한강이 내려다 보인다.

 

라운지의 밀실에 서동수와 백기현이 둘이서 마주 앉아 있다.

 

인사를 마치고 나서 막 자리에 앉은 것이다.

 

테이블 위에는 잔과 서너 종류의 음료수 병이 놓여져서 종업원이 들락일 필요도 없게 되었다.

 

오전 11시, 맑은 날씨여서 한강 건너편의 아파트 단지도 선명하게 보인다.

 

백기현은 50대 초반으로 단정한 용모에 웃음띤 인상이다.

 

물잔을 든 백기현이 웃음띤 얼굴로 말했다.

“제가 서 회장님 만났다는 것이 곧 알려질 것이고 우리가 입을 열지 않아도 갖가지 설이 돌겠지요.”

서동수는 웃음띤 얼굴로 듣기만 했고 백기현의 말이 이어졌다.

“회장님도 난처하셨을 겁니다.

 

만나자는 데 거부하기도 그렇고 만나서 할 이야기도 없으실 테니까 말입니다.”

백기현이 서동수를 보았다.

“회장님이 정치를 하신다면 제가 따라가지요.

 

우리 민족당에서도 저하고 같이 행동할 동지들이 있습니다.”

“…….”

“물론 여당 쪽에서도 나서겠지요. 대통령께서 지원해 주실지도 모릅니다.”

“…….”

“이 말씀을 드리려고 뵙자고 했습니다.”

어느덧 정색한 백기현이 말을 이었다.

“물론 오늘 이 회동을 비밀로 할 수는 없습니다.

 

아마 여당 측에서는 회장님이 공항에 도착하시기도 전에 우리들의 회동을 언론에 알려주겠지요.

 

제가 무슨 말을 하건 물타기를 하려는 의도인데 저는 회장님이 민족당에 입당하도록

 

권고한 것으로 하겠습니다.

 

그럼 믿을 겁니다.”

“…….”

“제가 말씀드린 내용을 언론에 이야기하셔도 상관없습니다.

 

약속 드리지만 전혀 원망하지 않겠습니다.”

그러고는 백기현이 얼굴을 펴고 웃었다.

 

서동수는 어깨를 늘어뜨리면서 가늘고 긴 숨을 뱉었다.

“저는 정치에 맞지 않는 인간입니다.”

백기현의 시선을 받은 서동수가 천천히 머리를 저었다.

 

어느덧 서동수도 정색하고 있다.

“그리고 저는 그런 과분한 제의를 받을 자격도 없습니다.”

평가는 국민이 하는 겁니다.”

부드럽게 말한 백기현이 지그시 서동수를 보았다.

“가끔 자신의 잠재된 능력을 모르고 지내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다시 심호흡을 한 서동수가 손목시계를 보는 시늉을 했더니 백기현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공항에 가셔야지요. 만나주셔서 감사합니다. 회장님.”

예의바르고 분명한 성격 같았다.

 

백기현과 헤어진 서동수가 공항으로 달리는 차 안에서 장경수에게 전화를 했다.

 

기다리고 있었는지 장경수는 신호음이 두 번 울렸을 때 전화를 받는다.

 

서동수가 인사를 마치자마자 바로 말했다.

“백 의원이 저한테 민족당에 입당하는 것이 어떠냐고 제의했습니다.”

서동수가 말하자 장경수는 웃음띤 목소리로 대답했다.

“예상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기자들한테 그렇게 보도자료를 보내려고 준비해 놓았습니다.”

장경수의 말이 이어졌다.

“오히려 회장님의 주가가 상승될 겁니다. 백 의원도 그쯤은 알고 있겠지요.”

그러자 사실대로 말하지 않은 것에 대한 죄책감이 스르르 사라진 느낌이 들었으므로

 

서동수의 머릿속 말이 울렸다.

“내가 정치인이 되어가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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