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5> 17장 보스의 자격 [9]
(364) 17장 보스의 자격 (17)
그리고 그날 저녁 9시에 KBC는 ‘서동수 특집’을 방영했다.
DBC의 특집을 보완하는 형식의 방송이었지만 제목이 충격적이었다.
DBC의 ‘진실을 알고싶다’에 맞춰 KBC는 ‘진실은 이것이다’라고 제목을 붙인 것이다.
그러니 TV를 켠 가정은 모두 KBC로 채널을 옮겼다.
홍대 앞 카페 ‘르망’에 모였던 세 여자도 마찬가지다.
먼저 미얀마 한인회랑 유갑수 씨가 나와서 조목조목 이야기를 하는 동안
시청자들의 열기가 뜨거워졌다.
“이런 시발.”
DBC의 본관 휴게실에서 TV를 보던 오수환 PD가 이 사이로 말했다.
옆자리에 앉아있던 후배 기자가 슬그머니 일어나 사라졌다.
“이 시발놈이.”
화면에서 이제 동성 공장장의 이야기가 끝나가고 있었는데 오수환이 다시 욕설을 뱉었다.
그때 뒤쪽 의자에 앉아있던 작가가 일어나 화장실 쪽으로 가는 시늉을 하더니 복도로 나갔다.
오수환은 이를 악물었다.
저것들은 증거로 승부를 겨눈 것이다. 당했다.
“거봐.”
서동수의 ‘넣고 두 시간’ 소문을 말했던 양미연이 소리쳐 말했다.
양미연은 지금 TV를 보면서 핸드폰으로 친구 김서은과 통화를 한다.
김서은은 DBC가 미쳤다고 한 여자다.
“내가 뭐랬어? 서동수가 그것도 잘하고 멋진 놈이라고 했지?”
“그래, 내가 뭐래?”
김서은이 맞장구를 쳤다.
마치 제 오빠가 살인 누명을 벗은 것처럼 들뜬 목소리다.
“서동수가 대통령 돼야 돼?”
요즘은 걸핏하면 대통령이지만 어쩌랴?
대통령은 최고의 찬사를 받고 올라가야 할 직위인 것이다.
‘진실은 이것이다’
프로가 끝났을 때 KBC PD 오태곤은 길게 숨을 뱉었다.
“축하해.”
다가온 보도부장 노금봉이 어깨를 세게 쳤으므로 오태곤이 이맛살을 찌푸렸다.
복도로 나온 오태곤의 주위로 선후배들이 모두 알은체를 하고 지나갔다.
“이봐, 시청률 42%야, 태대박이라구!”
노금봉이 헐떡이며 말했으므로 오태곤은 다시 어깨를 늘어뜨렸다.
만일 ‘영웅캠프’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이것은 마치,
그렇게 세우기만 하고 넣지 못한 꼴이 될 것이다.
그 시간에 서동수는 칭다오 동성의 회장실에서 막 TV 화면을 끈 참이다.
칭다오는 오후 8시 20분이다.
한국보다 1시간이 늦다.
‘진실은 이것이다’
프로를 다 보았지만 어쩐지 가슴이 개운하지 않았으므로 서동수는 소파에 등을 붙였다.
씻겨져야 할 텐데 무언가 찌꺼기가 남아있는 느낌이 든 것이다.
그때 노크 소리가 울리더니 방 안으로 임청이 들어섰다.
손에 서동수의 흰색 핸드폰이 쥐어져 있다.
“회장님, 서울의 블루하우스입니다.”
중국인 비서 임청이 청와대를 그렇게 표현했다.
검은 두 눈동자가 반짝이고 있다.
서동수의 시선을 받은 임청이 말을 이었다.
“비서실장이십니다.”
숨을 들이켠 서동수가 핸드폰을 받아 귀에 붙였다. 빠르다. ‘진실은 이것이다’를 보았구나.
“예, 서동수입니다.”
응답했더니 곧 양용식의 목소리가 울렸다.
“방금 KBC를 보았습니다. 서 회장님도 보셨지요?”
“예. 실장님.”
“제가 며칠 전에 드린 말씀 기억하시지요?”
양용식의 목소리는 부드러웠지만 울림이 강했다.
(365) 17장 보스의 자격 (18)
한대성 대통령은 취임 3년3개월이 되었으니 5년 임기에서 바야흐로 집권 하반기로 들어선 상황, 이때쯤 되면 가만있던 놈도 뜬금없이 나대고 언론은 또 가만있는 엄한 인간을 붙잡고 휘둘러 대는 것이 통례다. 그런데 이번 한대성 치하에 이르러서는 조용했다. 여야가 다 고만고만, 어슷비슷한 대권 주자가 늘어선 바람에 흥미를 유발시키지 못한 탓도 있지만 첫째 한대성이 후계자를 지목하지 않은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나댔다가는 당장 끝장이 날 것이고 야당인 민족당 측에서는 상대를 보고 나서 이쪽 선수를 내세운다는 방침인 것이다. 책상에 앉은 한대성이 지그시 양용식을 보았다. 한대성은 68세, 양용식보다 세 살 연상으로 과묵하다 온건한 성품이나 한번 한다면 하는 성품, 국민 지지도는 평균 50%대, 물론 취임 첫해에는 70%까지 솟았지만 계속 50%대다. 이만하면 역대 최고기록이라고 언론에서 떠들어 대었지만 한대성은 무덤덤하다. 별명이 포커페이스, 의원 시절에는 ‘오리발’이었다. 시치미를 뚝 떼는 것에 선수였기 때문이다. 양용석이 말을 이었다. 이 인기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의문입니다.” 윗사람 모시는데 익숙한 터라 모서리에 비스듬히 서서 정면을 가로막지 않는다. 서동수가 고교 선배인 이대용 의원한테 그랬다고 합니다. 여자관계가 복잡해서 정치 못 한다고 말입니다. 그뿐만 아닙니다. 서동수가 동양전자 팀장이었을 때 리베이트를 먹은 것이 탄로가 나서 웃음거리 소재가 무궁무진하다는 말까지 들립니다.” 서동수에게 영웅캠프에 출연하라고 말한 것은 한대성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 이유는 말해주지 않았다. 전처럼 불쑥 한마디 던졌는데 이번 일은 그냥 시킨 대로는 못 하겠다. 그것을 어떻게 수습하면 좋겠습니까?”
“제가 이야기했습니다.”
다음 날 아침, 한대성과 둘이 있게 되었을 때 양용식이 말을 꺼내었다.
“이번에 ‘진실은 이것이다’로 서동수가 신드롬을 일으켰지만
양용식이 대통령의 테이블에 바짝 다가섰다.
“게다가 서동수는 약점이 많습니다.
“…….”
“중국 공장에서 다시 거액의 리베이트를 챙긴 다음 독립해 나갔다는 소문이 있습니다.”
“…….”
“민족당 측에서는 벌써 서동수를 ‘리베이트 백과사전’ 또는 ‘삥땅의 명수’로 부르고 있습니다.
“…….”
“물론 인간적인 매력은 있습니다만….”
그때 한대성의 눈동자에 초점이 잡혔다.
“솔직하지요?”
불쑥 한대성이 묻자 양용식이 입안의 침을 삼켰다.
“예, 대통령님.”
“용감해요?”
“그건….”
숨을 들이켰다 뱉은 양용식이 대답했다.
“그런 것 같습니다.”
“그럼 봅시다.”
만나자는 말이었으므로 양용식이 호흡을 가누었다.
“대통령님.”
한대성을 부른 양용식이 시선을 맞췄다.
“언론은 물론 당에서도 대소동이 일어날 것입니다.
진즉 묻고 싶었던 말이었는데 청와대로 부른다니 이제는 어쩔 수 없다.
그때 한대성이 어깨를 부풀렸다가 내리더니 한마디 했다.
“자문을 받으려는 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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