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장 요하(遼河) 25 회
양광이 계책을 묻자 유사룡은 최홍승이 배구를 비난하고 탄핵한 것을 상기하고
거꾸로 배구의 편을 들어 말했다.
“신이 보기에 을지문덕이 약속한 시일은 아직 지나가지 않았으므로 반드시
이를 간교한 술책이라고 단정짓기는 어렵습니다.
황문시랑 배구로 말하자면 폐하께서 지극히 아끼시는 충신이요,
또한 그는 누구보다 앞장서서 요동 정벌을 주장해온 사람입니다.
더욱이 폐하께서 매양 말씀하시듯이 배구는 그 탁월한 화술과 남다른 꾀로
낙양 사람 소진이나 혹은 장의에 비견할 만큼 뛰어난 인재입니다.
세상에서 배구를 속일 만한 자가 과연 몇이나 되겠습니까?
을지문덕이 제아무리 말을 잘하고 꾀가 많기로 아무려면 다른 이도 아닌 배구를
그처럼 감쪽같이 속여넘길 수가 있겠습니까?
지금 9군의 장수들은 각기 맡은 군대를 제대로 통솔하지 못해 사정이 어렵게 되자
공연히 모든 책임을 남에게 떠넘기려고 만만한 배구를 제물로 삼아 욕하며 힐책하는 것입니다.
그들은 이구동성으로 을지문덕의 간계를 말하였사온데,
문덕을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눠본 배구가 말하지 않은 간계를 어찌 문덕과는
말 한 마디 나눈 적이 없는 장수들이 그토록 훤히 아는지,
신은 오히려 그것이 궁금합니다.
폐하께서 이미 배구를 믿으셨으면 의심하지 말고 기다리소서.”
유사룡의 말에 양광은 고개를 끄덕였다.
황제의 앞을 물러나온 유사룡은 곧 배구에게로 달려갔다.
“무슨 대책이 있어야겠네. 지금은 내가 극렬히 자네를 두호하여
간신히 위태로운 시기를 넘겼지만 장수들이 아직 육합성에 머물고 있으니
언제 황제의 마음이 바뀌고 자네가 봉변을 당할는지 알 수가 없네.”
배구는 유사룡의 입을 통해 제장들이 여출일구로 자신을 탄핵하고 출병을 극간하였다는 말을 듣자
크게 놀라고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그때까지도 을지문덕과 맺은 약속을 조금도 의심하지 않았다.
두어 달 가까이 지나는 사이에 요동성 성루에는 황색 깃발 일곱이 올랐고 홍색 깃발은 보이지 않았다.
그는 을지문덕이 일을 잘 처리하고 있구나 하고 생각했다.
“지금까지 요동의 일곱 성주가 우리 편에 가담하였으니 문덕이 신의를 저버린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자네가 어떻게 그것을 아는가?”
“문덕이 성루에 깃발을 꽂아 신호를 보내기로 했는데 그 말한 바가 한 치도 어김없이 지켜졌습니다.
만일 이 같은 때에 군사를 내어 성을 친다면 그야말로 지난 달반은 허송세월을 한 셈입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그것만은 막아야 합니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이 을지문덕의 계략일 수도 있지 않은가?
지금 대병의 사기가 꺾이고 식량이 떨어져 군진마다 도탄에 빠진 것이
마치 새의 알을 쌓아놓은 형국과 같네. 장수들이 저토록 날뛰는 사정도
아주 이해가 가지 않는 바는 아닐세.”
유사룡의 걱정하는 말을 듣고 한동안 궁리하던 배구는 마침내 을지문덕이 있는
요동성에 사람을 보내기로 하였다.
그는 서찰 한 통을 써서 자신의 심복에게 맡기고 그로 하여금
은밀히 요동성을 다녀오라고 하니 배구의 심복이 고구려인 복장으로 위장하여
요동성을 찾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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