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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장 요하(遼河) 24 회

오늘의 쉼터 2014. 7. 27. 09:45

제13장 요하(遼河) 24

 

 

 

그런데 우승 유사룡은 탁군 태수 최홍승에게 한가닥 깊은 원심을 품고 있었다.

그는 황제의 어가를 따라 탁군에 머물 때 태수 최홍승의 집에 초대를 받은 일이 있었는데,

하필이면 주연이 계속되는 동안 곁에서 시중을 들던 여자가 최홍승이 아끼던

묘저(妙姐)라는 애첩이었다.

그런 사실을 까맣게 모르던 유사룡은 연회가 무르익을 동안 묘저에게 반해 한동안 수작하다가

은근히 수청을 들도록 권했다. 묘저는 이 사실을 최홍승에게 말하며,

“소첩이 술시중까지는 마지못해 따랐으나 만일 잠시중까지 들라고 한다면

차라리 목을 매고 죽는 편이 낫겠습니다.

서경에서 온 양반은 돌아가면 그뿐이지만 나리는 앞으로 죽는 날까지 모셔야 할 분입니다.

그런데 지금이야 다들 술에 취하여 이래도 그뿐이고 저래도 그뿐이지만,

술이 깨고 나면 저를 품을 때마다 그 말을 할 것이요,

어쩌면 이 일이 원인이 되어 영원히 나리를 모시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죽었으면 죽었지 제 어찌 그와 같은 바보짓을 하리이까.”

하고 눈물을 줄줄 흘리니 최홍승이 묘저를 뒤로 빼돌리고 다른 여자로 하여금

유사룡의 수청을 들도록 하였다. 이미 취한 유사룡은 잠동무가 묘저인 줄만 알고

하룻밤 정분을 쌓은 뒤 이튿날 눈을 떠보니 곁에 난데없는 여자가 누워 있는지라

그만 대경실색하여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잠든 여자를 흔들어 깨우고 꼬치꼬치 사정을 캐물어 자초지종을 듣고 나자,

“서운한 마음이야 들지만 묘저가 탁군 태수의 애첩이었다면 능히 그럴 수도 있는 일이지.”

하고 마음을 다스렸다. 그로부터 얼마 뒤에 우연히 젊은 장군 우중문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그가 돌연 최홍승의 애첩 중에 묘저라는 계집이 있음을 말하고서,

“내가 탁군에 와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최홍승의 집에서 만난 묘저인데,

그 계집이 미색도 절륜하지만 특히 이불 속에서 쓰는 방중술이 기가 막힙디다.

최홍승이 나날이 젊어지는 비결이 무엇인지 궁금했는데 알고 봤더니

모다 그 묘저의 음기 덕택인 게요.”

하며 자랑하는 것을 듣자 은근히 수가 뒤틀렸다.

우중문은 유사룡과 나이를 잊고 사귀어온 망년지우(忘年之友)여서 허물없이 한 말이었으나

듣는 유사룡의 소회는 남달랐다.

“정말 묘저와 동침을 하였소?”

“이르다뿐입니까.”

“혹시 다른 계집이 아닙디까?”

“우승은 내가 소경인 줄 아시오? 첫날은 내쪽서 우겨 데리고 잤지만

둘쨋날은 묘저가 제 방에서 자리를 펴놓고 기다렸으며,

셋쨋날은 술을 얼마 먹지도 않았는데 묘저가 은근히 다리를 꼬집는 바람에

중간에 일어나 잠을 자러 갔다오.”

그리고 나서 우중문은 최홍승이 묘저를 자신에게 바칠 뜻이 있다고까지 자랑하였다.

그 후에 최홍승은 과연 자신이 총애하던 애첩을 우중문에게 바치고

그 덕으로 검교좌무위장군에 봉해졌다.

유사룡은 비록 우승의 지위에 있었지만 우문술과 마찬가지로 선제 양견의 신하요,

우중문은 위문승과 함께 양광이 극히 아끼던 사람이므로 출세를 바라던 최홍승으로서는

당연히 우중문의 편에 서지 않을 수 없었지만 당자인 유사룡에게는 울화가 치미는 노릇이었다.

“탁군 태수 따위가 한낱 하찮은 계집 하나로 어찌 이리도 나를 무시하고 능멸하는가!”

유사룡은 홀로 어금니를 깨물며 한동안 분한 마음을 이기지 못하였는데,

최홍승이 대병을 인솔하는 틈에 끼어 따라오게 되자 언제고 그때 당한 모욕을 앙갚음하려고

기회만 엿보던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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