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2> 17장 보스의 자격 [6]
(358) 17장 보스의 자격 (11)
미비서실장 유병선의 전화가 왔을 때는 오후 3시경이다.
서동수는 현지법인 사무실에서 전화를 받았다.
서동수가 응답하자 유병선은 인사를 마치고나서 대뜸 물었다.
“회장님, 그곳에 DBC 취재팀이 갔지 않습니까?”
“그래서?”
“그자들은 DBC의 ‘진실이 알고싶다’팀입니다. 제가 방금 연락을 받았습니다.”
서동수는 의자에 등을 붙였고 유병선의 말이 이어졌다.
“DBC는 경쟁사인 KBC의 특종보도에 열을 받은 상황입니다.
거기에다 ‘영웅캠프’팀에 대한 경쟁의식도 있구요.
그래서 이번에 회장님의 사생활과 기업 내막에 대한 취재를 기획한 것 같습니다.”
유병선의 목소리에 점점 열기가 띠었다.
“저도 방금 KBC 측에서 연락을 받았습니다.
DBC팀이 미얀마로 떠났다는 정보를 받고 바로 저한테 연락을 해준 것입니다.”
“두 시간 후에 레이가 DBC와 인터뷰를 하기로 했어.”
“네에?”
외마디 비명을 뱉은 유병선이 말까지 더듬었다.
“회, 회장님, 그것은 보류시키시는 것이, DBC 의도는 뻔합니다.
그들에게 말려드는 것이 됩니다.”
“그럼 언론을 막고 속인다는 말인가?”
정색한 서동수가 묻자 유병선은 더 더듬거렸다.
“아, 아니, 그, 그런 의도는 아닙니다.
저쪽이 악의적으로 나오는데 말려들 필요는 없다는 것이….”
“거짓으로 꾸며낸다면 반박은 해야지. 하지만 피하지는 않겠어.”
맺듯이 말한 서동수의 목소리가 부드러워졌다.
“나는 내 딸한테만 부끄럽지 않은 아버지가 되는 것으로 만족해. 그러면 돼.
그러고는 전화를 끊었더니 앞쪽 테이블에 앉아있던 레이가 물었다.
“보스, 무슨 일이 있어요?”
“아니.”
눈을 가늘게 뜬 서동수가 레이를 보았다.
옅게 화장을 하고 투피스 정장 차림의 레이는 눈이 부시도록 아름다웠다.
“레이, 아름답구나.”
서동수의 시선을 받은 레이가 수줍게 웃었다.
“모두 보스가 만들어주신 때문이죠.”
“그런가?”
“제 몸의 모든 곳에 보스의 입과 손끝이 닿지 않은 곳이 없으니까요.”
“꿀처럼 단 말이구나, 레이.”
“보스는 절 진정한 여자로 태어나게 만들어 주셨어요.”
“인터뷰 때 그대로 말해도 된다.”
그러자 레이가 활짝 웃었다.
소리 없이 웃는 모습이 활짝 피어나는 백합 같다.
그때 핸드폰의 벨이 울렸으므로 서동수가 집어들고 발신자를 보았다.
KBC PD 오태곤이다.
핸드폰을 귀에 붙인 서동수가 응답했다.
“예, 서동수올시다.”
“회장님, KBC 오태곤입니다.”
서두르듯 인사를 마친 오태곤이 말을 이었다.
“회장님, 레이 법인장의 인터뷰를 허락하셨습니까?”
“두 시간 후에 할 겁니다.”
“그렇다면.”
호흡을 고른 오태곤의 목소리가 굵어졌다.
“저희 팀도 오늘 중으로 미얀마로 가겠습니다.
당하고만 있을 수는 없으니까요.”
그러더니 길게 숨을 뱉는 소리가 들렸다.
“저도 처음에는 왜 인터뷰를 받아들이셨나 하고 의아했지만 이제 이해합니다.”
(359) 17장 보스의 자격 (12)
“보스는 저를 여자로 만들어 주셨습니다.”
레이가 그렇게 말했을 때 DBC PD 오수환은 춤을 추고 싶은 심정이 되었다.
그러나 꾹 참는 바람에 콧구멍이 벌름거렸다.
양곤의 동성호텔 프레스룸 안이다.
조명을 환하게 밝힌 방 안에서 다시 DBC 기자 민소라가 물었다.
“어떤 면에서 말씀이시죠? 자세히 말씀해 주시면 고맙겠네요.”
민소라는 자타가 공인하는 한국 방송계의 미녀 기자다.
그런데 화면에 나란히 비친 레이와 비교하니 뭔가 2%쯤 부족해 보였다.
그것을 자신도 의식했는지 말이 길어졌다.
그때 레이가 대답했다.
“모든 점에서요. 여자가 갖고 싶고 느낄 수 있는 모든 것을 충족시켜 주셨습니다.
그래서 보스는 제 선생님이자 은인이나 같습니다.”
그것을 한국어로 번역한 통역사 최명훈의 목소리가 떨렸다.
이제 심장 박동이 터질 것처럼 거칠어진 오수환은 옆에 선 작가 홍윤정이 들고 있던
백지를 빼앗아 들었다.
그러고는 백지에 사인펜으로 크게 휘갈겨 쓰고는 흔들었다.
‘성적 관계를 물어! 성관계!’
당장 본론으로 들어가라는 것이다. 그것을 본 민소라가 생글생글 웃으면서 물었다.
“그것은 성적 관계도 포함된 것인가요?”
통역하는 최명훈의 얼굴이 상기되었다.
그러자 레이가 바로 대답했다.
“그럼요. 그런 면에서도 보스는 저를 여자로 만들어 주셨습니다. 완벽한 여자로요.”
그때 화면에 비친 레이의 얼굴은 뒤에 조명이 없었는데도 빛을 품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두 눈이 반짝였고 반쯤 벌려진 붉은 입술은 막 용암을 분출하려는 분화구 같다.
그것을 본 오수환도 반쯤 넋이 빠진 얼굴이 되었다가 정신을 차렸다.
컷!”
오수환의 모습은 마치 KO승을 선언한 심판 같았다.
승자는 자신이 키운 제자 민소라다.
지금까지 수도 없이 제자와의 게임을 심판했고 또 모두 승리해 왔지만
오늘처럼 시원한 KO승은 드물다. 서동수는 동성호텔 최상층에 위치한 VIP룸에서
인터뷰 장면의 녹화 필름을 보았다.
녹화 필름은 전방위로 찍은 것이어서 오수환이 백지에 한글로
‘성적 관계를 물어! 성관계!’
라고 쓴 것을 흔드는 장면에서
“컷!”
하고 외치는 모습까지 다 찍혔다.
이윽고 상영이 끝났을 때 서동수가 웃음 띤 얼굴로 레이를 보았다.
“레이, 이제 넌 한국에서 유명 인사가 되었다.”
“보스, 괜찮겠어요?”
걱정스러운 얼굴로 레이가 묻자 서동수는 머리를 저었다.
“상관없어.”
“무슨 말씀이세요.”
“결과를 다 받아들인다는 말이야.”
어느덧 정색한 서동수가 레이를 보았다.
“레이, 너, 정직하게 말했지?”
“그래서 후련해요.”
“그러면 됐다.”
서동수의 시선을 받은 레이가 어깨를 늘어뜨렸다.
긴장이 풀린 것이다.
“벌거벗고 거리에 나온 느낌이 들기도 해요. 보스.”
그러자 자리에서 일어선 서동수가 레이의 옆에 앉았다.
손을 뻗어 레이의 어깨를 당겨 안은 서동수가 볼에 입술을 붙였다.
몸을 돌린 레이가 두 팔로 서동수의 목을 감아 안더니 입술을 내밀었다.
반쯤 감긴 눈에서 눈동자가 반짝이고 있다.
서동수는 꽃잎 같은 레이의 입술을 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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