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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4> 17장 보스의 자격 [8]

오늘의 쉼터 2014. 7. 27. 00:53

<184> 17장 보스의 자격 [8]

 

 

(362) 17장 보스의 자격 (15)

 

 

 

 

“박기출 씨는 동성의 오더를 받아서 회사를 운영하다가 사고를 일으켰지요.”

미얀마 한인회장 유갑수가 정색하고 말을 이었다.

“원단을 팔아먹고 회사에 불을 지른 것입니다.

그것이 발각되어 미얀마 경찰의 조사를 받고 한 달 동안 구속되었지요.

그 사건이 여기 기사로 났습니다.”

유갑수가 대서특필된
신문을 펴 보였는데 미얀마어다.

다만 박기출의 얼굴이 어린애 손바닥 만하게 찍혀져 있다.

60대의 유갑수가 열띤 얼굴로 화면을 보았다.

“동성에 막대한 손해를 입힌 박기출이 서 회장을 비난하다니요?

그 사건으로 동성이 엄청나게 손해를 입었지만 아직 변상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박기출은 동성에 공장을 빼앗겼다고 하는데 거짓말입니다.

다른 채권자한테 압류당한 공장을 동성이 그 채권자로부터 인수한 것입니다.”

그러고는 유갑수가
머리를 저었다.

“같은 한국인으로서 부끄럽습니다.

그래서 제가 미얀마에서 사업을 하는 한국인 사업가 127명 중 122명의 성명서를 가져왔습니다.”

유갑수가 화면에 대고 사인한 서류를 펼쳐 보였다.

“나머지 5명은 현재 외유 중이거나
병원에 입원한 사람입니다.”

그러자 화면에 비친 성명서 내용을 읽었는데 유갑수가 지금까지 말한 것을 확인한다는 내용이다.

“좋아, 다음.”

KBC PD 오태곤이 활기띤 목소리로 말하자 화면에 다시 녹화 필름이 떴다.

이번에는 동성의 미얀마 공장 공장장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마리안이다.

40대 중반쯤의 마리안은 차분한 표정의 여자로 손에 서류를 쥐었다.

 마리안이 수줍은 표정으로 입을 열었는데 유창한 영어를 한다.

“따오는 회사에서 공금을 횡령한 것이 발각되어 6개월 동안 감옥에 갔다가 나왔습니다.

여기 증거 서류가 있습니다.”

 

마리안이 똑바로 화면을 보았다.

“따오가 회장님을 비난했다는 말을 듣고 공장 직원들에게 물었더니

 

따오와 한국인 미스터 박이 이 사건 직전까지 동거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 증인을 열 명은 더 데려올 수가 있습니다.”

그러더니 마리안이 수줍게 웃었다.

“사진을 찍어놓은 사람도 여러 명 있다고 하네요.

같이 놀러간 적도 있다는군요.”

“됐어.”

손벽까지 쳐서 필름을 정지시킨 오태곤이 심호흡을 했다.

양곤의 ‘코리아’ 호텔방 안이다.

오태곤이 웃음띤 얼굴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자, 이제 DBC가 내보내기만 기다리면 된다. 이것도 대특종이야.”

옆에 서있던
카메라 감독, 작가, 연출보조, 아나운서까지

따라 웃었으므로 방안 분위기가 떠들썩해졌다.

오태곤 팀이 미얀마에 온 지 이틀 만에 올린 개가다.

동성의 미얀마 법인에서 전해준 DBC 인터뷰 정보를 바탕으로

한인회와 동성 공장을 접촉했더니 적극적인 협조를 받은 것이다.

특히 한인회의 협조는 놀랄 정도였다.

한인회 간부 거의 전원이 나서서 성명서를 만들어 내었다.

“이젠 서 회장이 영웅
캠프에 나오지 않을 수가 없게 되었어.”

오태곤이 제 말에 제가 머리를 끄덕이며 말을 잇는다.

“DBC가 깨고, 또 우리가 탕 터뜨리면 열기는 뜨겁게 달아오르는 거야.”

눈을 가늘게 뜬 오태곤이 앞쪽을 보았다.

“그렇지, 지난번 서 회장이 말한 것처럼 본인의 뜻대로 살기 어렵게 되는 단계가 된다.”


 

 

 

 

 

(363) 17장 보스의 자격 (18)

 

 

깼다.

그것도 무참하게, DBC는 무슨 원한이라도 있는 것처럼

박기출과 따오의 증언을 방영하면서 서동수를 몰아붙였다.

서동수와 레이가 같이 있는 장면을 계속 끼워 넣으면서 레이의 말을 여러 번 반복시켰다.

“보스는 저를 여자로 만들어 주셨습니다.”

다음에 민소라의 질문.

“그것은 성적 관계도 포함된 것인가요?”

“그럼요. 그런 면에서도 보스는 저를 여자로 만들어 주셨습니다. 완벽한 여자로요.”

그 사이에 배경으로 미얀마의 왕궁처럼 화려한 ‘동성’호텔이 깔린다.

DBC PD 오수환의 작품이다. 목적은 문외한이라도 뻔하다.

서동수는 영세기업의 고혈을 빨아먹는 악덕 기업가이며 저는 여자를 위해

수만 불씩을 펑펑 쓰면서 가난한 근로자에게는 몇 불도 안 내놓는 파렴치한,

레이의 사치와 호사, 그리고 섹스를 위해 놀아나는 난봉꾼 이미지다.

DBC로서는 대특종이다.

지금까지 KBC에 의해 미화되고 과장된 서동수의 본색이 드러난 것이다.

방송이 나간 후에 이번에는 거의 모든 일간지에서 동성의 서울 본사와 중국 본사에까지

서동수를 찾는 연락이 왔지만 접촉이 되지 않았다.

 서동수가 단절시켰기 때문이다.

그것이 사실이냐는 문의에도 동성 측은 함구하는 바람에 DBC 측은 신바람이 났다.

매 시간 자막을 내보냈고 뉴스 시간에는 꼭 끼워 넣었다.

연평도 포격 사건만큼의 비중이었다.

그래서 만 이틀이 지났을 때 대한민국의 3년 이상 된 개까지 모두 서동수에 대해 알게 되었다.

이틀째 되는 날 오후 6시 반, KBC PD 오태곤이 홍대 앞 카페에서 칵테일 잔을 앞에 놓고 앉아 있다.

한국산 위스키에다 사이다를 섞은 칵테일이다.

앞에는 작가 홍윤정이 앉아 있어서 데이트하는 모양이지만 실제는 여론을 들으려는 것이다.

이곳 칵테일바 ‘르망’은 20대에서 30대 여자들의 단골이다.

전문직, 중상류층 여자들의 여론을 듣고 싶었기 때문이다.

“레이라는 애, 제법 세련되었지?”

옆 테이블의 한 여자가 말했으므로 오태근의 그쪽 귀가 곤두섰다.

여자는 셋.

“애가 괜찮데, 섹시하고.”

하나가 말을 받았고.

“서동수 멋지던데, 여자를 그렇게 해주면 멋지지.”

또 하나가 말하자 처음 말을 꺼낸 여자가 맞장구를 쳤다.

“그럼, 그런 남자가 비난 받을 이유가 뭐야? DBC 애들 미친 것 같아.”

“맞아, 내 남친은 더 흥분하더라. 그게 무슨 잘못이냐고.”

“서동수가 그거 잘 하나봐.”

“넣고 두 시간이래.”

목소리를 낮췄지만 다 들렸다. 그때 홍윤정도 목소리를 낮추고 말했다.

“세상이 달라졌어요. 대부분 이런 분위기예요. 당한 박기출이 병신이라는 거죠.”

오태곤은 심호흡만 했고 홍윤정의 말이 이어졌다.

“제 엄마 아빠도 그래요.

서 회장이 잘난 사람이라고, 더 멋이 있어 보인다네요.

순진한 우리 엄마까지 그래요.”

그것은 오태곤도 같다. 서동수를 비난할 줄 알았던 와이프 유수현이

옆 좌석의 여자들과 같은 말을 했던 것이다.

그때 다시 옆 좌석의 말이 들렸다.

“KBC에서 서동수를 영웅캠프에 출연시키려고 한다던데 나오면 시청률로 대박 나겠어.”

“그러게.”

두 시간이라고 말했던 여자가 목소리를 높였다.

“도대체 그런 사람을 출연시켜야지 KBC는 뭘 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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