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3> 17장 보스의 자격 [7]
(360) 17장 보스의 자격 (13)
서동수가 칭다오 본사에 돌아온 것은 다음날 오후 5시경이다.
칭다오 본사는 중국뿐만이 아니라 세계 26개국에 기반을 굳힌 ‘동성’의 본부인 것이다.
그래서 칭다오 공항 근처의 공업지역인 청양에 30층 건물을 신축해서
그것을 동성의 거점으로 삼았다.
중국은 서동수가 뿌리를 굳히도록 만들어준 땅인 것이다.
“무사히 귀국하셔서 반갑습니다.”
회장실로 들어선 소천이 웃음띤 얼굴로 말했을 때 서동수가 활짝 웃었다.
“소천, 네 인사를 받으니까 제대로 실감이 난다.”
소천은 이제 본사에서 기조실 부장을 맡고 있다.
또한 직영매장 7개를 소유한 졸부측에 든다.
앞쪽 자리에 앉은 소천이 서동수를 보았다.
“회장님이 이집트의 클린혁명에 계기가 되셨다는 언론 보도가 지금도 나가고 있습니다.
동성의 이미지가 크게 높아졌습니다.
직원들의 사기도 올랐구요.”
“그런 식의 치사는 실감이 안 난다.”
“산둥(山東)성 당서기실에서도 연락이 왔습니다.
귀국하시는 대로 연락을 해주시면 약속을 잡겠답니다.”
“그건 제대로 피부에 닿는 느낌이군.”
서동수의 중국어는 유창해서 이젠 중국인 수준이다.
소파에 등을 붙인 서동수가 지그시 소천을 보았다.
그 동안 소천은 결혼했다가 2년 만에 이혼했다.
밝고 뒤끝이 깨끗한 성품이었는데 결혼과 이혼의 과정을 겪더니 그늘이 끼었다.
그러나 부쩍 성숙한 분위기가 풍긴다. 소천도 이제 32세가 된다.
동양의 총무과장 때 처음 만나 어느덧 8년의 세월이 흐른 것이다.
“소천, 널 만난 지 8년이 되었다.”
서동수가 말하자 소천은 눈이 부신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렇군요. 보스.”
“넌 그때 스물네 살짜리 사원이었지.”
“그래도 경력 2년차였죠.”
어깨를 부풀렸다가 내린 소천이 말을 이었다.
“보스를 보면 눈이 부셔요.”
“내가 밝은색 옷을 좋아하긴 해.”
“보스를 만난 것이 행운이었어요.”
“네 임무는 중요해. 다른 곳으로 옮길 생각은 안 하는 게 낫다.”
그러자 소천이 풀썩 웃었다.
“뭘 부탁하려는 게 아닙니다. 보스.”
소천은 기조실 관리부장 직책이지만 감사, 감찰 업무를 맡는다.
정부로 말하면 감사원 역할이다.
심복이 아니면 안 되는 직책인 것이다.
“보스, 이 본부장의 횡령 금액이 500만 위안입니다.”
그때서야 소천이 손에 들고 있던 서류를 서동수 앞에 놓았다.
이 본부장은 동성의 의류사업본부장인 이인섭을 말한다.
동양에서 함께 일하다가 업자에게 리베이트를 요구한 것이 발각되어 사직했던 이인섭이다.
동성을 설립한 서동수가 다시 이인섭을 불러 의류사업 본부장까지 승진시켰지만
이번 소천의 감사에 걸린 것이다.
이미 수시로 보고를 받고 있었던 터라 서동수는 시선만 주었고 소천의 말이 이어졌다.
“한번 배신한 사람은 두 번째에도 가책을 느끼지 않는 것 같습니다. 보스.”
이인섭은 원자재 구입비를 불려 차액을 착복했다.
500만 위안이면 10억 원 정도 되는 금액이다.
“왕 사장은 이 본부장을 공안에 고발하는 것이 낫다고 합니다.”
왕 사장은 관리 출신의 전문경영인이다.
소천의 시선을 받은 서동수가 길게 숨을 뱉었다.
“이인섭은 재산을 많이 모았어.
그러니까 횡령액만 변상시키고 퇴사시키도록.”
(360) 17장 보스의 자격 (13)
최고경영자가 다 완벽할 수는 없다.
그것은 아예 불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가만 보면 최고경영자, 성공한 최고경영자만이 보유할 장점이 있다.
그 장점이 다른 단점을 다 누른다고 봐도 될 것이다.
위대한 장점이다.
한우물만 파는 것, 무조건식의 믿음, 절약, 또는 먼 곳을 보는 안목, 치밀함,
부하들을 거느리는 성품에 이르기까지, 그 장점이 성공의 원인이다.
원인 없는 결과는 없다.
우연히 최고경영자가 되는 사람은 없는 것이다.
오랜만에 집에 돌아온 서동수가 딸 미혜를 안으면서 생각했다.
나는 완벽하지 못한 인간이다.
딸에게도 좋은 아버지가 아니다.
가정을 이루는 것도 실패했다.
과연 내 장점은 무엇인가? 그때 미혜가 말했다.
“아빠, 나, TV 보았어.”
“응? 무슨 TV?”
소파에 나란히 앉은 서동수가 미혜를 보았다.
어머니와 형수가 웃음 띤 얼굴로 지나갔다.
둘 만의 시간을 주려는 배려다.
“한국 TV, 거기서 아빠 이야기를 했어.”
미혜는 이제 중학 2학년이다.
사춘기가 되어서 예민했지만 이제는 환경에 적응하고 있다.
미혜의 얼굴을 환했고 두 눈이 반짝였다.
“아빠가 이집트에서 한 일, 영웅캠프 이야기, 석방되어 나오는 장면도 다 보았어.”
서동수는 숨을 들이켰다. 이만한 보람을 어디서 찾겠는가?
다음 순간 레이의 인터뷰가 걱정되었다.
미혜가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고맙다.”
미혜의 손을 쥔 서동수가 한마디씩 힘주어 말했다.
“이렇게 잘 커 줘서.”
“시간 지나면 크는 거야.”
생각 없이 불쑥 말했겠지만 미혜의 대답이 또 가슴을 쳤다.
“아빠, 이번 여름 방학 때는 유정이, 지연이하고 같이 지내기로 했어.”
미혜가 환해진 얼굴로 말을 이었다.
“같이 공부도 하고.”
공부는 흉내나 내겠지만 크면 부모보다 친구하고 있는 것을 좋아하게 된다.
그때 어머니가 다가왔다.
“넌 왜 영웅캠프에 나가지 않으려고 하는 거냐?”
오후 8시 반이다. 형 서민수는 아직 들어오지 않았지만 식구는 다 집안에 있다.
앞쪽 자리에 앉은 어머니가 정색하고 다시 물었다.
“다 나가려고 야단이던데 넌 왜 나오라는데도 빠져?”
“그러니까 말예요.”
형수 박애영도 다가와 어머니 뒤에 섰다. 벼르고 있었던 것 같다.
“이집트에서 풀려나오신 장면을 보고 우리 식구들은 다 울었다구요.
미혜가 얼마나 울었는지 아세요?”
잔정이 많은 박애영이 눈이 금방 벌겋게 충혈되었다.
“아니, 서방님같은 분이 영웅캠프에 나가셔야지 누가 나가요.”
얼굴을 펴고 웃다 서동수의 눈앞에 전처 박서현의 모습이 스치고 지나갔다.
박서현은 남편 정영철과의 사이에 다시 자식 둘을 낳고 지금은 이쪽과 연락을 끊은 상태다.
“두고 보십시다.”
그렇게 말한 서동수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몸은 녹아 내리듯이 피곤했지만 머릿속은 깨끗해졌다.
그래서 가슴이 따뜻해졌고 원기가 일어난다.
이것이 바로 가정이다. 비록 한쪽이 비었지만 나름대로 채웠고 미혜도 비뚤어지지 않았다.
그것이 물질 덕분이라고 해도 그렇다.
내 장점은 임기응변력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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