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1> 17장 보스의 자격 [5]
(356) 17장 보스의 자격 (9)
미얀마에서 서동수는 국빈 대접을 받는다.
왜냐하면 서동수의 ‘동성그룹’이 미얀마의 경제 발전에 엄청난 기여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동성은 미얀마에 12개의 생산 공장을 가동하고 있었는데 고용 인원만 해도 10만 명이 넘었다.
12개 공장의 수출액은 15억 달러, 미얀마 전체 수출량의 10%를 차지했다.
따라서 ‘동성’의 현지법인장 레이의 위상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
더구나 레이는 30세의 미인인데다 동성의 사주 서동수의 현지처 행세를 공공연하게
하고 있는 상황이다.
미얀마에 입국한 지 이틀째 되는 날 아침 저택에서 아침을 먹던 서동수는
식당으로 들어서는 레이를 보았다.
레이는 방금 외부에서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
“보스, 정보국장의 전화였습니다.”
식탁 앞쪽에 앉은 레이가 차분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한국의 DBC 방송국 팀이 어제 오후에 양곤에 도착했다는데요.”
서동수는 잠자코 국수를 씹으며 듣는다.
“이미 서너 명이 인터뷰를 했고 여기 사진도 찍어간 것 같습니다.”
“…….”
“정보국장은 그들이 보스와 저의 관계를 집중적으로 취재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인터뷰도 거기에 초점을 맞췄다고 하는데요.”
레이의 얼굴에 쓴웃음이 번졌다.
“한국 방송국이기 때문에 모두 호의적으로 편의를 봐주고 있다는 것입니다.”
“당연하지.”
입안의 음식을 삼킨 서동수가 지그시 레이를 보았다.
“레이, 흥분하지 마라. 그럼 더 섹시하게 보인다.”
“보스.”
“그럼 내 출근시간이 늦어져. 널 벗기고 싶어지거든.
지금 널 보면서 내가 달아오르고 있어.”
“보스, 농담하실 때가 아닙니다.”
정색한 레이가 말했지만 서동수는 젓가락을 놓고 식탁에서 일어섰다.
식당 벽에 걸린 시계가 오전 7시 반을 가리키고 있다.
“레이, 침실로 가자.”
“보스.”
레이가 눈까지 치켜떴지만 서동수는 발을 뗐다.
서동수는 아직 가운 차림이다.
이층 침실로 향하는 계단을 오르면서 서동수가 머리를 돌려 레이를 보았다.
레이는 막 자리에서 일어서는 참이다.
“그것이 언론의 사명이다. 진실을 보도해야 된다고.”
“보스, 악의적인 취재입니다.”
“날 한쪽에서 너무 띄웠으니 깎아내리는 쪽도 있어야지.
그래야 이야기가 재미있어진다.”
“남의 이야기처럼 말씀하시는군요.”
뒤를 따르면서 레이가 이맛살을 찌푸렸다.
“정보국장은 저한테 그들의 필름을 압수하고 추방시킬 수도 있다고 했습니다.
지금 보스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어요.”
“놔두라고 해.”
“이해할 수 없어요, 저는.”
“빨리 와, 레이.”
계단을 오른 서동수가 침실로 들어서면서 입고 있던 가운을 벗어 던졌다.
그러자 알몸이 드러났다.
그것을 본 레이가 눈을 흘겼지만 잠자코 침실의 문을 닫더니 옷을 벗기 시작했다.
“이것도 잘 된 거야, 레이.”
드러나는 레이의 알몸을 보면서 서동수가 잇사이로 말했다.
알몸으로 서 있는 서동수의 두 눈이 번들거리고 있다.
“인간 서동수를 다 보여주라고 해.”
(357) 17장 보스의 자격 (10)
“대박이다!”
DBC의 PD 오수환이 핸드폰을 귀에서 떼고 나서 소리쳤다.
오수환은 방금 서동수의 현지처로 알려진 미얀마 현지법인장 레이와의 인터뷰 약속을 잡은 것이다. 흥분으로 얼굴이 벌게진 오수환이 둘러서 있는 카메라 감독과 기자, 작가를 번갈아 보았다.
“이봐, 준비해! 다섯 시간 남았어!”
“시간은 충분해요.”
카메라 감독이 말했을 때 작가 홍윤정이 들뜬 목소리로 물었다.
“따끔따끔한 질문을 해도 될까요?”
“당연하지!”
눈을 치켜떴던 오수환이 곧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웃었다.
“주변 분위기는 갖춰졌으니까 레이를 등장시키기만 하면 돼! 다 된 거야!”
그렇다. 경쟁사인 KBC가 지금까지 대특종 연타를 계속해서 날렸지만
이것 한 방으로 날아갈 수가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서동수는 너무 미화되었다. KBC가 영웅캠프를 위해 과장시킨 것이다.
이제 서동수의 진면목이 드러난다.
이것이 바로 언론의 사명이다. 부산하게 움직이는 스태프들을 보면서 오수환이 심호흡을 했다.
서동수가 미얀마로 떠난다는 정보를 얻고 나서 무릎을 쳤던 것이다.
미얀마 현지법인장인 레이가 서동수와 내연의 관계라는 정보는 오래전에 입수한 터였다.
고위층의 결재도 순식간에 받아낸 오수환은 미얀마에 도착하고 나서부터
노다지를 만난 기분이었다.
우선 말이 통하는 한국인 사업가를 찾아 서동수와 레이에 대해서 취재를 했더니 대박이 터졌다.
“서동수 씨는 성공한 사업가로 비춰졌지만 비열한 포식자죠.
철저한 약육강식으로 기업을 성장시킨 것입니다.
그 때문에 미얀마에 진출한 한국계 경쟁업체는 대부분 도산했습니다.”
한국인 사업가 박기출이 분개한 표정으로 말했다.
“저도 실컷 이용을 당하고 나서 팽당했습니다.
그러고는 제가 수십 년간 피땀 흘려 이룩한 공장을 강탈당하다시피 했습니다.”
박기출의 두 눈에 눈물이 맺혀졌다.
“잘 아시겠지만 서동수의 배경 때문에 저는 항의도 제대로 못하고
이렇게 거지가 된 채 미얀마를 벗어나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동성의 공장에서 근무했다는 여직원도 박기출이 소개해주었다.
미얀마 현지인으로 영어에 유창했다.
“레이 씨가 서 회장의 현지처라는 것은 모두가 알죠.
레이가 제 입으로도 말하고 다녔으니까요.”
따오라는 여자가 말을 잇는다.
“서 회장은 여자들과의 파티에 하룻밤 수만 불씩을 뿌린다고 들었습니다.
그러면서 술값보다 적은 돈을 자선사업에 투자하면서 생색을 내는 것이죠.”
그리고 양곤의 식당 종업원과 서동수와 레이가 자주 들른 것도 인터뷰를 했다.
“레이가 인터뷰를 받아들인 건 아직 우리 의도를 모르기 때문이야.”
오수환이 작가 홍윤정에게 말했다.
인터뷰 내용을 구상하던 홍윤정은 머리만 끄덕인 채
시선을 들지 않았고 오수환이 말을 이었다.
“그러니까 시작은 호의적인 분위기로 나가다가 양념처럼 파고드는 스타일로 해.
끝까지 의도를 감추란 말이야.”
“알고 있어요.”
머리를 든 홍윤정이 오수환을 보았다.
“혹시 서동수 회장이 인터뷰장 근처에 나타나지는 않을까요?”
순간 오수환은 숨을 멈췄다.
하긴 그들이 앉아 있는 이 호텔도 서동수 소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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