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8> 17장 보스의 자격 [2]
(350) 17장 보스의 자격 (3)
전화기를 내려놓은 한수정이 서동수를 보았다.
다음날 오전 9시, 둘은 룸서비스로 아침식사를 시켜 먹고 난 참이다.
“돈 보냈대. 2500만 불.”
계약서 대로라면 2240만 불이었지만 이집트 정부에 보내는 돈이다.
한수정은 모양 좋게 2500으로 맞춘 것이다.
“잘했어.”
가운 차림의 서동수가 안락의자에 앉아 창밖을 바라보며 말했다.
“모하메드 위원장에 대해서 알아보았더니 청렴하고 강직한 사람이었어,
일가친척 중에서도 치부한 사람이 없더구만.”
“…….”
“내가 암만으로 떠나기 전에 모하메드가 전화로 말했어. 곧 빅 오더를 줄 거라고 말야.”
숨을 죽인 한수정이 시선만 주었고 서동수가 말을 이었다.
“그래서 며칠 여기서 기다리려고 해.”
“오빠. 나두.”
눈을 크게 뜬 한수정이 다가와 서동수의 목을 뒤에서 감아 안았다.
“여기 같이 있을 거야. 그래도 되지?”
“그럼 페트라나 다녀올까?”
“좋아.”
한수정이 세게 목을 감았으므로 서동수가 팔을 들어야만 했다.
“그런데 비서들은 다 어디 있어?”
“아래층.”
서동수가 웃음 띤 얼굴로 한수정을 보았다.
“그런데 남자 비서만 둘 남았어. 나머지는 휴가 보냈다구.”
“휴가?”
“포상휴가지. 모두 금일봉을 받고 지금 발리의 호텔에서 쉬고 있을 거야.”
“나도 그래야겠네.”
정색한 한수정이 말을 이었다.
“오빠한테 배울 점이 많아.”
“내가 다 잘하는 건 아냐.”
쓴웃음을 지은 서동수가 한수정의 허리를 끌어당겨 무릎 위에 앉혔다.
가운 차림의 한수정은 팬티도 입지 않았다.
서동수의 손길이 거침없이 한수정의 골짜기를 덮었다.
“또?”
한수정이 몸을 비틀었지만 무릎 위에 앉혀진 터라 다리만 더 벌어졌다.
서동수의 손가락이 동굴 안을 더듬자 한수정이 두 손으로 목을 감아 안았다.
“페트라 골짜기보다 이 골짜기가 더 신비스럽다.”
바로 앞에 펼쳐진 한수정의 젖가슴을 입술로 물면서 서동수가 말했다.
“더 달콤하고.”
“그럼 가지마. 나도 이렇게 있는 것이 좋아.”
한수정이 헐떡이며 말했을 때 탁자 위에 놓인 핸드폰이 울렸다.
서동수의 핸드폰이다.
한수정이 손을 뻗어 핸드폰을 집더니 서동수에게 건네주었다.
발신자 번호를 잠깐 들여다본 서동수가 핸드폰을 귀에 붙였다.
“예. 서동수입니다.”
영어로 대답했더니 곧 굵은 사내의 목소리가 울렸다.
“예. 난 비상대책위 위원장 비서실장 키슈렉입니다.”
“예. 비서실장님.”
긴장한 서동수가 핸드폰을 고쳐 쥐었고 한수정이 무릎에서 일어나 앞쪽 소파에 앉았다.
그때 키슈렉이 말을 이었다.
“이틀 후에 카이로에서 뵙지요. 위원장께서 만나자고 하십니다.”
“예. 가지요. 그런데….”
“상의할 일이 있습니다.
시작해야 할 건설 공사가 있고 군수품과 소비재 구입도 급합니다.
그 일 때문입니다.”
“알겠습니다. 이틀 후에 뵙겠습니다.”
서동수의 표정을 본 한수정이 웃었다.
고혹적인 웃음이다.
(351) 17장 보스의 자격 (4)
“분위기를 알고 계실 겁니다.”
마주 보고 앉았을 때 오태곤이 거두절미하고 말했다.
그 순간 유병선의 얼굴에 웃음이 떠올랐다.
격식에 젖은 유병선에게 오태곤의 행태는 신선하다.
동성 서울본사의 비서실 안, 오전 11시 정각이다.
서동수가 석방된 후에 유병선은 한국으로 돌아온 것이다.
굳은 표정으로 오태곤이 말을 이었다.
“시청자들의 요청으로 서 회장님 석방 장면을 세 번이나 방영했단 말입니다. 알고 계시지요?”
“영웅캠프에 나오셔야 한다는 여론이 폭발적입니다. 이거, 환장하겠습니다.”
그동안 오태곤이 전화상으로 세 번, 편성본부장이 한 번, KBC 부사장이 한 번 유병선에게
전화를 했다.
모두 서동수가 영웅캠프에 나와야 한다고 주장, 또는 부탁을 한 것이다.
동성 사장 박한재는 KBC 사장과 국회의원 박갑수에게서 전화를 받았다는 것이다.
박갑수는 정보통신위원장이다.
그리고 오늘 오태곤이 회사에 찾아왔다.
어깨를 부풀린 오태곤이 말을 이었다.
“아십니까? 청와대에서도 저한테 연락이 왔단 말입니다.
서 회장이 영웅캠프에 출연하면 기업들의 사기는 물론 국민 정서에도 도움이 되겠다고 했습니다.”
“…….”
“청와대 누구냐고는 말씀 못 드립니다.
청와대 고위층이고 대통령 최측근이라고만 알고 계십시오. 나도 이런 일 처음 겪었으니까요.”
오태곤이 상기된 얼굴로 유병선을 보았다.
이제는 목소리까지 떨린다.
“이것이 무슨 말씀인지 아시지요?
바로 대통령이 바라고 있다는 말입니다. 대통령이오.”
오태곤이 무의식 중에 둘째 손가락을 세우고 흔들었는데
그 끝이 유병선의 얼굴까지 내려갔다가 올라갔다.
호흡을 고른 오태곤이 유병선에게 물었다.
“지금 서 회장님, 어디 계십니까?”
“요르단에 계시는데….”
“내가 아는 전화번호는 통화가 안 되는데 전화번호 좀 알려 주시지요.”
“잘 아시면서, 곤란합니다.”
“청와대가 움직이면 분위기가 무겁게 됩니다. 실장님도 아실 겁니다.”
“오더 때문에 회장님은 경황이 없으십니다.
국익부터 생각해야지요. TV 출연은 그다음입니다.”
“오더요?”
오태곤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 안쪽의 뇌는 몇 십 배 더 흔들렸을 것이다.
“무슨 오더 말입니까?”
“이집트 오더지요.”
당연하지 않으냐는 얼굴로 유병선이 말을 이었다.
“영웅캠프로 만들어진 인연이니까 오 PD님께 특종을 또 드리지요.
이틀만 참고 계시면 회장님이 이집트에서 따낸 빅 오더를 단독 보도하도록 해 드리지요.”
이제는 오태곤이 숨도 쉬지 않았고 유병선의 얼굴이 상기되었다.
“하지만 사전에 뉴스가 나가면 깨질 수가 있습니다. 그러니까 이틀만 기다려 주세요.”
“그, 그러면 이집트 정부가 회장님에 대한 보상 차원에서….”
“그렇죠. 대가를 받는 겁니다.”
“으음.”
오태곤의 입에서 저절로 신음이 터졌고 두 눈은 번들거리고 있다.
자신의 일에 몰두한 인간들의 표정은 가끔 신이 들린 것 같다.
바로 오태곤의 지금 모습이 그렇다.
이윽고 오태곤이 헛소리처럼 말하면서 일어섰다.
“이틀, 이틀 후에 대특종이 나오겠군.”
'소설방 > 서유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180> 17장 보스의 자격 [4] (0) | 2014.07.26 |
---|---|
<179> 17장 보스의 자격 [3] (0) | 2014.07.26 |
<177> 17장 보스의 자격 [1] (0) | 2014.07.26 |
<176> 16장 영웅의 조건 [11] (0) | 2014.07.26 |
<175> 16장 영웅의 조건 [10] (0) | 2014.07.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