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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9> 17장 보스의 자격 [3]

오늘의 쉼터 2014. 7. 26. 09:53

<179> 17장 보스의 자격 [3]

 

 

(352) 17장 보스의 자격 (5)

 

빅 오더다.

카이로에 재입국한 서동수는 이집트 정부로부터 50억 달러가 넘는 오더를 받았다.

20억 달러짜리 건설공사 및 30억 달러의 군수품과 소비재 오더다.

근래에 발주된 가장 큰 오더였는데 이집트 정부는 입찰 방식도 거치지 않고

한국과 중국의 합작법인인 동성과 계약을 했다.

동성은 건설회사도 보유하고 있는 터라

수주한 건설 오더를 경성건설과 공동 작업을 한다고 발표되었다.

동성의 중국계 건설 인력과 경성의 기술이 결합하면 불가능이 없을 것이었다.

이것은 현지에서 독점으로 특종 보도를 한 KBC의 멘트였다.

물론 담당 PD는 오태곤이다.

카이로로 날아온 오태곤 팀은 서동수와 같은 킹덤호텔에 투숙하고 있었는데

먼저 특보로 경성의 오더 수주 현황을 생방송으로 보내고 나서 서동수와의 인터뷰를 잡았다.

생방송이 나간 지 한 시간 후다.

서동수 옆에는 다시 카이로로 돌아온 비서실장 유병선이 붙어있다.

방송 30분 전, 방에서 유병선이 서동수에게 말했다.

“회장님의 구속, 석방, 빅 오더 수주에 이르기까지 연속 특종 보도로 이어졌고

이제 인터뷰가 되었습니다.”

응접실 안에는 둘뿐이었지만 유병선이 목소리를 낮췄다.

얼굴이 상기되었고 열기가 오른 두 눈이 번들거린다.

“회장님, 청와대에서도 회장님 동향에 각별하게 신경을 쓰고 있다는 것입니다.

특히 대통령이….”

“아, 글쎄.”

유병선의 말을 막은 서동수가 이맛살을 찌푸렸다.

“유 실장, 의도가 뭐야?”

“예, 그것은….”

서동수의 성품을 아는 유병선이 상반신을 똑바로 세웠다.

“이것이 회장님께 어떤 전기(轉機)가 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전기?”

“예, 저는 이 기회를 어떻게든 최대한 응용해서 회장님을 부각시키는 것이

제 임무라고 생각합니다.”

다시 유병선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이 기회를 놓치는 것은 회장님은 말씀드릴 것도 없고 저한테도 천추의 한이 될 것입니다.

대통령까지 회장님을 눈여겨보고 계신다는 것입니다.”

“…….”

“거짓말까지 지어내서 제 주가를 높이는 인간들도 많은 세상인데 회장님은

이 기회를 놓치시면 안됩니다.”

그때 서동수가 어깨를 늘어뜨리면서 길게 숨을 뱉었다.

“나, 지난번에 이대용 의원한테도 말했어, 정치 안 한다고.”

“회장님, 저는….”

“하긴 정치는 민생을 편안하게 해주는 것이 목적이고,

기업가는 기업을 일으켜 그것을 현실화시켜 주었다.

하지만 난 나를 잘 알아, 난 너무 부족해.”

머리까지 저은 서동수의 얼굴에 쓴웃음이 떠올랐다.

“그렇군, 이 기회에 그것을 명확하게 하는 것이 낫겠다.”

혼잣말이었지만 유병선이 숨을 들이켰다.

상기되었던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져 있다.

유병선이 눈을 가늘게 뜨고 서동수를 보았다.

“회장님, 무슨 말씀이십니까?”

그때 문에서 노크 소리가 들리더니 민혜영이 들어섰다.

손에 핸드폰이 들려 있다.

다가온 민혜영이 둘의 중간 부근에다 시선을 두고 말했다.

“청와대 비서실장 전화인데요.”

유병선이 숨을 들이켜는 소리가 들렸다.

그때 민혜영이 말을 이었다.

“회장님과 통화를 하시고 싶다는데요.”

(353) 17장 보스의 자격 (6)

 

“양용식이올시다.”

수화기에서 굵은 목소리가 울려나왔을 때 저도 모르게 긴장한 서동수가 어깨를 폈다.

양용식이 누구인가?

역대 비서실장 중 가장 강골(强骨)로 알려진 인물, 65세에 4선의원 출신,

한때 정계에서 은퇴했다가 갑자기 한대성 대통령에게 발탁되어 정치권을 놀라게 만들었다.

과연 인사가 만사라는 말이 맞다.

양용식 비서실장 체제가 되자 청와대와 대통령의 권위까지 치솟았다.

그 양용식이 직접 전화를 해온 것이다.

“예, 실장님, 저, 서동수입니다.”

서동수가 정중하게 대답했을 때 민혜영은 소리 없이

몸을 돌렸고 유병선이 자리에서 일어나 옆쪽으로 비켜섰다.

예의 바른 태도다.

그때 양용식이 말했다.

“서 회장님 덕분에 기업인들 사기가 올라갔습니다. 잘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실장님.”

서동수가 눈동자를 굴렸지만 앞뒤 생각할 겨를도 없이 양용식이 물었다.

“곧 인터뷰하시겠지요?”

“예, 그렇습니다.”

예고가 나간 것이다.

숨을 죽인 서동수의 귀에 양용식의 말이 이어졌다.

“영웅캠프에 출연하지 않으신다는 장면을 보고 저도 감동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이번 인터뷰에서는 그런 말씀을 하지 않으셨으면 해서요.”

양용식의 목소리는 부드러웠지만 서동수는 긴장했다.

그래서 낮게 물었다.

“무슨 말씀이신지요?”

“정치에도 서 회장님 같은 헌신적인 인물이 필요합니다.

그러니 미리 정치를 안 한다는 말씀을 하실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

“제가 서 회장님을 위해서가 아니라 국가를 위해 말씀드립니다. 예, 노파심이죠.”

“감사합니다.”

“귀국하시면 대통령께서 한번 뵙자고 하실 겁니다.”

“영광입니다.”

“그리고, 참.”

잊었다는 듯이 양용식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사람은 어느 단계쯤에 오르면 본인의 뜻대로 살기가 어렵게 되더군요.

본인이 어떻게 생각하건 국가의 이름으로 불리게 되면 나서지 않을 수가 없더란 말입니다.”

그러더니 덧붙였다.

“그러고 보면 인간은 어떤 면으로든 소용이 있는 것 같습니다.”

자신의 이야기를 빗대어 말한 것 같다.

통화를 끝낸 서동수가 핸드폰을 건네 주었을 때 유병선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회장님, 인터뷰 준비를 하셔야겠습니다.”

유병선이 손목시계를 보는 시늉을 했다.

“지금 프레스룸에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비서실장이 나한테 정치 이야기는 하지 말라더군.”

불쑥 서동수가 말하자 유병선이 몸을 굳혔다.

“사람은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성급하게 약속을 하지 말라고 하셨어.”


“맞는 말씀입니다.”

어깨를 부풀린 유병선의 말이 빨라졌다.

“모두 회장님을 생각하고 말씀하신 것입니다. 호의적이죠.”

“귀국하면 대통령이 만나자고 하실 것이라는데.”

“만나보셔야지요.”

그것 보라는 표정을 짓고 유병선이 열기 띤 눈으로 서동수를 보았다.

“회장님은 지금 국민들에게 얼마나 희망과 용기를 심어주고 있는지를

잘 모르고 계실 것입니다.

대통령께서도 인정하고 계신 것 아닙니까?”

서동수는 손목시계를 보면서 일어섰다.

인터뷰 시간이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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