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5> 16장 영웅의 조건 [10]
(344) 16장 영웅의 조건 (19)
“전 한국 본사의 회장실 비서 민혜영입니다.”
그 미녀가 머리를 숙여 인사를 하더니 문을 열고 안내를 했다.
셋이 응접실로 들어서자 아랍인 사내 하나가 서 있다가 한수정을 향해 한국식으로 인사를 했다.
“전 이집트 동성의 관리부장 카림입니다.”
사내가 영어로 인사를 했을 때 한수정은 동성의 저력을 실감했다.
체계적이고 질서가 잡혔다.
이 셋의 서열을 바로 알 수가 있었는데 임청, 민혜영, 카림의 순이다.
윗사람에 대한 예의로 서열이 높은 순서로 인사를 했다.
누가 시킨 것 같지도 않았다.
넷이 자리 잡고 앉았을 때 그것이 드러났다.
한수정이 위쪽 상석에 좌측의 소파에는 임청, 민혜영이, 우측에 카림이 앉은 것이다.
그때 임청이 먼저 입을 열었다.
“언론에 정보가 새 나가면 불리할 것 같아서 경성 부사장한테도 알리지 않았습니다.
중국 대사는 회장님이 결백하다는 증거물을 이집트 고위층에 전달했습니다.”
그러고는 임청이 중국대사 위판상이 키슈렉을 만난 상황을 이야기했다.
숨을 죽이고 있던 한수정의 눈에 생기가 살아났다.
그때 임청이 영어로 카림에게 말했다.
“카림 씨, 지금 이집트 내부 상황을 말씀드리세요.”
카림이 상체를 세우고 한수정을 보았다.
“이집트 군부 집권층은 이것을 기회로 삼아서 부패한 고위층을 소탕할 것 같습니다.”
한수정이 다시 숨을 죽였고 카림의 말이 이어졌다.
“아질란 등 구(舊) 세력도 만만치가 않아서 계획을 세우고 결행하는데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한수정이 입을 떼었다.
“그때까지 회장님은 나오시지 못한단 말인가요?”
“그렇습니다.”
“지금 어디 계시죠?”
“군 감찰대 안의 구치소입니다.”
“면회도 안되나요?”
“안됩니다.”
머리를 저은 카림이 말을 이었다.
“무사하신 건 확인했습니다.”
그때 이번에는 민혜영이 한국어로 말했다.
“감사님, 이 정보가 한국측에 들어가면 안됩니다. 만일 방송을 타면 회장님 신상에….”
“걱정하지 말아요.”
정색한 한수정이 민혜영을 똑바로 보았다.
“난 회장님이 KBC의 영웅캠프에 출연하실 예정이라는 것까지 알고 있어요.”
“죄송합니다.”
“우리 회사 일로 이렇게 되셨는데 어떤 방법을 쓰든 도와드려야죠, 방해를 하다니요?”
“감사합니다.”
그러자 한수정이 길게 숨을 뱉고 나서 이번에는 임청에게 물었다.
“중국 대사관에 감사 인사를 드리지 않아도 될까요?”
“그러시지 않아도 됩니다.”
임청이 맑고 큰 눈으로 한수정을 보았다.
“중국 대사관으로서는 당연히 할 일을 하고 있거든요.”
그렇다면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어깨를 늘어뜨린 한수정의 시선이 임청과 민혜영을 스치고 지나갔다.
미녀들이다. 하나는 중국미녀, 또 하나는 한국미녀,
서동수는 미인만 비서로 채용하는 모양이다.
다시 심장박동이 빨라졌으므로 한수정은 심호흡을 했다.
그러나 참지 못하고 말이 나와버렸다.
“두 분 비서가 모두 빼어난 미인이시네.”
(345) 16장 영웅의 조건 (20)
같은 날 오후 4시에는 비서실장 유병선이 도착했다.
그런데 유병선과 함께온 한 무리가 있다.
바로 KBC의 영웅캠프팀이다.
오태곤 PD가 작가 김은정, 그리고 촬영팀까지 데리고 온 것이다.
오태곤의 기가 막힐 아이디어가 바로 이것이었다.
아예 서동수가 체포되어 있는 시점부터 영웅캠프를 시작한다는 것이다.
상황을 들은 유병선은 감동해서 두말하지 않고 동행을 허가했다.
추진위원장인 사장 박한재도 찬성한 것은 물론이다.
“대박이다!”
오후 6시반, 호텔방 안에서 임청과 민혜영, 카림으로부터 상황 설명을 들은
오태곤이 흥분을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
김은정도 입이 귀밑까지 벌어지도록 웃는다.
손뼉까지 친 오태곤이 다시 외쳤다.
“그렇지, 목숨을 건 협상, 애국 그리고 한 기업가의 용기를 기폭제로 삼은
이집트 정권의 내부 혁명! 응?”
오태곤의 시선을 받은 김은정이 작가답게 말을 이었다.
“서둘러야겠어요.
비서분들과 카림 씨의 인터뷰도 해놓아야겠고, 오늘부터 밤새워야겠어요.”
“회장님이 석방되는 장면을 극적으로 잡아야겠어요, 연출이 필요해.”
“이집트 정권의 숙청작업과 경성건설 미수금 회수로 끝을 장식하면 진짜 대박이죠.
이건 그냥 논픽션이니까!”
오태곤이 상기된 얼굴로 유병선을 보았다.
작은 두 눈을 한껏 치켜뜬 모습이다.
“이것 한방으로 서 회장님은 차기 대통령 후보가 될 수도 있을 겁니다.
내가 보증할 수가 있어요.”
“아이구, 그렇게까지.”
유병선이 손까지 흔들었지만 싫지 않은 표정이다.
얼굴의 웃음기가 지워지지 않았다.
“우리 영웅캠프 위력을 모르시는 모양인데,
한번 나와서 장관되는 건 일도 아니란 말입니다.”
오태곤이 무시당한 것처럼 이맛살을 찌푸렸다.
“이번 영웅캠프를 보면 전 국민이 감동할 겁니다.
물론 우리가 잘 만들어야겠지만 말입니다.”
그러면서 오태곤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이거 실례하겠습니다. 지금부터 우린 회의해야 합니다.”
KBC 팀도 같은 호텔에 방을 잡았으므로 문 앞까지만 배웅하고
돌아온 유병선과 동성팀은 다시 회의실에 모였다.
유병선은 비서실의 영웅캠프팀 두 명을 더 데려왔으므로
테이블에 둘러앉은 남녀는 모두 여섯이다.
카림도 있었기 때문에 회의는 영어로 진행되었다.
“가장 정보를 빨리 받을 수 있는 사람은 임청과 카림이야. 받는 즉시 보고를 하도록.”
유병선이 임청과 카림을 번갈아 보면서 지시했다.
임청은 중국대사관을 통해, 카림은 정부부터 시작해
군부대에 깔린 군(軍)시절 인맥을 통해 정보를 얻는 것이다.
민혜영은 한국대사관을 맡았고 비서 하나는 경성건설을,
또 하나는 연락 담당이 되었다.
유병선이 생기띤 얼굴로 모두에게 당부했다.
“KBC에 적극 협조하도록,
하지만 KBC측에 정보를 넘기기 전에 꼭 나한테 보고를 하도록.”
유병선은 언론의 생리를 아는 것이다.
아무리 관계가 좋다고 하더라도 약점 잡힐 일은 하지 않는 것이 이롭다.
이윽고 회의를 마친 유병선이 카림까지 이끌고 방을 나갔으므로
프레지던트 룸에는 임청과 민혜영 둘이 남았다.
어느덧 오후 8시반이다.
그때 민혜영이 문득 물었다.
“언니, 지금 회장님은 뭘 하고 계실까?”
임청은 28세, 민혜영은 25세다.
둘은 이제 언니 동생 사이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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