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서유기

<174> 16장 영웅의 조건 [9]

오늘의 쉼터 2014. 7. 26. 09:38

<174> 16장 영웅의 조건 [9]

 

 

(342) 16장 영웅의 조건 (17)

 

 

“기가 막힌 타이밍이다.”

영웅캠프의 PD 오태곤이 눈을 치켜뜨고 말했다.

눈이 작아서 치켜떴어도 보통 사람이 그냥 뜬 눈밖에 되지 않는다.

“여기서 풀려나오고, 미수금까지 받아낸다면

그것만으로도 영웅캠프 소재를 꽉 채우고도 남아.”

“60분도 짧아요.”

작가 김은정도 맞장구를 쳤다.

“더구나 이번 미수금은 동성의 미수금이 아녜요.

경성건설 미수금이라구요.

한국 업체를 위해 나섰다가 그렇게 되었으니까 더 감동적이죠.”

그때 보도부장 노금봉이 말했다.

“MBS, SBC가 열심히 보도하고 있으니까 당분간 놔둬. 모른 척하자구.”

둘의 시선을 받은 노금봉이 쓴웃음을 지었다.

“서동수를 영웅캠프로 잡아 놨다는 걸 알면 바로 보도를 안 할 테니까 말야.”

“하긴 그러네요.”

김은정이 머리를 끄덕였을 때 오태곤이 핸드폰을 꺼내 버튼을 눌렀다.

오후 10시 반, 셋은 방송국 근처의 한식당 방 안에서 소주를 마시는 중이다.

이윽고 오태곤이 둘의 시선을 받으면서 핸드폰을 귀에 붙였다.

“예, 저, 오태곤입니다.”

그때 수화구에서 동성의 비서실장 유병선의 목소리가 울렸다.

“예, PD님, 무슨 일이십니까?”

“저기, 카이로에서 무슨 연락 없습니까? 궁금해서 그러는데요.”

그때 유병선이 잠깐 주춤하는 것 같더니 대답했다.

“중국 대사관에서 이집트 정부 측 고위층과 만났습니다.

누구인지는 말씀드릴 수 없지만 대사가 찾아가 만난 것은 확실합니다.”

“정, 정말입니까?”

놀란 오태곤이 작은 눈을 힘껏 부릅떴고 둘은 바짝 긴장했다.

그때 유병선의 말이 이어졌다.

“동성 본사가 중국에 있으니까요.

중국 회사나 마찬가지죠.

근로자가 3만, 가족까지 합하면 20만 명 가까운 중국인이 동성 가족입니다.”

“그, 그렇지요.”

“중국 대사관이 적극적으로 나서주고 있습니다.

중국 외교부도 움직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우, 우리는요? 한국 말입니다.”

“아, 당연히 열심히 뛰고 있지요.

하지만 중국이 선수를 친 것 같습니다.”

“그렇군요.”

“이건 KBC에만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잘 알겠습니다. 고맙습니다. 그리고.”

입맛을 다신 오태곤이 말을 이었다.

“다른 방송국에는 정보 주지 마세요.

그리고 영웅캠프 이야기는 절대로 꺼내시면 안 됩니다.

잘 알고 계시지요?”

“아, 그러믄요.”

“정보 있으시면 언제라도 전화 주세요.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한껏 부드럽게 말한 오태곤이 핸드폰의 정지 버튼을 누르고는 어깨를 폈다.

“중국대사가 이집트 고위층을 만났답니다.”

“어이크.”

놀란 노금봉이 수첩을 꺼내 들었다. 특종인 것이다.

오태곤이 유병선으로부터 들은 이야기를 정신없이 적은 노금봉이 자리를 차고 일어나 방을 나갔다.

그때 김은정이 오태곤에게 말했다.

“진짜 이번 영웅캠프는 대박이 될 것 같아요.

MBS, SBC가 사전 광고까지 해 주는 셈이니까요.

몇 억짜리 광고죠.”

“참.”

가는 눈을 치켜뜬 오태곤이 김은정을 보았다.

두 눈이 번들거리고 있다.

“영웅을 탄생시킬 기가 막힌 아이디어가 떠올랐어.”

(343) 16장 영웅의 조건 (18)

 

 

한수정이 카이로에 도착했을 때는 다음 날 오전 11시 반이었다.

이영만으로부터 연락을 받고 바로 날아온 것이다.

공항에서 시내로 들어오는 차 안에서 이영만이 보고했다.

“어제 중국대사가 비상대책위원장 비서실장인 키슈렉을 만났고

오늘 오전에는 한국대사가 외교부에 들어갔다가 나왔습니다.”

한수정은 시선만 주었으므로 이영만이 말을 이었다.

“중국 측에서 적극적입니다. 그래서 다행입니다.”

“…….”

“제가 보고드렸습니다만 서 회장이 너무 강하게 나간 것 같습니다.

아질란이 부패했다는 소문이 났어도 성급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

“아질란과 사이가 좋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은 성공했지만

이렇게 빨리 보복을 해올지는 몰랐거든요.”

“…….”

“MBS, SBC에서 연락이 자주 오고 있는데 인터뷰는 사절했습니다.”

그때 한수정이 물었다.

“앞으로 어떻게 하실 계획이죠?”

그 순간 승용차 안에 무거운 정적이 덮여졌다.

앞좌석에 앉은 최상호 부장도 몸을 굳히고 있다.

한수정의 시선이 떼어지지 않았으므로 이영만이 입을 열었다.

“예, 지금 상황으로서는 기다리는 수밖에 없습니다. 중국과 한국 대사관이….”

“중국대사관에 가 보셨어요?”

“예? 아니, 저는….”

이영만이 어깨를 늘어뜨렸을 때 한수정이 다시 물었다.

“한국대사관은요?”

“예, 영사를 만났습니다.”

“언제요?”

“오늘 오전에 한 9시 반쯤….”

“가서 만났습니까?”

“호텔로 찾아왔습니다.”

이제 이영만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져 있다.

머리를 돌린 한수정이 최상호의 뒤통수를 바라보며 말했다.

“보고하는 건 쉽죠.”

이영만은 숨을 죽였고 한수정의 말이 이어졌다.

“방관자처럼 말이에요.”

그러고는 한수정이 입을 꾹 다물었으므로 차 안은 더 무거운 정적에 덮여졌다.

어디선가 침이 식도를 넘어가는 소리가 들렸다.

숙소는 서동수와 같은 나일강가 킹덤 호텔이다.

방으로 들어선 한수정은 혼자 있고 싶다면서 이영만과 부장들을 돌려보냈다.

그러나 30분쯤이 지났을 때 방의 전화기가 울렸다.

동성의 회장 비서 임청이라는 것이다.

“오신다는 말을 듣고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또랑또랑한 목소리의 여자다.

“저는 위층에 있는데 언제 뵐 수 있겠습니까?”

“지금도 좋아요.”

목소리만으로도 개운한 느낌이 든 한수정이 말했다.

“내가 거기로 갈까요? 몇 호실이죠?”

“1801호실입니다.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한수정은 전화기를 내려놓고 바로 방을 나왔다.

18층에서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을 때 한수정은 앞에서 기다리는 여자를 보았다.

자신도 여자지만 잠깐 숨이 멈추는 느낌이 드는 미인이다.

“한 감사님이시죠? 전 중국본사의 회장실 비서 임청입니다.”

공손히 머리를 숙여 보인 임청이 인사를 했다.

그러고는 옆쪽 방으로 안내했는데 방문 앞에도 미녀 하나가 서 있다.

그 순간 한수정의 심장 박동이 빨라졌다.

 

'소설방 > 서유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176> 16장 영웅의 조건 [11]  (0) 2014.07.26
<175> 16장 영웅의 조건 [10]  (0) 2014.07.26
<173> 16장 영웅의 조건 [8]  (0) 2014.07.26
<172> 16장 영웅의 조건 [7]  (0) 2014.07.26
<171> 16장 영웅의 조건 [6]  (0) 2014.07.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