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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3> 16장 영웅의 조건 [8]

오늘의 쉼터 2014. 7. 26. 09:36

<173> 16장 영웅의 조건 [8]

 

 

(340) 16장 영웅의 조건 (15)

 

 

문에서 벨이 울렸을 때는 오후 1시 35분이었다.

룸서비스로 점심을 시킨 것이 늦게 오는 바람에 민혜영이 손목시계를 본 것이다.

문에 가깝게 있었던 임청이 대답하고 문을 열었다.

그때 열린 문으로 사내들이 임청을 밀치면서 들어섰다.

군복 차림의 사내들이 쏟아지듯 침입한 것이다.

감찰군이다.

“누구야?”

기가 센 임청이 날카롭게 소리쳤지만 그들은 눈도 깜박하지 않았다.

당신들 누구야?”

임청의 기세에 기운을 얻은 민혜영이 맞받아 소리쳤을 때 서동수는

이영만, 최상호, 박주신과 함께 응접실로 들어서는 감찰군을 보았다.

7, 8명이나 되었고 양복 차림의 사내가 뒤를 따르고 있다.

지휘자 같다.

그 지휘자가 소파에서 엉거주춤 일어선 넷을 둘러보며 물었다.

“한국인 미스터 서는 누구지요?”

“납니다.”

바로 대답한 서동수가 웃음 띤 얼굴로 셋에게 말했다.

“쿠데타 일으킨 놈들이라 행동은 빠르구먼.”

물론 한국어이다.

그때 지휘자가 서동수에게 말했다.

“당신을 뇌물을 제공하려고 시도한 혐의로 체포한다.”

“뇌물?”

되물은 서동수가 콧수염을 길렀지만 아직 30대로 보이는 사내에게 되물었다.

“내가 누구한테 말인가?”

“개발장관 아질란에게, 바로 이곳에서.”

사내가 손끝으로 방을 가리켰다.

얼굴에 웃음이 떠올라 있다.

“아질란 장관이 신고를 했어.”

그때 서동수가 머리를 끄덕이며 방안의 한국인들을 보았다.

“잘 되었어.”

이것은 한국어이다.

민혜영과 임청을 번갈아 보면서 서동수가 한국어로 말을 이었다.

“아질란이 왔을 때 녹화를 해두었어.

카림한테 말해서 그 필름을 복사해서 대사관과 고위층에 보내라고 해.”

서동수의 시선을 받은 임청과 민혜영이 동시에 머리를 끄덕였다.

그때 감찰군들이 다가와 서동수의 양팔을 잡았다.

“회장님.”

감정이 격해진 민혜영의 두 눈에 눈물이 고이더니 금방 주르르 흘러내렸다.

그러나 임청은 당돌했다.

또렷한 한국어로 서동수에게 말했다.

“걱정마세요, 회장님. 제가 바로 중국대사관에 달려가겠습니다.”

경성건설의 세 남자는 그동안 눈만 꿈벅이고 있었는데

분위기에 휩쓸렸는지 이영만이 한마디 했다.

“기운 내십시오, 회장님.”

지휘관의 지시로 감찰군은 서동수의 여권만 소지시킨 채 연행했고 거처 수색은 하지 않았다.

그날 오후 9시에 한국의 방송국에 뉴스 특보가 떴다.

3개 국영 방송국에서 일제히 특보가 뜬 것이다.

‘한국인 기업가, 이집트 카이로에서 감찰군에게 체포, 연행됨.’

이런 내용이었지만 KBC에서는 보도 내용이 더 구체적이었다.

‘미수금을 받으려고 협상 중에 갑자기 연행되었는데

이집트 관계 당국자의 의도적인 공작으로 보임.’

이것은 민혜영으로부터 보고를 받은 비서실장 유병선과 동성의

경영진이 KBC와 호흡을 맞춘 결과였다.

자초지종을 들은 KBC에서는 대특종의 분위기를 느낀 것이다.

거기에 영웅캠프로 이어지는 극적 드라마를 연상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한국 방송국들은 중국 측의 반응을 전혀 예상하지 못하고 있었다.

(341) 16장 영웅의 조건 (16)

 

 

“동성은 중국에 본부를 둔 세계적 기업으로 중국인 근로자만 3만 명에 육박하는 대기업입니다.”

중국 국영방송 CTV의 유명 앵커 양밍이 상기된 얼굴로 말했다.

베이징 시간으로는 오후 8시 10분,

서울과 동시에 사건을 보도하는 중이었지만 1시간 시차가 있기 때문이다.

양밍이 분한 표정으로 수억 명의 시청자를 보았다.

“이집트 관계자는 뇌물을 주려고 했다는 이유를 대었지만 동성은

즉시 당시의 CCTV 기록을 이집트 정부와 주이집트 중국대사관에 제출,

사건이 조작되었음을 주장한 상태입니다.”

중국이 한발 더 깊숙이 보도한 것은 의도적이다.

중국 측이 앞장을 서는 것이 유리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국 측에는 정보를 한 단계 늦춰 보내고 있다.

양밍이 말을 이었다.

“본 방송국에도 당시의 필름이 전달되어 분석한 결과 아질란 측이 주장한 내용은

조작되었음이 확인되었습니다.”

이제 상대방 이름까지 거명하고 있다.

“저런 개새끼들이 있나?”

베이징에서 식당을 경영하는 왕 씨가 소리쳤다.

왕 씨의 딸 미미가 동성의 직원인 것이다.

“이집트에 항공모함을 보내야 돼.”

식당에서 밥을 먹던 손님 중 하나가 손을 흔들면서 열변을 토했다.

“우리 육군을 10만 명쯤 보내든지, 저놈들에게 대중국(大中國)의 위엄을 보여야 돼.”

오후 4시 반, 이집트 주재 중국대사 위판상은 이집트의 국가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의

비서실장 키슈렉 중장과 마주 앉아 있었다.

서동수가 체포된 지 3시간 만이었으니 발빠른 행동이다.

위판상은 무관 광청 대교(大校)를 대동하고 있었는데 키슈렉의 태도는 정중했다.

“그럼 이 증거물을 보시지요.”

이미 이야기를 해놓은 터라 인사를 마치고 자리에 앉았을 때 위판상이 말했다.

그러자 광청이 탁자 위에 노트북을 내려놓더니 화면을 켰다.

곧 17인치 모니터에 선명한 화면이 떴고 소리가 울려 나왔다.

아질란이 서동수를 찾아온 순간부터가 화면에 그대로 재생되고 있다.

아질란의 방문은 10분도 되지 않아서 끝났기 때문에

그들은 화면이 정지될 때까지 지루함을 느낄 겨를도 없었다.

광청이 노트북을 덮었을 때 위판상이 부드러운 표정으로 키슈렉을 보았다.

“비서실장 각하의 공정한 판단을 바랄 뿐입니다.”

중국 정부는 신군부 세력에 호의적이었다.

지난달에 중국과 이집트 양국 정부는 경제 협약을 체결했다.

위판상의 시선을 받은 키슈렉이 머리를 끄덕였다.

“예, 저 증거물을 놓고 가시지요.

제가 위원장께 보고드릴 때 필요합니다.”

“당연히 놓고 가겠습니다.”

“오해가 있으면 풀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중국 정부를 대신해서 다시 한번 감사를 드립니다.”

회견은 이렇게 끝났다.

만족한 표정으로 차에 오른 위판상에게 앞쪽 자리에 앉은 광청이 물었다.


“대사님, 한국대사관에서 여러 번 전화가 왔었습니다.

회동 결과를 알려달라고 부탁을 했는데요.”

차가 정부 청사를 떠나 대로에 진입할 때까지 입을 꾹 다물고 있던 위판상이 입을 열었다.

“알려주지 마.”

“예, 대사님.”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한국 놈이 먹는 꼴이 될 것이다.”

“과연 그렇습니다.”

광청이 몸을 돌렸고 위판상은 어깨를 펴고는 좌석에 등을 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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