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0> 16장 영웅의 조건 [5]
(334) 16장 영웅의 조건 (9)
" 개발장관 아질란과 약속이 잡혔습니다.”
카이로 공항에서 시내로 들어가는 차 안에서 알리가 불쑥 말했다.
오후 6시 40분, 승용차는 소리 없이 달려가고 있다.
차 안에는 뒷좌석에 서동수와 알리가, 앞쪽은 운전사와 카림이 앉았다.
알리는 전직 군 장성으로 이집트 동성법인의 사장이다.
그리고 전에 서동수의 경호를 맡았던 카림은 이제 동성의 관리부장이 되어 있다.
알리가 말을 이었다.
“내일 저녁 8시 반에 호텔방으로 온다고 했습니다.”
머리를 끄덕인 서동수가 알리를 보았다.
알리는 65세, 군사령관 출신으로 재작년에 정책적으로 동성에 영입되었다.
그 당시 실권자였던 참모총장의 추천을 받았는데 그동안 정권이 두 번이나 바뀌었다.
작년 초에 대통령 선거로 알리의 배경이었던 군사정권이 무너지더니 올해 초에는
쿠데타가 일어났다.
작년 초부터 동성의 이집트 사업은 답보 상태였으므로 서동수는 새 정권에서
만회가 되기를 바라고 있다.
서동수는 이번 한수정의 경성건설에 대한 상황을 미리 알려주고 해당 책임자인
개발장관 아질란과의 면담을 부탁한 것이다.
면담은 성사되었으니 1차 작업도 성공한 셈이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기업가를 쓸데없이 만나지 않는다.
현직 장관이 알리와의 친분만으로 나올 리는 없는 것이다.
서동수가 지그시 알리를 보았다.
“가능성이 있겠습니까?”
“장관은 실세가 아닙니다.”
알리가 검은 얼굴을 들고 서동수를 보았다.
무표정한 얼굴이다.
“실세는 국가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의 비서실장인 키슈렉 중장입니다.”
처음 듣는 이름이다. 긴장한 서동수에게 알리가 말을 이었다.
“개발장관 아질란은 키슈렉의 결재를 받아야 합니다.
키슈렉의 결재를 받으면 위원장 모하메드의 승인을 받는 것은 문제가 아니지요.”
“…….”
“그러고 나서 재정위원 할라비의 결재를 받아야지요. 모하메드의 승인서를 첨부해서요.”
알리가 쓴웃음을 지은 얼굴로 다시 서동수를 보았다.
“그럼 할라비는 대금 지급 전에 다시 위원장 모하메드의 결재를 받습니다.
3천만 불 이상의 정부자금 지급은 모두 그렇게 하도록 위원회에서 명령했습니다.”
서동수는 어깨를 늘어뜨렸다.
예상은 했지만 만만한 일이 아니다.
그 과정 하나하나에 무수한 함정이 도사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견제와 감시장치 사이에 숨겨진 함정에 빠지면 치명적이다.
그야말로 십년공부 도로아미타불이다.
그때 앞쪽에 앉은 카림이 머리를 돌려 서동수를 보았다.
“회장님, 슈나가 감찰군에게 체포되었습니다.”
슈나는 그 능란한 수단으로 오향물산 대리인이 되어 있었는데 서로 소식만 듣는 사이였다.
카림은 슈나와 서동수의 관계를 아는 유일한 사림이다.
알리는 눈만 껌벅였고 카림의 말이 이어졌다.
“오향물산의 수입품을 관세를 내지 않고 밀반입하다가 세관 관리와 함께 체포되었는데
10년형은 받을 것 같습니다.”
“안 됐군.”
“오향물산은 컨테이너 30개 분량의 물품을 압수당했지만
소문을 막으려고 애를 쓰고 있습니다.”
카림의 시선을 받은 서동수가 잠자코 머리를 끄덕였다.
지금 카림은 주의를 환기시켜 주고 있다.
괜히 덤벼들었다가 슈나 꼴이 될지도 모른다고 한 것이다.
심호흡을 한 서동수가 낮게 말했다.
“정보 고마워, 카림.”
(335) 16장 영웅의 조건 (10)
카림은 전직 소령으로 보안업체 경호팀장 출신이다.
서동수의 경호를 맡은 인연으로 동성의 관리부장이 되었는데 특공대 출신이다.
알리와 함께 셋이 호텔에서 저녁식사를 하고 헤어진 것은 오후 10시 반,
방으로 들어왔던 서동수는 카림의 전화를 받았다.
“제가 로비에 있습니다. 올라가도 되겠습니까?”
호텔 앞에서 일단 헤어지는 시늉을 하고 돌아온 것이다.
기다리고 있었으므로 서동수는 5분쯤 후에 방으로 찾아온 카림을 맞았다.
서동수가 따로 카림에게도 임무를 준 것이다.
소파에 앉은 카림이 단정한 얼굴을 들고 서동수를 보았다.
카림이 서동수의 심복인 셈이다.
“알리 사장은 아질란과 인연이 있습니다.
군 시절에 아질란이 알리 사장 휘하 연대장이었지요.”
서동수의 시선을 받은 카림이 말을 이었다.
“그러나 비서실장 키슈렉, 재정위원 할라비는 모하메드 위원장의 인맥으로
알리 사장과는 소원한 관계입니다.”
“…….”
“군(軍)도 여러 파벌이 있습니다. 알리 사장의 인맥은 거의 힘을 쓰지 못합니다.”
“카림, 방법이 없겠나?”
정색한 서동수가 물었다. 카림은 42세로 군(軍)의 엘리트 코스인 사관학교 출신이다.
카림의 얼굴에 쓴웃음이 번져졌다.
“제가 개발부에 알아보았더니
경성건설의 미지급분은 하자 사항이 없어서 지급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렇지.”
눈을 크게 뜬 서동수를 향해 카림이 입맛을 다셨다.
“개발장관 아질란의 소문이 나쁘게 나고 있는데 본인은 모른다고 합니다.
이것은 개발부 내에서 들은 정보입니다.”
“…….”
“상황이 좋지 않습니다. 잘못 연루되면 회사에 치명상을 입게 될 것입니다.”
“알리 사장은 알고 있나?”
“알리 사장도 아질란에 대한 소문은 모르는 것 같습니다.”
“어떤 소문인가?”
“뇌물을 먹는다는 소문이죠.”
카림의 검은 눈동자가 똑바로 서동수를 보았다.
“뇌물을 제공한 업체들 이름까지 개발부 내에서 떠돌고 있습니다. 보스.”
그렇다면 같이 당하게 되는 것이다.
숨을 고른 서동수가 다시 카림을 보았다.
“카림, 다른 방법이 없을까?”
“보스, 이 경성건설의 미수금 회수가 그렇게 중요합니까?”
카림이 되물었으므로 서동수는 입을 다물었다.
말문이 막혔기 때문이다.
그러나 곧 머리를 들었다.
“내가 대리인 역할이야.
그리고 당연히 받아야 할 대금 아닌가?
로비가 무슨 필요가 있는가?”
되물었던 서동수가 문득 숨을 들이켜고 나서 카림을 보았다.
“모하메드 대통령을 만날 수 없을까?”
그 순간 카림이 눈을 치켜떴다.
카림은 눈썹 하나 까닥하지 않았고 숨도 쉬는 것 같지 않았다.
이윽고 천천히 어깨를 늘어뜨린 카림이 물었다.
“대통령을 말입니까?”
“직접 요청하겠어.”
서동수가 똑바로 카림을 보았다.
“빙빙 돌 것 없다고. 직접 만나서 요청을 하고 싶어, 카림.”
“…….”
“주선해 줄 수 있겠나?”
그러고는 서동수가 목소리를 낮췄다.
“대통령을 만나기 위한 로비 자금은 아끼지 않겠어, 카림.”
발레리아 루키아노바(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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