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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9> 16장 영웅의 조건 [4]

오늘의 쉼터 2014. 7. 26. 09:19

<169> 16장 영웅의 조건 [4]

 

 

(332) 16장 영웅의 조건 (7)

 

 

서동수의 형 서민수는 그동안 칭다오 공항 근처에서 대규모 농원과

식품가공회사를 운영하고 있었는데 물론 서동수가 지원해준 것이다.

 ‘동성식품’은 ‘동성’의 계열사로 전량 중국 시장에서 판매되고 있다.

다음 날 오전,

중국으로 돌아온 서동수가 공항에서 곧장 서민수의 회사 사무실로 들어섰다.

“어, 무슨 일 있어?”

연락은 했지만 조금 긴장한 모습으로 서민수가 서동수를 맞는다.

서민수는 2만 평 규모의 비닐하우스에서 각종 무공해 채소를 재배했는데

고가(高價)였지만 잘 팔렸다.

‘동성식품’의 채소는 백화점과 고급 매장에서만 판매되는 것이다.

자리에 앉은 서동수가 잠자코 가방에서 서류봉투를 꺼내 탁자 위에 놓았다.

“이거, 형이 보관하고 있어.”

“뭔데?”

서류봉투를 집어든 서민수가 묻자 서동수가 쓴웃음을 지었다.

“집에서 전해주기가 좀 불편해서.”

“뭔데?”

“서류가 여러 개야.

모두 변호사하고 공증 받은 것이고 형 도장도 찍혔어.

그러니까 볼 필요 없이 금고에 넣어놔.”

이제는 서민수가 봉투 안의 서류를 꺼내보더니 눈만 껌벅였다.

서류는 여러 장이고 여러 종류다.

시선을 든 서민수에게 서동수가 말했다.

“만일의 경우에 대비한 서류야. 그대로만 하면 돼.”

유서도 있고 주식양도, 재산관리, 위임장, 회사 경영권, 현금관리,

미혜에 대한 재산 분배, 양육에 관한 서류가 다 들어있는 것이다.

어깨를 늘어뜨린 서민수가 외면한 채 말했다.

“야, 갑자기 이걸 왜….”

“다 그렇게 해놓는 거야, 형.”

“난 보기도 싫다.”

서류를 봉투에 다시 넣은 서민수가 서동수를 보았다.

사람은 모두 자신만의 능력이 있다.

공부를 잘하는 학생이 다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제각기 자신의 특성을 살려 그 분야에서 기여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성공이디.

서동수가 사업가의 수완이 있다면

 형 서민수는 농업에 능력을 발휘했고 또 좋아했다.

지금 서민수가 재배하는 무공해 채소는 한국산 품종을

중국 땅에 적합하도록 배양시킨 양질의 식품이다.

“난 네 덕분에 내가 좋아하는 일을 실컷 하고 있지만 너 없으면 다 소용없다.

그것만 알고 있어라.”

서민수가 한마디씩 정성들여 말했다.

마치 개발한 배추씨를 하나씩 심는 것 같다.

머리를 끄덕인 서동수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알았어. 형, 나도 형이 버티고 있어서 얼마나 든든한지 몰라.”

“그럼 저녁때 집에서 보자.”

따라 일어선 서민수가 말했다.

서민수도 함께 살고 있는 것이다.

어머니까지 두 가족, 3대가 모여서 산다.

서민수의 사무실에서 시내로 들어가던 서동수가

서울 본사 비서실장 유병선의 전화를 받았다.

차 안이다.

“회장님, 영웅캠프 일정이 잡혔습니다. 4월 25일 금요일입니다.”

유병선의 목소리에 열기가 띠어져 있다.

“제가 프로필과 필요한 자료는 KBC 측에 보내겠습니다.

그리고 KBC에서 보내온 질문과 답변도 다듬어서 보내 드리겠습니다.

회장님께서는 계획표대로 준비를 해주셔야 됩니다.”

“알겠어.”

마치 수술 날짜를 받은 환자 기분이 들었지만

서동수가 어깨를 부풀렸다가 내리면서 말했다.

“난 며칠 이집트에 다녀올 일이 있어.”

(333) 16장 영웅의 조건 (8)

 

오후 8시 반, 칭다오 시내 중심부에 위치한 로열호텔 라운지에서 서동수와 한수정이

마주 앉아 있다.

한수정은 내일 서울로 출국 예정이었는데 서동수의 연락을 받고 서둘러 이곳으로 달려온 참이다. 라운지는 조명을 은근하게 해놓아서 도시의 야경이 더 선명하게 드러났다.

18층 높이의 라운지에서는 반대쪽의 바다도 보인다.

주문을 받은 종업원이 돌아갔을 때 서동수가 입을 열었다.

“내가 내일 아침 비행기로 이집트에 갈 테니까 담당자를 이집트로 보내.”

“응? 이집트로?”

깜짝 놀란 한수정이 상반신을 세웠다.

얼굴의 웃음기가 지워졌고 눈이 크게 뜨여졌다.

입은 삼분지 일쯤 벌어져 있다.

“너, 참, 섹시하다.”

그 모습을 본 서동수가 감탄한 표정으로 말했더니 한수정이 입안의 침을 삼켰다.

“오빠, 농담했지?”

“내일 아침 비행기표 끊었어. 칭다오, 상하이, 카이로 코스야. 내일 오후 6시에 카이로 도착이다.”

“오빠.”

“내가 현지법인 사장하고 상의하고 있을 테니까 담당자를 보내.

진행상황도 듣고 서류체크도 해야 할 테니까.”

“오빠, 정말 가려고?”

“너하고 섹스는 갔다 와서 해야겠다. 오늘은 집에서 미혜하고 있어야 돼.”

마침내 한수정의 눈에 습기가 차서 번들거리고 있다.

“오빠, 거기 위험하다고 하던데.”

“얘가 왜 지금 와서 난리야?”

“안 가도 돼. 오빠.”

“잔소리 말고 지금 서울에다 연락해.”

정색한 서동수가 말하자 잠시 머뭇대던 한수정이 핸드백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전화하고 올게.”

한수정의 뒷모습에 시선을 주던 서동수가 길게 숨을 뱉었다.

이집트는 지금도 정국이 혼란 상태여서 책임지고 나서는 관리가 없다.

3억 불이 넘는 자금을 선뜻 내놓기는 힘든 상황이다.

아무리 하자가 없는 미지급금이라고 해도 그렇다.

정권이 바뀌면 담당자가 바뀌고 그 담당자는 업무파악에 시간이 걸린다.

이만한 핑계거리가 없다.

천재지변이나 같은 것이다.

한수정의 경성건설이 이집트 정부에서 받을 대금은 아파트단지 건설 잔금 3억2500만 불이다.

7억 불 공사였는데 선금과 중도금은 받았다.

6년 전 공사를 시작할 때 큰 계약이라고 언론에 보도된 적도 있는 공사였다.

그때 한수정이 다가와 다시 앞자리에 앉았다.

이제는 두 눈에 생기가 띠어져 있다.

“내일 오전에 서울에서 셋이 출발할 거야. 부사장하고 부장 둘이야.

그 사람들이 처음부터 일을 맡아 진행시켰어.”

서동수의 시선을 받은 채 한수정이 말을 잇는다.

“나도 모레쯤 이집트로 가겠어. 오빠한테만 맡기고 앉아 있을 수는 없어.”

“넌 안 돼.”

머리를 저은 서동수가 쓴웃음을 지었다.

“너하고 나하고의 관계가 바로 알려질 것이고 네가 그곳에 있는 것도 도움이 안 돼.”

“오빠만 그곳에 보내는 것이 미안해서 그래.”

“이 자식이 공사 구분을 못하는구먼.”

“내일 박 상무가 계약서를 가져갈 거야.

미수금을 회수했을 적에 경비에다 회수 금액의 7%를 지급한다는 계약서.”

“5%라더니?”

“7%로 했어.”

시선을 내린 한수정이 말을 이었다.

“이것도 공사 구분을 확실하게 한 거야.”

하긴 한수정이 회사 경영을 맡은 지 꽤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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