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서유기

<164> 15장 억만장자 [10]

오늘의 쉼터 2014. 7. 26. 09:12

<164> 15장 억만장자 [10]

 

 

(322) 15장 억만장자 (19)

 

 

 

프레지던트룸은 방이 세 개였지만 하나는 출입문 옆에 붙어서 수행원 방이었다.

서동수는 그 방을 차지했다.

방으로 들어설 때의 분위기도 자연스러웠다.

식당에서 나왔을 때 서동수가 둘을 향해 같이 가지 뭐, 하는 것으로 끝난 것이다.

정재민은 머리만 끄덕였고 한수정은 못 들은 척했으므로 서동수가 앞장을 서서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밤 11시 반,

서동수가 문간방에서 샤워를 하고 가운 차림으로 나왔을 때

이제는 두 여자가 응접실 탁자에 술상을 봐놓았다.

마른안주와 과일이 잔뜩 있는 데다 양주도 여러 종류가 있었기 때문에

술상이 술집보다 더 화려했다.

“좋아서 코 벌름거리는 것 좀 봐. 지가 무슨 할렘의 왕자라도 된 줄 아나봐.”

앞쪽에 앉은 서동수를 향해 정재민이 눈을 흘겼다.

“오늘은 내가 수정이 사정을 봐서 특별히 봐주는 거야.”

한수정은 잠자코 안주를 놓고 있었는데 어느새 흰색 반팔 셔츠에 바지로 갈아입었다.

정재민은 가져온 분홍색 실크 가운 차림으로 본처 행세를 한다.

서동수가 둘을 번갈아 보면서 말했다.

“오늘 밤은 이야기만 할 거야. 쓸데없는 생각은 하지 마.”

“어머, 참을 수 있겠어?”

놀란 표정으로 정재민이 묻더니 풀석 웃었다.

“하긴 자기 참는 데는 선수지.”

이제 셋은 자리를 잡고 앉았다.

소파가 상석 하나에 좌우로 놓여진 구조여서 어쩔 수 없이

서동수가 일인용 상석에, 둘은 좌우의 긴 소파에 앉았다.

잔에 위스키를 채운 서동수가 불쑥 한수정에게 말했다.

“정재민이 나하고 친구처럼 지내니까 한 감사도 나한테 오빠라고 하는 게 어때?”

“그렇게 해.”

 

정재민이 거들자 한수정이 웃었다.

“그럴게요, 오빠.”

“오빠 하면서 안기는 게 더 감칠맛이 나지, 안 그래?”

이번에는 정재민이 서동수를 거든다.

“그렇지.”

머리를 끄덕인 서동수가 한 모금 술을 삼켰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오늘 밤은 팬티 벗지 않을 거다.”

“팬티 앞에 구멍이 뚫렸잖아?”

자꾸 정재민이 이야기를 그 방향으로 몰고 가는 것도 의도적이다.

저를 위해서가 아닌 것이다.

정재민이 허튼 말이나 수작을 부리는 성품이 아니다.

1천 억 가까운 현금을 굴리는 여자인 것이다.

다 계산적이라고 봐야 된다.

서동수가 머리를 돌렸을 때 한수정과 시선이 마주쳤다.

술기운으로 상기된 한수정의 모습은 성적(性的) 열기로 덮여 있었다.

마치 몸에서 빛이 나는 것처럼 느껴졌다.

물기에 덮인 두 눈이 생기에 차 있었으며 반쯤 열린 입술에 무엇이든

넣고 싶은 충동이 일어났다.

서동수가 숨을 들이켜고 나서 물었다.

“수정이는 어떻게 자랐어?”

한수정의 눈동자에 초점이 잡혀졌고 물기가 촉촉한 입술이 조개 껍데기처럼 닫혔다.

다시 서동수가 물었다.

“내가 마치 맞지 않는 기성복을 입고 있는 기분이 들어서 그래.”

“왜, 재벌이 어색하니?”

정재민이 큭큭 웃더니 술잔을 들었다.

“니 심정 알아,

수정이하고 같이 있으면 유유상종이 될 테니까.

그래서 재벌끼리 결혼하는 거란다.

서민이 이해 못할 부분이 많거든.”

해답 일부는 정재민이 풀어준 것 같다.

정재민도 재벌 축에 든 여자니까.

 

 

 

 

 

(322) 15장 억만장자 (19)

 

 

 

“열심히 회사를 키우는 것이 애국하는 것이라고 하시더군요.”

한수정이 한 모금 술을 삼키고 나서 말을 이었다.

“그 말씀밖에 기억나지 않아요.

아버지는 할아버지한테서도 그렇게 교육을 받았다고 하셨어요.”

한수정의 부친이었던 고(故) 한경수 경성그룹 회장도 재벌 2세였다.

한수정의 조부가 경성을 일으킨 것이다.

그러니 ‘열심히 회사를 키우는 것이 애국이다’ 이것은 가훈(家訓)이 된다.

술잔을 든 서동수가 머리를 끄덕였다.

“그렇지, 회사를 키우면 월급 주는 회사원이 늘어나니까 애국하는 것이지.

그 단순한 말에 진리가 포함되었죠.”

크게 깨우친 표정을 짓고 서동수가 술병을 들고 정재민과 한수정의 잔에 술을 채웠다.

“내가 오늘 밤 또 한 가지 깨우쳤다.

평범함 속에 진리가 있다는 것을, 어렵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말야.”

술잔을 든 서동수가 건배하자는 시늉을 했다.

“자 들지.”

그 순간 정재민을 본 서동수는 쓴웃음을 지었다.

정재민이 소파에 머리를 기대고는 잠이 들어 있었기 때문이다.

중식당에서부터 술을 많이 마시긴 했다.

“야, 자는 시늉하지 마.”

서동수가 말했지만 정재민은 눈을 뜨지 않았다.

“언니, 자?”

한수정이 물었어도 정재민은 깨어나지 않았다.

밤 12시 반이 되어가고 있다.

“언니 자나 봐요.”

한수정이 말하자 서동수가 입맛을 다셨다.

“우리 둘한테 기회를 주려고 자는 시늉을 하는 것 같은데 말야.”

“아유, 설마요.”

한수정이 눈을 흘겼을 때 서동수의 가슴이 찌르르 울리면서 저절로 입안에 고인 침이 넘어갔다.

욕정이 치밀어 오른다는 신호다.


“재워야겠다.”

술잔을 내려놓은 서동수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정재민에게 다가간 서동수가 겨드랑이와 무릎 밑에 손을 넣고는 번쩍 안아 들었다.

여러 번 들어본 경험이 있는 터라 무게가 익숙해져 있었는데 오늘은 더 무겁다.

늘어져 있기 때문이다.

한수정이 앞장을 서서 정재민의 침실 문을 열었고 시트를 걷어주었다.

침대에 정재민을 눕힌 서동수가 시트를 덮어주다가 문득 머리를 들었다.

한수정이 막 밖으로 나가고 있다.

문이 닫혔을 때 누워 있던 정재민이 말했다.

“자, 이젠 난 놔두고 쟤 방으로 가.”

정재민이 깨어 있었던 것이다.

“이런 제기.”

놀란 서동수가 투덜거렸다.

“쟤는 나보고 너한테 가라고 저러는 것 같은데.”

“난 됐어.”

멀쩡해진 얼굴로 정재민이 똑바로 서동수를 올려다보았다.

“난 네 물건을 우리 집 화장실에 놓인 칫솔쯤으로 여기니까 오해하지 마.”

“뭐라고?”

눈을 치켜뜬 서동수를 향해 정재민이 빙그레 웃었다.

“네가 날 소변기로 본다고 해도 난 눈 한번 끔벅 안 해. 알지?”

“너, 오늘 왜 이래?”

“오늘 가만 보니까 너한테 한수정 같은 애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

갑자기 정재민이 손을 뻗어 서동수의 남성을 움켜쥐었다.

“봐, 얘도 좋다고 하네. 저런 애도 네 연락처에 넣어 두는 것이 이로울 거야.”

'소설방 > 서유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166> 16장 영웅의 조건 [1]  (0) 2014.07.26
<165> 15장 억만장자 [11]  (0) 2014.07.26
<163> 15장 억만장자 [9]  (0) 2014.07.26
<162> 15장 억만장자 [8]  (0) 2014.07.26
<161> 15장 억만장자 [7]  (0) 2014.07.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