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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2> 15장 억만장자 [8]

오늘의 쉼터 2014. 7. 26. 09:10

<162> 15장 억만장자 [8]

 

 

(318) 15장 억만장자 (15)

 

 

 

서울에서 돌아온 다음날 아침,

식당에서 늦은 아침식사를 하고 있는 서동수의 앞에 서미혜가 앉는다.

미혜는 이제 국제학교 중학1년생이다.

사춘기가 되더니 가슴도 조금 나왔고 키가 160이다.

갸름한 얼굴형에 예쁜 얼굴이어서 남자 친구들한테 꽤 인기도 있다는 것이다.

주방에 서있던 어머니가 미혜에게 물었다.

“미혜야, 너 아침 조금 먹던데 아버지하고 먹게 밥 줄까?”

“아뇨, 싫어요.”

얌전하게 말한 미혜가 서동수를 보았다.

오늘은 일요일이다.

같이 사는 형 식구들도 집안에 있지만 저택이 커서 이쪽은 조용하다.

“아빠, 나 고등학교도 중국에서 다닐 거야. 미국은 포기했어.”

미혜가 정색하고 말을 이었다.

“내가 아무도 없는 미국에 가서 공부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어.

그래서 여기 국제학교 다닐 거야.”

서동수는 잠자코 국을 떠먹었다.

미혜의 꿈은 3년 전까지 피아니스트였다가

디자이너, 배우, 수의사를 거친 다음 의사에 이르렀다.

모두 드라마나 언론매체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인데

주술사나 관상가에 잠깐 흥미를 보이기도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유학지도 영국, 프랑스, 이태리, 미국이 되었다가

다시 중국으로 돌아온 것이다.

결정적인 요인은 미혜의 단짝 친구인 양지가 중국에 머물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미혜가 똑바로 서동수를 보았다.

“아빠 옆에 있으면서 회사를 어떻게 하는가 배우기도 하고,

어쨌든 아빠 회사는 나중에 내가 물려받게 될 테니까.”

“…….”

“매장 같은 데서 알바로 일하면서 배우더라고. 드라마 ‘하늘궁전’에서도 그랬어.”

서동수도 잠깐 보았지만 재벌 딸이 신분을 속이고 아빠 회사 매장에서

알바로 일하다가 말단인 사원하고 사랑에 빠진다는 줄거리다.

서동수가 머리를 끄덕였다.


“그렇게 해라.”

“좋았어.”

만족한 미혜가 자리에서 일어섰을 때 서동수가 불쑥 물었다.

“네 엄마한테서 연락 와?”

“아니.”

몸을 돌린 미혜의 얼굴은 평온했다.

“바쁘겠지. 뭐, 애도 둘이나 있는데.”

“…….”

“지금 석 달째 연락이 없는데 나도 전화 할까 하다가 놔뒀어.”

“…….”

“억지로 그럴 것 없잖아? 안 그래?”

“억지로라니?”

“내가 널 잊지 않고 있다는 것을 억지로 보이려는 것 말이야.”

“그건 억지가 아니라…….”

“바쁘면 다 잊는 거야.”

서동수는 다시 입을 다물었고 미혜는 주방을 나갔다.

재혼한 박서현은 또 자식을 낳은 것이다.

다섯 살, 두 살짜리 아이를 키우느라 정신이 없지만 부부 사이는 화목한 것 같다.

박서현의 남편 정영철은 서동수가 오더를 연결시켜 주기도 했는데

여전히 비슷한 규모로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그때 주방에서 어머니가 다가왔다.

어머니는 둘의 이야기를 다 들은 것이다.

숭늉 그릇을 앞에 놓은 어머니가 얼굴을 펴고 웃는다.

“알겠냐? 사람은 다 이렇게 저렇게 살아가기 마련이다.

나도 가끔 미혜 보면서 저 어렸던 것이 벌써 이렇게 성숙했구나 한단다.”

서동수는 눈만 끔벅였고 어머니가 말을 이었다.

“자식 사랑은 진득해야 되겠더라. 서두르면 탈이 나더구나.”

 

 

 

 

 

(319) 15장 억만장자 (16)

 

 

 

오후 5시가 되었을 때 서동수가 들어선 곳은 칭다오 시내에 위치한

컨티넨탈 호텔의 프레지던트 룸이다.

“어서 와.”

방에서 서동수를 맞는 투숙객이 바로 정재민이다.

부동산 갑부 정재민은 서동수에게 거금 2백억 원을 빌려주었다가

엄청난 이익금과 함께 돌려받았다.

지금은 서동수의 회사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주주 신분이다.

방으로 들어선 서동수는 정재민 뒤에 서있는 여자를 보았다.

시선이 마주쳤을 때 여자는 눈웃음을 쳤는데

그순간 서동수는 심장에 얼음덩이가 부딪치는 것 같은 충격을 받았다.

아름답다는 표현은 너무 많이 써서 지루하다.

여자는 고혹적이다.

신선하고 섬세했다,

용모와 몸매가 잘 어울렸다.

1초밖에 안된 순간이었지만 서동수의 머릿속에서 만감이 교차했다.

인간의 뇌는 그렇다.

뇌를 스치는 감은 몇만분의 일도 표현이 안된다.

그때 정재민이 말했다.

“한수정 씨야. 내가 친동생처럼 지내고 있어.”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서동수가 인사하자 여자는 웃음띤 얼굴로 손을 내밀었다.

“저도요. 한수정입니다.”

목소리가 맑고 젖어있다.

한수정의 손은 부드럽고 따뜻했다.

이번에는 서동수의 머릿속으로 한수정의 알몸이 스치고 지나갔다.

셋이 자리에 앉았을 때 정재민이 웃음띤 얼굴로 둘을 번갈아 보았다.

“잘 어울리네.”

“어, 그래?”

서동수가 따라 웃었고 한수정은 눈을 흘기는 시늉을 했다.

이미 정재민한테서 한수정의 프로필을 다 들은 서동수다.

36세, 경성그룹의 3녀로 이혼녀,

26세때 비슷한 규모의 재벌그룹인 영진그룹의 차남과 결혼했다가 3년 만에 이혼,

현재 독신으로 경성건설의 감사역을 맡고 있지만 지분 33%를 가진 대주주인 것이다.

이른바 재벌가의 상속녀다. 서동수가 한수정에게 말했다.

“정 사장이 말한 이상으로 미인이십니다.”

“어머 그래요?”

한수정이 다시 눈웃음을 쳤고 이제는 정재민이 흘겨보았다.

“아니, 내가 덜 예쁘다고 했단 말야? 무지하게 미인이라고 했잖아?”

“그래, 무식하게 미인이라고 했지.”

“어머, 내가 언제?”

놀란 정재민이 허둥대는 시늉을 했다.

정재민이 소개에는 빼놓았지만 한수정의 경성건설은 지금 자금난에 허덕이고 있다.

그래서 정재민과 자주 접촉하는 것 같다.

자금난의 이유는 이집트와 아프리카에서 공사대금을 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수금이 5억 달러나 되는 터라 회사가 부도난다는 소문이 슬슬 나오는 실정이었다.

서동수가 물잔에 물을 따르면서 한수정에게 물었다.

“이집트에서 미수금이 3억 달러라고 들었는데요, 맞습니까?”

바로 본론을 꺼내었고 한수정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지워졌다.

이것 때문에 서동수를 만나러 온 것이다.

서동수의 ‘동성’ 이집트 현지법인은 이집트에 기반을 굳힌 회사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네, 3억 달러가 조금 넘습니다.”

한수정이 똑바로 서동수를 보았다.

“하자 보수까지 다 했고 계약조건을 다 맞췄는데도 결제가 2년반이나 지연되고 있어요.”

한수정의 목소리에 열기가 띠어졌다.

“그동안 정부 기관을 통해서, 또 인맥을 통해서 갖가지 방법으로 접촉을 했지만

실무자가 자꾸 바뀌는 데다 정권 핵심 인사들이 기피하는 바람에….”

손을 잘못 대었다가는 총에 맞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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