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서유기

<161> 15장 억만장자 [7]

오늘의 쉼터 2014. 7. 26. 09:09

<161> 15장 억만장자 [7]

 

 

(316) 15장 억만장자 (13)

 

 

 

비서실장 유병선이 사무실로 들어섰을 때는 오전 10시 반경이다.

“회장님, 한국당의 이대용 의원이 11시에 오신다는데요.”

유병선이 말하자 서동수가 머리만 끄덕였다.

서울 본사에 오기 전부터 약속이 되어 있었던 것이다.

이대용은 서동수의 고교 8년 선배로 재선의원이다.

여당인 한국당의 정보위 간사를 맡고 있었는데 동창회 때 서너 번 안면을 익혔을 뿐이다.

앞에 선 유병선이 서동수의 눈치를 보면서 물었다.

“이 의원의 후원회에 가입하시겠습니까?”

“아니.”

한마디로 자른 서동수가 유병선을 보았다.

유병선은 40세로 서동수와 동갑이었지만 경력이 좋았다.

대기업 대한그룹의 기조실에서 5년을 근무했고 동방상사의 기획조정실 3년,

그리고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서동수가 말을 이었다.

“나한테는 동창회 관계로 만나자고 했어. 모교에 체육관을 세우는 문제로 말야.”

“5개월 후가 총선입니다.

의원들이 한가하게 모교 체육관 건립 문제로 돌아다닐 여유가 없습니다. 회장님.”

“그럼 내가 어쩌란 말야?”

서동수가 짜증을 냈다.

정치에는 관심이 없는 서동수다.

정치인의 도움을 받을 일도 없었고 그럴 생각도 없었던 터라 똑바로 유병선을 보았다.

“어디 그 양반 이야기나 들어보자구.”

그러고 나서 30분 후에 서동수는 이대용과 사무실에서 마주 앉아 있다.

인사가 끝나고 앞에 마실 것이 놓여지고나서 이대용이 웃음 띤 얼굴로 서동수를 보았다.

“서 회장이 우리 현성고 동문 중에서 기업가로 가장 출세한 인물이오. 아시오?”

“과찬이십니다.”

정색한 서동수가 머리까지 저었다.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기업인으로서 두각을 나타내신 선배가 수십 명입니다.”

“아니지. 서 회장의 재산은 그들 모두를 합친 것보다 많지 않소?”

“아니. 그것이….”

“됐습니다.”

손바닥을 펴보이며 서동수의 말을 막은 이대용이 정색했다.

“서 회장, 비례대표 한번 하시지 않겠소?

비례대표 끝나면 지역구를 보장해 드리지요.

이건 당 차원에서 약속해 드리는 겁니다.”

감사합니다만 사양하겠습니다.”

서동수도 정색하고 말을 잇는다.

“회사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요.

전력투구해도 모자란 형편입니다.

런데 회사를 놔두고 정치를 하라니요?

당치도 않습니다.”

눈을 크게 뜬 서동수가 똑바로 이대용을 보았다.

“저는 제 자신을 잘 압니다.

제가 정치를 하면 한국 정치는 몇 단계 후퇴하게 될 겁니다.”

“아니. 그게 무슨 말이오?”

서동수의 말에 끌려든 이대용이 물었다.

심호흡을 한 서동수가 말을 이었다.

“아마 저는 정치는 뒷전으로 두고 이권을 찾아 돌아다닐 겁니다.

그러고는 쉴 새 없이 뇌물을 챙기다가 덜컥 잡혀서

교도소에 들어가게 될 가능성이 많습니다.”

기가 막혔는지 이대용이 눈만 껌벅였고 서동수의 말이 이어졌다.

“도저히 뇌물 유혹을 뿌리칠 자신이 없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제가 건드린 여자가 수백 명입니다.

다 잘 끝냈지만 반대편에서 여자들을 끌고 나오면 어떻게 합니까?

당이 망신당하는 거죠.”

“허어, 참.”

웃을지 말지 망설이던 이대용이 마침내 픽, 웃더니 어깨를 늘어뜨렸다.

자, 비례대표는 물 건너간 눈치였지만 다음 순서는 무엇인가?

서동수는 긴장했다.

 

 

 

 

(317) 15장 억만장자 (14)

 

 

 

이대용이 돌아간 것은 30분쯤이 지난 후였다.

서동수는 이대용의 후원회에 가입하기로 한 것이다.

다음 달 초에 열리는 출판기념회에도 참석하기로 약속을 했다.

이대용을 배웅하고 사무실로 돌아온 서동수가 유병선에게 말했다.

“나한테 비례대표를 하라는데, 당차원에서 약속한다고 말야, 유 실장은 어떻게 생각해?”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앞에 선 유병선이 대번에 말했으므로 서동수가 시선을 들었다.

유병선 답지 않은 대답이다.

뭘 물으면 맞건 틀리건 분명하게 대답을 해온 사람이다.

“잘 모르겠다니?”

“회장님의 성향은 정치인에 적당하다고 생각했지만

뜻이 있으신지를 모르겠다고 말씀드린 것입니다.”

서동수가 빙그레 웃었다.

“내 성향이 정치인 스타일인가?”

“그렇습니다.”

“이 의원한테는 내가 의원이 되면 이권 챙기는데 급급해서

정치를 뒷전으로 밀어놓을 것이라고 했어.”

“요즘은 인간적인 성품이 먹힙니다. 회장님, 특히 젊은층한테 말입니다.”

동문서답 같았으므로 서동수가 머리만 기울였더니 유병선의 말이 이어졌다.

“그런 약점은 회장님의 자수성가하신 사연,

창조적인 경영관 등으로 미화시키면 얼마든지 상쇄시킬 수 있습니다.”

“지금 미화라고 했나?”

“미화하지 않고 나온 사람은 하나도 없습니다. 회장님.”

“그건 그래.”

“회장님의 임기응변력, 중도형 국가관이 폭넓은 지지층을 확보할 것입니다.”

“내가 여자관계가 복잡해서,

지금은 그렇지 않지만 전에는 닥치는 대로 여자를 만났거든.

그것도 걸림돌이라고 했어.”


“요즘은 그것도 악의적인 사건이 아니면 이해해줍니다.

시대가 변했다는 것을 모두 인식하고 있거든요.”

“아니, 그럼 유 실장은 나한테 나가라는 것인가?”

정색한 서동수가 물었더니 유병선이 상반신을 곧게 세우며 대답했다.

“회장님 성향에 대한 제 대답입니다.

회장님께서 어떤 생각을 갖고 계시는지는 제가 모릅니다.”

“참고가 되었어.”

머리를 끄덕인 서동수가 유병선을 보았다.

“내가 내 회사 임직원한테서 존경을 받고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된다면 그때 다시 고려해보지,

회사에서도 존경을 받지 못한 인간이 밖에서 가면을 쓰고 나댈 수는 없어.”

“알겠습니다.”

“그리고 본사 비서실에 팀 하나를 신설하도록,

그 팀은 국가와 사회 단체에서도 찾아내지 못한 불우한 사람들을 돕는 팀이야.

소년소녀 가장, 독거노인, 불우한 가족, 억울한 사연 등을 찾아내어 돕는 팀이란 말야.”

유병선은 눈만 크게 떴고 서동수가 말을 이었다.

“팀 이름도 거창하게 만들어 붙일 것도 없고 팀원도 두 명 정도로만 운영해,

그것도 비밀로 말야, 그렇지. 팀 이름을 ‘H’팀으로 부르면 되겠다.

비서실 내에서만 말야.”

“예, H팀.”

복창한 유병선이 말을 이었다.

“회장님 뜻을 잘 알겠습니다. 즉시 시행하겠습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내가 이걸 자랑삼아 이야기하려는 것이 아냐,

끝까지 비밀로 갈 거야. 알겠지?”

“알겠습니다. 회장님.”

유병선이 머리까지 끄덕였다.
 



 

'소설방 > 서유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163> 15장 억만장자 [9]  (0) 2014.07.26
<162> 15장 억만장자 [8]  (0) 2014.07.26
<160> 15장 억만장자 [6]  (0) 2014.07.26
<159> 15장 억만장자 [5]  (0) 2014.07.26
<158> 15장 억만장자 [4]  (0) 2014.07.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