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9> 15장 억만장자 [5]
(312) 15장 억만장자 (9)
“너, 돈 얼마나 있어?”
양주를 두 병째 마실 때 강정만이 불쑥 물었다.
지금 지갑에 얼마 있느냐고 묻는 것처럼 들렸지만 아니다.
재산을 묻는 것이다.
사람들은 언제부터인가 억만장자 순위까지 매기고 있다.
세계 갑부 순위로 1위가 빌 게이츠,
한국의 재벌은 순위가 몇 등이라는 식이다.
술잔을 든 서동수가 씩 웃었다.
보통 사람들에게 재벌순위는
그저 호기심을 채워주는 역할일 뿐이지만 당사자에게는 부담이다.
공인(公人) 취급을 받는 것이다.
“나, 운 좋게 돈 번 졸부가 아니야.”
“누가 뭐래?”
강정만이 번들거리는 눈으로 서동수를 보았다.
“네 기사가 신문에 난 적도 있어.
16개국에 흩어진 현지법인 재산을 모두 모아서 계산을 했더구만.”
이제 내막을 알아챈 아가씨들은 긴장했고 강정만의 말이 이어졌다.
“150억 불쯤 된다고 하더구만. 맞냐?”
“매출액만 합친 거야. 엄청나게 불렸지.”
“그럼 얼마냐?”
“나도 모른다.”
“니 재산을 니가 몰라?”
서동수가 머리를 끄덕였다.
각 지역은 현지법인 체제로 운영되지만 사주는 물론 서동수다.
‘동성’의 사업은 이제 거대한 유통업을 중심으로 호텔, 관광업까지 기반이 굳혀졌다.
상하이에 본부를 둔 ‘동성’ 투자회사는
그동안 수없는 M&A와 투자를 성공시켜 막대한 이익을 올렸다.
서동수의 재산은 끊임없이 불어나고 있는 것이다.
‘동성’ 펀드가 인수한 미국계 은행 ‘유나이티드 뱅크’를 처분하면
단숨에 수십 억 불의 재산이 증가할 수도 있다.
한 모금에 위스키를 삼킨 서동수가 웃음 띤 얼굴로 강정만을 보았다.
“요즘은 억만장자가 불쑥불쑥 나온다.”
강정만이 시선을 주었다.
그렇다. 전에는 땅을 파서, 기계를 만들어서,
옷과 신발로, 수십 년간 공을 들여 재산을 불렸지만
지금은 그들과 비교하면 순식간에 억만장자가 되는 경우가 많다.
서동수가 말을 이었다.
“난 앞으로 즐기면서 살 거다.”
“응?”
놀란 강정만이 상반신을 앞으로 당겨 앉았다.
두 눈이 크게 떠졌다.
“어, 어떻게?”
“소문 안 나게 즐긴단 말야.”
“당연히 그래야지. 임마.”
“숨어서.”
“물론 숨어서 즐겨야지.”
강정만이 어느새 입안에 고인 침을 삼켰다.
“그런데 어떻게 말이냐?”
문득 강정만의 시선이 아가씨들에게로 옮겨졌다.
“얘들 내보낼까? 둘이서 이야기하게.”
“필요 없어.”
“그럼 말해라. 네가 즐기는 방법을.”
의자에 등을 붙인 서동수가 얼굴을 펴고 웃었다.
강정만은 오해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을 설명해줄 것까지는 없다.
이해는 하겠지만 소외감을 느끼게 될 테니까.
서동수의 시선이 파트너에게로 옮겨졌다.
오정은, 25세, 전문대를 졸업하고 알바하다가 가게에 나오게 되었다고 했다.
“난 열심히 사는 사람을 도와줄 거야. 그것을 앞으로 내 낙으로 삼을 거다.”
오정은의 시선을 받은 서동수가 팔을 뻗어 허리를 감아 안았다.
말랑한 허릿살이 손에 잡혔고 오정은이 상반신을 서동수의 몸에 붙였다.
“옳지, 열심히 하면 대가를 받겠다.”
그것을 본 강정만이 눈을 빛내면서 말했다.
“바로 이것이구만, 네 말이.”
(313) 15장 억만장자 (10)
억만장자라고 해서 한 끼에 백 그릇씩 밥을 먹고
백 명의 여자하고 한꺼번에 잠자리를 할 수는 없다.
비싼 것은 먹겠지만 위장이 백 배, 천 배 큰 것도 아니니
배부름은 같게 느낀다는 것을 강정만은 잠깐 잊고 있었던 것 같다.
“내가 술값은 내지.”
양주 두 병을 마시고 나서 서동수가 강정만에게 말했다.
아가씨들도 나눠 마신 터라 넷은 적당히 취했다.
“어? 그래? 당연히 그래야지.”
처음에 강정만한테 술을 사라고 한 터라 대답이 그렇게 나왔다.
“낼 바에는 팁도 네가 내라.”
“그러지. 얼마냐?”
“이십만 원씩만 줘라.”
“올랐나?”
하면서 서동수가 지갑을 꺼내 아가씨들에게 팁을 나눠 주었다.
“이차도 시켜주면 좋고.”
다시 강정만이 붙었다.
아가씨들은 이제 서동수의 눈치만 살피고 있다.
“이차 값이 얼만데?”
“오십.”
“전에는 삼십이었는데.”
“그건 팔팔 올림픽 때고.”
“개새끼.”
“자식아, 숨어서 즐긴다며? 몇십만 원 아낀다고 일구이언 할 테냐?”
강정만은 이렇게 해석하고 있다.
쓴웃음을 지은 서동수가 오정은에게 물었다.
“이차 갈 테냐?”
“네.”
시선을 떼지도 않고 오정은이 대답했다.
“마담 데려와라.”
오정은이 강정만의 파트너까지 데리고 방을 나갔을 때 서동수가 길게 숨을 뱉었다.
“기업가는 끊임없이 회사를 키워 가는 것이 애국이고 사회에 공헌하는 거야.
그 이상을 기대하고 트집을 잡는 놈들은 개새끼다.”
서동수가 턱으로 강정만을 가리켰다.
“바로 너 같은 놈들.”
“인마, 나는….”
당황한 강정만이 손을 저었다가 곧 쓴웃음을 지었다.
“데리고 나가려면 팁 포함해서 오십이다. 너는 그러니까 삼십만 더 내면 돼.”
“괜찮아, 니 생색 한 번 내줄게.”
의자에 등을 붙인 서동수가 말을 이었다.
“내가 숨어서 즐긴다는 말은 아무도 모르게 남을 돕는다는 뜻이었다.”
강정만의 시선을 받은 서동수가 빙긋 웃었다.
“물론 숨어서 오입하는 것도 포함되지. 오입 값을 많이 내고 말이다.”
“야야, 자꾸 그러지 마.”
그때 마담이 들어섰는데 얼굴이 함박웃음으로 덮여 있다.
아가씨들한테서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애들 지금 옷 갈아입고 있어요.”
마담은 지금까지 한 번도 방에 들어오지 않았다.
30대 후반 쯤의 마담은 갸름한 얼굴형에 날씬한 몸매의 미인이었는데
서동수의 옆에 딱 붙어 앉았다.
“왜 벌써 가세요? 조금 더 노시지.”
오후 10시 40분이다.
조금 이른 시간이기는 했다.
서동수가 팔을 들어 마담의 어깨를 안았다.
“저기, 강 부장하고 어떤 사이야? 단골이라던데 그렇고 그런 사이인가?”
“아녜요.”
펄쩍 뛰는 시늉을 하면서 마담이 눈까지 흘겼다.
“우린 손님하고 연애하면 큰일 나요.”
“그렇구나.”
머리를 끄덕인 서동수가 마담의 귀에 입술을 붙였다.
“오정은이 그냥 보낼 테니까 내 방으로 와.”
'소설방 > 서유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161> 15장 억만장자 [7] (0) | 2014.07.26 |
---|---|
<160> 15장 억만장자 [6] (0) | 2014.07.26 |
<158> 15장 억만장자 [4] (0) | 2014.07.26 |
<157> 15장 억만장자 [3] (0) | 2014.07.26 |
<156> 15장 억만장자 [2] (0) | 2014.07.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