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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8> 15장 억만장자 [4]

오늘의 쉼터 2014. 7. 26. 09:06

<158> 15장 억만장자 [4]

 

 

(310) 15장 억만장자 (7)

 

 

 

“비서실 민혜영입니다.”

여사원이 머리를 숙여 인사를 했다.

단정한 투피스 제복이 어울렸고 눈이 맑다.

날씬한 몸매가 한눈에 들어오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

서동수가 시선을 준 채 머리만 끄덕였다.

처음 보는 얼굴이다.

지난번에 왔을 때 비서실 직원은 비서실장 유병선과 남직원 하나뿐이었는데

지금은 여섯으로 늘어났다.

나머지는 그동안 본사 사장 박한재가 채용한 것이다.

벽시계를 본 서동수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11시 55분이 되어 있는 것이다.

12시에 지하 1층 구내식당에서 점심약속이 있다.

화장실 옆 엘리베이터에 둘이 탔을 때 민혜영이 버튼을 누르면서 말했다.

“식당은 뷔페식입니다. 회장님.”

“알고 있어.”

그러나 한번도 가보지 않았다. 민혜영이 앞쪽을 향한 채로 말을 이었다.

“사장님은 식당 입구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서동수가 머리만 끄덕였을 때 엘리베이터가 멈추더니 문이 열렸다.

“회장님, 그동안….’

문 앞에서 기다리던 박한재가 머리를 숙였다.

52세. 대기업 한성 부사장 출신으로 퇴직했다가 2년 전에 동성 본사 사장으로 채용되었다.

차분하고 꼼꼼한 성품이었고 재무통이다.

식당 안에는 직원이 많았고 떠들썩했다.

서동수는 민혜영, 박한재와 함께 줄을 서서 뷔페 음식을 식판에 담았는데

대부분의 사원은 서동수를 알아보지 못했다.

박한재는 다 알아보고 인사들을 했으므로 박한재가 무안해서 쩔쩔맸다.

셋이 구석쪽 자리에 앉았을 때 박한재가 쓴웃음을 짓고 말했다.

“회장님이 밖에만 계시니까 사원들이 몰라보고 있습니다.

자주 오셔야겠습니다.”

“회장 얼굴 몰라도 일만 잘하면 되죠.”

식판의 밥을 떠먹으면서 서동수가 말을 이었다.

“한국에서 경쟁력이 강한 제품이 무엇이죠?”

“아직 전자, 조선, 중공업, 건설도 세계 선두를 달리고 있지요.”

머리를 끄덕인 서동수가 힐끗 주위 테이블을 보았다.

식당 안도 여전히 활기 띤 분위기였고 혼잡했다.

“인력이 있지요. 한국인.”

혼잣소리처럼 말했지만 박한재는 들었다.

“그렇습니다. 한국인은 뛰어납니다.”

“하지만 귀찮은 일, 더러운 일, 힘든 일을 피하는 사람들이 많지요.”

박한재는 입을 다물었다.

올해 초에 동성 신입사원 130명을 모집할 때 5000여 명의 지원자가 몰려왔던 것이다.

무려 39대 1의 경쟁률이었다.

그러나 동성의 하청을 받는 의류회사는 지원자가 없어서 외국인을 고용하고 있다.

공장이 지방에 있을 뿐인데도 그렇다.

서동수가 본론을 꺼냈다.

“아프리카 시장 개척요원 500명이 필요해요.

먼저 본사에서 100명을 차출해서 교육시키고 나머지 400명은 모집해야 되겠지요.

곧 시행계획이 보내질 테니까 준비를 철저히 해야 될 것입니다.”

 

이미 연락은 받았지만 박한재의 얼굴이 긴장으로 굳어졌다.

“알겠습니다. 회장님.”

중국아프리카 개척에 전력투구하고 있어요.

우리도 그 바람을 타고 뛰어드는 것입니다.”

서동수의 얼굴에 웃음기가 떠올랐다.

“동성 브랜드는 중국제라는 선입견이 굳어져 있으니까요.”

“알겠습니다.”

서동수가 다시 식당 안을 둘러보았다.

“이 중에서 지원자가 얼마나 될까요?”

그러자 박한재는 숨만 들이켰고 서동수 옆에 앉은 민혜영은 숨소리도 내지 않았다.

 

 

 

 

(311) 15장 억만장자 (8)

 

 

 

소공동의 골목에 위치한 ‘로즈’ 카페는 찾기가 힘들어서 서동수는 골목을 두 번이나 돌았다.

간판이 위쪽 세로줄에 끼어 있는데다 출입구를 기원과 같이 사용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안으로 들어서자 어둑한 홀 안에서 여자 하나가 나와 맞는다.

“강 부장을 찾는데.”

서동수가 말하자 여자가 반색을 했다.

“서 회장님이시죠? 이쪽으로 오세요.”

30대 중반쯤의 여자는 마담 같다.

어둠에 눈이 익숙해지자 홀 안쪽으로 통로와 좌우의 방들이 드러났다.

여자가 좌측 끝쪽 방문에 노크를 하더니 문을 열고 말했다.

“들어가세요. 곧 아가씨들 데려오겠습니다.”

방으로 들어선 서동수는 활짝 웃으며 일어서는 강정만을 보았다.

고교동창 강정만은 이제 건설회사 부장이 되어 있었는데 40이 안 됐지만

머리가 벗겨지기 시작했고 체중이 늘어났다.

“야, 서 회장, 너, 이 새끼, 출세하더니 보기 힘들어졌어.”

떠들썩한 목소리로 말한 강정만이 서동수를 부둥켜안았다.

고등학교 동창이 가장 허물없고 오래간다는 말에 서동수는 공감하고 있다.

초등, 중학교 친구는 철이 안 든 때여서 기억이나 추억이 흐렸고 대학 이후 친구는

계산한 후에 만나는 터라 계산 끝나면 갈라서지만 고등학교 친구는

가장 기억과 추억이 많은 시기인데다 계산 없이 사귀었기 때문일 것이다.

강정만은 이미 술과 안주를 시켜놓아서 서동수는 술잔만 들면 되었다.

같이 술잔을 든 강정만이 투덜거렸다.

“이 자식, 강남 끝내주는 곳에서 지가 살 것이지 나한테 내 단골집에서 술 사라니,

재벌 되더니 빈대로 변한 것 아냐?”

“인마 지금부터 난 네 하청공장 사장이다. 알았어?”

서동수가 정색하고 당부하자 강정만은 쓴웃음을 지었다.

“좋아, 이 새끼가 이제는 소문까지 겁내는 신세가 되었구만.”

“얌마, 그게 아니라.”

“왜? 이제는 맘대로 오입질도 못하냐?”

문이 열리더니 마담이 아가씨들을 데리고 들어섰으므로 둘은 입을 다물었다.

“넌 저쪽, 넌 이쪽.”

하면서 마담이 아가씨 둘에게 파트너를 정해주는 것으로 간단하게 배분이 끝났다.

“그럼 즐겁게 노세요.”

마담이 인사를 하고 방을 나갔을 때 서동수가 강정만에게 물었다.

“외상값이 많냐?”

“왜?”

“눈치가 그래서.”

“파트너가 마음에 안 들어?”

머리를 돌린 서동수가 파트너를 보았다.

동그란 얼굴에 귀여운 생김새다.

시선이 마주치자 웃음을 띄워 보였지만 긴장한 듯 얼굴이 굳어져 있다.

“아냐, 파트너 괜찮아.”

“외상값 없어.”

“그럼 이런 식으로 아가씨들을 데려오냐?”

 

“여긴 그래.”

머리를 끄덕인 서동수가 한 모금에 한국산 위스키를 삼키고는 길게 숨을 뱉었다.

“어쨌든 너 만나니까 긴장도 풀리고 좋다.”

“너하고 오입 같이 한지도 몇 년 되었지?”

눈을 좁혀 떴던 강정만이 곧 쓴웃음을 짓고 물었다.

“그런데 갑자기 웬일이냐? 한국에는 거의 들어오지도 않는다고 들었는데?”

“너하고 오입 생각이 나서.”

불쑥 말을 뱉고난 서동수가 그것이 진심인 것처럼 느껴졌다.

고교동창이 이래서 좋은 것이다.

약점도 다 아는 사이여서 상대를 의식할 필요도 없다.

이것이 얼마 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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