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서유기

<156> 15장 억만장자 [2]

오늘의 쉼터 2014. 7. 26. 09:04

<156> 15장 억만장자 [2]

 

 

(306) 15장 억만장자 (3)

 

 

로시타의 부친 탁준 씨는 60대 중반이었지만

건장한 체격에 피부도 탱탱해서 50대쯤으로 보였다.

방콕의 중심부 스쿰빗 거리 뒤쪽에 위치한 탁준의 저택은 높은 담장에 둘러싸인 왕궁 같았다.

정원도 넓고 풀장도 있었다.

저녁식사 초대를 받은 터라 탁준과 부인 아닐라,

그리고 로시타와 서동수까지 넷이 금장식이 된 식탁에 둘러앉아 식사를 했다.

로시타의 오빠는 현역 대령으로 근무한다고 들었는데 탁준은 ‘귀찮아서’ 부르지 않았다는 것이다. 서동수가 불편해할까봐 연락하지 않은 것 같다.

식사를 마친 넷이 옆쪽 응접실로 옮겼을 때 탁준이 서동수에게 물었다.

“서 회장, 로시타가 근무한 지 8개월이 되었지?”

“그렇습니다.”

긴장한 서동수가 탁준을 보았다.

보안사령관 출신이었으니 정보통일 것이다.

로시타를 영입하기 전에 세 번 밖에서 만난 적이 있고

세 번째에는 클럽에서 같이 술까지 마셨다.

로시타는 아버지 탁준의 허락을 받고 나서 ‘동성’의 현지법인장을 수락한 것이다.

그것은 탁준이 ‘동성’의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다는 의미도 된다.

그때 어머니 아닐라가 자리에서 일어나 옆방으로 사라졌다.

50대쯤으로 보이는 아닐라 또한 몸매가 날씬하고 아직도 육감적인 미인이다.

서동수는 지금까지 유력자의 부인치고 아름답지 않거나 품위를 잃은 여자를 보지 못했다.

선입견이 아니다.

강한 자가 미인을 차지한다는 옛말이 맞는 것 같다.

탁준이 말을 이었다.

“난 자네가 로시타를 택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했고 그 이유에 공감한 사람이야.

인생은 거래이고 특히 사업은 그 관계가 분명한 법이지.”

탁준이 똑바로 서동수를 보았다.

“그런데 자네는 지금까지 로시타를 통해 한 번도 어떤 제의나 도움을 요청하지 않더군.

오늘은 그 이유를 들어야겠네.”

서동수가 입술 끝만 올리며 웃었다.

“로시타가 있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습니다.”

“그런가?”

따라 웃은 탁준의 표정이 부드러워졌다.

“귀찮게 하는 놈들이 없단 말이지?”

“더구나 로시타의 업무 능력이 뛰어납니다, 장군.”

“그건 믿기지 않는데.”

머리를 기울인 탁준의 시선이 로시타에게로 옮아갔다.

“저놈은 머리는 좋지만 감성적이야. 저놈 전 남편이 누군 줄 아는가?”

“모릅니다.”

서동수의 시선이 저절로 로시타에게 옮아갔다.

의외로 로시타의 표정은 차분하다. 탁자 위의 화병을 바라보고만 있다.

헛기침을 한 탁준이 말을 이었다.

“외교장관 아들로 옥스퍼드를 졸업한 수재였다네.

졸업하고 귀국해서 호화생활을 하다가 저놈을 만나 결혼을 했지.”

“…….”

“결혼 후 3년 동안 두 번 사업에 실패했어.

한 번은 엄청나게 큰 유람선을 짜오프라야 강에 띄웠다가 불이 나서 망했고,

또 한 번은 무역상을 했다가 물건이 안 팔려서 망했네. 경솔한 처사였지.”


“…….”

“모두 제 아비 재산으로 세웠다가 망했고 지금은 식당을 하고 있다네.”

“…….”

“저놈은 그놈하고 3년 동안 살다가 이혼했어.

열정이 금방 식은 것이지. 그래서 내가 자네 회사로 들어가라고 한 거야.”

“…….”

“자네 뒷조사를 다 했거든.

이런 기업인도 있다는 것을 저놈한테 보여주고 싶었어.”

서동수는 숨을 들이켰다.

손을 대었다면 큰일이 날 뻔했다.


 

 

 

(307) 15장 억만장자 (4)

 

 

 

 

저택을 나온 차가 스쿰빗 거리의 꽉 막힌 차도에 멈춰 섰을 때 서동수가 로시타에게 물었다.

“로시타, 그럼 아버님의 의도는 성공한 것인가?”

“그런 셈이죠.”

로시타가 남의 일처럼 차분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난 3년 사이에 두 번이나 망해먹은 어설픈 기업가만 보았거든요.”

탁준이 제공한 리무진은 운전석과 칸막이가 되어 있어서 둘은 작은 방에 나란히 앉아 있는 것 같다.

옆쪽에는 음료수가 꽂혀진 선반이 놓여졌고 앞에는 15인치 스크린이 펼쳐져 있다.

로시타가 말을 이었다.

“전 회장님을 통해서 비즈니스 세계를 체험하게 되었어요.

진정한 사업가도 겪게 되었고요.”

“거북하군, 이제부터 날 보스라고 불러. 알고 있겠지만

미얀마 법인장 레이도 나한테 보스라고 부르니까.”

“그러죠.”

머리를 끄덕인 로시타가 머리를 돌려 서동수를 보았다.

“저도 현지처가 될까요?”

“이런.”

입맛을 다신 서동수가 눈을 흘겼다.

“내가 총 맞는 꼴을 보고 싶은 거야?”

“아뇨.”

풀썩 웃었던 로시타가 금방 정색했다.

“농담이었습니다. 보스.”

“한국 속담에 농담 속에 진담이 섞여 있다는 말이 있어.”

“한국 속담이 무섭군요. 보스.”

“진담이 섞여 있었던 거야?”

그때 로시타의 시선이 정면으로 부딪쳐 왔다.

“보스는 눈치채셨으리라고 생각했는데요.”

“무엇을?”

“태국 속담에 여자는 눈빛으로 말한다는 말이 있죠.”


“당했군.”

어깨를 늘어뜨린 서동수가 의자에 등을 붙였다.

“앞으로 선글라스 쓴 태국 여자는 벙어리로 알아야겠군.”

다시 풀썩 웃은 로시타가 시선을 떼지 않고 물었다.

“그런 생각 안 드세요?”

“또 무엇을?”

“아버지의 허락을 받았다는 생각요.”

“현지처?”

이번에는 로시타가 눈을 흘겼으므로 서동수의 목구멍이 와락 좁혀졌다.

머리끝이 곤두선 느낌이 들더니 이어서 하체로 뜨거운 기운이 옮겨졌다.

로시타가 붉은 입술을 달싹이며 말했다.

“보스, 저도 뜨거운 여자예요.”

“로시타, 넌 능력이 있는 여자야.”

이제는 정색한 서동수가 한마디씩 분명하게 말했다.

“숨겨져 있던 네 능력이 법인장이 되면서 뿜어져 나오고 있어.

난 그것만으로도 고맙게 생각해.”

“날 거부하는 건가요?”

갑자기 로시타가 되묻는 바람에 서동수가 숨을 들이켰다.

로시타가 다시 물었다.

“난 힘들게 제의했다고요. 보스.”

“…….”

“내 능력하고 내가 좋아하는 남자에게 프러포즈하는 건 별개의 문제라고요.”

“…….”

“난 이런 제의는 처음이라고요.”

로시타의 얼굴이 굳어지더니 눈에 눈물이 고여지고 있다. 서동수는 감동했다.

저도 모르게 손을 뻗어 로시타의 손을 쥐었다.

로시타의 손은 작고 말랑했지만 뜨겁다.

그때 로시타가 손을 마주 쥐었다.

'소설방 > 서유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158> 15장 억만장자 [4]  (0) 2014.07.26
<157> 15장 억만장자 [3]  (0) 2014.07.26
<155> 15장 억만장자 [1]  (0) 2014.07.26
<154> 14장 주고받는다 [11]  (0) 2014.07.26
<153> 14장 주고받는다 [10]  (0) 2014.07.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