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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5> 15장 억만장자 [1]

오늘의 쉼터 2014. 7. 26. 09:03

<155> 15장 억만장자 [1]

 

 

(304) 15장 억만장자 (1)

 

 

거부(巨富)가 되려면 시대를 잘 만나야 하고 사람이 있어야 되며 자본을 갖춰야 한다고들 말한다. 시대란 곧 기회, 또는 타이밍, 혹은 운(運)으로도 해석되며 사람이란 말할 것도 없이

인재(人才), 두뇌이고 자본은 돈이다.

그러나 셋 다 갖추고도 망한 거부가 있는가 하면 해당 사항이 없는데도 편법, 탈법으로

거부가 된 인간도 있다.

그것을 보면 세상에 법대로 되는 일이 없는 것 같기도 하다.

서동수는 창업 4년 만에 억만장자의 대열에 끼게 되었는데 바탕이 유통업이다.

‘동성’ 브랜드 매장은 중국을 중심으로 태국, 베트남,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

각국으로 확산되었으며 이제는 의류뿐만이 아니라 한국산 전자, 잡화도 함께 취급했다.

동남아 각국은 각각 현지법인 체제로 운영되며 현지인 고용을 원칙으로 하는 터라

정부의 적극적인 협조를 받고 있는 것이다.

이제 서동수는 동양전자의 아시아 지역 에이전시뿐만 아니라

한국 전자업계 1, 3위인 일성과 한국전자의 에이전시까지 겸하게 되었다.

서동수의 영업력을 인정한 일성과 한국전자에서 먼저 제의를 해왔기 때문이다.

돈이 모이기 시작하면 저절로 쌓여진다고들 한다.

백만장자의 자서전을 보면 그런 경우가 많다.

그러다가 방심해서 억만장자가 못되고 자빠지기도 한다.

이곳은 태국의 치앙마이, 서동수가 화려한 무늬의 반팔 셔츠를 입고

‘동성’ 호텔 라운지에 앉아 있다.

앞쪽 정원에 태양이 눈부시게 펼쳐진 오후 3시경이다.

“퀸 호텔과 아시아 호텔이 매물로 나왔습니다. 회장님.”

앞에 앉은 로시타가 말했다.

로시타는 태국 동성의 현지법인 사장이다.

태국 현지법인은 6개의 호텔, 120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데

치앙마이의 님만해민 거리에 위치한 2개의 호텔이 매물로 나왔다는 것이다.

로시타가 말을 이었다.


“오래된 호텔들이어서 리모델링을 하면 2년 후에는 두 배로 매각이 가능합니다.

가격도 기대한 것만큼 떨어졌습니다. 회장님.”

서동수는 잠자코 탁자 위에 놓인 서류를 보았다.

두 호텔에 대한 조사 서류다.

태국에서 서동수는 5개 호텔과 3개의 회사를 재매각하여 두 배 이상의 소득을 올렸다.

외국인 소유의 업체였고 구매자도 외국인이었다.

머리를 든 서동수가 로시타를 보았다.

로시타는 36세, 미국에서 대학을 마치고 돌아온 후에 관광청에서 공직 생활을 하다가

동성의 현지법인장이 되었다.

아버지가 태국 군부의 실력자였다가 퇴직한 명문 출신이다.

로시타의 검은 눈동자를 본 서동수가 심호흡을 했다.

이혼녀인 로시타는 날씬한 몸매의 미인이다.

“내가 석 달쯤 전에 북쪽 산악 지역에 들렀는데 그곳이 무슨 마을이었지?”

“예. 초람 마을이었죠.”

동행했던 로시타가 바로 대답했다.

“그때 지프가 강물이 불어나는 바람에 못 가 우리가 외줄 다리를 건넜지?”

“예. 그랬습니다. 회장님께서 스릴이 있다고 하셨죠.”

로시타의 얼굴에 웃음이 떠올랐다.

치앙마이 북서쪽으로 60㎞쯤 떨어진 산간 마을이다.

강물이 불면 차량은 다니지 못해서 차는 놔두고 서동수와 로시타는 외줄 다리를 건너

산악 민족이 사는 마을을 관광하고 돌아왔다.

로시타의 시선을 받은 서동수가 말을 이었다.

“호텔 매입할 자금으로 지방 정부와 상의해서 그곳에 차가 다닐 수 있는 다리를 건설하도록 해.”

서동수가 숨을 죽인 로시타를 향해 빙그레 웃었다.

“돈이 남으면 학교도 새로 짓고.”

 

 

 

 

(305) 15장 억만장자 (2)

 

 

“돈은 내가 쓸 만큼만 있으면 돼.”

방콕으로 돌아가는 비행기 안에서 서동수가 옆에 앉은 로시타에게 말했다.

“한국 속담에 개같이 벌어서 정승처럼 쓰라는 말이 있어.”

한국인이라면 금방 알아듣겠지만 개는 독(dog)이고 정승은 수상(prime minister)이다.

수상의 돈 쓰는 자세가 아리송할 것이므로 서동수가 풀이를 했다.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벌어서, 신사처럼 통 크게 쓰라는 뜻이야.”

“그렇군요.”

로시타가 반짝이는 눈으로 서동수를 보았다.

“그것이 회장님의 생활철학이시군요.”

“철학이라고까지 할 건 없고.”

서동수가 의자에 등을 붙이고는 다리를 길게 뻗었다.

보잉사가 제작한 24인승 전세기 안이다.

손님이 둘뿐인데다 둘은 호텔방 같은 분위기의 밀실에 앉아 있다.

서동수는 해외 출장을 많이 다니는 터라 반년쯤 전부터 전세기를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쓴 만큼 돌아온다는 것이 내 신조야.”

“회장님은 특별하신 분이세요.”

로시타의 얼굴에 웃음기가 돌았다. 서동수의 시선을 받은 로시타가 말을 이었다.

“발상이 뛰어나세요. 그래서 자주 사람들을 감동시킵니다.”

“아부하지 마. 로시타.”

“있는 그대로 말씀드린 겁니다.”

로시타는 남방 민족의 여자 같지 않게 콧날이 곧은데다 입술은 얇고 야무졌다.

타원형 얼굴에 눈꼬리가 조금 솟은 눈은 자극적이다.

그러나 로시타를 영입한 지 8개월이 되었지만 서동수는 업무적으로만 상대했다.

지금 미얀마 현지법인장이 되어있는 레이하고는 다른 상황이다.

관광청 부장이었던 로시타에게 서동수가 법인장을 제의했던 것이다.

“참, 제 아버지가 시간 있으시면 저녁을 같이 먹자고 하시는데요.”

로시타가 생각난 것처럼 말했다,

“무슨 일이 있는 건 아닐 겁니다.

술을 좋아하시는 분이라 같이 술 마시려고 그러시는 것 같아요.”

“….”

“지난번에 말씀하셨고 이번에 태국 오신 것도 제가 말씀 안 드렸어요.

그러니까 안 들은 것으로 하셔도 됩니다.”

“오늘밤에 뵙기로 하지.”

서동수가 로시타를 흘겨보며 말했다.

“한국 속담이 또 있어. 긴 말에는 거짓말이 섞여 있다는 거야.”

“그렇군요.”

정색한 로시타가 머리를 끄덕였다.

“한국 속담이 마치 ‘현자의 말’처럼 느껴집니다. 회장님.”

“수많은 현자가 계셨지.”

이번에는 서동수가 정색하고 로시타를 보았다.

“어떤 거짓말을 섞었지?”

“아버지는 회장님이 오신 것을 압니다.”

“그럼 그렇지.”


“그래서 어젯밤에 초람마을 다리 건설 건을 말씀드렸더니 굉장히 기뻐하셨어요.

학교까지 재건축을 하겠다니 직접 정부측에 이야기를 하겠다고 하셨습니다.”

“그렇게까지는 하실 필요가 없고.”

입맛을 다신 서동수가 로시타를 노려보았다.

“그것 때문에 부친께서 날 보자고 하신 건가?”

“아닙니다.”

머리까지 저은 로시타가 서동수를 보았다.
눈동자가 흔들렸다가 고정되었다.

“제가 아직 젊고 불안하신가 봐요.”

그러자 서동수가 머리를 끄덕였다.

“그것 봐. 한국 속담이 다 맞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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