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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3> 14장 주고받는다 [10]

오늘의 쉼터 2014. 7. 26. 09:01

<153> 14장 주고받는다 [10]

 

 

(301) 14장 주고받는다 (19)

 

 

마르코한테서 전화가 왔을 때는 오후 6시가 되어 갈 무렵이다.

그때도 둘은 객실 안에서 달콤한 분위기에 파묻혀 있었는데 서동수는

욕조에 누운 채로 소천이 건네주는 전화기를 받았다.

“웬일입니까?”

서동수가 묻자 마르코는 웃음 띤 목소리로 말했다.

“오늘 밤에 파티를 할 예정인데 두 분이 참석해 주셨으면 해서요.”

가볍게 거절해도 좋은 분위기여서 서동수도 웃음 띤 얼굴로 물었다.

“뭐, 좋은 일 있습니까?”

“한잔 마시면서 즐기십시다. 아름다운 여자가 많아요.”

그때 소천이 알몸으로 욕조 안으로 들어왔으므로 서동수가 팔을 벌려 어깨를 당겨 안았다. 둘은 계속 알몸 상태인 것이다.

“마르코 씨, 그건 어렵겠는데요. 내 파트너를 혼자 둘 수는 없어서.”

“같이 오시면 됩니다. 두 분 다 즐거우실 겁니다.”

“잠깐만요.”

서동수가 송화구를 손바닥으로 막고 마르코의 말을 전하자 소천이 머리를 기울였다.

“그저 놀자는 말이 아닌 것 같은데요? 용건이 있느냐고 물어보세요.”

그러더니 덧붙였다.

“그냥 놀자는 말이면 보스 혼자 가세요. 전 싫어요.”

손바닥을 뗀 서동수가 마르코에게 물었다.

“무슨 용건이 있습니까? 그걸 알고 싶은데요, 마르코 씨.’

“예. 상담할 것도 조금 있습니다.”

마르코가 말을 이었다.

“은행 담보를 떠맡는 조건으로 100만 불에 양도하겠습니다.

은행 담보가 이자까지 270만 불 정도 있거든요.”

서동수는 듣기만 했고 마르코의 목소리에 열기가 묻어났다.

“더 이상 이런 상담하기가 싫어서 그래요.

난 얼른 처리하고 프랑스로 갈 겁니다. 여길 다 정리한다고요.”

“알겠습니다. 나한테 검토할 시간을 주세요, 마르코 씨.”

“5일 드리지요.”

마르코의 목소리가 차분해졌다.

“이번 주말까지 결정하시고 다음 주 월요일에 결정하십시다.”

“좋습니다.”

그러자 마르코가 생각난 듯 물었다.

“오늘 밤 파티에 오실 겁니까?”

“피곤해서 쉬고 싶습니다.”

“알겠습니다. 파트너께 안부 전해 주시오.”

통화가 끝났을 때 서동수가 소천을 향해 웃었다.

“파트너한테 안부를 전해 달라는군. 네가 내 애인인 줄 아는 모양이다.”

“당연하죠. 제가 분위기를 풍겼거든요.”

서동수에게 바짝 몸을 붙인 소천이 따라 웃었다.

“보스를 바라보는 눈빛, 표정으로요.”

옆에 붙어 있었기 때문에 소천도 마르코의 이야기를 다 들었다.

곧 정색한 소천이 서동수를 보았다.

“조사시킬까요?”

“그래야겠어.”

머리를 끄덕인 서동수가 말을 이었다.

“그런 조건이라면 받아들일 수 있어.”

“더 깎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소천의 얼굴에 생기가 떠올랐다.

“제가 여기 남아서 조사를 의뢰하죠. 철저하게 파악하겠습니다.”

“네가 책임져.”

서동수가 소천의 어깨를 당겨 안으면서 말했다.

자금 여력은 충분하다.

정재민의 투자금도 고스란히 남아 있는 상황인 것이다.

매물만 확실하면 된다.

 

 

 

 

 

(302) 14장 주고받는다 (20)

 

 

로마에 소천을 남겨두고 귀국한 날 저녁에 서동수는 김 영사의 전화를 받았다.

김 영사의 이름은 김재학. 국정원 요원이다.

공항에서 곧장 집으로 들어와 쉬고 있었지만 서동수는 칭다오 시내의 중식당에서

김재학과 마주 앉았다.

저녁은 먹었기 때문에 안주와 술을 주문하고 방 안에 둘이 남았을 때 김재학이 말했다

“이은실이 만나는 남자가 셋 있습니다. 서 사장님까지 넷이 되는 셈이지요.”

서동수는 잠자코 시선만 주었는데 감동이 일어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재학이 말을 이었다.

“모두 한국 사업가입니다. 서 사장님만 제외하고 가족이 한국에 계시는 분들이죠.”

외로운 사람들이다. 대부분이 한국에서 견디지 못하고 그야말로 모든 것을 걸고

중국땅에서 승부를 내려는 사업가들이다.

중국에서 미얀마로, 인도로 넘어가는 사람들이 가뭄에 콩 나듯 있지만

모두 배수진을 치고 일한다.

그들에게 이제 중국은 황금의 땅이 아니다.

다시 한국보다 더 치열한 생존경쟁의 전장이 되어 있다.

전쟁에 지친 그들에게 파고들기는 오히려 더 쉬울지도 모른다.

서동수가 김재학을 보았다.

“그들한테도 한국으로 도망친다고 했습니까?”

“그랬더군요.”

김재학의 얼굴에 쓴웃음이 번져졌다.

“두 분은 각각 2000불, 3500불을 주었고 한 분은 간발의 차이로 제가 막았습니다.”

“…….”

“그 돈으로 뭘 할지 알 수는 없지만 한국으로 가려는 건 아닌 것 같습니다.”

“왜요?”

“가려면 브로커를 통하든지 한국 교회에서 지원하는 탈북 조직을 이용해야 합니다.

그런데 그들과 전혀 접촉이 없습니다.”

마침 요리와 술이 들어왔으므로 둘은 입을 다물었다.

종업원이 나갔을 때 김재학이 부드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아마 귀국할 때가 된 것이겠지요.

귀국할 때 빈손으로 돌아가지 않으려고 그런 것 같습니다.”

서동수는 잔에 백주를 따라 김재학에게 내밀었다.

제 잔에도 술을 채운 서동수가 한모금에 삼켰다.

60도짜리 알코올이 목구멍을 태우는 것처럼 흘러 들어갔다.

안주도 먹지 않고 다시 잔을 채운 서동수가 김재학을 보았다.

“수고하셨습니다. 고맙습니다.”

“아닙니다. 제가 할 일입니다.”

술잔을 든 김재학이 한모금에 삼키더니 길게 숨을 뱉었다.

“큰 피해는 없어야 할 텐데요. 걱정입니다.”

“글쎄요. 현재까지는 주고 받았는데….”

문득 말을 멈춘 서동수가 들고 있던 잔을 입에 붙였다.

술을 삼킨 서동수의 가슴이 뜨거워졌다.

과연 그런가? 주고 받았는가? 아니다.

이은실에 걸린 네 놈 다 장사꾼이기는 하다.

그러나 과연 준 만큼 받고, 받은 만큼 주었는가? 아니다.

서동수가 이제 조금 충혈된 눈으로 김재학을 보았다.

장사꾼이어서 다 명분은 그렇게 내세웠겠지만 뜨거운 가슴을 얼마쯤 쪼개 주었다.

그것은 계산에 들어가지 않은 부분이다.

“오늘, 오입 한번 하실까요? 괜찮은 아가씨들이 나오는 곳을 아는데.”

서동수가 화제를 돌렸다.

“여기도 이제 아가씨들이 수입됩니다. 가십시다.”

그러자 김재학은 웃기만 했다.

 

서동수가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하는 줄 아는 것 같다.

 

다시 술잔을 든 서동수가 혼잣말처럼 말했다.

“다 불쌍하구만요. 놈이나 년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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