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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4> 14장 주고받는다 [11]

오늘의 쉼터 2014. 7. 26. 09:02

<154> 14장 주고받는다 [11]

 

 

(303) 14장 주고받는다 (21)

 

 

“기다리셨어요?”

앞자리에 앉은 이은실이 가쁜 숨을 가라앉히면서 물었다.

얼굴이 조금 상기되었고 이마에는 작은 땀방울까지 돋아났다.

손바닥을 펴 얼굴에 부채를 부치는 시늉을 했는데 눈이 부시도록 아름답다.

오늘은 파마한 머리를 뒤로 묶어서 동그란 얼굴이 다 드러났다.

흰 피부, 맑은 눈이 똑바로 서동수를 응시하고 있다.

도톰하고 붉은 입술, 저 입술이 열리면서 커다란 탄성이 뱉어졌고

흰 알몸은 뱀처럼 꿈틀거리면서 엉켰었다.

“아유, 왜 그렇게 봐요?”

서동수의 시선이 부끄러운 듯 이은실이 눈웃음을 쳤다.

몸이 살짝 비틀리면서 블라우스 사이로 젖가슴 윗부분이 드러났다.

이은실이 미끈한 팔을 내밀더니 손목시계를 보는 시늉을 했다.

“오늘은 자고 들어가도 돼요. 내일 아침 7시까지 시간을 냈다구요.”

머리를 끄덕인 서동수가 벨을 눌러 종업원을 불렀다.

음식을 주문하고 나서 서동수가 지그시 이은실을 보았다.

“너, 어떻게 탈북을 하려는 거야?”

그 순간 이은실이 정색하더니 방 안을 둘러보았다.

“탈북을 도와주는 사람들이 있어요.”

“누군데?”

“그건 말할 수 없단 말입니다.”

이은실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비밀을 지켜야 하기 때문에….”

“언제 탈북할 거지?”

“그것도 말하기 곤란해요.”

머리를 끄덕인 서동수가 물잔을 들고 한 모금 차를 삼켰다.

“얼마가 필요하다고 했지?”

“5천 불요.”

“…….”

“3천 불도 좋아요.”

갑자기 가슴이 답답해진 서동수가 다시 머리만 끄덕였고 이은실의 말이 이어졌다.

“도와주는 사람한테 경비를 지급해야 되기 때문에….”

“ …….

“정말 이렇게는 힘들어서 못 살겠어요.

하루가 며칠같이 느껴지고 감옥에 갇혀 있는 것 같아요.

숨이 막혀요.”

“…….”

“박 사장님 은혜는 평생 잊지 않을게요.”

그 순간 외면한 서동수가 내려놓았던 물잔을 쥐었다.

이은실이 박 사장이라고 부른 것이다.

그렇다.

어젯밤에 김재학한테서 들은 피해자 중 하나일 것이었다.

이은실도 제 입으로 뱉은 말실수를 들은 것 같다.

잠시 입을 다물고 있었으니까.

그때 한 모금 차를 삼킨 서동수가 입을 열었다.

“너 잘 살아야 돼.”

“네, 사장님.”

살았다는 듯이 이은실의 목소리가 커졌다.

“잘 살게요.”

“열심히 살란 말야.”

“네, 열심히 살게요.”

그때서야 머리를 든 서동수가 이은실을 보았다.

이은실의 두 눈이 반짝이고 있다.

조금 벌어진 앵두 같은 입술은 물기에 젖어 윤기가 난다.

서동수가 가슴 주머니에서 봉투를 꺼내 이은실 앞에 놓았다.


“3천 불 가져왔어.”

이은실의 시선이 앞에 놓인 봉투로 내려졌다.

눈빛이 더 강해진 것 같다.

“잘 써.”

감사합니다.”

그때서야 봉투를 쥔 이은실이 상기된 얼굴로 서동수를 보았다.

“은혜 잊지 않을게요.”

“내가 바빠서, 음식 값을 내고 먼저 나갈 테니까. 넌 천천히 와.”

자리에서 일어선 서동수가 웃음 띤 얼굴로 말했다.

이렇게 헤어지는 것이 낫다.

앞으로 열심히 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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