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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 14장 주고받는다 [7]

오늘의 쉼터 2014. 7. 26. 08:58

<150> 14장 주고받는다 [7]

 

 

(295) 14장 주고받는다 (13)

 

 

다음 날 아침, 눈을 뜬 서동수가 커피 냄새를 맡았다.

서동수는 아침 커피를 자주 마시지 않는다.

머리를 든 서동수가 커피포트를 들고 서있는 레이를 보았다.

가운 차림의 레이는 시선이 마주치자 눈웃음을 쳤다.

웃는 모습에 친근감이 가득 배어나왔다.

“커피 드려요?”

서동수를 위해 끓인 커피인 것이다.

상반신을 일으킨 서동수가 대답했다.

“커피향이 좋군. 고마워, 레이.”

오전 8시가 되어가고 있다.

가운만 걸친 서동수가 창가의 테이블에서 커피잔을 쥐고 레이와 마주앉았다.

“여기서 같이 아침을 먹고 곧장 마이란한테 가면 되겠다.”

서동수가 말했다.

“마이란의 제의가 궁금하군.”

“검토해보겠다고 하시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

레이의 말에 서동수가 머리를 끄덕였다.

마이란은 실력자다.

감정을 상하게 만들 필요는 없는 것이다.

레이가 말을 이었다.

“대우섬유도 작업량을 점진적으로 줄여서 원부자재 입고량을 감소시키는 것이 낫겠습니다.

회사가 넘어지면 원부자재를 회수하기도 힘드니까요.”

“그렇지, 비밀리에 다른 공장도 알아보도록 하고.”

“이미 조사하고 있습니다.”

레이가 웃음 띤 얼굴로 서동수를 보았다.

중국인들이 경영하는 공장이 있는데 단가도 싸고 품질도 제대로 나옵니다.

우리가 오더를 준다면 엄청나게 좋아할 것입니다.”

“그렇군.”

서동수가 천천히 머리를 끄덕였다.

중국기업은 중국 내에서만 한국과 경쟁하는 것이 아니다.

이제는 외국에 공장을 짓고 한국 공장과 경쟁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10시에 만난 마이란은 호텔 인수에 대해 적극적으로 서동수에게 제의했다.

레이가 말해준 대로 투숙률이 57%이며 1년 반 안에 흑자 운영이 가능하다는 자료까지

만들어 놓았다.

투자 금액은 250만 불, 전액 서동수가 투자하고 마이란은 경영을 맡는다는 조건이다.

다 듣고 난 서동수가 머리를 끄덕이며 마이란에게 말했다.

“대단히 좋은 조건입니다.

검토해보지요.

 6개월쯤 후에 다시 상의했으면 좋겠습니다.”

“경쟁자가 많아서 가능하면 빨리 결정해야 됩니다.”

정색한 마이란이 말을 이었다.

“내가 정부 측에 이야기해서 다른 곳에 안 가도록 쥐고 있으니까요.”

“알겠습니다.”

“어려운 일이 있으면 언제라도 레이를 통해서 연락 주십시오.”

마이란이 아쉬운 표정을 짓고 서동수를 보았다.

“이런 좋은 기회는 자주 오는 것이 아닙니다, 서 사장.”

마이란과 헤어진 서동수는 이제 곧장 밍글라돈 공항으로 향한다.

레이 옆자리에 앉은 서동수가 웃음 띤 얼굴로 말했다.

“이번 미얀마 출장에서 가장 큰 오더를 한 것 같은데.”

레이가 힐끗 시선만 주었고 서동수의 말이 이어졌다.

“레이, 너를 잡은 거야. 앞으로 미얀마는 너한테 맡기겠다.”

“기대에 어긋나지 않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보스.”

앞쪽만 향한 채 레이가 정색하고 말했다.

“그리고 저도 기뻐요.”

나중의 말은 개인적인 감정 표현일 것이다.

그래서 ‘보스’ 표현을 안 한 것 같다.

서동수가 손을 뻗어 레이의 허벅지 위에 올려놓았다.

이것이 대답이다.
 

 

 

 

 

(296) 14장 주고받는다 (14)

 

 

로마의 레오나르도 다빈치 공항 대합실로 나왔을 때는 오후 9시반이다.

대합실에는 소천이 기다리고 있었는데 피켓을 든 사내와 함께 서 있었다.

서동수의 한자 이름이 적힌 피켓이다.

다가간 서동수를 향해 소천이 활짝 웃었다.

주위가 환해지는 것 같다.

“이게 웬 난리야?”

하고 서동수가 사내와 피켓까지 훑어보는 시늉을 하면서 물었더니

대뜸 사내가 중국어로 대답했다.

“잘 오셨습니다, 사장님. 제가 안내를 맡은 존입니다.”

중국인 가이드다. 그때 바짝 다가선 소천이 말했다.

“중국 여행사 가이드를 고용했어요. 아무래도 필요할 것 같아서요.”

“잘했어.”

했지만 서동수가 골랐다면 한국 여행사를 골랐을 것이다.

중국 내에 있을 때는 중국산을 이용하더라도 이곳은 외국이다.

중국산 존이 서동수의 가방을 받아들고 앞장섰으므로 둘은 나란히 뒤를 따른다.

“호텔을 스페인 광장 근처의 센트리온으로 정했습니다.”

바짝 붙어선 소천이 서동수를 보았다. 특급호텔이다.

소천이 말을 이었다.

“스위트룸인데 방값이 미화로 하루 1000불이네요.”

“…….”

“침실 두 개, 거실과 주방, 회의실까지 갖춰져 있습니다.”

소천한테서 독특한 향내가 맡아졌다.

그러나 익숙한 냄새다.

알몸을 껴안은 경험이 있으면 시간이 지나더라도 기억되는 법이다.

소천의 어깨가 서동수의 팔에 부딪쳤다.

대합실에 여행객이 많았기 때문에 밀리기는 한다.

“방 두 개 잡는 건 낭비일 것 같아서요.

안쪽 침실은 사장님 몫으로 비워 놓았습니다. 괜찮겠지요?”

소천의 시선을 받은 서동수가 헛기침을 했다.

“내일 마르코하고의 약속은?”

“10시반입니다.”

소천의 목소리에 생기가 돌았다.

대합실 밖으로 나왔을 때 시원한 밤 공기가 맡아졌다.

존이 조금 떨어져 걷는 사이에 바짝 다가붙은 소천이 말을 잇는다.

“화나신 건 아니죠?”

“내일 아침에 우리가 멀쩡한 얼굴로 존을 만날 수 있을까?”

정색한 서동수가 묻자 소천이 어깨를 올렸다가 내렸다.

“저놈은 우리가 애인 사이인 줄 안다고요.

저놈한테 어떻게 보이건 무슨 상관이죠?”

서동수는 시선을 돌렸다.

맞는 말이다.

사람은 가끔 필요없는 신경을 쓰는 경우도 많다.

그리고 그것을 의식하지 못하고 지나는 것이다.

로마는 교통이 복잡하고 체증이 심한 대도시다.

서동수가 호텔에 도착했을 때는 밤 11시반이 되어갈 무렵이다.

“그럼 저는 내일 오전 8시에 뵙겠습니다.”

방 앞까지 따라온 존이 인사를 하고 돌아서자 둘은 방으로 들어섰다.

호텔 직원이 가방을 내려놓고 나갔을 때 서동수가 방을 둘러보았다.

고풍스러운 분위기였지만 깨끗하고 넓다.

침실은 두 개였는데 각각 욕조가 딸린 화장실을 갖췄고 거실과 주방은 실용적이었다.

“옷 갈아입고 나오세요.

제가 술상 준비해 놓을게요.”

소천이 말했는데 상기된 표정이다.

서동수의 시선을 받은 소천이 눈웃음을 쳤다.

“욕실 안에 가운 있어요. 가운으로 갈아입으세요, 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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