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1> 14장 주고받는다 [8]
(297) 14장 주고받는다 (15)
소천이 차려놓은 술상을 본 서동수가 감탄했다.
과일은 물론 소시지, 튀김 안주까지 차려놓고 술은 중국산 백주다.
서동수가 즐겨 마셨던 50도짜리인 것이다.
서동수가 소파에 앉자 소천이 말했다.
“그럼 이젠 제가 옷 갈아입고 올 테니까 먼저 드세요.”
서동수의 시선을 받은 소천이 수줍게 웃었다.
“가운으로 갈아입으려구요, 괜찮죠?”
“아, 그럼.”
백주 뚜껑을 열면서 서동수가 웃었다.
소천은 동양섬유 총무과장 시절부터 같이 일해온 터여서 호흡이 맞는 사이다.
서동수의 직장생활 경험에 의하면 부하는 자신의 능력을 인정해주는 상사를 따른다.
바로 서동수와 소천의 관계가 그렇다.
방에 들어갔던 소천이 나왔을 때 서동수가 다시 웃었다.
소천은 호텔 가운으로 갈아입지 않았다.
피처럼 붉은 중국식 가운을 입은 것이다.
둥근 어깨의 곡선에서부터 볼록 솟은 가슴과 허리, 아랫배의 둥근 언덕까지 그대로 드러난 가운,
그러나 양쪽은 옆구리 부근까지 트여져셔 옷자락이 펄럭일 때마다 흰 허벅지가 보인다,
술잔을 든 서동수가 지그시 소천을 보았다.
“소천, 아름답다.”
“고맙습니다, 보스.”
제 앞에 놓은 술잔에 술을 따르면서 소천이 말했다.
몸이 조금 비틀리면서 허벅지 윗부분까지 드러났다.
“이런 곳에서 보스하고 둘이 술 마시다니 꿈만 같아요.”
“내일 마르코하고 상담 계획부터 말해.”
불쑥 서동수가 말하자
소천이 이를 드러내며 소리 없이 웃었다.
“마르코의 카리나모텔은 룸이 20개, 3층 건물로 아래층이 식당입니다.
건물은 오래된 석조 건물인데 판매가는 400만 불 정도입니다.”
소천이 탁자 밑에서 봉투를 꺼내더니 건물 사진과 서류를 꺼내 정돈해 놓았다,
건물 사진은 모텔의 전경과 식당, 방까지를 찍은 것으로 수십 장이다,
서류는 최근 3년간의 영업 내역이 기록되어 있었는데 소천이 용역회사에 의뢰한 것이다,
동남아는 물론 유럽지역에도 투자대상을 물색해온 서동수다.
자금은 묵혀 놓으면 돌덩이에 불과하다.
따라서 자금은 운용시켜야 제 가치를 발휘한다.
부동산, 주식, 또는 인적 자원에 투자하는 것도 그 방법이다.
서류를 체크하는 서동수를 향해 소천이 말을 이었다.
“모텔은 낡고 수익도 저조하지만 테르미니 역에서 가깝고 주변 환경이 좋습니다.
리모델링을 하면 투자 가치는 있을 것 같습니다.”
서류에서 시선을 뗀 서동수가 술잔을 들고 한 모금에 백주를 삼켰다.
50도짜리 알코올이 불덩이처럼 식도를 타고 흘러내려 갔다.
“좋아. 내일 마르코를 만나 이야기를 듣자구.”
마르코는 모텔 소유주로 30대 중반의 백만장자라고 했다.
유산으로 물려받은 재산 중 하나인 모텔을 처분하려는 것이다.
소천이 서동수의 빈 잔에 술을 채우면서 물었다.
“보스, 미얀마 일은 잘되셨어요?”
“잘 되었어.”
이번에는 서동수가 소천의 잔에 술을 따르면서 말했다.
“마이란과의 합작 사업은 당분간 보류다.”
소천이 잠자코 술잔을 들더니 한 모금을 삼켰다.
그것을 본 서동수가 다시 소천의 잔에 술을 채웠다.
“자, 마셔.”
소천은 미얀마의 지사장 레이를 의식하고 있을 것이었다.
여러 번 통화도 했으니까.
(298) 14장 주고받는다 (16)
다음 날 아침,
눈을 뜬 소천이 커피 냄새를 맡는다.
놀란 소천이 상반신을 일으켰다가 머리를 찌르는 통증에 이맛살을 찌푸렸다.
과음했기 때문이다.
“커피 한잔 마셔.”
그때 다가온 서동수가 커피잔을 내밀었다.
창밖이 부옇게 밝아오고 있다.
엉겁결에 커피잔을 받아쥔 소천이 자신의 몸을 보았다.
가운은 그대로 입은 채 침대에 있다.
시트가 배꼽 아래부터 덮여져 있었는데 언제 침대에 누웠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침대 끝에 선 서동수가 웃음 띤 얼굴로 말했다.
“소천, 어젯밤 과음했어.”
서동수는 가운 차림이었지만 얼굴이 말끔했다.
세수까지 한 것 같다.
탁자에 부착된 디지털 시계가 오전 6시 40분을 가리키고 있다.
서동수가 몸을 돌리면서 말했다.
“네가 소파에 쓰러져서 내가 이곳까지 안아 옮긴 거야.”
커피잔을 쥔 소천이 어금니를 물었고 서동수의 말이 이어졌다.
“씻고 식당으로 나와, 내가 먼저 가서 기다릴 테니까.”
서동수가 방을 나가자 한 모금 뜨거운 커피를 삼킨 소천이 어깨를 늘어뜨렸다.
계획적이다.
서동수는 자꾸 술을 권했고 소천은 사양하지 않고 마신 것이다.
술은 제법 마셨지만 서동수하고는 상대가 안 되는 소천이다.
같이 마셨으니 뻗을 수밖에. 그러나 씻고 나왔을 때 속은 쓰렸지만 기분은 개운했다.
그래서 식당으로 먼저 가 있는 서동수의 앞쪽 자리에 앉으면서 웃었다.
“약속을 지키시려고 그러시는군요.”
주스를 마시던 서동수가 따라 웃었다.
“꼭 그런 건 아냐, 절제하는 거지.”
“개운해요.”
“나도 참은 것이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언제까지 참으실 건데요?
그러자 다시 한 모금 주스를 삼킨 서동수가 지그시 소천을 보았다.
“억지로 참지는 않을 거다.”
서동수의 시선을 받은 소천은 온몸에 약한 전류가 지나는 것 같은 자극을 받는다.
식사를 마친 둘은 가이드 존의 안내로 마르코의 모텔을 방문했다.
마르코는 훤칠한 키의 미남으로 옷차림도 세련되었다.
마르코는 로베르토라는 이름의 변호사를 합석시켰다.
소천과는 만난 적이 있는 터라 마르코가 서동수에게 말했다.
“요즘은 중국 기업에서 자주 찾아옵니다.
골목 건너편의 데스테 호텔도 중국 기업에 팔렸습니다.”
서동수가 머리만 끄덕이자 마르코가 명함을 들여다보면서 물었다.
“서 사장 고향은 칭다오입니까?”
명함에 ‘동성’의 주소가 칭다오로 적혀있는 것이다.
마르코는 서동수를 중국인으로 알고 있는 것 같다.
“아니, 난 한국인입니다. 중국에서 사업을 하고 있을 뿐이지요.”
서동수가 눈으로 옆에 앉은 소천을 가리켰다.
“여기 앉은 소천은 중국인이구요.”
“아, 그렇군요.”
머리를 끄덕인 마르코와 로베르토의 시선이 부딪쳤다.
그때 서동수가 중국어로 소천에게 물었다.
“내가 중국인이라고 했나?”
“아뇨? 제 명함을 보고 당연히 그렇게 생각한 것 같습니다.”
소천이 웃음 띤 얼굴로 말을 이었다.
“부동산을 구입하려고 중국인들이 많이 오니까요.”
그렇다. 유럽뿐만이 아니다. 아프리카, 아랍권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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