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6> 14장 주고받는다 [3]
(287) 14장 주고받는다 (5)
빈대떡을 떼어낸 서동수가 진영아를 보았다.
정색한 표정이어서 시선을 맞받은 진영아가 숨을 들이켰다가 콧구멍이 움찔거렸다.
그러나 입술만 부풀렸을 뿐 웃음이 터지지는 않았다.
“용건을 말해.”
서동수가 말하자 진영아는 다시 호흡을 조정했다.
“저기, 저는 일해야 돼요. ‘동성’에선 제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구요.”
“그래서?”
“전 이 상태에서 결혼할 수가 없어요.
마음에 드는 남자도 없을 뿐만 아니라 집에서 아이만 보는 아빠
또는 밖에서 일하는 아빠, 다 맞지가 않아요.”
“그래서?”
“그렇다고 서영이를 저렇게 엄마한테만 맡길 수가 없다구요.”
“빌어먹을.”
혼잣소리로 투덜거린 서동수가 잔을 들고 한 모금에 술을 삼켰다.
“그래서, 내가 필요하단 말이냐?”
“엄마하고도 상의했어요.”
진영아가 똑바로 서동수를 보았다.
“같이 안 살아도 돼요, 가끔 들러주시기만 해도 돼요.”
“…….”
“서영이 아빠가 돼 주세요.”
“…….”
“서영이 동생을 만들어 주셔도 돼요.”
“이런.”
눈을 치켜뜬 서동수가 진영아를 노려보았다.
“그럼 미혜는?”
서동수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서영이 생각만 하고 우리 미혜는?”
“받아들여 주신다면 같이 살 수도 있어요.”
이미 준비를 한 듯 진영아가 바로 대답했다.
혀로 입술을 축인 진영아가 말을 이었다.
“형수님이 미혜를 봐 주시지만 언제까지 같이 사실 수는 없지 않아요?
가장 좋은 방법은 당분간 모두 같이 살면서 정을 익혀 가는 거죠.”
“…….”
“사장님은 출장에 바쁘시니까
내가 회사일 끝나면 바로 집에 돌아와 애들 챙기겠어요.”
“…….”
“미혜한테 신경 많이 쓸게요. 전 애들 좋아해서 자신 있어요.”
“…….”
“어머니, 형수님도 함께 계시니까 더 좋아요.
울 어머니도 좋다고 하셨고.”
“이게 제멋대로 이야기를 어디까지 끌고 가는 거야?”
투덜거렸지만 서동수의 목소리가 약해졌다.
미혜를 앞세우면 무기력해지는 것이 서동수의 본성이다.
약점이기도 한 것이다.
그때 서동수의 잔에 술을 채우면서 진영아가 말했다.
다시 다소곳한 표정이 되어 있다.
“이런 생각은 일 년쯤 전부터 했어요.
그동안 사장님은 수없이 바람을 피우고 다니셨지만 말이에요.”
숨을 멈춘 서동수의 귀에 진영아의 말이 이어졌다.
“아세요? 남자는, 특히 사장님처럼 바람기가 있는 남자는 중심이 있어야 된다구요.
그 중심은 곧 와이프예요.
바가지 긁는 와이프가 아니라 그 존재 자체만으로도 흔들리지 않게 된다구요.
난 바가지 긁는 스타일도 아녜요.”
이제 서동수가 시선을 들었고 진영아가 똑바로 받는다.
“내 기교가 끝내준다고 하셔서 하는 말인데 그 따위는 별것도 아니라는 걸
사장님이 알고 계실 거예요. 그러니까…….”
“그만.”
손바닥을 펴 보인 서동수가 말했다.
“여기서 밤샐 거냐?”
(288) 14장 주고받는다 (6)
이번에는 진영아 집 근처의 호텔로 갔다.
밤 11시 반쯤 되었다.
침대에 비스듬히 누운 서동수가 한쪽 손으로 머리를 받쳐 들고 진영아를 내려다보았다.
진영아는 반듯이 누워 천장을 보았지만 아직 숨결이 가라앉지 않았다.
땀이 밴 이마에 머리칼이 붙여졌고 얼굴은 상기되었다.
알몸의 가슴이 출렁이며 흔들리고 있다.
서동수가 손끝으로 진영아의 이마에 붙여진 머리칼을 옆으로 갈라 주었다.
황홀한 정사를 마친 여자의 얼굴은 빛이 나는 것 같다.
지쳐 늘어진 것 같지만 실제는 에너지를 가득 충전시킨 것이다.
서동수의 손길이 젖가슴을 부드럽게 움켜쥐자 진영아의 시선이 옮겨왔다.
“좀 쉬었다 해요.”
진영아가 앓는 소리로 말했다.
“여운을 쫌만 더 즐기구요.”
“누가 한대?”
“자기는 안 한 줄 알고 있어요.”
서동수의 손이 아랫배로 옮겨지자 진영아가 허리를 비틀더니 조금 위로 몸을 올렸다.
그것은 손이 그 밑쪽까지 닿게 해주려는 것이다.
서동수의 얼굴에 저절로 웃음이 번져졌다.
“만져달라고 올라오는군.”
“나도 모르게 그런 걸 어쩌라구.”
눈을 흘긴 진영아의 모습에 끌린 서동수가 입을 맞췄다.
진영아가 몸을 비틀더니 서동수의 목을 두 팔로 감았다.
서동수가 달콤한 진영아의 혀를 빨았다.
낮에는 사장님이 되었다가 밤에는 자기로 변하는 관계가 걸림돌일 뿐이다.
참지 못한 서동수가 몸 위로 오르자 진영아가 자세를 갖추면서 말했다.
“빨리 올라갈 테니까 자기도 빨리해요.”
이미 초점이 흐려지기 시작한 눈으로 진영아가 서동수의 어깨를 움켜쥐었다.
“나 몰라 정말, 자기 때문에 나….”
그 순간 진영아가 입을 딱 벌렸고 다시 방안에 폭풍이 휘몰아쳤다.
문득 서동수의 눈앞에 전처 박서현의 얼굴이 떠올랐다.
미혜를 잊지 않고 있다는 것은 확인했지만 그래서 어쨌단 말인가?
다 부질없다.
어차피 박서현과는 실패한 관계이고 미혜는 새롭게 시작해야만 한다.
“자기야, 자기야.”
말했던 대로 진영아가 빨리 올라오고 있다.
서동수의 수고를 덜어주려는 배려였지만 몸이 빨리 달아오르는 체질이기도 하다.
그러고는 곧 진영아가 온몸을 뻗으면서 폭발했다.
눈부신 알몸이 환한 불빛 아래에서 거침없이 환호하고 있다.
서동수는 진영아의 이마에 입술을 붙이면서 같이 터졌다.
그러자 두 쌍의 몸이 한 덩어리가 되면서 뭉쳐졌다.
빈틈없이 뭉쳐지는 것이 마치 열에 녹아 붙는 것 같다.
서동수가 진영아를 부둥켜안은 채로 거친 숨을 뱉으면서 말했다.
“서둘지 마, 미혜가 요즘에야 새 환경에 맞춰가는 상황이거든.”
진영아는 안긴 채 들었고 서동수의 말이 이어졌다.
“너도 마찬가지야,
아이한테 무조건 대역만 붙인다고 되는 게 아냐.
이미 상처 준 것이고 그 상처를 덮을 수는 없다구.”
서동수가 진영아의 귓불을 입술로 물었다.
“상처에 미안해서 서둘러 덮으려고 했다가 더 커질 수가 있겠더라.
이것 내 경험이야.
그러니까 천천히,
한 계단씩 밟아 가자구.”
“딴 여자가 생기더라도.”
진영아가 숨결을 가라앉히면서 말을 이었다.
“날 집처럼 생각하고 와 줘요.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서동수는 진영아의 입을 맞췄다.
착한 여자다.
내놓을 줄을 아는 여자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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