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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5> 14장 주고받는다 [2]

오늘의 쉼터 2014. 7. 26. 08:54

<145> 14장 주고받는다 [2]

 

 

(285) 14장 주고받는다 (3)

 

 

다음날 오전 11시경이 되었을 때 서동수는 사무실에서 사내 하나와 마주보고 앉아 있다.

사내는 칭다오 영사관의 김 영사. 몇 번 안면만 있는 사이였지만 오늘은 서동수하고

처음 단둘이 만난다.

서동수의 이야기를 들은 김 영사가 쓴웃음을 짓고 말했다.

“제가 알아 보겠습니다. 서 사장님.”

김 영사는 국정원 요원이다.

전에는 국정원 요원 하면 기관원으로 위압감이 느껴졌는데 요즘은 평범한 상사원 같다.

그래서 서동수가 바로 아침에 연락을 했더니 사무실로 찾아온 것이다.

김 영사의 이름은 김한수다.

30대 후반쯤의 김한수가 웃음 띤 얼굴로 말을 이었다.

“돈은 아직 안 주셨죠?”

“아, 예, 실은 지난번에도 룸살롱에서 탈북자 흉내를 낸 조선족한테 털린 적이 있어서요.”

서동수가 지난 일을 줄여서 말했더니 김한수가 소리 내어 웃었다.

“서 사장님뿐만 아닙니다. 여럿이 당했어요.”

“모르고 지났으면 좋았을 텐데 괜히 화장실에서 들어갖고.”

“하하, 글쎄 말입니다.”

웃음을 그친 김한수가 서동수를 보았다.

“톈진(天津)에서도 비슷한 일이 발생했습니다.

두 달쯤 전인데 한국인 사업가가 조선족 사기단한테 속아서 돈을 털린 적이 있습니다.

그 경우도 여자가 끼었다는군요.”

“탈북자는 도와야지요.”

정색한 서동수가 말하자 김한수도 머리를 끄덕였다.

“그럼요.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자리에서 일어선 김한수가 손을 내밀었다.

“언제 시간 만들어서 술 한잔 하십시다.”

“언제든지 말씀만 하십시오.”

서동수가 손을 흔들며 웃었다.

이은실의 사연을 털어놓았더니 체증이 뚫린 것 같았던 것이다.

그리고 그날 저녁에 다시 이은실한테서 전화가 왔다.

식당 밖에서 전화를 한다는 것이다.

“사장님, 오늘은 바쁘죠?”

“왜?”

“오늘은 몸이 아프다고 휴가 냈어요.”

“…….”

“오늘 만날 수 없어요?”

“약속이 있는데….”

그래놓고 문득 서동수는 이은실이 안쓰럽게 느껴졌다.

도사는 도사 기준으로 판단하기 마련이다.

유유상종이란 말도 그래서 생겨났다.

서동수의 기준으로 보면 이은실의 이런 행태는 너무나 속을 보이는 것이었다.

숙련된 여자는 참고 튕긴다. 이렇게 바로 연락하지 않는다.

“은실이 너, 요즘 괴로우냐?”

불쑥 그렇게 물었던 서동수는 소리 죽여 숨을 뱉었다.

김한수는 곧 이은실에 대해서 알려줄 것이었다.

어제 이은실은 탈북에 필요한 돈이 5천 달러라고 했다.

어젯밤 헤어질 때도 5백 달러를 주었으니 10번 자는 값이다.

그때 이은실이 말했다.

“좀 힘들어요. 사장님.”

“…….”

“무섭기도 하고.”

“…….”

“떠나기 전에 사장님한테 잘 해드리고 싶었는데, 어젯밤, 저 좋았어요?”

“응, 좋았어.”

“정말요?”

“그래.”

대답은 그렇게 했지만 이은실의 몸에 대한 호기심은 이미 다 사라진 상태다.

전혀 그립지가 않은 것이다.

처음부터 돈을 주고 몸을 사는 관계였다가 이제는

거금을 요구하는 단계가 되었으니 당연한 결말이다.

그래서 거짓말에 대한 죄책감도 일어나지 않았다.

 

 

 

(286) 14장 주고받는다 (4)

 

 

진영아는 이혼한 후에 서울에서 고생하며 살다가 중국에 온 후부터 물 만난 고기가 되었다.

동대문에서 활동하던 경력을 발휘하여 ‘동성’의류의 수석 디자이너로 성장,

칭다오와 베이징에 자체 매장 5개를 소유했다.

서동수는 전체만 관리했지 각 부문별 사업은 떼어 맡기는 방식으로 회사를 운영했기 때문에

사업장이 수백 개가 되는 셈이었다.

서동수의 사업신조는 간단했다.

즉 ‘주고받는다’는 것이다.

그것은 곧 ‘주면 받는다’ 또는 ‘주어야 받는다’로도 해석이 된다.

따라서 중국에서 발생한 수익을 아낌없이 중국에 재투자를 했다.

 ‘동성’의 가게 직원 월급이 최고 수준이라고 언론에 보도된 적도 있을 정도였다.

그래서 올해부터는 ‘동성’ 직원 채용 경쟁률이 미국의 미크로하드사의 경쟁률보다도

더 높아졌고 브랜드 가치도 상승했다.

오후 7시반, 서동수는 진영아와 프린스호텔 한식당에서 저녁을 먹는다.

방에 둘이 마주앉아 한정식을 시켜먹는 것이다.

이제 진영아는 표정이 밝고 여유가 있다.

전에는 매사에 서둘렀는데 지금은 달라졌다.

제가 만나자고 해놓고 용건을 나중에야 꺼낸다.

정식 반찬을 안주로 소주를 석 잔씩 마셨을 때에야 진영아가 용건을 꺼냈다.

눈 주위가 붉어져 있다.

“사장님, 우리 서영이가 미혜 하고 같은 국제학교에 다니는 거 아시죠?”

“어, 그래.”

어머니한테 들은 것이다.

진영아의 딸 서영은 이제 6살이 되어서 국제학교 부속 유치원에 입학했다.

국제학교는 외국인학교다.

외국의 상사 주재원 자제가 다니는 터라 수준이 높고 교육비가 비싸다.

서동수의 딸 미혜는 국제학교 2학년, 형의 남매는 각각 4학년과 6학년이 되어 있는 것이다.

같은 학교인 터라 서영을 데리고 간 진영아의 어머니와 어머니가 학교에서 여러 번 만났다고 했다. 서동수의 시선을 받은 진영아가 자작으로 따른 소주를 한 모금에 삼켰다.

얼굴이 처음에는 빨개졌다가 슬슬 하얗게 되어간다.

이것이 진영아의 체질이다.

그것을 본 서동수가 입맛을 다셨다.

“웬 뜸을 그렇게 들이는 거냐?”

진영아는 젓가락으로 안주를 뒤적였고 서동수가 말을 이었다.

“너, 그렇게 마시다가 오늘 섹스 제대로 할지 모르겠다.”

“…….”

“넌 술 많이 마시면 리듬을 못 맞추잖아? 너 혼자 들썩이는 바람에 말이야.”

그러자 시선을 든 진영아가 눈을 하얗게 되도록 흘겼다.

“남은 힘들어 죽겠는데 계속 그런 소리나 할 거예요?”

“뭐가 힘들단 말이냐?”

“정말 모르세요?”

“돈 많이 벌겠다.

어머니가 요즘처럼 좋은 때가 없다고 하셨다더만, 우리 어머니한테 말이다.”

“내가 서영이 이야기 꺼낸 이유를 모르세요?”

“서영이가 왜?”

했다가 서동수는 어깨를 늘어뜨렸다.

술기운이 가시면서 가슴이 미어졌다.

죄책감 때문이다.

또 미혜를 잊고 있었다.

미혜가 반쪽 가정에서 자라고 있다는 것을,

서동수가 굳게 입을 다물어 버렸으므로 젓가락을 내려놓은 진영아가 심호흡을 했다.

“사장님. 저, 어떻게 생각하세요?”

“너?”

서동수도 심호흡을 하고 나서 대답했다.

“침대에서 기교가 끝내주는 여자지. 네 몸속에 들어가 있으면 모든 것을 잊게 돼.”

그때 빈대떡이 날아와 서동수의 얼굴에 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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