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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3> 13장 대한국인 (11)

오늘의 쉼터 2014. 7. 26. 08:52

<143> 13장 대한국인 (11)

 

 

(282) 13장 대한국인 (21)

 

 

서동수가 굳어진 얼굴로 다시 물었다.

“네 딸이라니?”

“미혜지, 누구야?”

원피스를 벗은 박서현이 속옷 차림으로 서동수를 노려보았다.

“그대로 서 있을 거야?”

“안 해.”

몸을 돌린 서동수가 창가의 의자로 다가가 앉았다.

‘우리 딸’ 이라고 말하기 싫었던 것이다.

‘우리 딸’ 이란 너와 내가 만든 딸이라는 뜻이다. 

박서현은 내 속에 너를 포함시켜 말하기도 싫었던 것이다.

그래서 미혜는 내 딸이자 네 딸일 뿐이고 이제 ‘우리 딸’이 아니다.

창밖을 바라보면서 서동수가 말했다.

“그래, 내가 잘못한 점이 많다.”

박서현 쪽에서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내가 가장 미안한 상대가 미혜야,

엄마 없이 커가는 미혜를 보면 가슴이 미어져.”

“…….”

“할머니, 형수가 아무리 잘해준다고 해도 엄마의 빈 자리가 보이는 법이야.”

“…….”

“그런데 넌 미혜 이야기를 묻지도 않고 연락도 안 했어.

그러고는 또 그 배 속에 딴 아이를 집어넣었구나.”

부시럭거리는 소리가 들렸지만 말은 안 들렸다.

외면한 채 서동수가 말을 이었다.

“그래서 홧김에 그런 거다.”

“…….”

“그러면 속이 시원할 것 같았는데 마음이 변했어. 미혜한테 줄 인형을 보고.”

자리에서 일어선 서동수가 박서현을 보았다.

박서현은 다시 원피스를 입은 채 외면하고 있다.

서동수가 손을 들어 문을 가리켰다.

“요즘은 미혜가 눈치를 챘는지 엄마를 찾지 않아.

이 인형은 내가 사 가지고 온 것으로 해야겠다.

다시 엄마 생각에 가슴이 아파지면 안 되니까.


“미안해.”

작은 목소리로 말했지만 서동수는 들었다.

그쪽 귀가 솟아오르는 것 같았다.

박서현이 말을 이었다.

“내가 일부러 전화 안 했어.

미혜 생각 안 할 때가 없었어.

내가 왜 잊었겠어?

미혜를 데려오려고 그 사람하고 합의까지 했었는데,

그 사람도 승낙을 했고.”

“…….”

“덜컥 임신을 하자 떼려고 했어. 그런데 못하겠더라구. 내가 죄많은 년인가 봐.”

“…….”

“미혜 목소리 듣고 싶어서 지금도 하루에 수십 번씩 전화기를 보다가 말아.

듣고 나면 더 가슴이 미어질 것 같아서.”

“나가.”

서동수가 먼저 손으로 문을 가리켰다.

“미혜는 차츰 잊어먹게 될 거다. 앞으로 네 배 속의 아이나 잘 키워라.”

“미혜 아빠.”

“나가.”

이제는 문으로 다가간 서동수가 문까지 열고 기다렸다.

“너 잘 살려고 그래 놓고 말 길게 하지 마. 이 방 나가서 다 잊어먹고 잘 살아라.”

박서현이 외면한 채 서동수의 앞을 지나 방을 나갔다.

서동수는 박서현의 옷자락 끝이 나가자마자 힘껏 방문을 닫았다.

방문 닫치는 소리가 크게 울리면서 박서현이 남기고 간 냄새가 맡아졌다.

탁자로 다가간 서동수가 인형을 들고 찬찬히 살펴보았다.

 

‘내 딸’ 한테 줄 인형이라는 박서현의 말이 떠올랐으므로 서동수가 입술 끝을 비틀고 웃었다.

서동수의 시선이 구석에 놓인 휴지통으로 옮겨졌다가 되돌아왔다.

그래, 전해 주기로 하자.

나도 죗값을 받아야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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