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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 13장 대한국인 (9)

오늘의 쉼터 2014. 7. 26. 08:50

<141> 13장 대한국인 (9)

 

 

(278) 13장 대한국인 (17)

 

 

체크아웃을 한 서동수가 손목시계를 보았다.

오후 12시 10분이다. 그때 옆에서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서 사장님.”

머리를 든 서동수는 김상덕을 보았다.

김상덕 옆에 동양인 하나가 서 있었는데 한국인 같다.

“지금 떠나시는 겁니까?”

다가선 김상덕이 물었으므로 서동수가 머리를 끄덕였다.

카림은 이미 가방을 차에 실어 놓았다.

“네, 3시 반 비행기니까 시간은 있습니다. 커피 한잔 하시죠.”

이규황이 죽고 나서 찜찜했던 참이다.

인사도 못하고 떠날 줄 알았는데 잘 되었다는 생각이 든 서동수는

그들과 1층 커피숍에 마주앉았다.

“이분은 인도에서 오신 최 사장이십니다.”

김상덕이 50대쯤의 사내를 소개했다.

후줄근한 셔츠 차림에 대머리다.

“이집트에 액세서리를 수출하고 계시지요.”

명함에 적힌 이름은 최기호. 인도에서 생산한 액세서리를 중동지역에 수출하고 있다는 것이다.

본래 공장이 서울에 있었다가 12년 전에 중국 광저우로 이전했고 다시 6년 전에

인도 남부로 옮겼다고 했다.

액세서리는 섬유와 함께 한국산 수출품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

그러나 인건비, 원부자재 가격 상승으로 경쟁력을 잃고 인건비가 싼 개발도상국,

미개발국가로 전전하는 신세가 되었다.

“여기서 바이어를 만나기로 해서요.”

최기호가 쓴웃음을 띤 얼굴로 말했다.

게지라 쉐라톤은 특급 호텔이다.

상담하기도 좋고 안전하다.

그것은 김상덕도 마찬가지다.

강 건너 싸구려 호텔에 묵고 있지만 매일 이곳에 나와 있는 것이다.

“내가 경비가 부족해서 최 사장하고 내 호텔방을 같이 쓰기로 했습니다.

최 사장도 돈 없는 건 마찬가지여서.”

웃음 띤 얼굴로 말한 김상덕이 곧 정색하고 서동수를 보았다.

“이규황 씨 전처와 자식들이 영국 리버풀에 있답니다.

하지만 시신은 내일 오전에 한국으로 옮겨진답니다.”

“…….”

“그래서 여기 이집트에 남아있는 교민, 사업자들이 성금을 모아 대사관에 내기로 했습니다.

대사관에선 그 성금을 자식들한테 전달해준다는군요.”

“…….”

“한국에 있는 형님은 장례만 치르면 될 테니까요.

그래서 나하고 여기 최 사장님도 50불씩 냈습니다.”

“누구한테 냅니까?”

서동수가 묻자 김상덕이 주머니에서 구겨진 쪽지를 꺼내 내밀었다.

“여기, 대사관 전번입니다.

담당 영사 이름도 적혀 있습니다.

전화하시면 직접 가지 않으셔도 직원이 올 겁니다.”

머리를 끄덕인 서동수가 소리죽여 길게 숨을 뱉었다.

김상덕은 이틀 생활비를 성금으로 낸 셈이었다.

김상덕도 이집트에서 물품대금을 받으려고 두 달 반째 체류 중이었는데

하루 생활비를 25불씩 쓴다고 했던 것이다.

“알겠습니다. 저도 영사한테 전화하고 성금은 호텔 프런트에 맡겨 놓지요.”

“고맙습니다.”

서동수의 말을 들은 김상덕이 얼굴을 찌푸리며 웃었다.

“과부 사정은 과부가 안다고, 다른 사람들은 이런 분위기를 모를 겁니다.”

자리에서 일어선 서동수가 프런트로 다가가다가 문득 뒤쪽에 서 있던 김상덕을 손짓으로 불렀다. 김상덕이 다가와 서자 서동수가 지갑을 꺼내 100불짜리 11장을 꺼내 내밀었다.

“100불은 성금 내시고 1000불은 김 부장님 견디시는 데 쓰세요. 김 부장님도 사셔야죠.”

 

 

(279) 13장 대한국인 (18)

 

 

동성(東星) 브랜드 제품은 서울과 거의 동시에 중국 매장에서 판매된다.

서울 공장에서 동시에 공급하기 때문이다.

또한 진영아의 주도하에 중국 디자이너를 고용, 제품의 중국화를 시도했다.

각 지역을 전문 대리인 책임제로 운용하되 매장은 소형화, 고급화 정책을 썼다.

또한 매장 수를 늘리면서 투자자를 모아 체인점 형식으로 변형시켰다.

본사의 자금 부담을 덜면서 영역을 확산시키려는 의도다.

서동수가 이집트 출장에서 돌아온 다음 날 오전, 본사에서 의류사업 회의를 끝낸 후다.

본사 의류사업부 관리부장을 맡고 있는 이인섭이 사장실로 들어섰다.

이인섭은 와이프가 옌타이 지역의 전문 대리인이어서 직접 매장 2개를 운영하고 있다.

부부가 모두 동성의 식구인 터라 매달 수익금이 5만 위안이 넘는다.

이인섭의 얼굴은 활기가 넘치고 있다.

“사장님, 소천이 찾아왔습니다.”

이인섭이 웃음 띤 얼굴로 말을 이었다.

“사장님하고 만날 약속을 했다는데요.”

“아, 그거야….”

열흘쯤 전에 약속은 했다.

그러나 정확한 시간을 정하지는 않았지만 상대는 소천이다.

그래서 이인섭도 따지지 않은 것 같다.

잠시 후에 소천이 들어섰는데 이인섭은 따라오지 않았다.

소천은 산뜻한 정장 차림이어서 날씬한 몸매가 더 두드러졌다.

그런데 동성 브랜드 제품이다.

소파에 단정히 앉은 소천이 서동수를 향해 눈웃음을 쳤다.

그 순간 서동수의 눈앞에 소천의 알몸이 떠올랐고

곧 꿈틀거리며 신음을 뱉던 장면으로 이어졌다.

심호흡을 한 서동수가 소천을 보았다.

“자, 찾아왔으면 용건을 말해야지.”

이제는 중국어다.

“네, 사장님.”

시선을 준 채 소천이 말을 이었다.

“사장님하고 다시는 그런 관계를 맺지 않겠다고 약속하면 동성에 입사시켜 주실 건가요?”

“안돼.”

“왜요?”

“내가 나를 믿을 수 없거든. 특히 너에 대해서는.”

“그거 칭찬으로 들어도 되나요?”

“너한테는 칭찬 같다. 네 매력이 강하다는 뜻이니까.”

“동성에 저 같은 영업 관리직이 필요해요.

이인섭 부장은 매장 관리를 맡고 제가 영업 관리를 맡으면 균형이 맞을 것 같더군요.”

“그래도 안돼.”

“제가 결혼하면 되겠군요?”

서동수의 시선을 받은 소천이 이제는 정색하고 한마디씩 분명하게 말했다.

“사장님하고 같이 일하고 싶어요. 동성의 발전에 저도 한몫 하고 싶다고요.”

소천이 들고온 가방에서 서류를 꺼내 서동수의 앞에 놓았다.

꽤 두툼한 서류다.

“동성의 영업 방향과 목표, 대책까지 기획안을 작성해왔어요.

그동안 동성 매장을 수시로 들러 현황 파악을 했고 시장조사도 했거든요.”

“…….”


“제 능력을 한 번 펼쳐 보이고 싶어요.”

그러더니 소천이 숨을 고르고 나서 다시 똑바로 서동수를 보았다.

“사장님하고 같이 잤다고 해서 불이익을 받으면 억울하다고요,

사장님은 왜 거꾸로죠?

다른 사람들은 섹스 파트너를 측근으로 끌어들인다던데.”

“이런.”

마침내 쓴웃음을 띤 서동수가 서류를 앞으로 당겼다.

“내가 서류는 보겠어.

하지만 앞으로 섹스라는 단어가 한 번이라도 더 나오면 너를 두 번 다시 안 볼 줄 알아.”

그러자 소천의 얼굴이 환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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