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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9> 13장 대한국인 (7)

오늘의 쉼터 2014. 7. 26. 08:48

<139> 13장 대한국인 (7)

 

 

(274) 13장 대한국인 (13)

 

 

상담을 끝냈을 때는 밤 11시가 되어갈 무렵이었다.

 

“당신의 협조가 필요해요.”

슈나의 검은 눈동자가 불빛을 받아 번들거렸으므로 서동수는 숨을 들이켰다.

 다시 눈에 열이 오르더니 목구멍이 좁아지는 느낌이 온다.

상담을 할 때는 서로 일에 열중한 터라 시선도 마주치지 못했지만 이제 긴장이 풀어졌다.

그랬더니 슈나의 얼굴이 선명하게 드러났고 향내도 짙어진 것 같다.

슈나의 시선을 받은 서동수가 얼굴을 펴고 웃었다.

“슈나, 당신은 내 협조가 없어도 얼마든지 성공할 수 있는 사람이오.

이미 당신의 계획만으로도 가능성이 있습니다.”

“더 빨리, 더 확실하게.”

한마디씩 말한 슈나가 서동수의 눈을 마주보며 따라 웃었다.

웃는 모습도 가슴이 미어지도록 고혹적이다.

도대체 이 여자의 마력은 어디까지인가?

문득 서동수는 슈나가 절정에 올랐을 때의 모습을 떠올렸다.

눈을 치켜뜨고 입을 딱 벌리면서 괴성을 지를 것인가?

인간은 눈 깜박하는 순간에도 수많은 장면, 수많은 대화를 상상할 수 있다.

다시 서동수의 눈앞에 슈나의 알몸이 떠올랐다.

황갈색의 풍만하고 탄력이 강한 두 다리를 활짝 벌리면서 자신을 맞는 장면이다.

그때 슈나가 말했으므로 상상이 끊겼다.

“서, 당신은 절제력이 강한 사람 같아요.”

술잔을 내려놓은 슈나가 두 손으로 턱을 괸 자세로 서동수를 보았다.

손이 양쪽 볼을 감싸고 있어서 꽃과 꽃잎, 줄기처럼 보였다.

슈나가 그 모습 그대로 말을 잇는다.

“일과 사생활을 잘 구분할 수 있는 사람.”

숨을 죽인 서동수를 향해 슈나가 웃었다.

“서, 오늘밤 여기서 자고 가도 되죠?” 

 

 

 

 

 

 

 

 

(275) 13장 대한국인 (14)

 

 

슈슈나의 검은 눈동자가 불빛에 반사되어 반짝이고 있다.

웃음 띤 얼굴, 서동수는 자신의 눈이, 얼굴이, 몸이, 슈나의 눈 안으로 빨려 들어가는

느낌을 받는다.

귀에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고 몸에는 감각이 없어졌다.

오직 눈앞의 슈나만 보인다.

이윽고 서동수가 심호흡을 하고 나서 말했다.

“그럼요, 슈나. 자고 가도 됩니다.”

“고맙습니다, 서.”

자리에서 일어선 슈나한테서 향내가 났다.

옷자락이 펄럭이면서 풍겨 나온 짙은 향기, 바로 색향(色香)이다.

“씻고 오겠어요.”

머리를 끄덕인 서동수가 엉덩이를 살랑거리며 욕실로 다가가는 슈나의 뒷모습을 본다.

매혹적이다.

이 유혹을 누가 견뎌 낸단 말인가?

문득 서동수의 얼굴에서 쓴웃음이 번졌다.

슈나가 욕실로 들어서자 서동수는 리모컨으로 TV를 켰다.

창으로 다가가 창문을 열자 나일강을 훑고 온 바람이 방 안으로 몰려 들어왔다.

커튼이 펄럭였고 물비린내가 맡아졌다.

검은 나일강 위로 불을 켠 배들이 오가고 있다.

강가에 정박한 3층 여객선은 식당으로 사용되고 있다.

창틀을 짚고 선 서동수의 머리에 문득 폭사한 이규황의 모습이 떠올랐다.

뿔테 안경을 낀 얼굴이 선명했다.

이규황도 이른바 80년대 세대다.

비록 중동건설 일꾼으로 불렸던 산업역군 시대의 막차를 탔지만

선배 세대의 뜨거운 열정을 그대로 흡수한 전사(戰士), 그렇다.

한때 그들은 무역전사(貿易戰士)라고도 불렸다.

오지에서 강도를 만나 죽거나 일사병으로 죽기도 했으며 경쟁국과 그야말로 피 튀기는

경쟁을 했으니 전사(戰士)가 맞다.

그렇게 대한민국의 기반이 굳어졌던 것이다.

나일강을 내려다보던 서동수의 얼굴에 다시 쓴웃음이 번졌다.

자신이 이렇게 카이로에 오게 된 동기도 위험지역을 피하려는 본사 직원들 때문이었다.

이제는 목숨을 걸고 일하는 상사원이 드물어졌다.

현장에서 직접 부딪치지 않아도 해결할 수 있는 기기(器機)가 많아졌기도 하지만

상사원의 의기와 사명감은 많이 쇠퇴되었다.

어려운 시절을 겪지 못한 세대는 시련에 약하다.

호시절은 끝없이 이어지지 않는다.

시련은 인간을, 기업을 강하게 만드는 반작용이 있는 것이다.

단 그것을 이겨낸 대상이 선택을 받는다.


“서, 무슨 생각을 해요?”

갑자기 옆에서 슈나가 묻는 바람에 서동수는 정신이 들었다.

강바람 때문에 슈나의 기척도 듣지 못했고 냄새도 맡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놀란 서동수의 시선을 받자 슈나가 온 얼굴을 펴고 환하게 웃었다.

슈나는 머리를 뒤로 묶어 올렸고 흰색 실내 가운 차림이다.

 가운 깃 사이로 슈나의 풍만한 젖가슴 골짜기와 양쪽 능선 절반이 드러났다.

흑갈색 피부는 윤기가 흐른다.

“내 나라 생각.”

서동수가 짧게 대답했더니 슈나의 시선이 나일강으로 옮겨졌다.

어깨가 서동수의 몸에 밀착되었고 탄력이 느껴졌다.

“한국은 평온하겠죠?”

“물론이지.”

잠깐 서동수의 머릿속에 한국의 정치, 사회문제가 떠올랐다가 지워졌다.

대한민국은 평온하다.

그때 슈나의 어깨가 더 바짝 붙여졌고 탄력이 강해졌다.

“서, 추워요.”

서동수는 팔을 벌려 슈나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

그러자 슈나가 몸을 틀더니 서동수와 젖가슴을 맞대었다.

자연스러운 동작이다.

서동수는 빈손으로 슈나의 허리를 감싸 안았다.

그때 슈나가 두 팔로 서동수의 목을 감아 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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