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3> 13장 대한국인 (1)
(262) 13장 대한국인 (1)
그사이 미얀마에 첫 오더가 투입되었는데 물론 의류다.
이인섭이 작성한 오더시트가 양곤 지사의 레이에게 보내졌고
그것이 양곤 대우섬유로 전달된 것이다.
의류 매장은 1년째가 되면서 중국 전역에 27개로 확장되었고 흑자를 기록했다.
한영복은 공안에 체포되었다가 곧 풀려났지만 중국 사업을 접을 작정을 하고
다시 성동실업을 매물로 내놓았다.
옌타이의 주광 사장이 다시 성동실업을 인수했는데 이번에는 서동수가
인수금의 절반인 175만 위안을 받고 마무리를 지었다.
사기양도 사건이 일어난 지 한 달 만에 종결이 된 것이다.
앞으로 미얀마의 공장은 성동실업을 대신해서 ‘동성’ 브랜드 의류를 생산하게 될 것이었다.
서동수는 한영복과 갈라선 후부터 ‘동성’ 브랜드를 전 매장, 전 제품에 부착시키면서
소량 다품종, 고가품 정책을 썼다.
동성의 선임 디자이너 겸 칭다오 매장 관리자 진영아는 거의 이틀에 한 번꼴로 동대문의
수십 개 납품업체로부터 수백 가지 스타일의 제품을 납품받아 전 매장에 공급하고 있다.
이제 서동수의 의류 사업은 기반을 굳혀가고 있었지만 방심하지 않았다.
셀 수도 없는 경쟁업체가 창립했다가 금방 쓰러지면서 끊임없이 추격해오고 있기 때문이다.
추격을 피해 앞서 달려가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기반을 굳히면서 선두에 서야 한다.
기반이 약하면 달리다가 넘어져서 끝난다.
오후 6시, 사무실에서 서동수가 전화를 받는다.
발신자는 이은실, 지난번 메이의 세탁소 이층 룸에서 진한 정사를 나눈 후에 두 번 만났다.
그러나 그 두 번은 개업한 식당으로 찾아가 식사를 한 것으로 끝났다.
“응, 웬일이야?”
반가운 목소리로 물었더니 이은실의 반응도 밝다.
“오늘 시간 있으세요?”
“밥 먹으러 오라고?”
“아뇨, 밤에.”
“나갈 수 있단 말야?”
“내일 오전 6시까지는 숙소에 돌아와야 해요.”
“그럼 만나야지.”
해놓고 서동수가 끈적끈적한 목소리로 덧붙였다.
“차츰 네 몸하고 신음소리가 희미해져가는 참인데 잘됐다.”
“12시쯤 만날 수 있어요. 어디로 가요?”
“국빈장호텔 알지? 그 식당에서 사거리 하나만 건너면 돼.”
“거기, 특급 호텔이죠? 비쌀 텐데.”
“너하고 같이 자려면 그쯤 돼야지.”
“5백불요.”
불쑥 이은실이 말했으므로 어깨를 부풀렸던 서동수가 소리 죽여 숨을 뱉었다.
“알았어, 달러로 줄까?”
“네, 달러가 나아요.”
“그럼 12시에 호텔 로비에서 전화해. 방 번호 알려줄 테니까.”
핸드폰을 귀에서 뗀 서동수가 잠깐 생각하다가 버튼을 눌렀다.
신호음이 두 번 울리더니 곧 응답 소리가 들렸다.
우명호다.
“응, 웬일이냐? 이 시간에.”
대뜸 그렇게 물었던 우명호가 이쪽이 입을 열기도 전에 말을 이었다.
“나, 오늘 저녁에 약속이 있어서 안돼.”
“금강산식당의 김옥향이냐?”
서동수가 물었더니 우명호가 잠깐 말을 그쳤다가 되물었다.
“어떻게 아냐?”
“그럴 것 같아서”
“갑자기 만나자는 연락이 왔거든.
그날 어설프게 뛰어서 오늘 내 진면목을 보여줄 작정이다.”
서동수는 숨을 골랐다.
개인 플레이는 아니다.
(263)13장 대한국인 (2)
“나, 내일 이집트로 간다.”
한식당에서 낚지볶음 안주로 소주를 마시면서 서동수가 우명호에게 말했다.
우명호와 김옥향과의 약속도 12시였기 때문에 둘은 저녁을 같이 먹고 갈라서기로 한 것이다.
우명호가 예약한 호텔은 대양호텔이다.
서동수가 말을 이었다.
“테러가 자주 일어나 공항에서부터 경호를 받도록 경호업체하고 계약을 했어.
하루 24시간에 2000달러야.”
“젠장. 그래서 장사가 돼?”
이맛살을 찌푸린 우명호가 한 모금 소주를 삼키고는 물었다.
“며칠 출장인데?”
“닷새.”
“경호비만 1만 달러구먼.”
“돈 많아 보이는 놈은 위험하지.
내가 좀 있어 보이지 않냐? 관광객들은 안전한 것 같더라.”
며칠 전 동양전자 기조실의 의뢰를 받은 것이다.
기조실은 의뢰라기보다 서동수의 의사를 타진했다는 것이 맞는 표현이다.
그렇지만 이집트는 지금도 전시 상황이나 마찬가지다.
무바라크 체제가 축출되고 나서 새로운 정권이 수립되었지만 정국은 불안정했다.
그러니 경제가 잘될 리가 없다.
매월 수십 명이 테러로 사상하는 현실인 것이다.
우명호가 다시 물었다.
“무슨 일로 가는 건데?”
“전자제품에서 의류까지 모두 걸려 있어.”
두 손을 벌려보인 서동수가 정색하고 말을 이었다.
“넉 달 전에 동양의 대리인이 거리에서 피살당한 후에 모든 업무가 중단되었다는 거야.
미수금이 200만 달러 정도 있었지만 그보다 연간 6000만 달러 정도의 제품을
구입해갈 계획이 틀어졌다는군.”
한 모금에 소주를 삼킨 서동수가 우명호를 보았다.
“그래서 한 달 전에 요르단에서 사람을 보냈다는 거다.
현지 상황을 체크하고 카이로의 지사 업무를 다시 시작하려고 말이지.”
“…….”
“그런데 그 친구도 호텔에서 피살되었어.”
“동양 직원이야? 한국인이냐고?”
“아니. 요르단인.”
“하긴 한국인이었다면 신문 방송에 나갔을 테니까 내가 몰랐을 리 없지.”
하더니 우명호가 똑바로 서동수를 보았다.
“너, 미혜는 어떻게 할 작정으로 그런 데로 뛰어드는 거냐?”
“내 재산 다 어머니하고 형, 미혜 앞으로 넘겨지게 되어 있다.
돈 걱정은 안 하고 살 거야.”
“얀마, 사람이 돈만 갖고 사냐?”
“내가 이것저것 가릴 바에는 이렇게 나오지 않았어.”
대답은 그렇게 했지만 팀장이었을 때도 물불 가리지 않고 일했던 서동수다.
30년 전만 해도 한국인은 세계 각국의 전쟁터, 오지를 가리지 않고 뛰어들어
오늘의 기반을 닦은 것이다.
입맛을 다신 우명호가 손목시계를 보았지만 벽시계가 오후 8시 반을 가리키고 있다.
“그럼 오늘 밤은 네 환송연인 셈이군.”
우명호가 못마땅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 기집애들 일찍 나와서 한잔 마시고 호텔 가면 좋을 텐데 말이야. 삭막하긴.”
“하긴 그렇다.”
맞장구를 쳤던 서동수가 머리를 들고 우명호를 보았다.
“걔들 둘이 같이 나오는 건 윗선의 허락을 받은 거야.
그러니까 네가 지금 전화를 해봐. 이곳으로 둘이 나오라고.”
손가락으로 탁자를 가리켜 보인 서동수가 말을 이었다.
“9시 반까지 오라고 해. 만일 못 나온다면 오늘 밤 우리를 만나지 못한다고 말이야.
그럼 나올 거다. 내기를 해도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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