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2> 12장 도전 (11)
(260) 12장 도전 - 21
“맞다.”
다음 날 오후 1시쯤 되었을 때 전화를 걸어온 우명호가 대뜸 말했다.
서동수는 사무실 안에서 전화를 받는다.
“걔들 북한식당 종업원 맞아. 식당이 지금 내부공사 중인 것도 맞고, 다음주에 개업한단다.”
우명호의 목소리는 활기에 차있었다.
어젯밤 섹시한 원피스를 만난 흥분이 아직도 가시지 않은 눈치다.
서동수가 예고한 대로 10분 뛰고 끝내는 바람에 옆방의 뜨거운 함성을 고스란히 들었던 우명호다. 그러나 그렇다고 기가 죽을 우명호가 아니다.
“킹덤호텔 옆이라니까 개업식날 찾아가 보기로 하자.”
제멋대로 결정을 한 우명호가 전화를 끊었다.
서동수가 핸드폰을 귀에서 떼자 앞쪽에 앉은 박세영이 시선을 들었다.
사무실에 박세영이 찾아온 것이다.
박세영은 지난달에 매장을 정리하고 다시 백수가 되었다.
운영자금이 모자라서 할 수 없이 정리했다지만 서동수가 보기에는 관리 미숙이다.
최소한 3개월 후의 자금과 생산 준비가 되어 있어야만 했는데 박세영은 주먹구구식이었다.
자금과 인력까지 갖춰야만 한다.
“사장님, 저, 한국으로도 돌아갈 수 없게 되었어요. 빚쟁이들 때문에.”
불쑥 말한 박세영이 서동수의 시선을 받더니 울상을 짓고 웃었다.
눈은 웃는데 입이 우는 꼴이다.
“제 남친한테도 돈을 빌려서 갚지를 못하고 있거든요.
일가친척 중 돈 좀 있는 사람한테는 다 빌렸어요.”
“…….”
“신불자가 되어서 카드도 못 써요.
결혼이라도 하고 싶지만 빚까지 껴안고 데려갈 남자가 있겠어요?”
“…….”
“하긴 남친도 돈 보고 친해졌으니 뻔하죠.
아마 곧 저를 사기로 고발할지도 몰라요.”
“자, 이제 그만하시고.”
손을 들어 보인 서동수가 벽시계를 보는 시늉을 했다.
박세영이 들어온 지 20분쯤 되었다.
“박세영 씨, 용건이 뭐요?”
사장실 안에 잠깐 정적이 덮여졌다.
바깥 사무실에서 이인섭의 전화받는 소리가 들렸다.
주문을 받는 것이다.
그때 박세영이 말했다.
“중요한 정보를 팔려고 왔어요.
저한테 이 정보를 사지 않으면 엄청난 손해를 보실 겁니다.”
서동수는 시선만 주었고 박세영이 말을 이었다.
“10만 위안만 주세요. 달러도 좋아요.”
“…….”
“며칠 안에 조처해야 될 거예요.
그 조처 방법도 알려 드릴게요.
그냥 덤빌 수가 없는 일이니까요.”
“한영복 사장에 대한 일이군.”
서동수가 낮게 말하자 박세영이 피식 웃었다.
“감을 잡으실 줄 알았어요.”
“대충은.”
“제가 한 사장하고 얼마 동안 친하게 지낸 것도 아시겠군요?”
“대충은.”
“남자는 벗고 방아를 찧는 동안은 입이 가벼워지죠.
누르고 있는 여자가 제 종처럼 느껴지는 놈들은 더욱.”
“10만 위안 가치가 있는 일인가?”
“그 열 배쯤의 손해를 막으려면 그쯤은 내셔야죠.”
“5만 낼 테니까 말해요.”
“그럼 7만으로 합의하십시다.”
자리를 고쳐 앉은 박세영이 서동수를 보았다.
(261) 12장 도전 - 22
다음날 오후 3시,
옌타이시 외곽의 국제섬유공사, 사장실에서 주광 사장이 손님들을 맞는다.
손님은 셋, 서동수와 칭다오 공안국의 전 선생, 그리고 옌타이시 공안국의 위 선생이다.
긴장한 주광이 셋에게 자리를 권하고 차를 준비시켰는데 당황하고 있다.
여직원에게 시킨 일을 또 시켰고 물잔을 치우다가 엎지르기도 했다.
주광은 30분 전에 갑자기 공안의 방문 통보를 받아서 분주하게 사방으로 연락해 보았지만
도무지 무슨 영문인지 알 수가 없다.
그래서 더 불안한 것이다.
이윽고 제각기 인사가 끝나고 자리를 잡았을 때 먼저 위 선생이 나섰다.
“주 사장님, 성동실업 인수 계약을 하셨지요?”
“성동실업 말씀입니까?”
되물은 주광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예상하지 못한 것 같다.
그러나 대답은 했다.
“예, 했습니다.”
“계약서 있습니까?”
“예? 예.”
“보십시다.”
40대 중반쯤의 위 선생이 소파에 등을 붙이면서 말했다.
관록 있는 태도다.
위 선생은 전 선생과 친분이 있는 모양으로 하나를 설명하면 둘을 알아들었다.
이것은 칭다오, 옌타이 공안의 합동조사 격이다.
주광이 서두르며 가져온 계약서가 앞에 놓이자 셋의 머리가 모아졌다.
이제는 핸드폰에 중국어로 문자를 보낼 수 있는 서동수다.
서동수는 중국어로 된 계약서를 읽었다.
매도 계약서다.
한영복이 주광에게 성동실업을 350만 위안에 양도한다는 내용이다.
계약금 35만 위안은 10일 전에 지급했고 중도금 지급일이 5일 후로 다가왔다.
머리를 든 위 선생이 가방에서 서류를 꺼내 주광에게 내밀었다.
한영복과 서동수가 공동명의로 성동실업을 인수한 계약서다.
이 계약서는 한국어로 되어 있었지만 중국어로 번역을 해놓았다.
계약서를 들여다보는 주광의 넓은 얼굴이 굳어졌다.
그때 위 선생이 말했다.
“여기 있는 서 선생이 성동실업의 공동소유자요.
서 선생이 한영복을 사기 혐의로 공안에 고발을 했고
우리는 중국인을 보호하기 위해서 나온 겁니다.”
주광의 굳어졌던 얼굴이 풀리면서 대신 눈썹이 치켜 올라갔다.
“난 모르고 있었던 일입니다.
그놈이 제 소유라고 했단 말입니다.
하마터면 큰일 날 뻔했지 않습니까?
나도 그놈을 고발하겠습니다.
그래야 내가 결백하다는 증명이 될 것 아닙니까?”
주광의 목소리에 점점 열기가 띄워졌다.
“그놈이 급하게 서둘러서 이상하긴 했지만 공동소유인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그런데 계약금은 찾을 수 있겠지요?”
그때 전 선생이 엄격한 표정으로 주광에게 말했다.
“주 사장은 내일 오전 10시까지 한영복 씨하고 옌지 공안에 출두하세요.”
이제 한영복의 성동실업 매매는 허사가 되었다.
그동안 한영복은 간쑤성의 공장도 정리를 했고 매장도 팔아치운 상태였다.
이제 제일 큰 덩어리인 성동실업만 처리하고 인도네시아로 도망칠 계획이었던 것이다.
어제 박세영한테 7만 위안을 주고 산 정보가 바로 이것이다.
전 선생의 말을 위 선생이 이었다.
“한영복 사장은 우리가 직접 통보하지요.
그럼 이 계약서는 증거물로 가져갑니다.”
서류를 챙긴 위 선생이 자리에서 일어섰고 둘은 잠자코 따라 일어섰다.
“내일 대질 신문을 해도 좋습니다.”
뒤를 따르면서 주광이 화난 표정으로 말했다.
“그, 한국 사기꾼놈, 감옥에 보내야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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