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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4> 13장 대한국인 (2)

오늘의 쉼터 2014. 7. 26. 08:44

<134> 13장 대한국인 (2)

 

 

(264) 13장 대한국인 (3)

 

 

 9시 35분 되었을 때 한식당으로 두 여자가 들어섰다.

이은실과 김옥향이다.

식당 안이 환해지는 것 같았고 소란스럽던 분위기가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손님 대부분은 한국인이며 모두 중국 생활을 오래 한 사업가들이다.

아마 열에 여덟은 두 여자가 조선족이라고 짐작했을 것이었다.

조선족 여자로 이만큼 아름다운 여자는 또한 열에 여덟은 룸살롱 아가씨가 되어야 한다.

사내들의 눈이 번들거리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내가 그토록 룸살롱을 처다녔어도 왜 저년들을 만나지 못했을까?

모든 낯짝에 그렇게 쓰여 있다.

“어, 잘 왔어.”

다가온 두 여자를 서동수와 우명호가 반갑게 맞는다.

둘 또한 그만큼은 뻔뻔한 터라

슬쩍슬쩍 식당 안을 훑고 지나는 시선은 용용 죽겠지 하는 것 같다.

“뭐가 그렇게 바쁘시다고 이렇게 일찍 불러낸단 말입니까?”

우명호의 옆에 바짝 붙어 앉은 김옥향이 코맹맹이 소리로 아양을 떨었다.

둘 다 중저가 브랜드 제품의 재킷에 바지를 입었다.

그러나 몸매가 미끈하고 미인이어서 옷차림은 무시되었다.

“한 시간이라도 빨리, 오래 얼굴을 보고 싶어서 말야.”

느글느글한 표정으로 우명호가 말하더니 종업원을 불러 요리를 더 시켰다.

서동수가 머리를 돌려 이은실을 보았다.

이은실은 생글생글 웃기만 했지 아직 입을 열지 않았다.

“무슨 일 있어?”

귀에 대고 낮게 물었지만 이은실은 그 얼굴로 머리만 저었다.

불빛 각도가 맞아 볼의 솜털이 드러났다.

복숭아 솜털 같다.

“같이 외박 허가받은 거야?”

다시 묻자 이번에는 끄덕끄덕,

서동수가 식탁 밑으로 손을 뻗어 이은실의 손을 찾아 쥐었다.

이은실이 마주 잡으면서 힘을 주어 쥔다.

그러나 여전히 시선은 앞쪽 우명호를 향한 채 생글거리고 있다.

서동수가 어깨를 올렸다가 내리면서 소리 죽여 숨을 뱉었다.


“자, 한잔.”

우명호가 권한 술잔을 받느라고 이은실의 손이 빠져나갔다.

식당 안은 다시 떠들썩해졌는데 홀 안 분위기가 조금 급해진 거처럼 느껴졌다.

홀에는 네 테이블의 손님이 모두 한국인이었지만

그중에 여자는 한 사람도 끼어 있지 않았다.

얼른 마시고 2차를 가려는 것 같다.

“식사부터 해.”

우명호가 시킨 밥과 국이 먼저 나왔으므로 서동수가 여자들에게 권했다.

“그래야 술도 잘 들어가고 허리 운동도 잘되는 거야.”

김옥향은 손으로 입을 가리고 웃었지만 이은실은 눈웃음만 쳤다.

밝은 불빛에 비친 이은실의 얼굴은 더 앳되어 보였다.

스물다섯이라고 했지만 화장기가 없는 얼굴은 스물한두 살 같다.

그러고 보니 이은실의 이름과 나이 외에는 아는 것이 없다.

메이의 세탁소 이층에서 긴 시간을 보냈어도 이야기는 별로 하지 않은 것이다.

이은실이 맛있게 밥을 먹는다.

그동안 두 번이나 식당으로 찾아갔을 때 이은실은 서동수에게 인사만 했지

아는 척도 하지 않았던 것이다.

“외박은 몇 번째야?”

이은실이 밥을 다 먹었을 때쯤 서동수가 다시 낮게 물었더니 이번에는 눈을 흘겼다.

작고 도톰한 입술이 삐죽거렸다.

“처음이에요.”

“개업하고 나서?”

화가 났는지 이은실이 입을 다물었으므로 서동수가 잔에 소주를 채워 건네주었다.

처음이면 어떻고 다섯 번째면 어떤가?

하지만 거짓말을 하면 실격이다.

 

 

 

(265) 13장 대한국인 (4)

 

 

호텔방에 들어섰을 때는 11시가 되어갈 무렵이다.

이은실은 소주를 한 병 반 정도 마셨는데 얼굴이 멀쩡했다.

눈 주위만 조금 붉어졌을 뿐이다.

“아유, 방이 좋습니다.”

응접실까지 갖춰진 특실을 둘러본 이은실이 감탄하더니 소파 귀퉁이에 앉았다.

재킷을 벗지도 않았으므로 서동수가 뒤로 다가가 말했다.

“옷 벗겨줄게.”

“고맙습니다.”

일어선 이은실이 몸을 틀어 옷이 벗겨지는 것을 돕더니 서동수를 보았다.

“억지로 나오신 거 아니죠?”

“그게 무슨 말이야?”

놀란 서동수가 다가가 옆에 앉았다.

이은실을 당겨 붙어 앉은 서동수가 다시 물었다.

“억지로 나오다니? 내가 그럴 리가 있어? 은실이를 얼마나 보고 싶었다고.”

“서 선생님은 여자가 많으실 것 같아서요.”

생글거리던 이은실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가 되어 있다.

그러나 서동수에게는 이 분위기가 더 낫다.

성적 매력이 더 풍기는 것이다.

서동수가 팔을 뻗어 이은실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

“왜 그렇게 보는 거야? 누가 그래?”

“지배인 동지가 그랬어요..”

서동수는 입을 다물었다.

금강산 식당 지배인하고는 인사도 하지 않은 사이인 것이다.

얼굴만 보았을 뿐이다,

그런데 그 놈이 내 뒷조사를 했단 말인가?

그때 이은실이 말을 이었다.

“가게를 수십 개 가지고 계시다면서요? 무역사업도 크게 하시고.”

“…….”

“서 선생님이 옆에 계시다고 하니까 지배인 동지가 일찍 내보내 주셨다고요.

우 선생 혼자 계셨다면 어림도 없었습니다.”

“…….”

“전 오늘 서 선생님한테 전화하라고 했을 때 불안했었습니다. 혹시나….”

“잠깐.”

이은실의 어깨를 안았던 팔을 내린 서동수가 심호흡부터 했다.

“나한테 전화를 하라고 했어? 누가?”

“지배인 동지가요.”

“…….”

“모르고 계셨어요? 저는 아시는 줄 알았는데.”

“아, 짐작이야 했지만.”

“오늘부터는 약속을 정해도 된다고 했어요.

물론 서 선생님이 절 만나고 싶으시면 말이죠.”

“물론 만나고 싶지.”

“그럼 저, 씻고 올까요?”

얼굴이 밝아진 이은실이 일어섰으므로 서동수는 머리를 끄덕였다.

이은실이 욕실로 들어서자 서동수는 저고리를 벗어 던지고는 소파에 몸을 기대고 앉았다.

탈북자로 가장한 조선족 룸살롱 아가씨한테 지갑을 털어준 적도 있는 서동수다.

마음에 딱 드는 북한 아가씨하고의 연애를 왜 거부하겠는가?

그러나 지배인의 허락까지 받고 나왔다는 것이 조금 걸린다.

비밀 연애가 정상이었기 때문이다.

지배인의 허락을 받았다면 당국의 묵인이 있다는 의미인가?

깊게 빠지는 건 싫다. 더구나 지배인이 나에 대한 조사까지 해놓았다니,

그것도 다 털어놓은 이은실이 순진한 것은 사실이다.

이은실이 욕실에서 나오는 것은 30분쯤이 지난 후였다.

그때는 서동수도 가운 차림으로 냉장고에서 꺼내 맥주를 마시고 있었는데

이은실의 모습을 보고는 빙그레 웃었다.

이은실도 가운 차림이었지만 안에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그래, 여긴 중국 땅이야. 너하고 나는 각각 타국 국민이고.”

그 타국인들이 장사판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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