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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7> 12장 도전 (6)

오늘의 쉼터 2014. 7. 26. 08:37

<127> 12장 도전 (6)

 

 

(250) 12장 도전 - 11

 

 

크농은 40대 중반쯤으로 양곤 시내 중심부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서동수를 맞았다.

흰 셔츠에 검은색 바지의 정장 차림으로 검은 얼굴에 환한 웃음을 띠고 있다.

“잘 오셨습니다. 동양이 미얀마에서 다시 사업을 시작하기 바랍니다.”

크농의 영어는 유창했다.

3년 전까지만 해도 크농은 연간 200만 불가량의 전자제품을 수입했지만

갑자기 물량이 줄어들더니 몇 달 동안 종적을 감추었다.

그래서 본사에서 난리가 난 것을 서동수도 기억하고 있다.

칭다오 공장으로 발령받기 직전이어서 자세한 내막은 몰랐지만 나중에 알고 보니

그동안 교도소에 갇혀 있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동양전자는 지금도 크농에게 20여만 불의 미수금이 있지만 포기한 상태라고 했다.

시장조사차 온 겁니다.”

명함을 주고받은 서동수가 말을 이었다.

“저는 동양그룹의 에이전시지만 동양의 지원을 받지 않고 움직입니다.”

“그러시군요.”

커다랗게 머리를 끄덕인 크농이 열기 띤 눈으로 서동수를 보았다.

“미얀마는 이제 곧 개방이 됩니다.

그럼 수십 개 국에서 투자가 들어올 것이고 값싸고 성실한 노동력이 진가를 발휘하게 되겠지요.

미얀마 임금은 중국의 5분의 1 수준입니다.

또한 양곤항의 입지조건은 동남아 제일입니다.”

미얀마의 군부정권이 개방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은 맞다.

노동력이 싸고 성실한 것도 맞다.

서동수가 크농의 이야기를 듣고 나왔을 때는 오전 11시 반이었다.

9시 반부터 두 시간 동안 크농의 이야기만 듣고 나온 것이다.

서동수가 말한 시간은 10분도 안 되었다.

그래서 대기시킨 택시를 탔을 때 레이가 물었다.

“사장님, 무슨 일 있으세요?”

“아니, 왜?”

말씀이 없으셔서요.”

“시장조사를 한다고 했지 않아?”

레이의 검은 눈동자 속에 박힌 제 얼굴을 보면서 서동수가 말을 이었다.

“두 시간 동안 강의를 들은 거야. 이건 몇십만 불어치 강의였어.

미얀마의 시장 상황에서부터 공장 설립, 매장 관계, 사기 예방에 대한 구상을 할 수 있었어.”

“…….”

“사람은 말이 많으면 제 진심뿐만 아니라 실수도 드러나게 돼.

그러니까 될 수 있는 한 많이 들어야 돼.”

“그래서 크농에 대한 판단을 하셨나요?”

“네 이야기를 듣고 선입견이 있었지만 말만 앞세우는 성격 같았다.

자꾸 유력자와의 친분을 내세우는 인간은 믿을 수가 없어.”

“유력자하고 친하다면 교도소에 갔을 리가 없지요.”

레이도 옆에 앉아 들으면서 거부감을 느낀 것 같다.

오후에 마이란과 상담 약속이 잡혀져 있었으므로 둘은 양곤 시내의 한식당을 찾아 들어섰다.

“어서 오십시오.”

한눈에 한국인임을 알아본 한국인 사내가 서둘러 다가와 인사를 했다.

오후 12시 30분, 10개 정도의 테이블에는 손님이 절반쯤 차 있었는데 한국인 손님도 보였다.

관광객 같다. 자리를 잡고 주문을 했을 때 사내가 웃음 띤 얼굴로 묻는다.

“사업차 오셨습니까?”

“맞습니다.”

이제는 서동수가 물었다.

“한국에서 사업한다는 사람이 많이 옵니까?”

“작년부터 많아졌다고 합니다. 저도 작년에 방콕에서 들어왔지요.”

그러고는 사내가 몸을 돌렸다.

주방 아줌마는 사내의 부인 같다.
 

 

 

 

 

(251) 12장 도전 - 12

 

 

 

미얀마는 1989년까지 버마(Burma)로 불렸는데 지금도 버마를 고집하는 국민들이 있다.

1962년에 네윈이 쿠데타로 집권한 후부터 50년간 군부통치를 해오는 바람에 최빈국이 되었지만

1900년대 초기 영국의 통치 시절에는 동남아에서 가장 부국(富國)이었다.

수도는 2006년에 양곤에서 네피도로 이전했어도 지금도 정치, 경제는 양곤을 중심으로 이뤄진다. 인구는 비공식 통계이나 5600만 명, 국토 면적은 67만6578㎢로 인도차이나 반도 국가 중

가장 넓다.

대한민국과는 1975년 수교한 후에 아웅산 테러로 국민의 머릿속에 깊게 인식된 국가.

2010년 군사정권은 총선으로 정권을 민간정부에 이양했지만 군의 지원을 받은

통합단결발전당(USDP)이 압승했다.

군(軍)의 영향력이 아직도 건재한 것이다.

오후 3시, 서동수는 레이와 함께 마이란의 사무실로 들어선다.

“어서 오시오.”

소파에 앉아 있던 50대 후반쯤인 마른 몸매의 사내가 일어섰다.

머리는 반백, 주름살 투성이의 얼굴이었지만 눈빛이 강하다.

“갑자기 뵙자고 해서 실례했습니다.”

명함을 건넨 서동수가 정중하게 사과하자 마이란이 고른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난 빅 바이어가 아닙니다. 이렇게 만나자고 찾아오신 것이 반갑지요.”

또박또박 발음하는 영어가 오히려 더 친근감이 든다.

셋이서 자리잡고 앉았을 때 마이란의 시선이 레이에게 향했다.

“그대가 고생 많았어.

그렇게 부탁하지 않았어도 난 시간이 많아서 약속을 정할 수 있었을 거야.”

레이를 치켜주는 배려다. 마이란은 퇴역 장군이라고 했다.

당연히 정권 실세와 줄이 닿아 있을 것이다.

겸손하게 처신했지만 이른바 포스가 느껴지는 행동이다.

서동수가 입을 열었다.

“미얀마에서 가장 잘될 가능성이 있는 사업은 무엇입니까?”

그러자 마이란이 풀썩 웃었다.

“짧은 시간에 돈을 많이 버는 사업 말이오?”

“그렇습니다.”

“부정한 거래지.”

마이란이 지그시 서동수를 보았다.

“그것을 노리는 사람들이 미얀마로 쏟아져 들어오고 있소.”

“저는 중국에 사업체가 있습니다.”

정색한 서동수가 말을 이었다.

“동양전자 영업팀장이었다가 리베이트 먹은 것이 탄로나 칭다오 의류공장

총무과장으로 좌천되었지요.

모두 제가 회사에 사표를 낼 것으로 알았을 것입니다.”

정색한 마이란이 상반신을 세우더니 경청했고 서동수의 말이 이어졌다.

다 털어 놓았다.

공장에서 리베이트 먹은 것, 그리고 사직하고 독립한 것,

독립 후에 다시 한영복과의 분가, 의류매장의 도시별 확장,

동양그룹의 아시아 에이전시 자격을 받고 계획한 사업 구상까지 말하는데 30분이 금방 지났다.

이곳에서는 서동수가 다 말했고 마이란은 5퍼센트도 입을 열지 않았다.

이윽고 서동수가 말을 그쳤을 때 마이란이 길게 숨을 뱉었다.

“서 선생, 당신의 말 속에 당신이 듣고 싶은 해답이 다 들어있소.”

서동수는 눈만 크게 떴고 마이란의 말이 이어졌다.

“그리고 나도 당신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사업 구상을 하게 되었소.”

그러고는 마이란이 자리에서 일어나 손을 내밀었다.

“우리 함께 일해 보십시다.”

“영광입니다. 마이란 씨.”

따라 일어선 서동수가 손을 잡았다.

아직 무엇을 할 것인지 내놓지 않았지만 서동수의 가슴은 흥분으로 뛰었다.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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