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서유기

<124> 12장 도전 (3)

오늘의 쉼터 2014. 7. 26. 08:35

<124> 12장 도전 (3)

 

 

(244) 12장 도전 - 5

 

 

베이징의 대동(大東)자동차는 중국 자동차업체 순위 3위로 떠오르는 태양에 비유될 만큼

성장 속도가 빠른 기업이다.

대동자동차는 한국의 동양전자로부터 자동차용 컴퓨터 부품을 수입해 왔기 때문에 서동수가

전자 팀장으로 근무할 때 알고 지낸 간부가 많다.

서동수가 정영철에게 대동자동차 간부를 ‘우연히’ 만날 기회가 있었다고 한 것은 거짓말이다.

일부러 연락을 해서 두 번이나 찾아가 만난 것이다.

정영철이 오퍼와 샘플을 보낸 후에도 수입담당 간부 위광(衛光) 이사에게 두 번이나 전화를 한

후에 오늘 세 번째 만난다.

베이징 이화원 근처의 중식당 안이다.

오후 7시 반,

서동수는 정재민과 계약을 마치고 베이징으로 날아왔다.

위 이사는 술이 세었고 서동수가 전자 팀장이었을 때부터 호흡이 맞았다.

좀처럼 속을 드러내지 않는 성품이었지만 일단 가슴을 열자 제 처제까지 불러내어

서동수 옆에 앉혔던 위광이다.

40대 중반의 위광은 미국 유학파 엘리트였지만 사고는 동양적이다.

어른을 공경하고 신의를 지키며 등소평을 존경했다.

요리와 함께 60도짜리 백주를 시켜놓고 둘은 밀실에 마주 앉았다.

서동수가 전에는 영어를 썼지만 지금은 중국어를 쓴다.

“형님, 도어가 되겠습니까?”

술잔을 쥔 서동수가 묻자 위광이 눈을 가늘게 뜨고 보았다.

둥근 얼굴이 이미 붉게 달아올라 있다.

“아우, 자동차부품 오퍼까지 가다니, 너무 사업 영역을 벌이는 것 아니냐?”

“예, 그렇긴 합니다.”

쓴웃음을 지은 서동수가 벌컥이며 물잔에 담긴 백주를 다 마시고 내려놓았다.

지금 석 잔째 마셨다.

“공장 사장이 성실합니다.

아마 형님이 시킨 대로 품질, 생산기일, 기타 조건을 맞춰줄 겁니다.”

“경쟁업체가 많아, 서로 우리 하청공장이 되려고 야단이야.”

“품질은 우수한데 영업 경쟁에서 밀렸습니다.

한국 근대자동차 하청을 했던 회사입니다. 형님.”

위광의 잔에 술을 따른 서동수가 말을 이었다.

“이것으로 형님과 인연을 다시 맺도록 해 주십시오.”

“신우기계가 영업담당을 잘 채용했군.”

쓴웃음을 지은 위광이 지그시 서동수를 보았다.

신우기계는 정영철의 회사명이다.

“아우는 신우기계에서 수수료 얼마를 먹나?”

“가격에 10프로를 넣으라고 했습니다.

형님이 받으신 오퍼는 수수료 10프로가 포함된 금액입니다.”

정직하게 털어놓았다. 머리를 끄덕인 위광이 다시 물었다.

“신우기계 사장, 믿을 만한 놈이냐?”

“제 전처의 남편이올시다.”

놀란 듯 눈만 크게 뜬 위광을 향해 서동수가 웃어보였다.

“그년은 그놈하고 재혼한 지 넉 달쯤 되었습니다.

그런데 벌써 그놈 아이가 뱃속에 다섯 달째 자라고 있다는군요.”

“…….”

“그년하고 사이에 일곱 살짜리 딸이 하나 있는데 제가 키우고 있습니다.

결혼해야겠으니 데려가라고 해서 제가 지금 데리고 있습니다. 형님.”

“……”

“그런데 소문을 들었더니 그놈 회사가 부도 일보 직전이라고 하네요.

그년은 부도를 막으려고 제 친정집까지 담보로 잡혀 돈을 밀어 넣었는 데도

오더가 없어서 부도가 나려고 한다는군요.”

그때 위광이 백주병을 들어 서동수의 잔에 술을 따르며 말했다.

“아우. 한 잔 마시고 이야기하자.”
 

 

 

 

(245) 12장 도전 - 6

 

 

 

정영철이 베이징에 도착한 것은 다음 날 오후 6시쯤이다.

약속 장소인 이화원 근처 중식당으로 들어선 정영철은 김 이사라는 공장장과 동행이었다.

위광과 서동수는 먼저 와 기다리고 있었는데 모두 초면이다.

서동수도 정영철과는 처음 만나는 것이다.

인사를 마친 넷은 원탁에 둘러앉았다.

정영철은 서동수와 동갑인 35세였지만 더 어려 보였다.

피부가 희고 가는 체격이어서 귀공자 분위기다.

정영철의 신우기계는 아버지가 세운 회사로 장남인 그가 물려받은 지 3년이 되었다고 했다.

방안의 분위기를 이끄는 사람은 물론 위광이다.

종업원을 불러 요리와 술을 주문하고 여종업원에게 농담을 해서 웃게 만든 위광의 처신은

노련했다.

물론 위광은 유창한 영어를 썼고 정영철과 김 이사는 알아들었다.

정영철은 어젯밤 오더가 되었다는 서동수의 전화를 받은 것이다.

어젯밤의 통화는 직접 정영철의 핸드폰으로 했기 때문에 박서현을 통하지 않았다.

종업원이 나가고 방에 넷이 되었을 때 위광이 가방에서 서류를 꺼내더니 정영철에게 내밀었다.

“오더 디테일이오. 보시오.”

위광이 서동수에게도 한 부를 나눠 주었다.

서류를 편 서동수가 숨을 들이켰다.

물량이 예상 이상이었던 것이다.

12가지 부품에다 각각 1만 개에서 10만 개까지의 수량, 금액은 50만 불에서 200만 불대까지

다양했다.

총액은 1250만 불, 130억 원이 넘는 금액이다. 머리를 든 서동수가 정영철을 보았다.

정영철의 얼굴이 붉게 상기되어 있다.

눈이 번들거리고 있는 것은 물기가 배어 나왔기 때문일 것이다.

납기일은 3개월, 그러나 이 오더의 신용장만 갖고 들어가면 신용보증기금의 보증으로

당장 50억 원은 대출이 될 것이다.

그러면 만세 삼창이다.

더구나 가격이 오퍼가격 그대로가 아닌가?

서동수에게 줄 10% 커미션, 13억 원이 아깝지 않다.

신우기계는 25% 마진을 포함시켰기 때문이다.

그때 위광이 물었다. 

“어떻습니까? 납기를 지킬 수 있습니까?”

“물론입니다.”

정영철이 대번에 대답했는데 목소리가 떨렸다.

옆에서 오더시트를 훔쳐본 공장장도 커다랗게 머리를 끄덕이며 거들었다.

“2개월 안에도 가능합니다.”

“품질검사를 통과해야 됩니다.”

다시 위광이 말하자 둘은 동시에 대답했다.

“자신 있습니다.”

그러자 의자에 등을 붙인 위광이 말을 이었다.

“이번 오더가 사고 없이 진행되면 계속해서 추가 오더를 드리겠소.

그리고 우리 대동자동차의 전문생산공장으로 추천해 드릴 수도 있소.”

감사합니다.”

이제는 얼굴이 하얗게 굳어진 정영철이 깊게 머리를 숙였다가 들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내일 오전에 회사에 오시오. 정식으로 계약서에 서명합시다.”

“예, 이사님.”

“모두 여기 있는 서 사장이 애를 썼기 때문이오.”

위광이 옆에 앉은 서동수를 눈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그 순간 가슴이 덜컥 내려앉은 서동수가 숨을 삼켰다.

혹시나, 하고 걱정했던 장면이 실현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정영철의 시선을 받은 위광이 말을 이었다.

“서 사장이 여러 번 나를 찾아와 오더를 부탁했소.

신우기계가 훌륭한 회사라고 선전했습니다.

정 사장도 믿을 만하고 능력이 뛰어난 분이라고 하더군요.”

위광의 가늘어진 눈이 짓궂게 느껴졌다.

다행히 전처의 남편 이야기는 꺼내지 않았다.
 

'소설방 > 서유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126> 12장 도전 (5)  (0) 2014.07.26
<125> 12장 도전 (4)  (0) 2014.07.26
<123> 12장 도전 (2)  (0) 2014.07.26
<122> 12장 도전 (1)  (0) 2014.07.26
<121> 11장 세상은 넓다 (11)  (0) 2014.07.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