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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6> 12장 도전 (5)

오늘의 쉼터 2014. 7. 26. 08:37

<126> 12장 도전 (5)

 

 

(248) 12장 도전 - 9

 

 

미얀마의 양곤 밍글라돈 공항에 도착했을 때는 밤 11시가 되어 있었다.

방콕에서 두 시간을 기다렸다가 양곤행 타이 항공을 탔기 때문에

베이징에서부터의 여행 시간은 10시간 가깝게 된다.

‘어서 오세요, 서동수.’

입국장 대합실에 모여선 인파들 사이에서 꽤 넓고 큰 종이에,

그것도 단정한 고딕체 영어로 그렇게 인쇄된 푯말을 들고 아가씨 하나가 서 있다.

칭다오에서 연락이 닿은 ‘레이’일 것이다.

서동수가 다가서자 아가씨는 푯말을 내려놓더니 두 손을 모으고 인사를 했다.

입과 눈이 미소를 머금었을 뿐 말은 하지 않았다.

“레이 양인가?”

서동수가 영어로 묻자 아가씨의 입이 열렸다.

“네, 선생님.”

“밤늦게 나와 줘서 고맙다.”

“아닙니다. 이것이 제 일인데요.”

서동수가 레이와 함께 청사 밖으로 나오자 비상등을 켠 택시가 다가오더니 멈춰 섰다.

운전사가 뛰어내리는 것을 보면 대기시킨 택시다.

택시가 출발했을 때 앞좌석에 앉은 레이가 몸을 돌려 서동수를 보았다.

“크농 씨하고 상담은 오전 9시 반으로 정했습니다.

장소는 크농 씨 사무실입니다.”

“고마워.”

서동수가 레이의 얼굴을 보았다.

인적사항만 알고 있을 뿐으로 만난 건 오늘이 처음이다.

본래 레이는 3년 전 동양전자의 양곤지사 현지 직원이었다가 작년에 지사가 폐쇄되자

실업자가 되었다.

당시의 월급은 100불. 1인 지사여서 지사장은 방콕에서 파견된 대리급이었는데

실적도 없는데 경비만 많이 들어서 철수했던 것이다.

서동수는 칭다오에서 본사 이찬홍에게 부탁하여 레이의 연락처를 알아낸 것이다.

“레이, 나에 대해서 알고 있나?”

불쑥 물었던 서동수가 덧붙였다.

“내가 어떤 사람이라는 것 말야. 솔직하게 말해 줬으면 고맙겠어.”

레이의 얼굴이 조금 굳어졌다.

미인이다.

당연히 수백대 일의 경쟁을 뚫고 동양전자 양곤지사 사원으로 채용됐을 것이다.

양곤대 영문과 졸업, 25세, 늘씬한 몸매에 갸름한 얼굴,

갈색 피부는 윤기가 흘렀으며 눈동자는 흑요석 같다.

그때 레이가 말했다.

“전자팀장이셨다가 칭다오 의류공장으로 전출,

그곳에서 1년 만에 부장대리로 승진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서동수는 시선만 주었고 레이가 말을 이었다.

“그러다가 다섯 달 전에 독립, 중국 대도시에 의류대리점 판매망을 갖췄고

두 달 전부터 동양전자 아시아지역 에이전시 자격으로 영업을 개시하셨습니다.”

서동수는 숨을 들이켰다.

이만하면 완벽하게 파악했다.

서동수는 레이한테 연락할 때 양곤에 머무는 동안의 안내 역을 부탁했을 뿐이다.

사흘 동안의 스케줄을 말해 주고 보수를 물었더니 경비 제하고 50불을 요구해서 받아들였다.

“또 조사한 것 있나?”

서동수가 묻자 레이의 눈동자가 조금 흔들렸다.

“크농 씨를 만나겠다고 하셔서 크농 씨에 대한 조사를 했습니다.”

“…….”

“크농 씨는 요즘 재정 상태가 좋지 않습니다.

직원들한테 석 달째 월급도 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서동수는 숨을 들이켰다.

크농은 전에 동양전자하고 거래하던 바이어였던 것이다.

그때 레이가 말을 이었다.

“무역상으로 마이란 씨가 두각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배경도 좋고요.”
 

 

 

 

(249) 12장 도전 - 10

 

 

벨소리에 서동수는 눈을 떴다.

그러나 그 순간에는 그 벨소리가 초인종인지, 호텔방 전화인지 구분이 되지 않았다.

피곤했기 때문이다.

벨은 핸드폰에서 울렸다.

침대 옆 탁자에 놓인 핸드폰을 켜고 시계를 보았더니 현지 시간이 7시20분이다.

다음에 나타난 발신자를 본 서동수가 숨을 들이켰다.

박서현이었던 것이다.

박서현의 현 남편 정영철은 그제 오후에 서울로 돌아갔다.

대동자동차 본사로 함께 가서 계약서에 사인하고 헤어진 것이다.

그제 밤 정영철이 오입을 했다는 것은 양쪽에서 확인이 되었다.

지배인한테서 친구분이 잘 주무셨다는 보고가 온 후에 담당 아가씨도 서동수에게

전화를 했기 때문이다.

“당신 친구가 어젯밤 세 번을 쌌어요.”

지배인이 연락을 하라고 시켰겠지만 아가씨는 정영철이 세 번이나 대포를 발사했다는 것까지

보고했다.

자, 서동수는 핸드폰을 귀에 붙였다.

서울은 지금 9시 50분, 세 번 싼 남편놈은 출근했을 터였다.

“응, 웬일이야?”

누운 채 그렇게 묻자 박서현이 말했다.

“고마워, 정말 고마워.”

박서현의 목소리에 진심이 담겨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우리 그이도 돌아와서 눈물을 글썽이면서 고맙다고 했어.”

“…….”

“이제 우리 회사 살았어.

그이가 말하는데 신용장만 오면 은행에서 30억까지는 대출이 나올 수 있을 것 같다는 거야.”

“…….”

“나, 우리 그이가 웃는 얼굴을 어제, 오늘 오랜만에 보았어. 그것을 보니까 눈물이 났어.”

“…….”

“우리 그이가 꼭 은혜 갚는다고 했어. 나도 갚을게.”

그때 서동수가 송화구를 손바닥으로 꽉 막고 말했다.

“이거 정말….”

다시 박서현의 말이 이어졌다.

“또 추가 오더가 온다면서? 그럼 공장 증축을 해야 된대….”

“야, 니 서방은 그제 밤 오입했다. 세 탕이나 뛰었단 말이다. 그 병신이….”

“그럼 매출액이 두 배 이상이 되는 거야.”

“야, 미혜 이야기 한마디라도 해봐라. ”

그러고는 서동수가 송화구를 막았던 손바닥을 떼고 말했다.

“너 은혜 갚는다고 했지?”

“응, 그럼.”

대번에 대답한 박서현의 들뜬 목소리가 이어졌다.

“말만 해,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다….”

“네가 할 수 있어.”

“뭔데?”

“나한테 한 번 주라.”

말문이 턱 막힌 박서현이 입을 다물었고 이제 서동수는 침대에서 일어나 앉았다.

“뒤치기, 임신했다니까 뒤에서 해줄게. 너, 뒤에서 하는 것도 좋아하잖아?”

“…….”

“싫다고? 남편 있어서 안된다고? 은혜는 다른 방법으로 갚겠다고? 안돼.”

“…….”

“한번 니 궁뎅이를 내 앞에다 대줘.

그럼 그것으로 서로 채무는 없는 것으로 할 테니까.

니가 지금 전화 끊으면 다 망치게 될 거야. 이건 빈말이 아냐.”

“어떻게 하라고!”

하고 박서현이 짧게 외쳤는데 얼굴이 눈앞에 삼삼했다.

많이 보아온 짜증난 얼굴, 어깨를 편 서동수가 소리치듯 말했다.

“이게 나다! 한 번 먹고 끝내자. 어때? 내가 일 끝내고 서울로 갈 테니까 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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