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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12장 도전 (2)

오늘의 쉼터 2014. 7. 26. 08:34

<123> 12장 도전 (2)

 

 

(242) 12장 도전 - 3

 

 

 

이인섭은 옌타이의 매장 한 곳을 배당받았는데 와이프가 관리인으로 가 있었다.

매장일에 열성적이어서 개점 두 달 만에 흑자를 기록했고 제2호 매장을 준비 중이다.

부부가 두 집 살림을 하는 셈이었지만 아직 젊다.

이인섭은 전체 매장 관리에 와이프는 옌타이 매장일에 몰두했다.

오전 10시경, 서동수의 책상 앞으로 다가선 이인섭이 말했다.

“화란이 회사에 사직서를 냈다고 합니다.

그리고 다음달에 베이징에서 결혼을 한다는데요.”

이인섭의 얼굴에 웃음이 떠올랐다.

“조금 전에 전화가 왔습니다.

사장님께 안부 말씀도 전하라고 하는군요.”

서동수가 천천히 머리를 끄덕였다.

눈동자의 초점이 멀어져 있다.

“먼저 전화를 걸어주다니, 가슴이 넓은 여자다.”

“괜찮은 애입니다.”

맞장구를 쳤던 이인섭이 힐끗 서동수의 눈치를 보았다.

그때 서동수가 말했다.

“화란하고 통화 해야겠다.”

“지금 말씀입니까?”

놀란 이인섭이 묻자 서동수는 머리만 끄덕였다.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낸 이인섭이 버튼을 누르더니 귀에 붙였다.

잠시 후에 이인섭이 송화구에 대고 말했다.

“어, 사장님이 너하고 통화하고 싶으시다는 거야. 받아봐.”

중국어였지만 서동수는 다 알아들었다.

다시 이인섭이 말했다.

“네 이야기를 전했더니 그래, 지금 내 앞에 계셔. 받아 봐.”

서동수는 이인섭이 건네준 핸드폰을 받아들고 숨을 골랐다.

“화란, 오랜만이구나.”

그렇게 말하자 앞에 선 이인섭이 몸을 굳혔다.

중국어였기 때문이다.

“네.”

화란이 대답은 했지만 어리둥절한 것 같다.

당연히 영어가 나올 줄 알았기 때문일 것이다.

다시 서동수의 중국어가 이어졌다.

“먼저 결혼 축하한다.

넌 잘 살 거야.

그리고 내가 회사 그만둘 때 너한테 이야기를 못하고 떠나서 미안하다.”

이제 화란은 듣기만 했는데 기가 막혔는지 숨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서동수의 시선이 이인섭에게로 옮겨졌다.

이인섭 앞에서 이렇게 중국어를 쓰는 것도 오늘이 처음이다.

회사 여직원한테도 지금까지 영어를 썼기 때문이다.

이인섭은 몸을 굳힌 채 눈만 끔벅이고 있다.

그러나 머릿속은 맹렬하게 움직일 것이다.

서동수가 말을 이었다.

“시간 있으면 회사 놀러오도록 해. 이 부장도 있으니까 말이야.

참, 어떠냐? 내 중국어 실력이?”

“그랬군요.”

화란의 차분한 목소리가 들렸다.

이제는 화란도 중국어를 쓴다.

“중국어를 알고 계셨군요, 보스.”

“미안해, 배우고 있어서 내놓고 자랑하기가 어색했다.”

“제가 호 사장하고 하는 이야기를 들으셨군요.” 

화란의 목소리에 웃음기가 띠어 있었으므로 서동수의 가슴도 가벼워졌다.

“우연히 들은 거야.”

“제가 잘못했어요, 보스.”

“내 탓도 있어. 너무 지저분한 모습만 보여서 그래,

너희들한테 비전을 심어 주었다면 그렇게 되지 않았을 거야.”

“보스가 존경스러워요.”

화란의 목소리가 가라앉아 있다.

“회사 잘되시기를 진심으로 빕니다. 보스.”

“회사에 한번 놀러와.”

서동수의 눈앞에 화란의 알몸이 떠올랐다.

신음소리도 들린다.

바로 엊그제 일 같다.
 

 

 

 

 

 

(243) 12장 도전 - 4

 

 

 

“나도 매장을 줘.”

일주일 동안이나 프린스호텔 스위트룸에 머물던 정재민이 떠나는 날 아침에 서동수에게 말했다.

그동안 정재민은 시장조사차 옌타이와 베이징까지 다녀왔는데 서울에서 김 전무라는

중년 사내를 불러 동행했다.

정재민의 보좌역 겸 비서 역할을 하는 것 같은 사내였다.

가운 차림의 정재민이 룸서비스로 시킨 커피를 마시면서 말을 이었다.

“김 전무도 투자가치가 있다고 했어.

이건 비즈니스야. 베이징과 상하이 매장 20개의 지분 50%를 갖는 조건으로 100억을 낼게.

자기는 자본금이 넉넉해져서 좋고 매장 확장으로 선전효과가 생길 테니까 일거양득이야.

아니, 나 같은 자본가가 참여했다는 것까지 일거삼득이지.”

정재민이 맨발로 테이블 밑의 서동수 허벅지를 간질였다.

“그리고 가끔 나 같은 미인 꿀도 빨아먹고. 일거사득 아냐?”

“호사다마라고 했어.”

“내가 이젠 자기 잘 알아. 나는 동업자가 아냐. 자회사 지분을 몇 개 가진 주주일 뿐이지.”

“…….”

“계약서 쓰고 공증을 받아도 돼. 이 남자야.”

정재민의 발가락이 서동수의 남성을 긁고 있다. 눈을 흘긴 정재민이 말을 잇는다.

“이 물건처럼 솔직해져 보라구. 이놈은 벌써 일어서서 바지 밖으로 나오고 싶어 하잖아?”

“좋아. 하자.”

불감청이언정고소원이다. 이런 조건이면 미룰 필요가 없는 것이다.

여유가 일어난 서동수가 의자에 등을 붙이면서 말했다.

“설마 한 달에 세 번은 꿀 목욕을 한다든가 가위치기 섹스를 한다는 조건을 붙이지는 않겠지?”

“참, 그래야겠구나.”

정재민이 이를 드러내고 환하게 웃었다.

시장조사를 엄격하게 하고 나서 제의를 했을 것이다.

그동안 겪어본 바에 의하면 정재민은 절대로 위험을 무릅쓰고 투자를 하는 성품이 아니다.

주식 보유 내역을 얼핏 들은 적이 있었는데 안정된 대기업 주식을 장기간 보유한 채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

멀리 내다보고 있다는 증거였다.

“오늘은 참겠어.”

서동수의 사타구니에서 발을 떼며 정재민이 말했다.

“계약을 하는 날이니까 사적(私的) 행동은 미뤄야겠어. 부정 탈지도 모르니까.”

“난 기념으로 하고 싶었는데.”

서동수가 지그시 시선을 주면서 말을 이었다.

“네 샘에다 꿀을 넣고 말이야.”

“아유. 난 그거 앞으로 안 해.”

다시 웃음을 띤 정재민이 자리에서 일어서며 말했다.

“나중에 씻어도 찜찜해. 그곳이.”

따라 일어선 서동수가 정재민의 어깨를 두 손으로 쥐더니 끌어안았다.

순순히 가슴에 안긴 정재민의 이마에 입술을 불이고 난 서동수가 귓불을 입술로 물었다.

“난 오늘 저녁에 베이징에 들렀다가 미얀마로 간다.”

“서류는 김 전무가 오전에 준비해 올 거야.

우선 사인하고 공증은 서울에 와서 하면 되겠네.”

두 팔로 서동수의 허리를 감아 안은 정재민이 말을 이었다.

“돈은 내일이라도 가져가.”

아직 자금이 급하지는 않았지만 서동수에게는 천상(天上)의 옥음(玉音) 같은 말이었다.

그러나 항상 대비해야 되는 것이 기업인이다.

아직 풋내기였지만 서동수는 일희일비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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