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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 11장 세상은 넓다 (9)

오늘의 쉼터 2014. 7. 26. 08:31

<119> 11장 세상은 넓다 (9)

 

 

(234) 11장 세상은 넓다 - 17 

 

 

 

“아유 너무 좋아.”

알몸으로 사지를 큰 대자로 벌린 오정미가 잔디밭에 누워 하늘을 보았다.

아직 목소리에 열기가 띄워져 있었지만 밝다.

몸을 굴린 오정미가 서동수의 팔에 머리를 베고 안긴다.

자기하고 그거 끝나면 몸이 가벼워져.”

“말도 안 되는 소리.”

밤하늘의 별을 보면서 서동수가 쓴웃음을 지었다.

“지난번에는 거기가 무거워져서 발을 떼기도 힘들다고 했으면서.”

“내가 언제?”

오정미가 손을 뻗어 서동수의 남성을 감싸 안았다.

남성은 이제 늘어져 있다.

“쌌어?”

“응.”

“난 정신없어서 몰랐어.”

서동수가 오정미의 어깨를 감싸 안으면서 물었다.

“나한테 할 이야기가 있다고 했지?”

“참.”

몸을 바짝 붙인 오정미가 남성을 감싸 쥔 채 말을 이었다.

“자기 전처 말이야. 사업하는 사람하고 재혼했지?”

“그랬지.”

“임신했대.”

“당연하지.”

어느새 오정미가 조몰락거리던 남성이 단단해져 있다.

밤바람이 둘의 몸 위를 훑고 지나갔다.

섹스를 마치고 씻지도 않았지만 바람결에 다 씻겨진 것 같다.

오정미가 말을 이었다.

“궁금해서 애들 시켜서 조사해봤어. 그랬더니 박서현은 임신 5개월이래”

“시발년이 식 올리기도 전에 애 만들었구만, 선수네.”

“남편은 자동차 부품 공장을 하는데 일감이 끊겨서 부도 직전이야.”

“잘됐다.”

“남편을 좋아하나 봐,

박서현이 친정집을 담보로 5억을 빌려서 갖다 줬어.”

“얼른 부도가 나야 되는데.”

“그 여자, 참, 남편 복이 없지?”

“맞아.”

했다가 서동수가 머리를 돌려 오정미를 보았다.

별빛을 받은 눈동자가 반짝였다.

“너, 나까지 포함시켜서 말한 거냐?”

아니, 그게 아니고.”

오정미의 얼굴에 웃음이 떠올라 있었으므로 서동수는 몸을 세워 오정미의 몸 위에 올랐다.

놀란 듯 오정미가 눈을 크게 떴다.

“또?”

“네가 세워놓았잖아?”

“이번에는 천천히, 여보, 아깐 너무 정신이 없었…….”

말을 잇지 못한 오정미가 입을 딱 벌렸다.

서동수가 들어갔기 때문이다.

“아이구 아파.”

오정미가 비명을 질렀지만 샘 안은 아직도 젖은 상태여서 적당했다.

다리로 서동수의 하반신을 감아 안은 오정미가 헐떡이며 말했다.

“자기야, 화내지 마.”

서동수가 거칠게 허리를 움직였으므로 말을 잇지 못한 오정미의 입에서 신음이 터졌다.

“아, 아, 아파.”

다시 잔디밭 위에서 둘의 거친 몸부림이 시작되었다.

비명 같은 쾌락의 탄성이 허공으로 솟아올라 별에 부딪쳐서 산산조각이 되어 흩어지는 것 같다.

서동수는 집중했지만 머릿속에 떠오른 박서현의 영상이 지워지지 않는다.

참 복이 없는 여자라는 생각이 들었다가 문득 가슴이 서늘해진다.

나한테도 책임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식으로 따지면 한도 끝도 없지 않겠는가?

오정미의 신음이 점점 더 높아졌고 움직임도 격렬해졌다.

또 빠르다.
 

 

 

 

 

(235) 11장 세상은 넓다 - 18 

 

 

 

김대영 전무의 전화가 왔을 때는 중국으로 돌아온 지 닷새가 되던 날 오후다.

사무실에서 서동수가 전화를 받았다.

“난데, 서 사장.”

김대영이 그렇게 운을 떼었다.

“예, 전무님.”

긴장한 서동수의 귀에 김대영의 말이 이어졌다.

“회사에서 결정을 했어.

1년간만 에이젠시 역할을 맡기기로 말이야.

하지만 서 사장의 계획서는 조금 수정되어야겠어.”

“아아, 예.”

“동의하면 계약을 하겠네.”

“알겠습니다. 곧 연락드리겠습니다.”

전화기를 내려놓은 서동수가 심호흡을 두 번이나 했다.

계약은 된 것이나 같다. 왜냐하면 동양그룹의 조건을 받아들일 것이기 때문이다.

본래 서동수는 에이전시 역할을 하는 조건으로 연간 5000만 불의 물량을

중개하겠다고 했던 것이다.

그리고 중개 수수로는 3%였다.

그런데 동양측은 6500만 불에 2%로 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건드리지 않은 부분도 있다. 지역이다.

서동수는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 지역의 에이젠시를 요청한 것이다.

몸을 돌린 서동수가 바로 뒤쪽 벽에 붙여진 세계지도를 보았다.

아시아지역을 붉은 선으로 표시해 놓았는데 인도와 중동, 카자흐스탄과 몽골,

아래쪽으로는 동남아 전역까지 이어졌다.

물론 동양그룹은 각국에 현지법인이 있는데다 직접 거래하는 바이어들을 확보한 상태였고

지금도 밤낮으로 영업팀이 시장을 체크하고 있다.

그들은 정규군이나 같다.

지도를 응시한 서동수의 얼굴에 희미하게 웃음기가 떠올랐다.

2년 전에는 자신도 그중 하나였던 것이다.

이제 에이젠시 계약이 되면 자신은 비정규군이 된다.

다르게 표현하면 쓰레기 청소부, 매너리즘에 빠진 정규군이 찾지 않은 골목 안 상점까지 뒤지며

내란이 일어났거나 테러가 빈번한 위험지역도 쑤시고 들어가 오더를 만들어올 것이다.

사고가 난 제품을 처리해주는 것도 업무 중 하나가 될 것이다.

70년대, 80년대에는 한국 상사원 대부분이 그렇게 일했다지만 지금은 전설이 되었다.

고급제품을 고급시장에 팔아 높은 이윤을 내는데 굳이 그럴 필요까지는 없다.

그리고 40년 전과 비교해서 한국 상사원 목숨값이 몇십 배로 뛴 것도

그 이유 중 하나가 될 것이었다.

“나, 나갔다 올 테니까.”

자리에서 일어선 서동수가 이인섭에게 말했다.

이인섭이 시선을 받은 서동수가 얼굴을 펴고 웃었다.

“내가 앞으로 출장이 많아질 거야, 섬유는 네가 맡아야 될 것 같다.”

“네? 열심히 하겠습니다만.”

복도로 따라 나온 이인섭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무슨 일이 있습니까?”

“며칠 후에 이야기하지.”

이인섭에게는 에이전시 이야기를 하지 않은 것이다.

독립해서 섬유사업에만 치중할 생각은 없었던 서동수다.

따라서 한영복과 함께 올인할 이유도 없었던 것이다.

머리를 돌린 서동수가 이인섭을 보았다.

이인섭은 의욕적이다.

업무능력이 뛰어났고 하나를 가르치면 셋까지 넘겨 짚는 성품이어서

리베이트에 손을 대었다가 데였던 것이다.

“지역별 매장 계획을 세우고 너도 네 와이프 이름으로 매장을 운영시키도록 해봐.

 이건 지분 형식이다.”

이인섭이 숨을 들이켜는 소리가 났다.

직원들에게 미끼를 던지는 방법은 스스로 체득해야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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