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6> 10장 독립 7
(208) 10장 독립-13
대아건설 호 사장은 50대 중반쯤의 나이에 부드러운 인상의 사내였다.
인상이 좋으면 여러 가지로 이롭고 특히 웃음 띤 얼굴에서 호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그 웃음이 부자연스러울 때는 오히려 역효과가 발생하는 것이다.
따라서 평소에 자주 웃는 습관을 길러 두는 것이 낫다.
대아 호 사장의 웃음은 자연스러웠고 편안했다.
서동수와 화란과 악수를 하고 나서 호 사장이 영어로 물었다.
“식사하시고 2차를 가실 겁니까?”
“아니, 이곳에서 끝내지요.”
서동수가 중식당의 방안을 둘러보며 말을 이었다.
“좋은 안주가 이곳에 있는데 왜 다른 곳에서 술을 마십니까?”
“그렇죠.”
호 사장이 머리를 끄덕이더니 기다리고 선 종업원에게 말했다.
“이봐, 좋은 술이 있으면 추천해.”
종업원에게는 고압적인 말투를 썼지만 얼굴은 여전히 웃는 표정이다.
요리와 술을 시키고 나서 다시 셋이 되었을 때 호 사장이 말했다.
“현금으로 100만 위안을 가져왔습니다.
부피가 커서 차에 실어 놓았는데 댁으로 돌아가실 때 차에 옮겨 드리겠습니다.”
서동수의 시선이 화란에게 옮겨졌다.
대신 말하라는 뜻으로 알아들은 화란이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지금 셋은 만국 공용어인 영어를 쓴다.
서동수는 아직까지 전혀 중국어를 사용하지 않는다.
화란 앞에서는 자랑 삼아 털어놓고 싶은 욕구가
하루에도 몇 번씩 솟아 올랐지만 참아왔다.
놀란 소동이 어색했고 귀찮기도 했기 때문이다.
곧 술과 요리를 들여왔으므로 저녁식사 겸 주연이 떠들썩해졌다.
호 사장은 분위기를 부드럽게 이끌었고 농담도 적절했다.
그래서 방안에는 웃음소리가 끊어지지 않았다.
60도짜리 백주를 세 병째 마셨을 때는 호 사장도 취했다.
혀가 잘 움직이지 않아서 말이 느려졌지만 방안 분위기는 더 밝아졌다.
영어로 서양 농담까지 유창하게 구사하던 호 사장이 웃음 끝에
어물거린 중국어를 서동수는 흘려 들을 뻔했다.
“액수가 적은 거요?”
화란에게 한 말이다.
서동수는 웃음 띤 얼굴로 딴청을 부렸지만 짧게 웃고 난 화란이
역시 중국어로 대답하는 소리는 들었다.
“아뇨, 됐어요.”
그러자 호 선생이 다시 영어로 서양 농담을 시작했다.
술잔을 든 서동수가 웃음 띤 얼굴로 호 선생의 농담을 듣는다.
본래 대아건설의 리베이트는 10%인 150만 위안이었다.
그것을 윤명기한테도 보고했고 그만큼 공사 대금도 높게 책정해 주었는데
원부자재 대금이 상승했다는 이유로 100만 위안이 된 것이다.
뒤통수를 맞은 셈이었지만 아직 계약서에 공장장 결재는 받지 않았다.
오늘 리베이트를 받고 나서 결재를 하는 것이 정상인 것이다.
호 선생의 농담이 끝났을 때 화란이 소리내어 웃으면서 중국어로 말했다.
“신경 쓰지 마세요.”
따라 웃던 서동수는 가슴이 무거워진 느낌을 받는다.
화란마저 이인섭의 전철을 밟는 것인가?
호 선생의 농담이 너무 재미있어서 저도 모르게 중국말이 터진 것 같은 저 노련함,
오히려 이인섭보다 더 교활하지 않은가?
그때 호 선생이 중국어로 말했다.
“그럼 안심이고.”
하더니 이번에는 영어로 말을 잇는다.
“자, 야한 농담은 그만하십시다.”
서동수는 머리를 끄덕였지만 저도 모르게 이가 악물어졌다.
(209) 10장 독립-14
핸드폰의 벨이 울렸을 때는 술자리가 끝나갈 분위기인 10시 반이 되어갈 무렵이었다.
둘의 시선이 모아졌고 서동수가 주머니에 든 핸드폰을 꺼내 보았다.
“실례.”
발신자 번호를 본 서동수가 긴장한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그러고는 방을 나가더니 5분쯤 지나서야 돌아왔다.
“오늘은 이만 마칩시다.”
자리에 앉지도 않은 채 서동수가 호 사장에게 말했다.
“금방 공장장 전화를 받았는데 본사에서
내일 감사를 나온다는 정보를 받았다는 겁니다.”
그러더니 이맛살을 찌푸렸다.
화장실에 갔을 때 우명호한테 전화해 달라고 한 것이다.
“물론 이번 창고 건설건은 관계가 없겠지만 가져오신 돈은 오늘은
그냥 가져가시는 것이 낫겠습니다.”
“그래야겠군요.”
자리에서 일어선 호 사장이 긴장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이런 상황에서는 조심해야지요.”
“계약 직전에 이런 정보를 받은 것이 오히려 다행입니다.”
문으로 다가가면서 서동수가 정색한 얼굴로 호 사장을 보았다.
“감사는 계약서부터 철저히 체크하니까요.
감사 끝나고 나서 일을 시작하면 됩니다.”
“그렇군요.”
호 사장이 맞장구를 쳤지만 얼굴은 굳어져 있다.
방을 나온 일행이 복도를 걸어 현관으로 다가갈 때다.
서동수는 뒤를 따르던 화란의 중국어를 놓치지 않았다.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었기 때문이다.
“제가 연락드릴게요.”
낮게 말했지만 서동수에게는 귀에 콕콕 박히는 것처럼 들렸다.
호 사장의 대답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식당 앞에서 호 사장은 대기시킨 차를 타고 먼저 떠났다.
돈가방이 실려 있을 트렁크를 바라보던 서동수에게 화란이 물었다.
“집에 가실 거예요?”
어느새 화란이 옆에 바짝 붙어 서 있었던 것이다.
화란한테서 익숙한 향내가 맡아졌다.
그순간 서동수의 얼굴에 웃음이 떠올랐다.
그 말을 듣고 불끈 솟아오른 욕정에 대한 만족감 때문일 것이다.
그것은 배신감, 상처를 금방 회복했다는 표시였다.
“그래, 오랜만에 널 안고 싶다.”
머리를 끄덕인 서동수가 지그시 화란을 보았다.
“네 신음 소리가 듣고 싶기도 하고.”
“아휴, 보스도.”
서동수의 어깨를 손바닥으로 툭 친 화란이 앞장섰다.
깊은 밤이다.
이곳은 시내여서 앞에 보이는 호텔만 여럿이다.
“저기로 가요.”
바로 앞쪽의 호텔을 턱으로 가리킨 화란이 옆에 바짝 붙어 걸으면서 물었다.
“갑자기 무슨 감사일까요?”
“공장장도 놀라더군.
내 진급에 불만이 있는 회사 내부의 모함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거야.”
“그래요?”
놀란 화란이 잠깐 입을 다물었다.
얼굴 표정도 어두워져 있다.
서동수가 문제가 있다면 그 심복인 화란도 연루가 되는 것이다.
실제로 화란은 그동안 수많은 문제에 연루되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대아건설 리베이트에 주도적으로 나서고 있지 않은가?
호텔로 다가가면서 서동수의 머릿속이 맹렬하게 움직였다.
화란은 얼마나 챙기려고 했을까?
50만 위안을 깎았으니 그 절반인 25만 위안?
그때 화란이 서동수의 팔을 끼었다.
“보스, 나, 벌써 뜨거워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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