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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 10장 독립 9

오늘의 쉼터 2014. 7. 26. 07:44

<108> 10장 독립 9

 

 

(212) 10장 독립-17 

 

 

 

물론 감사는 없다.

대아건설 호 사장의 리베이트를 받지 않으려고 순간적으로 꾸며낸 작전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음 날 오전, 공장장실에서 올해 작성한 모든 계약서를 가져오라는 지시가

내려왔으므로 화란은 물론 사원들은 감사가 시작된 것으로 믿었다.

 하지만 이것도 서동수가 공장장 윤명기에게 말해서 감사 시늉을 낸 것이다.

공장장실에 들어간 서류가 어떻게 되는지는 부장급도 알 수가 없는 터라

‘쫄따구’들은 팥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믿는 수밖에 없다.

“그거 골치 아픈데.”

공장장실에서 윤명기가 쓴웃음을 짓고 말했다.

앞에 앉은 서동수는 굳어진 표정이다.

어젯밤에 화란과 잔 것만 빼고 모두 말한 터라

지금 대아건설의 리베이트 처리를 상의하는 중이다.

머리를 기울였던 윤명기가 물었다.

“1백만 위안이면 큰돈이다. 그걸 놔둘 수도 없는 일 아니냐?”

“예. 그렇지만 화란이 먹는 50만 위안도 큰돈입니다. 그래서.”

호흡을 고른 서동수가 윤명기를 보았다.

“방법이 하나 있습니다.”

“뭔데?”

“화란을 양천마을 학교 공사 감독관으로 발령을 내는 것입니다.

화란이 학교 건설에 적극적으로 참여했으니 명분이 있습니다.

더구나 화란의 할아버지가 가 계시니까요.”

“그렇군.”

윤명기의 얼굴에 웃음이 떠올랐다.

동양그룹의 벽지 학교건설 사업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양천마을은 화란의 할아버지 화석영의 고향으로 빈촌이다.

화란이 공사 감독으로 파견된다면 화석영도 좋아할 것이었다.

서동수가 말을 이었다.

“화란이 공사 감독으로 발령이 나면 호 사장은 리베이트를 주지 않을 것입니다.

그때 제가 다시 절충을 하지요.”

“좋다.”

소파에 등을 붙인 윤명기가 이제는 웃음이 가신 얼굴로 서동수를 보았다.

“너 화란이 50만 위안을 챙길 작정이라고 믿는구나?”

“제 예감이 틀리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외면한 서동수가 쓴웃음을 지었다.

“자업자득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조금 허탈해서 그럽니다.”

“발령은 오후에 내지. 믿을지 모르지만 내가 독단으로 발령을 냈다고 하자.”

“예, 공장장님.”

자리에서 일어선 서동수가 지그시 윤명기를 보았다.

문득 윤명기와 헤어지게 되는 것이 안타깝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곧 마음을 고쳐먹었다.

윤명기는 이미 본사 발령이 예정된 사람이다.

어차피 갈라서게 될 운명인 것이다.

그리고 그날 오후 5시 경에 서동수는 화란을 상담실로 불러 마주앉았다.

 영문을 모르는 화란은 둘이 있게 되자 발그레 상기된 얼굴로 서동수를 보았다.

어젯밤에는 새벽 두 시에 집에 돌아갔다.

화란의 시선을 받은 서동수가 입을 열었다.

“화란, 내일자로 넌 양천마을 학교 공사감독관으로 임명되었어.

현장 감독관이 없어서 지난성 관계자하고 협조 관계가 잘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야.”

차츰 화란의 얼굴이 굳어지더니 이제는 눈도 깜박이지 않는다.

서동수가 말을 이었다.

“물론 공사가 끝날 때까지야.

공장장은 너만 한 적격자가 없다는구만.

그래서 과장 직책으로 감독관에 임명된 것이라구.”

“…….”

“할아버지도 기뻐하시겠다. 화 과장.”

그러자 화란이 심호흡을 하더니 똑바로 서동수를 보았다.

그렇게 시선을 부딪친 채 한동안 입을 열지 않았다.

 


 

(213) 10장 독립-18 

 

 

 

윤명기한테서 한영복의 과거를 들은 후부터 서동수는 결심을 굳혔다.

한영복과의 동업을 곧 끝낸다는 것이다.

투자한 지분은 법적으로 공증까지 받아 놓았기 때문에 더 이상의 합작 사업은 벌리지 않고

은밀하게 정리할 작정이었다.

사업에는 자금과 시기, 그리고 사람이 3대 요소라고들 한다.

사람이란 곧 두뇌이니 서동수가 현재 가장 아쉬워하는 부분이다.

화란은 다음 날 오후에 양천마을로 출발했는데 공사감독관 겸 과장으로 임시 승진을 했으니

누가 봐도 영전이다.

주위의 축하 인사를 받다보니 본인도 분위기에 젖어서 들뜬 상태로 떠났다.

그리고 그날 저녁 8시에 서동수는 사흘 전에 만났던 그 중식당에서 호 사장과 둘이 마주앉아 있다. 오늘은 호 사장이 자주 웃지 않았으므로 분위기가 조금 무겁다.

종업원에게 주문을 하고 나서 다시 둘이 되었을 때 호 사장이 서동수를 보았다.

“화 대리의 갑작스러운 승진인사에 놀랐습니다.”

“꽤 오래전부터 공장장이 염두에 두고 계셨던 일이지요.”

“화 대리가 적임이긴 합니다.”

머리를 끄덕인 호 사장이 슬쩍 물었다.

“공사는 예정대로 진행되겠지요?”

감사가 진행 중이라 아직….”

“리베이트는 아직도 제 차에 실려 있는데요.”

“리베이트는 받지 않기로 했습니다.”

물잔을 쥔 서동수가 웃음 띤 얼굴로 호 사장을 보았다.

“대신 가격을 300만 위안 깎아야 감사에 통과될 것 같습니다.”

“300만 위안이라면.”

놀란 호 사장의 얼굴이 굳어졌다.

“부장님, 그럼 저희들은 남는 게 없습니다. 공사가 한 달만 길어져도 손해가 됩니다.”

“그렇다면 할 수 없지요. 공사를 보류시키는 수밖에요.”

정색한 서동수가 호 사장을 보았다.

“내일 중으로 보류 통고를 하겠습니다.”

계약 전이니 하자가 없는 것이다.

서동수의 시선을 받은 호 사장이 물을 한 모금 마시고는 길게 숨을 뱉었다.

“준비를 다 해놓았는데 이렇게 되는군요. 정말 안타깝습니다. 부장님.”

“동감입니다.”

“어떻게, 다른 방법이 없을까요?”

“리베이트가 갑자기 100만 위안으로 줄어든 이유가 뭡니까?

원가 상승 같은 말도 안 되는 이유를 붙이지 말고 말해줄 수 있습니까?”

불쑥 서동수가 묻자 호 사장이 입안에 고인 침을 삼키고는 시선을 주었다.

눈동자가 흔들리고 있다.

이윽고 호 사장이 입을 열었다.

말씀드리면 고려해주실 수 있습니까?”

“신뢰가 가면.”

“약속을 해 주시지요. 그래야 말씀드리겠습니다.”

“사실이라면 약속하지요.”

“계약이 끝나면 화 대리한테 70만 위안을 주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가격을 올리고 리베이트를 100만 위안으로 내린 겁니다.”

냅킨으로 이마에 번진 땀을 닦은 호 사장이 번들거리는 눈으로 서동수를 보았다.

얼굴까지 상기되어 있다.

“제가 별일 없겠느냐고 물었더니 자기한테 맡기라고 하더군요.

부장님을 설득시킬 수 있다고 말입니다.”

“…….”

“갑자기 감사 이야기가 나오고 바로 다음 날 화 대리가 감독관으로 발령이 나는 것을 보고

예감이 이상하긴 했습니다.”

그러더니 호 사장이 똑바로 서동수를 보았다.

“화 대리가 떠나기 전에 절대 비밀로 해달라고 전화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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