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서유기

<103> 10장 독립 4

오늘의 쉼터 2014. 7. 26. 07:39

<103> 10장 독립 4

 

 

(202) 10장 독립-7

 

 

 

 

이런 일은 솔직하게 털어놓는 것이 낫다.

다음 날 아침, 서동수는 출근하자마자 공장장 윤명기에게 내막을 털어놓았다.

윤명기가 제 일처럼 나서서 서둘러 주었는데 휴가를 낼 필요 없이 출장으로 처리해 주겠다고 했다. 물론 이 일은 윤명기만 안다.

그래서 그날 오후 3시에 서동수는 남현동의 구(舊)처가로 들어서게 되었다.

“아빠.”

이번에도 미혜가 가장 반갑게 맞아 주었는데 박서현과 박병만, 최영주까지 셋은 뒤쪽에 잠자코

서 있는 것이 좀비들 같았다.

“어, 그래.”

달려온 미혜를 안아든 서동수가 선 채로 셋을 둘러보았다.

“여기서 머뭇거릴 시간도 없고 그럴 필요도 없으니 그냥 가겠습니다.”

서동수의 시선이 박병만에게 옮겨졌다.

“미혜 엄마는 언제든지 미혜 만나러 올 수 있습니다.

그건 어른께 약속드리지요.”

“알았네.”

박병만이 외면한 채 대답했다.

“나는 자네를 잘 아네.”

“하지만 더 이상 미혜를 이리저리 옮기게 할 수는 없습니다.

떠나기 전에 변호사 사무실에서 각서를 받아야겠습니다.”

“내가 알아서 할 테니 연락만 해주게.”

“그럼 가겠습니다.”

머리를 숙여 보인 서동수가 몸을 돌렸더니 안겨 있던 미혜가 박서현에게 손을 흔들었다.

“엄마, 나, 갔다올게.”

박서현에게 아빠 따라 중국에 가서 놀고 오는 것으로 하라고 시킨 것이다.

유치원에 가기 싫어했던 미혜는 좋아하고 있다.

그때 뒤를 따라오면서 박서현이 말했다.

“미혜야, 엄마가 너 보러 갈게.”

목소리에 울음이 섞여 있었으므로 서동수는 어금니를 물었다.

그래서 서둘러 신발을 신고 현관을 나섰더니 안겨 있던 미혜가 묻는다.

“아빠, 엄마가 왜 울어?”

“좋으면 그래.”

“뭐가 좋아?”

“엄마가 혼자 놀려고.”

“뭘하고 노는데?”

헷갈린 미혜가 물었을 때 서동수는 대문 밖으로 나섰다.

“미혜야!”

승합차의 앞쪽에 서 있던 어머니가 두 팔을 벌리면서 다가왔는데 눈에 눈물이 가득 담겨졌다.

“아이구, 내 새끼.”

어머니를 따라온 형과 형수, 그리고 10살, 8살짜리 조카가 뒤쪽에 서 있다.

일가족이 총출동한 것이다. 물론 서동수의 연출이다.

당장 미혜의 정신을 빼놓으려는 수작이었는데 어머니, 형 부부가 모두 동의했다.

얼떨떨해진 미혜가 할머니 다음에 형과 형수에게 차례로 안기더니 곧 승합차에 오른다.

두 조카는 나이가 많았지만 촌놈들이라 쭈뼛거렸고

그것이 미혜의 경계심을 풀어주는 효과를 내었다.

형이 운전하는 승합차가 고속도로 톨게이트를 지날 무렵에는 미혜가

두 사촌에게 이야기를 거는 상황이 되어 있었다.

“짐은 칭다오로 보내준다고 했습니다.”

서동수가 어머니와 형 내외에게 말했다.

“미혜 여권이 이틀이면 만들어질 테니까 사흘 후에는 출발해야 됩니다.”

“제가 어머니 모시고 중국에 갈게요.”

미리 이야기가 되었는지 형수 박애영이 말했다.

“저는 애들이 다 컸으니까 중국에서 며칠 있다가 돌아와도 돼요.”

 

 

 

 

(203) 10장 독립-8

 

 

 

 

저녘 식사마당에 펴놓은 돗자리 위에서 했다.

옆쪽에 모닥불을 피워 놓았는데 미혜가 신기한지 밥 먹다가 다가가서

나무토막을 불구덩이 속으로 던져 넣는다.

언니인 정미가 그때마다 따라가 둘이서 웃고 떠든다.

“금방 잊어 먹는다.”

둘을 보면서 어머니가 자신있게 말했다.

“부모 없어도 잘만 크는 애들도 많다. 미혜 걱정은 마라.”

“형, 할 이야기가 있는데.”

머리를 든 서동수가 형 서민수를 보았다.

어머니와 형수 박애영의 시선도 모아졌고 서동수가 말을 잇는다.

“정미하고 영진이 중국에서 학교 보내지요. 거기 학교 좋습니다.”

모두 시선만 주었고 서동수의 목소리에 열기가 더해졌다.

“한국 애들이 다니는 국제학교가 있어요.

거긴 저학년부터 영어를 가르치고 여기서처럼 과외를 대여섯 개씩 다닐 필요가 없어요.

학교에서 다 해주니까요. 요즘 애들 얼마나 고생합니까? 안 그래요?”

그러자 서민수는 입맛만 다셨지만 박애영의 눈동자가 반짝였다.

“저도 들었어요. 그런데 국제학교 교육비가 만만치 않다던데.”

“그건 저한테 맡기시고요.

형 애들이 온다면 형수님도 오실 테니까 저택 큰 거 하나 장만하렵니다.

가정부도 구하고요.”

“그만.”

손바닥을 펴 보인 서민수가 쓴웃음을 지었다. 그러고는 웃음얼굴로 서동수를 보았다.

“일단 어머니하고 미혜부터 가야지. 그리고 천천히 상의하자.”

“저도 이번에 따라갈 테니까 한번 보지요. 미혜 아버지.”

하고 박애영이 말했으므로 서동수가 심호흡을 했다.

“예, 형수님, 솔직히 미혜 혼자 중국에 두기도 외로울 것 같아서 그랬습니다. 하지만….”

“알아요, 삼촌.”

박애영이 웃음 띤 얼굴로 서동수의 말을 받는다.

“영진이가 3학년인데 여기서도 과외를 다섯 개나 다녀요.

누군 외국으로 유학을 보낸다는데 저도 그런 생각 안 해 봤겠어요?

 이것이 좋은 기회인지 모르죠.”

그때 어머니가 말했다.

“어서 밥부터 먹자. 그나저나 동수 회사 일부터 잘되어야지.”

서동수는 잠자코 수저를 들었다.

만일 몇 달 후에 회사를 그만두고 새 사업을 시작한다면 어머니는

중국에 가지 않겠다고 할지 모른다.

어머니를 불안하게 만들 필요는 없는 것이다.

이제 어머니와 미혜까지 중국으로 옮겨 놓을 테니 전력을 다해야 한다.

올인이다.

주머니에 든 핸드폰이 진동으로 떨었을 때는 저녁 9시였다.

핸드폰을 쥐면서 그것이 박서현일 거라고 생각했던 서동수는 발신자 번호를 보고 나서

저절로 쓴웃음을 지었다.

정재민이었기 때문이다.

스위트룸에서 헤어지고 나서 열흘이 지났다.

그동안 연락도 없었던 것이다.

“거기, 유성이야?”

대뜸 정재민이 물었으므로 서동수는 주위부터 둘러보았다.

어머니는 미혜, 정미와 함께 안방에 있었고 형수는 주방에서 설거지를 한다.

형은 마당에 있을 것이다.

“아니, 여기 있는 줄 어떻게 알았어?”

“세영이한테 들었어. 유성 본가에 인사차 들른다고 했다면서? 급한 일은 아니겠지?”

“아, 그래. 급한 일은 없어.”

“그럼 나, 유성에 왔는데 거기 어딘지 내비게이션에 찍을게 말해 줄래?”

 

 

'소설방 > 서유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105> 10장 독립 6  (0) 2014.07.26
<104> 10장 독립 5  (0) 2014.07.26
<102> 10장 독립 3  (0) 2014.07.26
<101> 10장 독립 2  (0) 2014.07.26
<100> 10장 독립 1  (0) 2014.07.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