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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 9장 승자와 패자 3

오늘의 쉼터 2014. 7. 25. 23:10

<91> 9장 승자와 패자 3

 

 

(178) 9장 승자와 패자-5 

 

 

 

다음날 오후, 서동수는 인천행 비행기에 앉아 서해를 건너는 중이다.

회사에서 퇴근하자마자 인천행 비행기를 탄 것이다.

옆자리에는 박세영이 앉았다.

칭다오에서 인천까지는 한 시간밖에 걸리지 않는다.

더구나 동쪽으로 갈 때는 뒷바람이 시속 100킬로 이상 불 때가 많아서 50분이 걸릴 때도 있다.

곧장 인천 앞바다로 다가간 비행기가 기수를 뚝뚝 떨어뜨리고 있을 때 박세영이 머리를 돌려

서동수를 보았다.

“어디서 주무세요?”

“아, 당연히 호텔에서.”

대답한 서동수의 머릿속에 문득 박세영이 자신의 가정사를 알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번에 만났을 때 혼자라는 말은 했다.

그때 박세영이 말했다.

“괜찮으시면 제가 깨끗한 모텔 소개시켜 드릴 테니까 거기서 주무시죠.”

눈만 깜박이는 서동수에게 박세영이 말을 잇는다.

“제 남자친구가 그 모텔 주인이거든요. 인사동에 있어서 교통도 편리해요.”

“그럽시다.”

서동수가 머리를 끄덕이며 웃었다.

“그나저나 모텔 주인이 남자친구여서 여러모로 편리하겠습니다.”

말을 뱉고 나서 아차 했지만 박세영이 웃는 바람에 숨을 뱉었다.

“그럼요, 방값 안 들죠, 아침에 뷔페 식사까지 먹고 나오는걸요.”

더 이야기를 끌고 싶은 욕구가 솟았지만 서동수는 숨을 들이켜고 참았다.

 

이제 다시 시작하는 회사의 여직원인 것이다.

 

이번에는 철저히 지켜야 한다.

 

그때 박세영이 혼잣소리처럼 말했다.

“혼자 사니까 편하긴 해요.”

그러나 여운이 길고 어둡다.

 

박세영에게 시선을 주었던 서동수가 의자에 등을 붙였다.

 

비행기가 활주로로 다가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천공항에서 내린 둘은 같은 버스를 타고 서울로 들어왔다.

 

둘이 인사동의 ‘나고야’모텔 로비로 들어섰을 때는 오후 10시쯤 되었다.

“어, 왔어?”

미리 연락을 한 터라 프런트에 서 있던 사내가 웃음 띤 얼굴로 박세영을 맞는다.

 

40대쯤 된 사내다.

 

살찐 체격에 인상이 좋다.

 

사내가 서동수를 향해서는 손을 내밀었다.

“어서오세요, 
제일 좋은 방을 준비해 놓았습니다.”

감사합니다.”

서동수는 벙글벙글 웃고 있는 박세영을 보자 왠지 가슴이 개운해졌다.

 

거침없이 제 남친을 소개시켜주는 박세영의 저의(底意)를 알 것 같았기 때문이다.

 

남녀 간 감정을 떠나 페어플레이를 하자는 의미 같았다.

 

박세영의 남친 이름은 최준호. 과연 호언한대로 3층의 온돌방은 깨끗하고 우아했다.

 

방까지 구경한 박세영이 최준호와 함께 나가면서 말했다.

“그럼 사장님, 내일 오전 9시에 아래층 식당에서 뵙죠.”

그러더니 박세영이 최준호의 팔짱을 끼었다.

“저도 오늘 이곳에서 숙박할 테니까요.”

“그럽시다.”

머리를 끄덕인 서동수에게 최준호가 잊었다는 듯이 서둘러 말했다.

“한잔 생각나시면 절 찾으세요. 언제든지 모시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했지만 둘의 시간을 방해할 생각은 없다.

 

혼자가 되었을 때 서동수가 시선을 돌려 윗목에 내려놓은 가방을 보았다.

 

가방 안에는 미혜에게 줄 선물들이 가득 들어 있다.

 

바쁘게 서둘고 왔지만 미혜 선물은 빠뜨리지 않는다.

 

 

 

 

 

 

(179) 9장 승자와 패자-6 

 

 

 

서동수가 남현동의 2층 주택 앞에 섰을 때는 오전 10시 반이다.

벨을 누르자 곧 철컹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연락을 한 터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마당을 건너 현관문을 열었을 때 미혜가 달려왔다.

“아빠아!”

두 팔을 벌린 미혜의 얼굴이 환했다.

달려온 미혜를 번쩍 안아든 서동수가 소파에서 엉거주춤 일어서는 박병만,

주방에 서있는 최영주, 그리고 화장실 앞의 박서현을 보았다.

웃는 인간은 없다.

“안녕들 하셨습니까?”

싸잡아서 인사를 한 서동수가 미혜를 내려놓고 선물보따리를 풀었다.

인형, 장난감, 초콜릿이 쏟아지자 미혜가 탄성을 뱉는다.

일어선 서동수에게 박병만이 앞쪽 소파를 눈으로 가리켰다.

“앉게.”

“예. 감사합니다.”

지난번 사건 후로 분위기가 부드러워졌기는 하지만 아직 서먹하다.

자리에 앉은 서동수가 비행기 안에서 산 선물박스를 탁자 위에 놓았다.

위스키와 향수다.

“이런 거 가져오지 않아도 돼.”

했지만 박병만의 목소리는 낮다.

옆쪽에서 미혜가 장난감 작동법을 소리쳐 묻는 바람에 박서현이 다가왔다.

“제가 자주 오는 것도 아닌데요. 뭐.”

서동수가 말했더니 주스잔을 들고온 최영주가 쨍쨍한 목소리로 물었다.

“서현이 결혼하면 애 데려갈 거야?”

“엄마!”

박서현이 최영주를 흘겨보더니 얼른 미혜의 눈치를 보았다.

미혜는 장난감 화장대를 조립하느라 정신이 없다.

서동수가 최영주를 똑바로 보았다.

이혼 조건에 박서현이 미혜를 키우기로 분명하게 기록된 상황이다.

“데려가지요.”

“말도 안 돼.”

박서현이 머리를 저었는데 얼굴은 붉게 상기되었다.

박서현이 최영주를 쏘아보았다.

“내가 나가줄게. 누구 맘대로 보낸다는 거야?

엄마는 지금까지 미혜를 제대로 봐준 적이나 있어?

내 생각하는 척하지마! 위선 떨지 말란 말야!”

점점 목소리가 높아지자 미혜가 움직임을 멈추고는 박서현을 보았다.

“엄마, 또 싸워?”

이로써 분위기가 파악되었다.

미혜 때문에 박서현이 제 어머니하고 많이 싸운 것 같다.

그때 박병만이 최영주에게 말했다.

“이건 당신이 나설 일이 아냐. 그러니 입 다물고 있어.”

“데려간다잖아요!”

최영주가 소리치자 박서현이 미혜를 데리고 방으로 들어가면서 소리쳤다.

“내가 나가줄게!”

끌려가던 미혜가 장난감을 집으려고 손을 뻗었으므로 그것을 본 순간

서동수는 심장이 내려앉는 느낌을 받는다.

미혜가 천덕꾸러기가 되어 있는 것이다. 응접실에 셋이 남았을 때 서동수가 말했다.

“제가 미혜 키우면서 언제든지 미혜 엄마를 만나게 해줄 수 있습니다.

오히려 지금보다 분위기가 나을 겁니다.”

박병만은 서동수의 시선을 받았지만 최영주는 외면했다.

서동수가 말을 이었다.

“이거, 미혜를 위해서라도 제가 서둘러야겠군요.

그때까지만 미혜를 잘 부탁드립니다.”

“여자는 있나?”

불쑥 박병만이 물었으므로 서동수는 쓴웃음을 지었다.

“찾아보면 있겠지요.”

“서현이한테 이야기해 줘.”

하고 최영주가 말했는데 여전히 외면하고 있다.

“자네가 설득하면 미혜 내놓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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