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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 9장 승자와 패자 1

오늘의 쉼터 2014. 7. 25. 23:08

<89> 9장 승자와 패자 1

 

 

(174) 9장 승자와 패자-1 

 

 

 

박세영의 전화가 왔을 때는 오후 6시가 되어 갈 무렵이다.

“돌아왔어요.”

대뜸 그렇게 말한 박세영의 목소리는 밝다.

 

시장조사를 하고 돌아왔다는 말이었다.

 

떠난 지 열흘째가 되는 날이다.

“오늘 저녁에 시간 있으세요? 보고 드릴 것이 있는데.”

박세영이 다시 말하자 서동수는 쓴웃음을 지었다.

 

오늘 저녁에 거래처와 저녁 약속이 있는 것이다. 그러나 할 수 없다.

“그럽시다. 그럼 7시에 지난번 만났던 ‘상하이’에서.”

그렇게 약속을 잡고 거래처와 저녁식사는 화란에게 맡긴 서동수가 회사를 나온다.

 

이제는 내 사업이 우선인 것이다.

 

더구나 디데이까지 정해진 상황이다.

 

5개월 안에 기반을 좁혀 놓아야만 한다.

 

중식당 ‘상하이’의 방에서 기다리고 있던 박세영이 서동수를 보더니 자리에서 일어섰다.

 

윗사람을 맞는 태도다.

“혼자 다니시기 힘들지 않았어요?”

서동수가 묻자 박세영은 눈웃음을 쳤다.

“아뇨, 오히려 좋았어요. 누가 같이 있으면 불편해요.”

머리를 끄덕인 서동수가 박세영의 가슴께에 시선을 주었지만

 

온몸의 윤곽이 시야에 다 드러났다.

 

실크 블라우스와 스카프를 맨 박세영의 옷차림은 세련되었다.

 

부드러운 실크는 박세영이 움직일 때마다 하늘거리며 향기를 품어낸다.

 

들어온 종업원에게 음식을 주문했더니 박세영이 눈을 둥그렇게 떴다.

중국어 잘하시네요.”

“음식 주문할 정도죠.”

시치미를 뗀 서동수가 지그시 박세영을 보았다.

 

박세영은 35세였으니 동갑내기다.

 

그리고 새 사업의 일원인 것이다.

“시장을 보신 소감을 들읍시다.”

서동수가 말하자 박세영이 웃음 띤 얼굴로 대답했다.

“우선 칭다오부터 매장을 시작해 보겠어요.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서동수의 시선을 받은 박세영이 말을 잇는다.

“패션이 한국과 같아요.

 

인터넷, TV를 통해 바로 연결이 되기 때문이죠.

 

제가 베이징, 상하이, 톈진까지 돌아보았는데 패션이 같았습니다.”

그것은 동양의 시장조사 결과와도 같다.

 

머리를 끄덕인 서동수가 입을 열었다.

“내가 박 사장하고 시내 중심부의 매장 두 곳에 임차 계약을 해 놓았어요.

 

바로 시작할 수 있습니다.”

“빠르네요.”

박세영의 얼굴이 환해졌다.

“그럼 내일부터 준비를 하죠.”

“두 달 후에 시작할 수 있겠어요?”

“해 보겠어요.”

그러더니 박세영이 눈을 좁혀 뜨고 서동수를 보았다.

성공할 것 같아요. 사장님.”

그 순간 심장이 철렁 내려앉는 느낌이 들었지만 서동수는 얼굴을 펴고 웃었다.

사장님 소리가 실감 나게 들렸기 때문이다.

 

그때 요리가 날라져 왔으므로 서동수는 젓가락을 들었다.

 

박세영은 앞으로 바쁠 것이었다.

 

한국에서 매장 판매사원들을 데려오는 것에서부터 물품 구입, 매장 내부 장식,

 

중국인 사원 채용자 교육에 이르기까지 모두 주도해야 되기 때문이다.

 

그러고 나서 가게 기반이 잡히는 대로 회사의 자체 브랜드

 

중국에서 생산, 판매하는 계획이다.

 

그때 해삼을 삼키고 난 박세영이 문득 생각이 났다는 표정을 짓고 물었다.

 

“사장님, 직원 채용 전, 물품 구입처를 결정하려면

 

저하고 같이 서울에 다녀와야 할 텐데요. 언제 가실 수 있어요?”

그렇지, 서울에 가야 한다.

 

서동수가 초점 없는 눈으로 박세영을 보았다.

 

 

 

(175) 9장 승자와 패자-2 

 

 

 

" 앞으로 4개월인데.”

한영복이 쓴웃음을 띤 얼굴로 술잔을 들었다.

 

박세영을 만난 다음 날 저녁이다.

 

오늘은 서동수가 한영복과 함께 사업이야기를 하고 있다.

 

한영복이 말을 이었다.

“윤명기가 서울로 떠나면 솔직히 여러 놈이 서 사장 흔들어댈 거요.

 

어쨌든 서 사장이 윤명기 측근이었으니까.”

서동수가 잠자코 술잔을 들어 한 모금에 백주를 삼켰다.

 

윤명기가 5월에 본사로 옮아갈 예정이라는 정보는 새 사업에 박차를 넣은 셈이 되었다.

 

한영복 또한 디데이를 윤명기가 떠난 5월로 잡은 것이다.

 

윤명기의 디데이는 새 회사의 공식 발족이다.

 

이렇게 숨어서 움직일 수만은 없는 것이다.

 

서동수가 입을 열었다.

“내가 이번 금요일에 휴가를 내어서 일요일까지 사흘간 서울에 다녀오지요.”

“알았어요. 그동안 난 매장 오픈 절차를 마무리해 놓을 테니까.”

한영복이 말을 이었다.

“매장 직원은 서 사장이 알아서 채용해요. 판매부문은 서 사장 책임이니까.”

“알았습니다.”

술잔을 든 서동수가 머리만 끄덕였다.

직장생활은 서동수가 많이 한 셈이 될 것이다.

 

위아래에서 밀리고 눌리면서 생활해온 직장인과 대뜸 회사를 일으켜

 

기업가가 된 사람하고는 사고(思考)가 다르다.

 

그래서 동업자인 한영복이 더 조심스러운 것이다.

 

한영복과 헤어진 서동수가 집에 돌아왔을 때는 오후 10시쯤이다.

 

오늘도 응접실에 앉아 있던 조은희가 일어나 서동수를 맞는다.

“오늘은 술 많이 안 드셨네.”

방으로 따라 들어온 조은희가 옷을 벗는 서동수의 뒤에서 말을 이었다.

“1주일 후에 떠날 거예요.” 

 

저고리를 받아 든 조은희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미현이가 아까 아저씨하고 헤어지는 것이 제일 싫다네요.

 

그동안 너무 잘해 주셔서 그런가 봐요.”

“금방 잊을 거요.”

바지를 벗은 서동수가 몸을 돌렸다.

 

조은희가 바지를 받으면서 서동수를 똑바로 보았다.

 

눈을 크게 뜨고 있어서 화가 난 표정 같다.

“오늘밤 여기서 자도 돼요?”

“마침내.”

서동수가 웃음 띤 얼굴로 조은희를 보았다.

 

지금 서동수는 러닝셔츠에 팬티 차림이다.

“떠날 때까지 이 방에서 자도록 하지.”

“그러죠. 뭐.”

여전히 굳어진 표정으로 말한 조은희가 몸을 돌렸다.

“어서 씻고 오세요. 난 다 씻었으니까.”

“미현이는 자?”

“안 자니까 조심해요.”

그때서야 눈을 흘겨보인 조은희의 얼굴이 붉어졌다.

“난 사우나 하고 왔어.”

급해진 서동수가 말했더니 옷장에 바지를 건 조은희가 벽시계를 보았다.

 

망설이는 것이다.

 

그때 다가간 서동수가 조은희의 팔을 끌었다.

“자, 어서.”

“왜 이렇게 급해요?”

하면서도 조은희가 침대로 끌려오며 말했다.

“불 꺼요.”

서동수가 팔을 뻗어 불을 껐다.

“이거 다 만질 건 만진 사이인데 왜 이래?”

셔츠와 팬티를 벗어던진 서동수가 침대에 오르자

 

조은희는 부스럭거리면서 옷을 벗는다.

 

침대에 누운 서동수는 조은희를 기다리고 있다.

 

심장이 세차게 박동을 쳤고 입안이 바짝 말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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